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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야."
"왜."
"웃어봐."
"저거 또 시작이다."
하루에 한 번씩은 듣는 말이 이제는 정겹기까지 한다.
"근데 나도 한 번 보고 싶다."
"뭘."
"웃는거. 한 번도 못 봤잖아."
"나만 볼꺼거든."
"니가 뭔데 너만 봐."
"...나는 장동우랑 제일 친하잖아."
"나도 친하거든?"
아... 은근히 이호원도 이성열이랑 비슷한 면이 있다.
"우리 둘 중에 누구랑 더 친하냐?"
동시에 물어오는 바보같은 질문에... 왠지 웃음이 난다.
"난 둘 다 별로."
"..."
"..."
"봤지?"
"응."
"귀엽다."
"진짜 귀여워."
내가 웃으니 교실 안에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나 때문인건가? 둘 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껴안고 난리가 났다. 이제 이런 스킨쉽도 아무렇지 않게 되버렸다. 가끔 이런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와서 무섭기도 하지만... '저 녀석들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계속 웃어."
"인상이 훨씬 순해보인다."
"맞어. 키에 맞게 귀여운 컨셉으로 가는거야."
"별로."
하지만... 계속 웃고 싶다. 다들 하는 것을 나도 하고 싶다.
"동우야."
"왜."
"한 번 더 웃어봐."
"싫어."
"왜. 나 혼자 웃는거 보게. 응?"
"웃음이 안 나."
"그래?"
"응."
"그...그럼..."
하더니 옆반 여자애들한테 애교부리고 다닌다는 남우현마냥 두 손가락을 머리에 갖다대더니 앓는 소리를 한다.
"하...하핳하하."
"그렇게 웃기냐."
"너... 은근히 이런거 좋아하는구나?"
"아니야! 내가 웃는거 보자고 뭔 짓을 한건지."
"진짜 이렇게 웃는거... 간만이다."
"너 웃는거 보기 좋아."
빨개진 얼굴은 처리를 못하고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다. 머리카락을 훑을 때마다 간지러운 느낌이 좋다. 이호원과 이성열이랑 있으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다니고, 나쁜짓도 해보고...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
"오늘은 너네 집가서 자고 가도되?"
"응. 와."
"어쩐 일로 한 번에 오케이야?"
"엄마가 한 번 데리고 오라셔서."
"그래?"
"응."
"그럼 가자."
자연스럽게 어깨에 올려지는 손, 묵직한 무게감, 따뜻한 체온... 좋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이호원을 보고 반가워한다. 한 껏 들떠서 아줌마에게 맛있는 걸로 부탁한다고 하고 내 손에 과일을 들려 방으로 보냈다.
"아줌마는 밝으셔서 귀엽다."
"그래?"
"응. 너도 아까 웃는거 보니까 아줌마랑 많이 닮았어."
"아..."
"앞으로 자주 웃어. 내 앞에만 웃어도 되고."
오늘도 이호원은 두 그릇이나 비웠다. 이호원이 있는 오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나도 굉장히 들떠있는 기분이다. 대충 씻고 방 안에 들어오니 저번에 두고 갔던 옷을 입고 있는 이호원이 보인다. 오늘따라 이호원의 시선이... 평소와 다르다.
"요즘은... 안하지?"
"응."
"동우야. 너는 알지?"
"아마..."
"나 친구로만 있는거 힘들어. 그런데 너가 그렇게 있길 바라면 있을거야."
"..."
"그만큼 나에게 넌 소중한 존재니까. 그리고..."
"..."
"그리고 이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
"동우, 너한테는 부모님도, 누나들도 있고, 또 아버지 회사도... 나보다 지켜야할게 너무 많은 걸 알아서..."
"..."
"그래서 너한테 내 감정을 강요할 수가 없어. 그게 너무 싫어."
항상 웃던... 내 앞에서는 더 웃던 이호원이 울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힘들 때... 울 때는 이호원이 어떻게 해줬지? 그냥 이호원을 안아줬다. 침대에 앉아있는 이호원을 안으니 내 품에 들어오는 기분이다.
"동우야..."
"너는 항상 웃고있어야 되."
"..."
"나는 웃는 것도 누구를 달래는 것도 잘 몰라서 너한테 배워야되. 그러니까 너가 항상 웃어야 되."
"응."
"언제까지나 내 옆에 있어줘야 되."
"응."
"니가... 이호원이 장동우 마음 열려고 했으니까, 조금 열려버렸으니까 니가 책임져야 되."
"..."
"내가 아직은 너를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 조금만 기다려줄래?"
"응. 당연하지."
"아니 조금이 아니라 엄청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아."
힘을 주어 앉히려는 이호원 덕에 이호원에 무릎에 앉아버렸다. 그 상태로 안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렇게 생각해준 것만도 너무 고마워."
"미안..."
"내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미안..."
"내가 이렇게 안게 해 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미안해."
"내 앞에 나타나줘서 너무 고마워."
"..."
"내가 사랑하게 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나...울어도 되?"
"응."
너무너무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도 이호원의 따뜻한 체온과 쓰다듬는 손길에 안정이 되가는 내가 보인다. 아... 내가 정말 이호원을 좋아하는건가?
"사랑해."
"응..."
그렇게 잠이 들어버린 것 같다.
'동우야.'
또... 꿈?
'동우야...'
이호원이다. 저번처럼 여기저기 만지작거리는 이호원때문에 꿈 속에서 사정을 해버렸다. 깨어나서 이불 속을 보니 또... 몽정을 해버렸다. 정말로... 이호원을 좋아해버린걸까? 어찌됐건 뒷처리는 해야되서 일어나는데 이호원이 안아버린다.
"어디가?"
갈라진 목소리가... 듣기 나쁘지 않다.
"씻...을려고."
"좀만 더 있다가 씻어라. 오늘 놀토잖아."
"그래도...씻어야되."
"근데... 무슨 냄새지?"
젠장. 냄새가 안 날리가 없다.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
"너..."
"씻어야된다고 했지. 나 씻어러간다."
그냥 도망쳐 나와버렸다. 방 안에서 웃음소리가 난다. 아... 창피해. 방으로 들어가니 이호원이 환한 미소를 띄고 나를 본다.
"너 나 때문에 그런거야?"
"몰라."
"아... 귀여워서 어떻게... 나 못기다리고 잡아먹는거 아냐?"
"뭐... 저번에 했으면서."
"그러면 너는 저번에 했으면서 뭐가 그렇게 창피해?"
그거랑 그거랑 같아? 고3이나 되서 몽정... 하...
"그만해."
"귀여워서 그렇지. 장동우 귀여워 죽겠다."
너무너무 창피한데 지금 너무너무 좋다.
"요즘 부쩍 웃음 많아졌다?"
"그래?"
"응. 거기다 분위기랄까? 그런게 밝아졌어."
"그런가?"
"거기다 '응.', '그래.', '별로.' 이런말만 했었는데 나중에 졸업식날 반 애들이보면 깜짝 놀랄껄?"
"좋으니까."
"응?"
"너도 이호원도 둘 다 너무 좋아서 그래."
"이런 닭살스러운 말까지."
"고마워서."
"그래. 고마우면 많이 웃어."
"응."
"또또 단답."
"근데 언제와?"
"미안. 얘가 좀 시간개념이 없어서."
오늘은 이성열이 자기가 아끼는 동생이라며 소개를 시켜준단다. 그 날이후로 이호원과 나는 사귀기로 했고, 1달이 지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아니 이호원... 호원이가 많이 챙겨주는거긴 하지만...
"이자식아. 왜 이렇게 늦었냐?"
"죄송해요. 미안."
잘 생겼다. 딱 첫인상이 잘 생겼다.
"괜찮아요."
"너랑 아는 사이라고 해서 완전 겁먹고 왔는데 귀여우세요."
"내가 뭘!"
"막 이호원형같은 형일줄 알고."
"호원이?"
"아... 아세요?"
"쟤 이호원이랑 사귀고 있어."
"아. 아까 말 이르시는거 아니죠?"
뭔가 정신없다. 응? 아무렇지 않게 사귄다고 말하고... 우리 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개방적인 나라였지?
"저도 게이라. 성열이가 그냥 말한거예요."
"성열이?"
"그냥 맞먹는거죠. 요즘 제가 꼬시고 있거든요."
얼굴이 잘 생겨서 그런가... 굉장히 당당하다. 커밍아웃도, 고백하는 것도. 저런건 배워야 되는데.
"또 쓸데없는 소리한다. 동우야 그냥 흘려들어."
"와. 대박이다. 나는 김명수고, 저 형은 동우야?"
명수? 미안한데 박명수...
"진짜 이래서 내가 가명으로 다닌다니까요."
"그래서 지은게 엘이 뭐냐, 엘이. 니가 무슨 만화 주인공이냐?"
저 둘 은근히 잘 어울린다. 티격태격 하는게 귀엽다고 할까?
"아무튼 밥이나 먹죠. 배고파"
"그래 밥 먹자."
밥 먹고, 차 한 잔하고 헤어졌다. 사실 호...원이가 불러서 중간에 나만 빠진거지만.
"명수 만났어?"
"응. 잘 생겼더라."
"나보다?"
"응?"
"나보다 잘 생겼어?"
아... 이런거에 불타는 성격인가? 김명수랑 너랑은 좀 다르게 잘 생기긴 했지만... 김명수가 더...
"아니. 너가 더 잘 생겼어."
"내가 속아준다. 얼굴은 아니라고 써있지만."
"아니, 진짜로. 내 애인보다 잘 생긴 사람이 어딨겠어?"
"장동우... 진짜 능청스러워 졌다니까."
"다 누구덕이지."
지금만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폭풍전야처럼 뭔가 흔들거리는게 느껴진다. 애써 무시하지만.... 행복이 오래 유지될 수 없다는건 경험을 통해 더 잘 알고 있다.
"표정이 왜 그래?"
"아니야."
"응? 애인한테도 안 말해줄꺼야?"
"..."
이호원이 얼굴을 바싹 들이댄다. 옛날같으면 뒤로 빼면서 피했을 텐데 지금은....'쪽-'
"지금만큼만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 장동우. 이 여우."
그래. 지금은... 지금 행복한 것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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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터지는게 느껴지네요.
오타는 애교인거 아시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써주는 그대들 스릉흔느드.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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