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일어나요~ 오늘도 좋은아침^-^ 오전 6:30
누나, 점심 맛있게 먹었어요? 오후 12:37
저는 오늘 급식 맛 없는거 나와서 매점가서 컵라면먹었어요ㅠ.ㅠ 오후 12:37
누나, 오늘도 7시 퇴근맞죠? 오후 3:32
제가 마중 나갈게요(웃음) 오후 3:33
누나~ 왜 대답이 없어요ㅠㅠ 오후 4:01
누나아...... 바빠요?(눈물) 오후 4:57
누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릴게요 오후 5:59 1
탁-
어휴, 이놈의 카톡카톡. 지겨워죽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울려대는 휴대폰 탓에 머리가 다 아플지경이다.
정확히 딱 일주일째다. 네가 누나누나-하면서 내게 시도때도 없이 들이대기 시작한게.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참 괜찮은 녀석이다.
180은 거뜬히 넘을 것 같은 큰 키와 넓은 어깨, 내 손 정도는 한 주먹에 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손.
아직 앳된 듯하지만 남자다운 목소리와 서늘해보이면서도 웃을때면 곱게 휘어지는 야한 눈매까지.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완전 내 취향 그대로 저격했다는 거.
근데 뭐가 문제냐고?
그건 바로 네가 고등학생이라는 거.
.
.
.
그 날 저녁에 널 그냥 지나쳤어야했는데.
망할 놈의 오지랖은 하필 왜 그 때 발동걸려서 이 사단인지.
누나~ 이제 그만 포기할때도 되지 않았어요? 하며 해맑게 웃는 너의 얼굴이 둥둥 떠다닌다.
머리를 잡아뜯으며 후회해도 어째, 이미 벌어진 일인데.
그날 아침따라 멀쩡하던 허리가 지끈지끈한게 비가오겠구나, 싶어서 평소엔 챙기지도않던 우산을 챙긴 것이 나의 첫번째 실수.
버스에서 내리자 타이밍 좋게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에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며
크흐- 나이 먹어서 좋은건 이거 하나 구먼, 하고서 뿌듯한 미소를 지은게 나의 두번째 실수.
(후에 혁이가 내게 고백하기를, 그 날 웃는 내 모습에 반했다고 했다. 제길!)
그리고 우산을 쓰고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려는 순간,
물에 젖기싫은 아기고양이마냥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너에게 나도 모르게
우산, 같이 쓰고 갈래요? 라고 바보같이 말을 걸었던 것.
그래, 그게 내 최대의 실수였다.
나의 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자연스레 내 우산을 잡아쥐던 너의 커다란 손과 누나는 집이 어디에요?하고 묻던 앳된 너의 목소리.
우리는 누가 누구의 집까지 데려다줄 것인가에 대한 한참의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지고야 만 나는 내 집앞까지 바래다 준 너에게 반강제로 전화번호까지 뜯기고 난 뒤에야 겨우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화번호가 있어야 우산을 돌려줄수있다나 뭐래나.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시작된것이다.
이 기나긴 이야기의 시작이.
.
.
.
"누나, 나랑 사귀자니까? 내가 진짜 잘해줄게요."
"꼬맹이한테는 관심없다고 몇번을 말해."
"누나 내가 부담되서 그래요? 그러지말고 그냥 편하게생각해요. 나랑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여보자기하는 소꿉놀이."
하, 얘좀봐라? 어린 놈이 못하는 말이 없어.
"...한상혁, 넌 그게 쉬워?"
"그럼 그게 왜 어려워?"
"..."
그리하여 시작된 우리의 기묘한 동행과 동시에 이 끝나지 않는 말싸움.
이 되바라진 녀석같으니라고.
늘 같은 패턴의 연속이다.
기가 찰 정도로 당돌한 너의 고백과 결국엔 할 말을 잃어버리고야 마는 나.
내 매몰차고도 끈질긴 거절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 퇴근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날 기다렸다.
너를 떼어내고자 일부러 야근도 자청해서 해봤지만
그마저도 막차시간이 다 넘어가도록 기다리는 너의 모습에 나는 결국 두손두발 다들고야 말았다.
너, 진짜 나빠.
왜 가만히 잘 지내는 누나 맘을 왜 뒤흔들고 그래...
우린 이러면 안된다니까....
아무리 무섭게 화를 내봐도, 제발 이러지말라고 빌어봐도, 무시를 해봐도 꿈쩍도 않는 널 내가 어떡해야 되니?
.
.
.
누나, 나 오늘은 못 나갈거같아요 오후 6:30
오늘도 야자 째면 반성문 100장이래요...ㅠㅠ 오후 6:30
진짜 미안해요... 누나...(눈물)(눈물) 오후 6:31
오늘은 못온다는 너의 카톡에 괜시리 서운해진다. 귀찮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매일 보는 바깥 풍경이 오늘따라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버스에서 내리자 텅 비어있는 버스정류장에 괜시리 공허함을 느낀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외로움에 너에게 문자를 보내려다 다시금 내 마음을 다잡는다.
김별빛. 이러지마. 이럼 안되는거야...걔는 학생이고! 넌 선생 아, 이건 아니고...
무튼, 안된다니까...안..돼....
아니야...돼....돼...!
결국 전송버튼을 눌러버리고야 말았다.
너 없으니까, 좀 심심한거같기도 하고... 오후 7:28 1
그러니까, 내 말은... 오후 7:29 1
...보고싶다고 바보야. 오후 7:30 1
1이 사라짐과 동시에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진동이 울리고 그에 맞춰 내 심장도 찌르르 떨려오기 시작한다.
"누나! 버스정류장이죠? 잠깐만 기다려요!! 어디 딴데 가면 안돼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너의 들뜬 목소리 하나에 칠흑같이 어두웠던 이 곳이 갑자기 온통 밝아지는 것 같다.
하... 이젠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되라지 뭐.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급하게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내 앞에서 멈춘 발자국 소리.
"헥헥, 누나! 많이 기다렸어요?"
"...뭐야, 너 오늘도 야자째면 반성문100장이라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감추려 괜시리 툴툴대보아도,
"까짓거 반성문 100장 써버리고 말죠."
나한테는 지금 아무것도 소용이 없어.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나를보며 환하게 웃는 너를 보며 어느새 나도 함께 웃고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인정할수밖에없잖아.
매일 저녁 7시반, 햇님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나를 기다리던 너에게 어느새 길들여져버리고말았다는걸.
-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달달한 글을 쪄봤어요.. 우리 독자님들 설레라고...(부끄)
근데 글잡 업데이트됐나요?ㅠㅠ 뭔가 글쓰는게 복잡해졌어... 끙끙
무튼 설레는 글 읽으시고 모두 행복하세요!
+) 독자님들, 워더는 안돼요(단호) 왜냐하면 혁이는 제꺼거든요(뻔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