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이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야. 사장의 권한으로 알바에게 가게를 맏기고 가게앞에 서있으니 재환이의 차처럼 보이는 차가 클락션을 울리며 다가와. 옅게 선팅된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고 있는 재환이가 보이고 너도 따라 손을 흔들어주며 앞에 선 차의 조수석에 앉아. 어제의 몰골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차려입은 재환이가 너를 빤히 쳐다봐. "누나 치마가 좀 짧지 않아요?" "아니야,이거 안짧은데?" "흠..그래요? 뭐. 그냥 가요. 늦겠다." 사실 치마가 좀 짧긴 해. 그게 거슬렸던건지 말을 꺼내보다가 단호하게 아니라니까 그냥 넘어가는 재환이야. 그렇게 가까운 영화관으로 가 오늘도 텅 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차에서 내려 네쪽 문까지 열어주는 재환이야. 내리시죠-. 장난스러운 말투로 손을 내밀며 말하는 재환이에 살짝 웃으며 내민 재환이의 손을 잡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는 너와 재환이야. 영화관 안에 들어서니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어. 보고싶었던 로맨스영화를 예매하고 영화는 재환이가 샀으니 팝콘과 음료수는 네가 사들고 상영관쪽으로 걸어가. 걸어가는 길에 계단이 있어 짧은 치마를 입은 네가 멈칫 하니까 재환이도 따라 멈춰. 네가 재환이를 보며 어색하게 웃으니까 재환이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으이그,하다가 입고있던 남방을 벗어 네 허리에 둘러줘. "누나 진짜 예쁜데,이렇게 짧은 치마는 입지 마요. 안입어도 예쁘니까." "느끼하다 재환아." "분위기좀 잡읍시다 분위기좀. 우리 지금 로맨스영화 보러 가는거거든요?" "영화를 보러 가는거지 찍으러 가는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장난치면서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는데 상영관 안에는 아무도 없어. 불이 꺼지고도 아무도 들어오질 않길래 조금 신기한 너야. 영화를 자주 보러 오지 않는것도 있지만 이렇게 넓은 관 안에 둘만 있는것도 처음이였거든. 재환이도 상영관에 둘만 있다는걸 알았는지 너에게 말을 걸어. "꼭 영화관 전세낸것같다. 그쵸?" "그러네. 우리밖에 없으니까 좀 무섭기도 하고." "그러게요." 영화는 잔잔하게 시작해서 잔잔하게 끝났어. 그 흔한 애정씬 하나도 없이 아련하게 끝나버러서 달달한걸 기대했던 너는 조금 실망해. "좀 아쉽다. 달달한건줄 알았는데." "달달한건 나로도 충분하지 않나?" "넌 좀 느끼해 재환아." "그런게 어디있어요!" 그렇게 또 티격태격 하면서 영화관을 나오는데 누가 재환이 팔을 턱 잡아. "야 이재환." "어,야 너. 완전 오랜만이다?" "그니까. 옆에계신분은 누구?" "누나? 내 애인." "아 그 유명하신 그 언니?" 재환이는 한참을 그 여자와 이야기하더니 너에게 그여자를 소개시켜줘. "내 대학 동기에요. 완전 남자스러워서 4년내내 엄청 붙어다니면서 맞기도 엄청 맞았죠?" "뭐래. 언니 오해하시겠네. 안녕하세요. 저 이재환 친구 세영이에요. 듣던대로 진짜 예쁘시네요." "아니에요.세영씨가 훨씬 더 예쁘신데." "야 이재환.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 밥좀 사주지? 내가임마 너 이언니랑 이어줄라고 별의 별짓을 다했는데 사귄다고 말도 안해주고 이노무쓰끼. 우정이 식었구만." "시끄러워. 조용히좀 해봐 좀." 세영이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고는 조용히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재환이야. 너에게 같이 밥먹어도 괜찮겠냐며 물어오는 재환이에 왜 안되겠냐며 흔쾌히 수락하는 너야. 결국 셋이서 가까운 전골집으로 들어가. "언니 완전 쪼끄맣다. 키가 얼마나 되요?" "작은키는 아닐텐데. 너가 큰거 아닐까? 난 160정도 될거야." "애기네 애기. 얼굴도 완전 어려보여요. 나보다 어려보인다." "니가 삭아보이는거라곤 생각 안해봤냐?" "닥쳐 재환아." 세영이에게 입술을 꼬집힌 재환이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뜨고 둘만 남았어. 세영이는 전골을 뒤적거리다가 입을 열어. "언니는 진짜 복받은거에요." "어? 왜?" "이재환을 꾀찼으니까? 저거 저렇게보여도 인기 꽤 많았거든요. 고백도 엄청 받았죠." "..그랬어?" "네. 1학년땐 꾸준히 애인 만들더니 한달을 채 가질 못하더라고요. 저도 오래가진 못했고." "재환이랑 사귀었었어?" "그런 셈이죠. 근데 사귄다는 말이 너무 무색할정도로 너무 동성친구같아서. 그냥 우리 불알친구로 지내자! 하고 내가 찼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차인걸껄요?" "풉,한번도 안차여봤다더니." "그거 다 순 개 뻥이에요. 믿지마요 믿지마." "뭐야.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해?" "니 흑역사?" "나 흑역사같은거 없는데?" "닥치고 전골이나 쳐먹어 마이콜같은 새끼야. 너는 미용실 원장님한테 백팔배해야돼." "뭐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같이 생긴게." "아가리 묵념." "아 예." 둘이 진짜 친하긴 한건지 서스럼없이 내뱉는 말에 괜히 웃음이 새어나오는 너야. "야 이재환. 나 소주 시켜도 되냐?" "저기요. 지금 해가 중천이거든. 나 택운이형한테 깨지는거 보고싶냐?" "이모 여기 소주 한병이요!" 재환이의 의견으른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듯이 결국 소주 한병을 시켜서 혼자 마시는 세영이야. 둘이 뭘 그렇게 싸울게 많은지. 열불을 내며 대화아닌 대화를 이어가는게 좀 웃기려던 찰나에 세영이가 너를 탁 잡아. 눈을 보니까 좀 풀려있는게 취한것 같기도 해. "이재환이 저래도,저거 좀 괜찮은 놈이에요. 솔직히 1학년때까진 좀 풍기문란하고 쓰레기였지만." "뭐래. 너 취했냐?" "안취했거든?닥치고 전골쳐먹어 새끼야." "아 예예." "이재환 저놈이 언제한번 술쳐먹고 나한테 전화를 하더니 펑펑 울어요. 이놈이 드디어 돌았나 싶었는데 이번엔 뭔가 좀 다른거같더러고. 그래서 어디냐고 물어봐서 찾아갔죠." "야 너 취했는데?" "콱 마 씨. 짜져라. 무튼. 쳐울고있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또 대답을 안해요. 답답해 죽을거같아서 당장 입 털라고 닥달하니까 그제서야 입을 여는데. 난 이놈이 진짜 미친줄 알았다니까. 지가 지입으로 자기 유부녀 좋아한대요. 그자리에서 소리 바락바락 질렀죠. 미칠거면 곱게 미치라고. 근데 들어보니까 이게. 미친건 이재환만은 아니더라고. 나도 미친년이였지. 처음이였어요 그새끼 그렇게 불쌍해보였던거." "..." "그렇게 울면서 말하는 그새끼 겨우겨우 달래서 자취방으로 보내놓고. 혼자 깡소주 마시면서 생각좀 했죠. 짠한새끼 하나 구원하는 셈 치고 봉사활동 한번 해보자고. 그래서 군대갔을때 빼고 남은 3년 내내 저새끼한테 다가오는 여자란 여자는 내손에서 다 쳐냈어요. 말이 좀 웃길수도 있는데, 내선에서 못쳐낸 미친년들은 이재환이 사정없이 걷어내더라고. 자기 좋아하는사람 있다고. 뭐 그렇게 솔로인채로 군대갔다가 졸업도 하고 취업도 하고. 슬슬 잊어가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였나봐요. 언제 한번은 또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전화를 해요. 자기도 희망이 생겼다나. 근데 좋아해도 되는건질 모르겠대. 언니가 이혼했대요. 그래서 난 당장 언니한테 찾아가라고 했어요. 근데 이 호구새끼가. 다가가질 못하겠대. 너무 미안하다나 뭐라나. 그러고나서 내가 인턴일 한다고 너무 바빠서 연락이 끊겼어요. 근데 오늘 이렇게 만났네. 저 개새,언니밖에 모르는 저 똥강아지. 26년만에 번짓수 제대로 짚은거에요. 잘해줘요,진짜." 그뒤로 몇마디 우물거리더니 제 팔을 베고 테이블 위로 뻗어버리는 세영이야. 아..씨. 이거 또 이러네. 곤란한듯 머리를 긁적이던 재환이가 핸드폰을 꺼내들곤 밖으로 나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 사이에 담배를 피운건지 옆에 앉자마자 옅은 담배냄새가 나. "재환아. 우리 담배 끊자." "나 힘든데." "사람이 일단 건강하고 봐야지. 응? 걱정되서 그러는거야. 진짜 담배만큼 안좋은게 없는데." 힘들다는 재환이의 말에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중얼대는 너를 보다 피식 웃어버리는 재환이야.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띄운 채 네 머리에 손을 얹고 네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26년을 찾아온 사람인데. 무슨 부탁인들 못들어주겠어요. 알았어요. 오늘부터 담배 끊을게."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주섬주섬 꺼낸 재환이가 망설임없이 테이블에 던지듯 놓더니 손을 탈탈 털고 어깨를 으쓱 해. "담배 생각날때마다 전화하죠 뭐." "이재환." 미성의 목소리가 재환이의 이름을 부르고 재환이는 그상태로 딱 굳어. ".. 너 내가 이세영 술마시면 말리라고 했지." "아,형. 얘가 내말 듣는거 봤어요?" "시끄러. 한번만 애 이상태로 만들면 너 진짜 죽어. ..누구야?" "내 애인이에요. 형보다 나이 많을걸요?" 안녕하세요. 남자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는 곧바로 세영이를 업어들어.키가 꽤 커보이던 세영이를 가뿐히 업고는 나 간다는 말한마디 없이 뒤돌아 나가. "택운이형이에요. 나 고등학교 선배. 이세영 애인 쯤 되는 사람." 출발하는 택운씨의 차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재환이가 자리에서 벌떡 알어나 너에게 손을 내밀어. "우리도 가요. 나 오랜만에 치킨에 맥주먹고싶다."
우와 간신히 지각을 면했네요 ㅜㅜ 세영이는 재환이랑 완전 친한 친구이고,택운이는 세영이 애인이자 재환이가 무서워하는 형님이에요. 아마 다시 등장은 없을겁니다 허허 이야기가 여전히 급전개에요. 큰일났어 나 ㅋㅋㅋㅋ 더큰일났어... 곧 불마크가 하나 있을거같단말이야..ㅜㅜㅜ 늘 고마운 암호닉분들 복숭아님,사채업자님,포카리님,닭벼슬님,선크림님,꽃등님,하마님,손가락님,설탕님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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