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B. 헝거게임]
『김한빈네꽃밭』
어느덧 본막으로써는 6장, 그리고 총 합쳐서는 11번째 글인 '헝거게임'입니다.
+ 윤형아, 찬우야. 데뷔축하해!
++ 동혁아 우리 믹스앤매치에서 보자! 너도 미리 데뷔축하해 :)
* 암호닉
오리
지원아
밍코
반찬
뚜비두밥 오뚜기밥
찌푸
주네야
지나니?
쿠쿠
갓빈워더
우현동자
밥이마시쪙
밷배치
뿌리부터 햫기가 동동나네
bobb_y
매력넘치는
뿌요
소심이
딸기
나란녀자
기맘빈과김밥
맘비니
보리차
김밥천국
내꺼인듯내꺼아닌내꺼같은한빈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수호와 승윤이 동시에 좌우에서 입장하자, 캐피톨 방청객들의 환호 소리와 박수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수호는 인상을 찡그림과 동시에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소탈하게 웃었고, 승윤은 예의미소를 지으며 MC석으로 걸어왔다.
조금만 자제해달라는 제스쳐로 둘은 손을 휘휘 휘저었고, 그러자 방청객들은 조금씩 소음을 줄여갔다.
그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 승윤을 보던 수호는 방청객들을 스윽 훑어보았다.
MC 수호, 승윤입니다. 여러분과 항상 함께하는! 그 말이 끝나자 다시 환호가 터져나왔다.
오늘은 무슨 날이죠?
다 알고있으면서 일부러 물어보는 수호의 능글거림에 승윤은 웃음을 작게 터뜨렸다.
오늘은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던, 헝거게임의 후보자들과 함께하는 날입니다.
방청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수호는 맞장구를 치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보지않았을, 후보자들이기 때문에 모든 방송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1구역 부터 12 구역까지! 낱낱이는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특별히 초대했습니다.
승윤과 수호는 프로 MC였기 때문에 대본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농담도 몇 번 던지며 방청객들과 잠시동안 소통을 했고, 한창 유행인 유행어를 던져가며 방청객들을 배꼽잡게 만들기도했다.
수호에 비해 이성적이기도 했고 워낙 정리를 잘하는 승윤은 재빨리 메인 카메라를 향해 눈을 돌렸다.
여러분, 재밌으시죠?
방청객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높혀 대답했다. 수호는 암요, 우리 방송인데! 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쯤에서 확인해볼까요?"
"뭘 말이죠?"
"에이, 다 아시면서. 후보자들 카메라를 한번 보자구요!"
승윤과 수호는 짠, 이라고 작게 재치를 뱉으며 구석에 마련된 커다란 화면을 가르켰다.
딱 봐도 입이 헉 하고 벌어질 만큼 큰 크기의 TV가 당당히 나타나있었고, 수호는 다시 방청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기서 후보자들의 얼굴을 조금 익혀가도록 하죠.
후보자들 방에 마련된 카메라에, 후보자들이 간단히 인사를 보내는데요. 여러분이 얼굴을 조금더 익혔으면 하는 마음에 마련했습니다.
승윤의 말에 PD는 TV를 켰고 파란 화면이 잠시 뜨더니 곧 지지직거리며 신호가 잡혀갔다.
총 12분할로 나눠져 있는 화면 안은 각각 2명씩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지를 그대로 비춰주고 있었다.
1구역부터 알아볼까요? 수호의 권유에 방청객들은 네! 라고 곧바로 대답했다.
화면을 클릭하자 1구역 분할 컷이 확대가 되면서 화면을 채웠다. 오세훈, 배주현이라고 나타나는 자막.
오세훈의 얼굴과 배주현의 얼굴이 뜨자 방청객들은 남다른 소리를 질러대며 지지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같은 소파에 앉아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색했지만 뭔가 의지에 차있는 눈빛이였다.
[아,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1구역입니다.]
배주현의 웃음과 함께 오세훈도 덩달아 웃었다.
그러자 꺅!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를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저는 배주현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오세훈입니다. 1구역이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둘은 화이팅! 이라며 두 손을 주먹을 쥐었고,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승윤과 수호는 흐뭇하게 쳐다보며 박수를 쳤고 방청객들 또한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화면 속 1구역의 전체컷이 끝나자 긴 텀에 수호가 말을 이었다.
화면으로만 보기는 아쉬우니까, 우리 직접만나볼까요?
그의 말이 끝나자 우렁찬 음악과 더불어 오세훈이 먼저 성큼성큼 걸어오며 등장했다.
"와, 안녕하세요. 세훈군!"
수호의 웃음과 승윤의 환영에 세훈은 눈웃음을 지으며 그들의 배려속에 그들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방청객들은 박수를 보내며 세훈의 이름을 불러댔다. 세훈은 머쓱한 웃음으로 고개를 까닥거렸다.
약 3분간 세훈과 두 MC들은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대화를 했다.
대화는 모두 부질없는 것들이였다. 개그위주기도 했고, 주제를 벗어난 질문도 몇가지 있었기에 그리 불편한 자리는 아닌듯 싶었다.
어느덧 마지막으로 두 가지 질문을 묻겠다는 두 MC의 말에 세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세훈군."
"네."
"세훈군은 여기서 트레이닝을 했죠."
"그렇죠."
뭐가 그리 대수롭냐는 얼굴이였다.
"여기서 혹시,"
수호의 특유의 표정이 나왔다.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웃는 얼굴이 다시 나오자 세훈은 자신도모르게 긴장으로 물들이는 듯했다.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나요?"
세훈은 수호의 질문에 당황한 얼굴이 되버렸다.
그러나 수호의 얼굴과 승윤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있었다. 방금한 질문이 마치 '뭐가 제일 좋으세요?'라고 물었던 것처럼.
세훈은 잠시 말문이 막혀서 가만히 바닥을 쳐다보았다.
방송사고 내면 안됀다며 당부했던 멘토의 말이 떠올라 그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수호의 눈을 응시했다.
하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떨고있었다.
"죽이고 싶은 사람이요?"
"네, 죽이고 싶은 사람."
세훈은 잠시 입술을 깨물다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당연히 있었죠."
입꼬리를 틀어 올린 세훈의 미소에 수호는 걸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데요? 누구길래, 세훈군의 심기를 건들였죠?
승윤이 질문을 던지자 세훈은 어색한 웃음을 짓다가 지워냈다.
"..."
"...누구죠!"
"..."
"..."
"...12구역에..."
세훈의 입술이 다시 천천히 열렸다.
"김지원...이라고, 그 친구."
그러자 방청객들은 오오- 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수호와 승윤은 꿍꿍이가 있는 얼굴이 되어 바싹 몰아붙였다.
대체 무슨 점에서 마음이 안들었던 거죠? 세훈군의 심기가 그렇게 나빴나요?
김지원 군이라면, 그 전설의 12구역의 화려함 아닌가요?
네? 세훈군. 말 좀해봐요. 김지원 군과 무슨사이길래 그렇게 이름까지 기억하는거죠?
세훈군!
수호의 질문에 세훈은 독안에 든 쥐 같다고 느끼며 머리를 짚었다.
아, 아니요. 그냥. 저랑...
"...그냥 뭔가 비슷해서요."
"..."
세훈의 대답에 승윤의 표정은 마음에 들지않는 다는 것이 그대로 나타났다.
생방송인데, 자를수도없고. 수호 또한 잠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프로다운 정신으로 표정을 다시 밝게 올렸다.
네! 그럼 여기까지 세훈군의 말이였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세훈군.
헝거게임에서 아까 그 패기처럼 이기기를 응원할께요.
승윤과 수호는 감정없는 응원을 보내며 세훈의 등을 보이지않는 손으로 떠밀었다.
방청객들은 세훈의 뒤를 이어 나온 배주현에게 열광을 보냈다.
배주현 또한 오세훈이 겪었던 루트 그대로 밟으며 두 MC들에게 보이지않는 손으로 떠밀려졌고, 방청객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열심히 박수를 쳐댔다.
매끄러운 진행을 뽐내며 수호와 승윤은 다시 화면을 가르켰고 제 2구역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었다.
네, 제 2구역! 김기범군과 손승완양을 소개합니다.
하나 둘 씩 나오는 모든 구역의 남녀들에 방청객들은 탄성과 박수, 그리고 환호를 끊임없이 보냈다.
승윤과 수호는 자극적인 질문을 가장 맨 끝에 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들 제각각인 반응에 두 사람은 나름 즐기는 듯했다.
4구역의 육성재 군에게 묻겠습니다.
손승완 양을 그렇게 싫어한다던데, 정말입니까?
성재는 승윤의 질문에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박장대소를 가장한, 웃음.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났나요? 그게 정말이라고 믿는겁니까?
성재의 역질문에 승윤은 당황했고 수호가 피드백을 쳐주며 다시 진행을 선두했다.
네, 손승완 양의 어머니와 손승완 양의 과거 행적에서 4구역이였다던데요.
수호의 도박적인 질문에 성재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며 독기있게 메인카메라를 노려보았다.
손승완.
성재는 지겹다는 얼굴로 주먹을 꽉 쥐어보였다.
너가 감히 우리구역을 비하하냐?
너가 떼고싶은 꼬리표인 4구역 애들이 나오니까 어때?
기분 이상하지? 난 말야, 빨리 게임이 시작되서 널 죽이고싶어.
니 목숨은 나랑 이혜리가 맡았으니까 자살하거나 그런 비겁한 방식으로 하면 니 형체 못알아보게 만들어버릴 줄알아.
성재의 잔인한 발언에 방청객들은 야유와 환호를 보냈고, 승윤과 수호는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박수를 쳤다.
5구역의 김종인 군에게 묻겠습니다.
김종인 군은 헝거게임에 참가하시기 전에,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습니까?
수호의 질문에 종인은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글쎄요, 죽였을...까요?
애매모호한 대답에 승윤이 툭, 부추겼지만 종인은 요지부동이였다.
6구역의 박초롱 양에게 묻겠습니다.
초아 양과 사이가 안좋다던데, 정말입니까?
승윤의 질문에 초롱은 망설임없이 얼굴을 찡그리며 벌떡 일어났다.
그 년은 최대의 제 인생 오점이라구요!
그 년이랑 같이 게임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역겨워요.
누가 먼저 죽여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짜증난단 말이예요!
초롱의 격한 반응에 수호와 승윤은 겉치레로 말리는 '척'을 했다.
어이구, 초롱 양. 조금만 자제해주세요! 여기는 생방송입니다.
그러나 박초롱은 아랑곳하지 않고 욕을 퍼붓기 시작하자 방청객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를 보냈다.
야, 이 - 년아. 보고있냐? 너 나보다 뒤에나오더라? 이거 보고있겠지, - 년아.
너 - 나 재수없어. - 발. 야리지 좀 말라고. 진짜 - 되는 수가 있어.
초롱은 씩씩거리며 화를 주체하지 못했지만, 승윤과 수호는 그녀를 애써 달래며 다음 구역을 소개하느라 어영부영 넘겨댔다.
아, 네네. 박초롱 양, 조금만 자제해주세요. 여기서 화내시면 곤란합니다, 거 참.
승윤과 수호의 찰떡같은 궁합으로 초롱은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퇴장을 했다. 둘은 기분나쁜 웃음을 낄낄 지으며 화면을 클릭했다.
8구역의 남태현 군에게 묻겠습니다.
남태현 군은...
여자친구가 대체 몇명이죠? 오늘 저희 방송에 폭주전화가 마구 쏟아지던데요.
승윤의 질문에 태현은 대수롭지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전 여자친구, 없어요.
그러자 캐피톨 방청객 쪽에서 거짓말! 이라는 높은 목소리가 빽하고 나왔지만, 태현은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메인카메라를 쳐다보는
대단한 행동을 일삼기도 했다.
전 사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괜히 사람 넘겨짚지마세요.
태현의 또박또박한 말에 승윤은 뭔가 말린 기분이 들어 얼굴을 굳혔다.
승윤의 표정을 본 수호는 재빨리 다른 질문을 던져 분위기를 완화시켰고, 승윤 쪽으로 카메라가 돌아가지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10구역의 경리 양에게 묻겠습니다.
경리 양은 성규 군과 무슨 사이죠?
방송 전부터 둘은 섹스 파트너라는 얘기가 떠돌던데요.
수호의 직격탄에 경리는 그럴줄 알았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성규 군과 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섹스 파트너라니요, 가당치도 않은 소리.
경리의 명쾌한 대답에 승윤은 소탈하게 웃으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번 헝거게임 쪽에서 마음에 드신 남성분이 있으신가요?
경리는 섹시한 눈매를 깜빡이며 메인 카메라를 한번 보고는 다리를 꼬며 매혹적인 웃음을 자아냈다.
마음에 드신 남성분이요? 경리의 목소리에 방청객들은 섹시하다며 환호를 질렀다.
경리는 깊은 눈매를 자랑했다.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더니, 손을 짝 치면서 아! 그분!이라고 높게 소리쳤다.
"12구역에, 그 멘토 분있잖아요."
"멘...토요?"
"네, 멘토. 전 그분 요즘 마음에 들던데."
이름이, 김진환이라고 하던가요.
경리는 살풋 웃으며 꺄르륵 웃었다. 이에 두 MC들은 당황한 채 엉뚱한 표정을 자아냈고, 방청객들은 웃음으로 띄워주며 경리의 분위기를 맞췄다.
그 분 처음봤는데 너무너무 귀여우셨어요. 그 구역 애들 혼내는데 꽤나 섹시하던걸요? 아참, 지금 방송보고 계시려나?
경리는 기웃기웃 카메라를 돌아보더니 수호의 손길에 메인카메라를 찾고 머리를 쓸어넘겼다.
영상편지 한 번 보내시죠.
승윤의 권유에 경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은 미소를 띄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10구역의 경리라고해요.
제가 이번 헝거게임에서 우승자가 되면 저랑, 여행한번 가실래요?
연락은 기다릴께요. 이번 헝거게임, 자신있으니까.
경리는 손가락으로 전화를 만들어내서 연락하라는 포즈를 취했다.
승윤과 수호는 껄껄 웃으며 박수를 유도했다.
경리씨, 감사합니다. 당신의 포복절도 적인 프로포즈에 제가 다 감탄하고가네요.
"네...다음은."
"네, 우리가 내기를 걸었던 11구역이네요."
승윤은 갈증을 느꼈는지 주변에 놓아두었던 물병을 꺼내 한 모금마셨다.
수호는 무언의 기대를 하고있는 듯, 결의에 찬 눈빛으로 메인카메라를 응시했다.
네, 다음은 11구역 대표자!
승윤씨가 이길거라고 걸었던 11구역의 차례입니다.
그리고... 저는 금방죽는다고 걸었죠.
"김한빈 군!"
수호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방청객들의 환호가 뒤덮였다.
김 한빈은 팔자걸음으로 터벅터벅 뛰어오며 누구도 보여주지못한 '진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승윤과 수호는 잠시 웃음을 걸치고 환영한다며 자리로 안내했다.
한빈은 그들의 행동에도 눈을 끔뻑이며 방청객들을 주욱 훑어보다가, 꾸벅 90도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11구역의 김한빈입니다."
그의 예의바른 소개에 모두들 멋있다며 소리를 빽 질렀다.
승윤과 수호는 한빈의 예고없는 인사에 당황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한빈에게 어서 앉으라며 권유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한빈 군.
이렇게 얼굴로보는건 처음이죠?
수호의 능글거림에 승윤은 맞장구를 치며 자신도 처음이 아니냐며 물음을 던졌다.
저 아세요? 저 강승윤인데, 아시는지.
"아, 네. 알아요."
한빈의 대답에 승윤은 본격적인 질문타임이라며 손을 짝짝 쳤다.
의외네요. 모르는 분일 줄알았는데. 수호의 말에 한빈은 호탕하게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11구역이여도 알 건 다 압니다, 저도 그렇고. 수정이도 그래요.
명쾌한 대답에 방청객들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를 다시한번 보내왔다.
의도치않은 공격에 당황한 두 MC는 목을 가다듬으며 표정을 애써 풀었다.
"그, 그렇군요."
"저희를 아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럼, 김 한빈 군과 본격적인 토크를 시작해보도록 하죠.
김한빈 군은 올해로 18살이네요.
이번 뽑힌 대표자들의 평균연령이 17.1세라고 하더군요.
어린 나이가 아닌만큼 모두들 혈기왕성한 나이인데요.
김한빈 군은 이 나이에 뭘 가장 하고싶었나요?
승윤의 질문에 한빈은 미소를 띄우며 곧바로 대답했다.
저는, 작사 작곡을 가장 먼저하고싶었어요.
어릴 때 꿈이 그 쪽이였는데, 이렇게 오게됐네요.
그럼 이기면 되죠. 이겨서 당당하게 11구역으로 돌아가서, 하고싶은걸 하면 되잖아요!
수호의 대답에 한빈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떠름하게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세요.
승윤은 작사 작곡에 관해 자신도 좀 할 줄 안다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한빈과 의외로 맞는 구석이 있을 줄 몰랐다고 덧붙이는 승윤의 말에 수호 또한 덩달아 신나서 마구 입을 놀렸다.
저는 기타로 곡 만들어내요. 도무지 다른 거 가지고는 못하겠던데.
저는 기타 비롯해서 뭐, 비트 만들거나 피아노로 곡 삽입해서 만들곤 하는데.
완전 다른 장르군요. 정말 대단하네요, 18살이란 어린 나이에.
수호의 진심어린 감탄에 한빈은 또 한번 웃었다.
그냥 어릴때 취미예요.
그의 대답에 승윤과 수호는 너무 착하다며 껄껄 웃어댔다.
이태껏 나온 사람들은 다 독기를 풀풀 뿜어내서 일부러 독한 질문 뱉어낸건데, 한빈 군은 그런게 안보이네요.
꼭 이겨야 된다는 이유가 가장 흥미로웠어요. 특히나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 대단하던데요.
매번 헝거게임 진행하면서 대표자들끼리 싸우는 일은 다반사인데, 한빈 군 같은 케이스는 오랜만이네요.
수호의 진심어린 말에 한빈은 그렇냐며 되물었다.
혹시, 꼭 이겨야 된다는 이유같은 건 없나요?
승윤의 질문에 한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
"설마, 없는 ㄱ,"
"아니예요, 있어요."
수호가 단정지으려는 말을 뱉으려는 순간 한빈은 급하게 치고들어와 말을 잘라냈다.
수호는 자신의 말이 씹혔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깜빡이며 한빈의 기습적인 대답에 관심을 보였다.
한빈은 착잡한 표정으로 두 MC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메인 카메라는 저 쪽에 있어요. 뜬금없는 승윤의 말에 한빈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영상편지 쓰라구요? 한빈의 말에 승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요.
누구한테 일지는 모르겠으나, 순수한 한빈 군에게 동기부여나 꼭 이겨야 되는 이유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데요.
수호의 덧붙이는 설명에 한빈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었다.
뭐 꼭, 이겨야 되는 이유... 맞는지 모르겠는데.
계속해서 말을 질질 끄는 한빈의 행동에 방청객들도 슬슬 시동이 걸린 듯했다.
하나 둘씩 웅성거리며 누구인지 추론을 해댔고, PD는 그들의 행동을 계속해서 지켜보며 치고들어갈 준비를 재고있었다.
MC들은 한빈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고 방청객들에게 소리쳤다.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세요?
한빈 군이 꼭 이겨야하는 이유!
"전 진짜 궁금한데."
"저도요, 한빈 군."
"네?"
"말 좀 해주세요. 왜 그렇죠?"
안면붕괴 웃음을 지으며 승윤이 흘리는 듯이 묻자, 한빈은 아...하고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설마 뻥이라고 하는건 아니겠죠. 식상하게 가족이라던지, 뭐라던지.
한빈 군은 순수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요.
"제가,"
이런 말하긴 좀 뭐한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한빈의 폭탄적인 발언에 두 MC들은 호들갑으로 변해버렸다.
네? 말도안돼요! 한빈 군, 이게 무슨일이죠?
정말 반칙이예요! 반칙이라는 말과 달리 수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건수를 잡은 것에 뿌듯해했다.
방청객들 또한 놀란 듯이 웅성거림이 커졌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니! 얼마만의 로맨스인가.
기자들은 벌써부터 기사제목을 생각해내고 있었고,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이 고조되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밝혀도되요?
승윤의 말에 한빈은 곤란한 웃음으로 지으며 자신도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하, 몰라요."
"하지만 한빈 군, 정말 급작스럽네요."
자세한 이유 좀더 들어보도록 하죠!
수호의 말에 한빈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메인 카메라 쪽을 쳐다봤다.
메인 카메라는 대기자 실과 연결 되있기 때문에 1구역부터 12구역까지 모든 대표자들이 볼 수 있었다.
한편 12구역 대기실속의 김지원과 그옆에있던 '나'는 전혀 몰랐다는 얼굴이였다.
와, 저새끼 대단한데?
진심어린 감탄에 김지원과 '나'는 허를 내두르며 의상을 만지작거렸다.
김한빈 좋아하는 애 있었냐.
김지원은 넌지시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는 애가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는데...
약간의 서운함이 몰려와서 나도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옆에있던 김진환은 담배를 물고 여전히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앨리스 리는 김동혁의 의상에 대해 자신의 지인과 통화를 하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분명히 시끄러운데, 고요했다.
김지원은 내 손을 꽉 잡았다.
괜시리 힘이 풀렸다. 그래서 김지원이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가만히 있자 그는 약간 힘을 풀며 안정적이게 손을 다시 고쳐잡았다.
나보다 훨씬 큰 그의 손이 내 손과 맞닿자 가슴속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한빈 군!"
"네."
"말해주세요, 누구입니까?"
"자세히 말해주세요."
두 MC들은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동시에 물었다.
한빈은 별거 아니라며 소심한 반응을 보였지만 곧 입을 열었다.
"...으아."
앙탈을 잠시 비췄지만 여전히 꿋꿋한 두 MC들의 자세에 한빈은 웃음을 작게 터뜨렸다.
그게, 누구냐면요.
수호 씨랑 승윤 씨도 아실꺼예요.
입장식날 가장 화려했던 구역의, 여자라면 아시려나.
"아, 아!"
"그 여자분!"
방청객들은 우와, 하며 탄성을 질러냈다.
세 사람 뒤로 그 여자의 사진이 커다랗게 떴기 때문이였다.
아름답네요. 사진으로 담아내기가 부끄러울만큼. 수호가 평을 하자 승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격적으로 반한계기는요?
이번 헝거게임 준비할 때 자주마주쳤어요. 서로 트레이닝 봐주고, 그랬죠.
어느순간부터 안보이면 막 허전하더라구요. 근데 보면 또 안허전해.
자꾸보면 웃음이 나오고 그랬어요. 괴롭히고싶고, 챙겨주고싶고.
한빈의 달콤한 말에 여자 방청객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와, 한빈 군.
메인 카메라 저기있으니까 그 분께 한마디 해주시고 가시죠!
MC들은 적극적이게 행동하며 한빈을 잡아 끌었다.
한빈은 도르륵 눈을 굴리더니 이내 결심한 듯 푸스스 웃었다.
"어, 음... 안녕."
있잖아, 나 김한빈인데.
너 몰랐지.
멍청아, 이제 좀 알겠냐.
그때 챙겨준 약이 그냥 약이 아니란것도.
...그니까, 말야.
내가하고싶은말은, 어.
"...좋아해."
어느 순간부터, 너한테.
"11구역의 달콤한 고백과 수정 양의 의지. 잘 듣고왔습니다."
수호와 승윤의 진행에 방청객들은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이며 뜨겁게 소리를 질렀다.
다음은 12구역이죠?
제가 가장 애착하는 구역입니다. 드레스란 정말 아름다운 존재라구요.
수호의 극찬에 승윤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드레스로 모든이의 안목을 끌었던 김동혁의 작품을 빛냈던 그들입니다.
시간 상 관계로 두 분 같은 무대에 모실께요. 대신 진행시간은 6분정도 잡아두도록 하겠습니다.
"김지원 군과, 김한빈의 '그녀'! 모시겠습니다."
그녀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갖춰입은 채 먼저 등장했다.
방청객들과 수호는 동시에 환호를 보내며 화이트가 너무 잘어울린다는 극찬을 보냈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너무 잘어울립니다.
김동혁 군의 실력은 정말 날이갈수록 빛나네요.
아름답다. 이 말이 가장 최고의 표현입니다. 아, 아.
"수호 씨!"
"으악, 저도 모르게 그만."
넘어가려는 수호를 붙잡고 타박하는 승윤의 모습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승윤과 수호는 헤 하고 입을 벌리며 환영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어서오세요! 김한빈의 '그녀'로 지목받으신, 아름다움!
김지원 군도 곧이어 등장합니다.
뚜벅뚜벅 거리는 구두소리에 모두들 시선을 집중하자, 지원이 빠른걸음으로 다가와 그녀 옆에 털썩 앉았다.
누구나 시선을 끄는 그의 미소에 여성들은 멋있다며 소리를 질렀고, 수트에 모두들 대단하다며 감탄을 자아냈다.
가까이 다가오는 지원에 그제서야 약간 표정이 풀린 그녀는 지원의 존재에 조금이나마 감사를 생각하며 두 MC를 다시 쳐다봤다.
정말 잘 어울린단 말이예요.
물론 옷이요!
"일단 먼저, 아름다우신 레이디퍼스트에게 질문을 하겠습니다."
보기드문 정중한 모습을 보이는 승윤의 모습에 지원과 그녀는 동시에 당황하며 자세를 고쳤다.
"레이디, 오늘 준비한 게 있나요?"
승윤의 질문에 그녀는 흠칫하고 놀라더니, 어떻게 알았냐며 능글거리게 웃었다.
저희를 실망시키지 않는 12구역의 옷에 저희는 흠뻑 빠져버렸답니다.
오늘은 무엇인가요?
"아, 오늘은..."
말을 흐릿하게 끌며 그녀는 주위를 살폈다.
지원은 주춤거리는 그녀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줬고, 지원 덕분에 그녀는 어렵지않게 일어섰다.
가느다란 몸매가 어김없이 드러나는 드레스에 다시한번 탄성이 나타났다.
12구역은 정말 미적인 가치가 높군요, 대단해요.
수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드레스가 휘날리면서 검게 타들어갔다.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검은색 웨딩드레스가 나타나자 승윤은 거의 기절할 듯이 놀랬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얀 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
그에 수호는 감동을 받은 얼굴이 되어 자신이 이 드레스를 만든 것 마냥 뿌듯해했다.
오늘은 이런 드레스를 입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두 MC들은 화들짝 놀래며 흘린 정신을 주워담았다.
아, 아.
정말... 아름다워요.
빈말이 아닙니다. 정말.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지원과 그녀는 당황하며 손사레를 쳤다.
불후의 작품이라고 떠들어대던 수호 옆에 지원은 다시 그녀를 자신의 옆에 앉혔고, 그녀와 지원 둘다 검은색으로 맞춰입은 한 쌍이 되었다.
검은색 수트와 웨딩드레스.
당장이라도 결혼을 올려도 모자르지 않다며 칭송을 했다.
어색하게 웃는 둘을 보던 승윤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여러개 던지며 다시 나름 따듯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12구역은 어떤가라든지, 지원 군과 레이디는 무슨 무기를 사용하냐든지, 현재 헝거게임에서 위협받았던 적이나.
잠은 잘 자는지 등 허송세월같은 질문만 일쑤여서 둘은 쉽사리 대답하곤 했다.
"그런데, 레이디. 그게 말이죠."
저희가 앞에서 김 한빈 군의 말을 듣고와서 그런데, 레이디는 김 한빈 군을 좋아하나요?
이에 먼저 반응한 것은 그녀가 아닌 김지원이였다.
김지원은 그녀를 삐딱하게 쳐다보며 아무말도 하지않았고, 오히려 그녀가 더 당황해하며 손을 안절부절 못했다.
직설적으로 날린 질문이라 어버버 거리는 그녀에게 더 몰아붙이는 두 사람.
김 한빈 군 눈빛보니까 장난아니던데.
혹시 둘 사이에 무슨 썸이라도 있었나요?
레이디는 아름다우니까 가능한거겠죠.
칭찬이 루머로, 루머가 사실이 되려고 하는 순간에 그녀는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예요. 전, 저는.
김 한빈군과 무슨 일화가 있었는지 말씀해주세요!
김한빈 군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른 구역인데 죽여야할텐데 조금 가슴아프진 않나요?
레이디, 김 한빈 군이 배려를 많이 해주던가요?
언제 사귈건가요?
헝거게임 시작되면 어쩌시려구요?
김 한빈군과 레이디 사이에 접촉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레이디!
레이디에게 김 한빈 군은 뭔가요?
처음만난 사이맞죠?
눈빛에서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던데요!
"...저기요."
급기야 대변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옆에 있던 지원이 입을 열자 두 MC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돌아갔다.
"왜, 꼭 김한빈이죠?"
"네?"
의미심장한 말에 그녀와 승윤의 말이 겹쳐울렸다.
지원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진지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김한빈은, 저랑 얘 사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구요."
옷을 펄럭이던 지원은 파격적인 말을 아무렇지않게 내뱉으며 메인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러자 뒤늦게 에엑!!!!! 하며 반응하는 두 MC들과 그녀의 모습에 지원은 재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금은 내가 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암묵적인 의미.
난리가 난 MC들에 비해 할말을 잃은 표정인 그녀길래 지원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매듭지으려고 했다.
일단, 내가 하는대로 해.
지원의 눈웃음과 끄덕임에 그녀는 한 구석으로 분했지만, 난리가 난 방청객들과 MC들의 반응을 뒤늦게 살펴보니 해명하기도 늦은감이였다.
해명해도 우리는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려.
지원의 속마음에 순간 그녀는 윤형이 생각나서 눈물을 쏟을 뻔했다.
차라리 이기적인 마음으로, 지원이 아닌 윤형이였다면.
"저희, 만난지 좀 됐어요."
"와, 와! 와우, 와..!"
"사실 말안해드려서 죄송해요. 이때 말할려고 했는데."
"정말 대단하군요!!!!!!!"
승윤과 수호는 실신하기 직전으로 소리를 질러대며 몰랐다고 중얼거렸다.
몇 달 되셨나요?
승윤의 질문에 지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입을 열었다.
"오, 한 벌써 2년됐네요."
"와, 벌써 2년이라니."
"두 분은 그럼 같이 돌아가시는 게 소원이시겠네요!"
"오, 물론이죠."
지원은 거만하게 웃으며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여기 오기전부터 만나오던 사이랍니다.
말씀 늦었죠, 죄송해요.
하지만 언젠가 말할려고 했어요. 캐피톨 여러분, 보이세요?
지원의 목소리에 방청객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저와 얘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진득한사이예요.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구도, 넘볼 수 없어요. 저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