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아, 나는 아마 너를 잊지 못할 듯 싶다.
한겨울에도 싸한 여름의 향기를 귓가에 뿌리고 다녔던 소년아
저 넓은 하늘을 이 눈으로 다 볼 수 없기에 온 우주를 너에게 약속하지 못했지만
솨아아 밀려오는 바닷물을, 그리고 별이 유난히 밝아 너가 좋아했던 밤하늘을
무더운 날 기분좋게 발을 식혀주는 계곡물, 물방울 하나하나의 청량감을
새하얀 티셔츠에 적셔서 선물하고 싶구나.
너는 부디 여름을 가져다오. 햇빛과 소나무와 설렘같은 것들을 가져다오.
나는 네 발 밑에서 사그러져 가는 들판의 풀 한포기가 되겠다.
너에게 밟히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잊혀진 존재가 되겠다.
그러나 나 잊혀지더라도, 잊더라도, 단 하나
여름의 주인이 누구인가만은 잊지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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