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청년 아이

마을 어귀에 사는 흰 옷을 입는 여자

옷자락을 잡고 물을 긷는 여자

들판에서 클로버 구경을 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는 여자

동생을 위해 배우기를 포기한 여자

마음에 둔 남자가 있던 여자

행복을 꿈꾸며 한 푼 한 푼 돈을 모아가던 여자

바느질과 물긷기를 재미로 삼았던 여자

총과 가방만을 가지고 끌려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남자의 해진 가방을 들고 돌아온 청년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보는 청년

여자의 흰 옷을 좋아하던 청년

남자에게 받았던 쪽지를 숨기는 청년

길거리 상인의 지갑을 훔치는 청년

분과 장신구를 여자에게 선물하는 청년

여자의 팔목을 붙잡은 청년

손을 뿌리치는 여자를 쫓아가는 청년

가로막힌 길로 달아나는 여자를 쫓아가는 청년

여자의 입술을 뺏으려는 청년

사탕을 깨물며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

골목길에서 뛰쳐나오는 여자를 보는 아이

눈물에 얼룩진 여자의 얼굴을 보는 아이

누나하고 부르는 아이

여자와 눈이 마주친 아이

골목을 걸어가던 아이

누나를 닮은 꽃 한 송이를 들고 가던 아이

쏜살같이 달려오는 파란 트럭을 보는 아이

파란 트럭에 여자의 하얀 옷자락이 휘날리는 걸 보는 아이

여자의 옷이 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는 아이

누나를 닮은 토끼풀 한 송이를 들고 가던 아이

여자의 뒤에 선 청년을 보는 아이

청년의 손에 들려있는 쪽지를 보는 아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거미여인의 키스에 이런 대목이 나오던가요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