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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전체글ll조회 908l 3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무척 재미있는 추억이 있다. 당신에게도 그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적는다.

 내가 지금 들고있는 이 펜의 잉크가 다 떨어지기 전 추억은 끝날 것이다. 당신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다 전달되기를 바라며 펜의 뚜껑을 연다.

 

 

 

 꿈을 파는 가게

 1. 어서오세요, 이 곳에.

 

 

 

 그러니까, 계속 하얗다고 해야 하나. 구름을 걷는 기분이었다. 차갑다면 차갑다고 할 수 있는 온도와 푹신푹신한 감촉이 맨발에서 자꾸 느껴졌다. 왜 내가 맨발인지 몰랐다. 분명 아까까진 그냥 평상복이었는데, 지금은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내가 걸을 때마다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 눈을 밟듯 파였고, 원피스의 끝자락은 하늘거렸다.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내가 지금 어디를 가야하고, 나는 왜 이 곳에 있는 것이고, 나는 어째서 쉼없이 걷고 있는 것인지. 그 문제들의 정답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애초에 호기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구름 위를 걷는 그 기분때문일까. 발에서 느껴지는 그 감촉때문일까. 어디에 정신을 판 것이기에?

 그렇게 있지도 않는 길을 만들어가며 걷고 있을 때, 문득 발자국이 생기는지 궁금해졌다. 뒤를 돌아보자 나는 분명 구름같은 것을 밟았는데도 불구하고 밟은 티도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신기하네. 중얼거리곤 다시 앞을 보자 가게가 나타났다. 벽에 유리가 있어 안쪽에 있는 물건들이 보이는 그런 가게. 외벽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지만 무너질 것 같진 않았다. 잠시 뒤를 본 사이에 나타난 이 가게 안의 벽장에서는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로봇 장난감도 있었고, 미용 가위도 있었고, 문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통이나 볼펜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차피 갈 곳도 없고, 주변에 이 가게를 제외하곤 그저 하늘과 구름같은 것들밖에 없었으니 일단 들어가보기로 했다.

 문을 열자 문에 달려있는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가게는 가게인듯 카운터에 나름대로 포스기가 있었다. 들어가서 아무거나 만지면 실례일까봐 기다렸지만 그래도 안 나오기에 그냥 주인이 올 때까지 진열된 것을 눈으로만 보기로 했다. 진열된 물건중에서는 새 것도 있었고 굉장히 오래된 것도 있었다.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져 찢어진 종이도 있었고, 금이 가버린 유리병도 있었다. 이미 다 써버려 종이가 들어나려는 테이프도 있었고, 너무 많이 사용해서 날이 무뎌진 칼도 있었다.

 

 "어, 왔네."

 

 갑자기 뒤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더니 카운터에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앉아있었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빙긋 웃고 있었다. 아까만 해도 없었는데. 깜짝 놀란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 더듬더듬 말했다. 구름같은 것 위에서 걸은지 너무 많이 되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걸었다는 거지? 나는?

 

 "……절 아세요?"

 

 바보같은 내 질문에 남자아이는 피식 웃었다. 크게 비웃는 것보다 저렇게 웃는 것이 더 기분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알지. 당연히. 기다리고 있었거든. 널."

 "…근데 아까는 왜 안 계셨"

 "아, 너무 늦게 오길래 지루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그래도 많이 안 놀고 바로 왔으니까 봐줘."

 

 ……네. 개미만한 목소리로 대답하곤 얼른 고개를 돌렸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나를 어떻게 알고 기다린다는 건지 감도 안 잡혔다. 더군다나 난 저 사람의 이름도 모르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진열되어있는 물건들을 다시 천천히 훑어봤다. 새 커피잔이었다. 받침대와 손잡이도 제대로 있는. 에스프레소를 담아먹을 듯한 작은 잔이었지만 좋았다. 왠지, 나의 옛날 꿈이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해서. 계속 커피잔을 바라보며 웃고 있자 그런 내가 웃긴 듯 남자 아이는 한 번 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 신기한 것 같아."

 "네? 뭐가요?"

 "아, 혼잣말."

 

 어딜봐서 혼잣말이라는 건지.

 

 "아, 너 아직 내 이름 모르지?"

 "네."

 "내 이름은 하제. 나이는…… 너 알아서 해. 오빠로 생각하든, 동갑으로 생각하든, 동생이라 생각하든. 나는 호칭을 바꿀 마음이 없지만."

 "저는 ______이에요. 그냥 계속 존댓말 할게요. 이게 편해요."

 "그래. 친하게 지내. 이제 우리 같이 일 할 동료인데 말이야."

 "네…네!?"

 

 자신을 하제라고 소개한 이 사내는 붙임성이 뛰어난 것 같았다. 나에게 대뜸 자기소개를 하더니 악수를 청해왔다.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손을 내밀기에 나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자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직원으로 만들어버린다. 같이 일 할 동료라면 이 가게를 말하는 걸까. 누가 오는 곳이 있나 싶다가도 나같은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입을 닫았다.

 

 "뭐야, 아무렇지도 않네? 안 놀라워?"

 "아니, 그냥……. 이미 놀란게 너무 많아서 이 정도 놀라움은 이제 시시하네요."

 "그래? 처음에 임팩트가 너무 셌나. 하하하."

 

 자기 혼자 웃다가 내가 있을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하더니 카운터 뒤에서 조그마한 원탁 의자를 꺼내왔다. 먼지를 탁탁 털더니 카운터 안쪽 자신의 의자 옆에 둔다. 앉으라고 손짓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가서 앉았다.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 보는 곳을 걸었고,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눈 앞에 오래된 가게가 생겼다. 그 가게 안으로 들어왔더니 한 남자─하제─가 나에게 앞으로 같이 일 잘 해보자며 악수를 청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이 가게에는 손님 한 명 찾아오지 않았다. 뭐, 찾아오기가 힘든 건가. 하제가 카운터에 엎어져 있다가 심심한듯 나에게 물어왔다.

 

 "아무것도 안 물어봐?"

 "뭘요?"

 "이 곳은 어딘지, 네가 지금 앉아 있는 이 장소는 뭔지. 나는 누군지. 왜 너를 기다렸는지, 뭐. 이런거."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장 정상적인 반응의 질문들을 나는 안 하고 있었다. 막상 하제가 그렇게 물어오니 어떤 것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하제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이 가게는 어떤 곳이에요? 그것부터 말해주세요. 나머지는 천천히 물어볼게요."

 "어, 전부 다? 그러면 내가 너무 손해보는데."

 "왜요?"

 "요즘 시대에는 정보도 돈이라고 돈. 하지만 너는 배우는 입장이고 나는 가르치는 입장이니까 그냥 다 알려줄래. 어……뭐부터 얘기해야 하나.."

 

 심술궃은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돈을 요구하는 손짓을 하더니 이내 다시 빙긋 웃는 하제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밝게 웃으며 나에게 말해왔다. 그 이후로 하제가 하는 얘기는 정말 신기했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야 이야기 처음부터 줄곧 열려있었던 포스기의 돈 넣는 곳에 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었으니까.

 

 "이 가게는 꿈을 파는 가게. 모든 이들은 꿈을 이 곳에서 사가. 그래서 이 곳엔 세상 모든 꿈들이 있지. 유명한 바리스타를 위한 커피잔이라든가, 엄청난 미용사를 위한 미용 가위, 저명한 과학자를 위한 플라스크, 유명한 가수를 위한 마이크. 이 곳에 진열되어있는 모든 물건들이지. 이 물건들이 어떤 효력을 가진 것은 아니야. 그냥 꿈을 샀다는 하나의 증표일 뿐이지."

 "모든 사람들이 이 곳에서 꿈을 산다면 돈을 많이 벌겠네요 이 곳은?"

 

 하제가 내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 돈을 주고 꿈을 팔지 않아. 왜냐면 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거든. 그래서 우리는 그 꿈을 얻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열정, 그런 것들을 받아. 일종의 물물교환이지. 어떤 사람들은 단 한 번에 꿈을 사가는데에 반해, 어떤 사람들은 이 곳에 몇 번이고 방문한 끝에야 꿈을 사가. 사람들의 끈기는 대단해. 이 꿈을 위해 몇 번이고 이 곳을 오니까 말이야. 뭐, 여러 번 와도 그들은 나를 기억 못 하지만 말이야."

 "왜요?"

 "나도 몰라. 하지만 하나 유추한다면, 이 곳은 그들의 꿈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싶어. 뭐, 나는 그들을 모두 기억하지만 말이야."

 "……그럼, 저도 지금 제 꿈안에 있는 걸까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들이 나를 기억 못 하는 이유를 나는 모르잖아? 난 네가 지금 네 꿈 안에 있는건지도 몰라. 나도 은근 모르는게 많으니까 복잡한 건 묻지말아줘. 생각하려니까 내 머리도 복잡해지는 것 같아."

 "만약 이게 제 꿈속이라면, 제가 깨면 당신과 이 가게랑은 안녕인 건가요?"

 "그건 두고봐야지. 네가 깨버린다해도 지금이 네 꿈 속인 이상 너는 이 곳의 직원이야. 나랑 같이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러니까……."

 그 때, 내가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소리가 나더니 문이 활짝 열렸다. 내가 직원으로 일하고 나서 얼마 되진 않았지만 첫 번째 손님인 것이다. 갓 가게에 들어온 손님은 많아봐야 일곱살 정도밖에 안 보이는 단발 머리의 꼬마 숙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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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진짜좋아.....다음것도 계속 올려줘 진짜 너무좋다♡
9년 전
독자3
좋다ㅠㅠㅠ이거 브금뭐야??ㅠㅠㅠ
9년 전
글쓴이
October - time to love 아마도?
9년 전
독자4
우와...완전 좋아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인 것 같네요 처음부터 쭉 읽었는데 딴 생각 전혀 안 들 정도로 몰입력도 장난아니고 무엇보다도 작가님 필력 굳!!!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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