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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주의 이름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부실을 나오자 아까 그 세 명이 밖에 서 있었다. 동시에 눈이 마주치고 카나에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들은 그런 그녀를 눈으로 좇다 부실 안으로 들어갔다.


“부실에 외부인 출입 금지인 거 모르나.”


오사무가 아츠무에게 말했다.


“안다.”


아츠무는 오사무와 눈도 안 마주치고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자신의 락커를 열었다. 아츠무가 뻔뻔하고 양심 없는 건 일반적이었기에 오사무는 화도 안 났다.


“여친?”


스나가 물었다.


“뭔 개소리고.”


아츠무가 대번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부실에 둘만 있었으니까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스나가 여유롭게 말을 덧붙였다.


“그런 거 아니고 자(쟤) 이제 우리 매니저 할 거다.”
“엥?”
“뭐??”


스나, 긴지마 순서대로 반응했다. 오사무는 담담히 이상한 소리를 하는 아츠무를 바라보기만 했다.


“언제 정해졌노?”


자신이 없는 사이에 배구부 내에서 얘기가 나오기라도 한 모양인지 긴지마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사무와 스나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하하, 진짜 제멋대로네. 스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긴지마도 스나의 말에 속으로 동의하며 난감하다는 듯이 입을 뗐다.


“키타 선배가 허락해주실까?”
“어. 해주실걸.”


어, 어. 아츠무의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긴지마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왜 하필 쟤고.”


여태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오사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쟤 아나?”
“알긴 알지. 뒷반 아니가.”
“네가 우예 아노.”
“우예 알긴. 니 때문이잖아.”
“나?”
“그래. 문디야.”


오사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도 자신 때문에 오사무가 그녀를 알고 있다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츠무는 오사무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오사무는 듣는 체도 하지 않고 부실을 빠져나갔다.







* * *






아츠무는 그다음 날 바로 카나에를 찾아갔다. 직접 반까지 가 그녀에게 다짜고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카나에는 살짝 당황한 눈치로 일단 그가 주는 종이를 받았다. 입부신청서였다. 그 다섯 글자를 두 눈으로 확인하니 배구부 매니저가 되는 게 실감이 나 카나에는 아츠무 모르게 잠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거 적어서 3학년 7반 키타 신스케 선배한테 드리면 된다.”
“아…… 응.”


볼일을 마친 아츠무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반을 떠났다. 아츠무가 가고 옆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친구가 종이를 슬쩍 훔쳐보았다.


“어? 너 남자 배구부 들어가게?”
“아, 응. 어쩌다 보니까.”
“으아, 힘들겠네. 농구부 매니저 하는 애 말 들어보니까 힘들다던데. 땀내도 쩔고.”
“…그렇겠지?”
“게다가 배구부에는 시끄러운 애들 엄청 많잖아. 특히 그 쌍둥이.”


카나에는 어색하게 웃으며 종이를 내려다보다 인적사항들을 적기 시작했다. 막힘없이 써 내려가다 카나에는 지원 동기 칸에서 멈칫했다.

자연스레 어제 일이 떠오르면서 카나에는 머리가 아파지는 기분이 들었다. 드링크로 인한 배탈 사건은 앞으로의 주요 사건들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까지는 아니었기에 잠시 개입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일을 해결하고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츠무에게 들키게 되고 들키게 된 것도 모자라 매니저가 되어 정해져 있는 경기의 결과가 바뀌도록 아츠무를 도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이래도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그것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든 내가 아츠무를 도와야 하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에 애써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게다가 어제 아츠무에게 사실 이곳이 소설 세계라는 사실을 말했음에도 이 세계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최악의 경우였던 이 세계가 무너지지도 않았다. 그러니 지금으로써는 미래를 바꿔도 괜찮은 것 같았다.

결국 카나에는 지원동기 칸을 공백으로 남겨두었다. 다 작성한 종이를 들고 아츠무가 말한 3학년 7반으로 향했다. 아마 배구부 주장의 이름이 키타 신스케인 것 같은데 어째 카나에는 그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기억에 없는 거 보니 배구부의 주장인데도 불구하고 소설에 몇 번밖에 안 나온 것 같았다. 오히려, 그에 대한 기억은 소설에서보다 이 세계에 들어오고 나서 실제로 몇 번 본 게 더 많을 정도였다.

카나에는 배구부 경기를 구경하면서 봤던 키타의 인상착의를 떠올리며 7반 뒷문을 기웃거렸다. 그는 그렇게 크지 않은 키에 머리는 전체적으로 회색이지만 그 끝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특이한 머리라 한 번에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2학년이 3학년 반을 오래 기웃거리는 것도 눈치가 보여 금방 포기하고 돌아가려 발걸음을 돌렸을 때 바로 눈앞에서 키타 신스케와 마주치게 되었다.


“니가 카나에 히나가.”
“아, 아. 네.”


카나에는 당황해하며 급히 그에게 입부신청서를 내밀었다. 기대는커녕 생각조차 안 했는데 아츠무가 미리 키타에게 언질을 해놓은 모양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해서 그런지 매우 의아했지만 키타에게 일일이 설명을 안 해도 된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키타는 빠르게 입부신청서를 훑은 뒤 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들었다.


“알겠다. 가도 된다.”


카나에는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3학년 층을 빠져나왔다.






* * *






갑작스러운 입부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진행이 된 모양인지 신청서를 내고 이틀째 되던 날, 카나에는 바로 배구부 매니저가 되었다. 키타는 직접 2학년 교실에 그녀를 찾아와 이 사실과 함께 오늘 방과 후 시간에 체육복을 입고 체육관으로 오면 된다는 말을 전했다.

그 소식을 전해 받은 이후로는 거의 넋이 나간 거나 다름없이 멍하게 수업 시간을 보냈고 그런 탓에 수업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못하고 정신 차려 보면 끝나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니 어느새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고 방과 후 시간이 찾아왔다.

카나에는 가기 싫어서 발걸음이 절로 질척댔다. 하지만 그렇다고 첫날부터 지각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한숨 푹푹 내쉬며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고 카나에는 기어코 체육관까지 오고야 말았다. 입구에 다다르자 배구부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퍽 실감이 나 발걸음을 멈추었다.

카나에는 체육관 입구 근처를 알짱거리며 좌절했다.


“아, 진짜 가기 싫은데…….”


카나에는 다리를 쪼그려 앉아 고개를 숙인 채로 혼자 궁시렁댔다. 그러나 이렇게 들어가는 시간을 지체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신세 한탄은 그만두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근처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마침 스나가 그녀의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깜짝 놀라 비명마저 지르지 못한 채 가슴을 움켜쥐었다. 스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지만 방금 놀란 얼굴로 그와 눈이 마주친 게 기억이 난 그녀는 창피함에 얼굴을 감쌌다.

‘들었으려나……?’

정황상 스나가 가기 싫다는 말을 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스나는 자세한 내막을 모를 테니 자기가 신청해놓고 첫날부터 가기 싫다고 한탄하는 그녀를 보고 어쩌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스나와마주친 것 때문에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기에 어색하고 불편한 발걸음으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신발을 벗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제일 먼저 키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배구부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기에 그나마 의지가 되는 이라고는 몇 번 대화해본 키타밖에 없었다.

키타가 없으면 어쩌지 하고 혼자 불안해하던 찰나에 그녀는 다행히 키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를 발견한 키타는 바로 그녀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부원들을 한데 모이게 했다.


“매니저로 입부하게 된 2학년 카나에 히나다.”


키타의 간단한 소개가 끝이 나자 부원들은 뒷짐을 쥔 채 소위 말하는 운동부 식으로 우렁차게 인사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웠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은 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작게 흘렸다.

인사가 끝이 나고 다들 흩어지자 키타는 그녀에게 매니저로서 할 일들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일단 체육관 내부를 돌아다니며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 후에는 부실도 들려서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드링크 분말 통의 위치도 알려주었다.


“중학생 때 배구부였다캤제.”
“아, 네.”
“그럼 드링크 만드는 법 알제?”
“네, 네.”


드링크 말고도 유니폼과 수건을 세탁하는 것도 그녀에게 이미 배구부 경력이 있기에 키타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뭐가 어디에 있다는 위치만 가르쳐 주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그녀는 매니저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첫날에도 불구하고 야무지게 움직이는 카나에를 보고 아란이 키타에게 말했다.


“자(쟤) 히나에라 캤나.”
“카나에 히나.”


키타가 단호하게 정정했다. 성과 이름이 섞은 아란에 스나가 웃음을 흘렸다. 아란이 머쓱해 하며 대꾸했다. 아, 그래. 카나에. 헷갈릴 만 했다 아니가!


“그나저나 쟤 되게 능숙하게 하네요.”


스나가 말했다.


“중학생 때 배구부 했다카대.”
“아아.”


어쩐지. 스나가 혼자 중얼거렸다. 눈치상 아츠무가 억지로 그녀를 입부시킨 것 같은데 왜 하필 카나에였는지 조금 의아해했었다. 애초에 아츠무가 먼저 여자애를 데려온 것도 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조금 납득이 갔다.






* * *






첫날은 별 탈 없이,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부 활동이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카나에는 다른 부원들이 부실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가방을 챙겨 나왔다. 그런 후 뒷정리를 돕는데 아츠무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내일 점심시간에 부실로 온나.”
“……왜?”
“니는 내랑 따로 해야 할 일 있다 아니가.”


아츠무는 정확히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용케 알아듣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뒤 아츠무의 눈치를 보며 그를 지나쳤다.

그녀는 저 스스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아츠무에게 그렇게 상처받아 놓고 미련을 못 버려서 배구부 부실에 몰래 들어갔고 그러다 아츠무에게 걸렸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그에게 이 세계가 소설이라는 말도 해버렸다. 그러자 아츠무는 그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게 된 카나에를 협박해 잔뜩 이용해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

그녀는 그냥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좀 웃겼다. 예전 같았으면 배구부 매니저가 되었다고 좋아했을 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아츠무가 신경이 쓰이는 건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것도 미련이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나에는 자신이 아츠무에게 받은 상처에 비해 아츠무가 자신에게 한 잘못은 별로 없다는 게, 게다가 아츠무의 행동이 이해가 가는 게 조금 억울했다. 지금 이 상황도 그랬다. 카나에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아츠무가 미웠지만 그 미움의 크기에 비례하는 타당한 이유를 들기가 힘들었다.






* * *






다음날, 약속했던 시간에 부실로 가자 아츠무가 먼저 와있었다. 카나에는 인사를 해야 하는가 하고 고민하다 결국은 하지 않고 아츠무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이번 인터하이 누구한테 졌노.”
“어…… 카모메다이.”
“뭐? 금마들한테?”


아츠무가 믿기지 않는지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모메다이는 현 내에서 그리 강한 팀이 아니었다. 고작 해봐야 예선에서 준결승까지 간 게 다였다. 그러나 이번 연도는 다를 것이다. 카나에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올해 카모메다이 감독님이 바뀌었거든. 그리고 작년에는 1학년이라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애들이 올해는 주전으로 뛰게 되는데 걔네가 전에 봐왔던 카모메다이 주전들보다 훨씬 잘해.”


그녀의 말을 들은 아츠무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가 우리가 와 지는데.”
“그렇게 물으면…… 글쎄. 솔직히 배구는 누군가의 잘못이다라고 명확하게 책임을 따질 수가 없는 거다 보니까…….”
“춘고는 우리가 예선 우승한다캤제.”
“어? 응.”
“그럼 우리는 한 번 카모메다이한테 져봤다가 이긴 거네.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거 아니가.”
“아…….”


아츠무의 말을 듣고 카나에는 찬찬히 소설 속 내용을 상기시켰다. 확실히 소설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인 카모메다이에게 진 후 아츠무와 오사무는 그들을 이기기 위해 그들만의 기술을 개발했었다. 그러니까 그 기술이…….


“아, 맞아. 속공이었어. 너희가 카모메다이의 블록을 따돌리기 위해 새로운 속공을 만들었던 것 같아.”
“속공은 지금도 할 수 있다.”
“아니, 일반적인 속공과 달랐어. 그러니까, 어……, C속공이었던 것 같은데 오픈의 느낌이 없는 길지만 빠른 속공.”


C속공은 퀵오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C속공은 공을 높게 띄워 전달하는 오픈과 속공을 섞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에서 아츠무가 행한 C속공은 C퀵 위치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토스가 아닌 정확하고 빠른 일직선 토스였다.

긴 거리에서 아주 빠르게 토스를 보내니 블로킹이 따라붙기 힘들었고 이 기술로 이나리자키는 카모메다이를 이길 수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가능하나?”


쉽사리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겠는지 아츠무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못 믿겠으면 말고.”


아츠무는 카나에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와 봐라.”


갑작스러운 아츠무의 행동에 그녀는 영문 모른 채 일어나 그를 따라 부실을 나왔다. 아츠무는 그대로 체육관으로 향했다. 바로 해볼 생각인 듯했다.

아츠무는 배구공을 몇 번 튕겨보다가 그녀에게로 공을 패스했다. 카나에는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공을 받았다.


“세팅할 수 있게 패스해봐라.”


카나에는 잠시 망설이다 높게 아츠무에게 패스했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아츠무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아츠무는 오버로 공을 세팅했다. 그러나 조금 빠른, 일반적인 C속공이었다.


“이건 아닌 거제?”
“응. 포물선 말고 일직선으로 빠르게.”


아츠무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추게 되었다. 이제 문제는 정확도였다. 아츠무가 한 번 더 시도해보려는 순간에 수업 시간 5분 전에 치는 예비종이 울렸다.


“오늘 부 활동 끝나고 좀 남아라.”
“아… 그래.”


기술에 대해 다 말해준 마당에 그녀는 딱히 자신이 있다고 해서 더는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 * *






마지막 수업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쳤다. 그녀는 먼저 화장실로 가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가방을 챙겨서 부실로 향했다. 부실로 들어가기 전 작게 노크했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녀는 그들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얼마 걸리지 않고 금방 부실 문이 열렸고 키타를 포함한 3학년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네자 3학년들은 어색하지만 반갑게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그들은 카나에를 지나쳐 체육관으로 향했는데 키타는 할 말이 있는 건지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오늘 부 활동 전에 잠깐 신체검사할 예정이다.”
“아, 네.”
“이거 들고 먼저 보건실 가 있어라.”
“네.”


키타가 건네준 파일을 받아들고 카나에는 부실에 자신의 가방과 신발을 두고 금방 부실을 나왔다. 키타가 말한 대로 바로 보건실로 향했다. 아직 퇴근하시지 않은 보건 선생님께 인사한 뒤 가만히 부원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 부원들이 도착하고 키타가 보건실 안으로 들어왔다.


“여 앉아서 기록하면 된다. 순서는 3학년부터 할기다. 내는 밖에서 애들 조용히 시킬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라.”
“네.”


키타가 가리킨 자리에 앉아 펜을 들고 적을 준비를 했다. 키타가 나가고 아란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 아란이 키와 무게를 재는 측정기 위에 올라가자 곧 막대기가 내려와 아란의 정수리와 부딪힌 뒤 다시 올라갔다.


“184.7센티미터에 80.2킬로예요.”


카나에는 당사자에게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며 기록지에 적었다.


“엑, 살 쪘노!”


아란이 그렇게 대꾸하며 보건실 밖으로 나갔다. 소설에서도 그는 자주 개그캐로 그려지고는 했는데 실제로도 다분히 그런 분위기였다. 

다음 사람이 들어오고 그렇게 몇 번 반복했을 때 키타를 제외한 3학년은 모두 끝이 나고 2학년 차례가 되었다. 아츠무가 제일 먼저 들어왔다.

아츠무가 측정기 위에 올라가고 막대기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보건실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분명 그녀는 아까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지금은 괜히 어색한 공기가 보건실을 꽉 채운 느낌이 들었다.


“183.6센티미터에 73.3킬로.”


그녀의 목소리에 아츠무는 측정기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아츠무는 그녀가 기록지에 숫자를 다 적을 동안 밖으로 나갈 생각 없이 보건실에서 머물렀다.

무슨 용건이 남았나 싶어 아츠무를 쳐다보며 조심스레 입을 뗐다.


“……왜?”
“오사무 기다린다.”
“아.”


그때 타이밍 좋게 오사무가 들어왔다.


“오늘 집에 가면서 푸딩 사라.”
“내가 할 소리다.”


대충 들어도 키로 푸딩 내기를 한 모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거로 내기하는 쌍둥이들은 소설에서 본 그대로였다.

오사무는 측정기에 올라가기 전 그녀의 옆으로 와 손에 들고 있던 기록지를 옆에서 훔쳐보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녀는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고 기록지를 살짝 오사무 쪽으로 돌렸다. 오사무는 아츠무의 키를 확인하고는 측정기 위로 올라갔다.

곧 지잉거리는 소리를 내며 막대기가 내려왔고 오사무의 머리를 찍고 다시 올라갔다. 기계에 찍힌 숫자를 확인한 그녀가 말했다.


“183.8센티, 74.5킬로.”


오사무가 아츠무보다 0.2센티 더 컸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츠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내 다시 재본다!”
“푸딩 살 돈이나 준비해라, 츠무.”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아츠무는 마음대로 측정기 위로 올라갔다. 다시 재보았으나 숫자는 똑같았다.


“183.6인데….”


믿을 수 없는지 아츠무는 본인이 기계에 찍힌 숫자를 확인하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한 번 더 측정기 위로 올라가려는 걸 오사무가 막았다.


“적당히 하고 나온나.”


키 재다가 이게 뭔 소란인 건지, 카나에는 딱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었다.

소설을 읽긴 해도 현실감이 없었기에 평소에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지금껏 그들을 소설 속에서가 아닌 실제로 봐왔던 건 대부분 코트 위에서였는데 그때 봤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츠무는 유치하고 산만했다.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아츠무, 오사무.”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미야들에 결국 키타가 보건실 안으로 들어왔다. 키타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자 쌍둥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던 것을 멈추었다.


“뭐 하노. 빨리 안 나오나.”


키타의 말에 거짓말처럼 쌍둥이들은 한순간에 얌전해졌고 금방 밖으로 나갔다. 소설 속에서는 전혀 보지 못한 장면이라 당황스러웠다.


“쟈들 뭐 때문에 소란 피웠노.”
“키로 내기한 모양인데요….”


거기까지만 말했는데도 키타는 금방 원인이 파악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타. 다음부터는 이런 일 있으면 바로 내 불러라.”


카나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키타가 나가자 다음으로 긴지마가 들어왔다. 긴지마는 조용히 측정기 위에 올라갔다. 키와 몸무게를 불러주는 것과 동시에 측정기에서 내려온 그는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쌍둥이 대신해서 미안타. 자들 많이 시끄럽제….”


밖에서 다 들은 건지 긴지마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힘겹게 말을 붙였다. 먼저 보인 호감이 고마워 카나에도 작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 신경 써줘서 고마워.”


긴지마는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다음으로는 스나가 들어왔다. 스나가 측정기 위에 서는데 그녀의 눈에 심하게 굽힌 등과 거북목이 들어왔다.

그녀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막대기가 내려왔고 그대로 굽힌 상태의 스나를 찍고 올라갔다. 그녀는 미련 없이 내려가려는 스나를 붙잡았다.


“잠깐만.”


스나가 무심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등 좀 피고 다시 키 재볼래? 더 크게 나올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스나는 순순히 다시 측정기로 올라갔다. 그러나 등이 살짝만 펴질 뿐 여전히 그녀의 눈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방금 처음으로 말을 나눠본 상대에게 한 번 더 펴보라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결국 그 상태로 찍힌 키를 받아 적었다.

2학년 몇 명을 더 재고 1학년까지 다 했을 때 마지막으로 키타가 들어왔다.


“수고했다.”


사투리 억양이 많이 묻어나는 말투는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크게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키타가 키와 몸무게를 재고 내려왔을 때 그는 그녀에게도 키를 잴 것을 권유했다.


“배구부 추리닝 맞춰줄라카는데 사이즈가 필요해가. 몸무게는 필요없으니까 키만 내한테 알려주면 된다.”
“아, 아. 네.”


키타가 측정기에서 떨어졌고 그녀가 위로 올라갔다. 막대기가 정수리에 찍는 느낌을 받은 후 내려와 그녀가 제 키를 확인했다.


“백육십삼이요.”
“배구화도 맞출라카니까 발사이즈는?”
“이백삼십이요.”
“이백삼십?”
“네.”
“……너무 작아서 있을런가 모르겠는데. 일단은 알겠다.”


보통 배구화를 신는 사람들은 배구선수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모두 키가 컸기 때문에 발도 컸다. 키에 비해 발이 작은 편에 속하는 그녀에게 맞는 배구화가 있는지 키타는 살짝 염려가 되었다.






















구비내는 매주 일요일 9시에 업로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게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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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3년 전
글쓴이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D
3년 전
독자2
하악......... 센세..... 너무 재밌어요
3년 전
글쓴이
감사합니다!
3년 전
독자3
센세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ㅠㅠ 너모너모 재밌고,, 벌써 다음편이 궁금해요.. 겨울잠 자고 있을테니 누가 나 좀 다음 주에 깨워주길,,
3년 전
글쓴이
재밌다니 다행이네요ㅠㅠ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겨울잠ㅋㅋㅋㅋㅋㅋㅋㅋ
3년 전
독자4
하앙 센세 그동안 우리 몰래 레벨업 하고 왔구나...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좋아요ㅠㅠ 사랑해요 쪽쪽ㅠㅠㅠㅍㅍㅍ
3년 전
글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레벨업ㅋㅋㅋㅋ너무 웃긴 거 아니에요ㅛㅠㅠㅋㅋㅋ 말씀 감사합니다ㅋㅋ!
3년 전
독자5
하앙 230 하앙.... 너무 작대 하앙...🥰
3년 전
독자6
신체검사가 이렇게 귀엽고 뽀짝하다니🤭😚
3년 전
독자7
하앙....!!!!!!드디어.....드디어어어어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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