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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코이 전체글ll조회 83l

이 글은 과거와 현재 시점을 동시에 그리고 있습니다. 과거/현재를 구분할 수 있도록 작게나마 표시해두었으니 읽는 데 무리 없으시길 바라요.

* ~ * 과거 시점



-



현재 첫사랑이 아닌 다른 이와 연애 중인 분, 또는 현재 연애중인 상대의 첫사랑이 몹시 신경쓰이시는 분, 다 지난 일에 미련 갖는 이들을 미련하게 보는 분에게는 이 글 읽기를 권유드리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첫사랑이 있고, 동시에 우리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기도 했다.




* 2015년 3월


웬걸, 그 애랑 벚꽃을 보기로 한 날인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생각해보면 매 해 벚꽃이 핀 지 1-2주 가량 지나면 봄비가 여름 장대비 마냥 쏟아지고- 그 비에 벚꽃이 온데간데 없이 쓸려 없어지곤 했던 것 같다. 근데, 그게 하필 오늘이었어야 했나. 눈치 없이 비는 내리는데, 사람은 터지도록 많다. 1시 약속, 20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해 애석한 하늘과 빽빽한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드리워지는 그림자. 


"아, 일찍 온다고 왔는데.. 네가 더 일찍 와 있네."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훨-씬 크다. 족히 185는 되어 보인다. 뛰어왔는지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선명하다.


"깜짝아! 안녕! 내가 늦을까 봐 너무 일찍 왔어."

"그럼 다음엔 내가 더 일찍 올게. 비 오는데 안 추워? 예쁘게 하고 나왔네."

"응. 근데.. 비가 꼭 오늘 와야하나?"


추욱, 힘빠진 모양새로 그 애를 쳐다보는데 그 앤 마치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걸 보니 나도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이런 것도 추억이 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되지. 나까지 웃음이 터지고 나니 한바탕 웃음 꽃이 피었다. 우리 되게 웃겨. 첫 데이트인데, 벚꽃 보기로 했는데 비가 지겹도록 쏟아지고- 벚꽃도 후두둑 떨어지고-.


"추우면 말 해. 배고파도 말하고, 발 아파도 말하고. 갑자기 롯데월드 가고 싶어져도 말하고."

"추워, 배고파, 발 아파, 롯데월드도 가고 싶어!"

"어어? 안 되겠다. 표 끊으러 가자."


분주히 어딜 가는 척을 하는데, 그 폼이 너무 웃겨서 또 한참 웃었다. 며칠 연락하면서 느꼈는데, 능글맞은 구석이 있어서 거기에 못 이겨 픽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도 석촌 호수까지 왔는데, 온 김에 한 바퀴 천천히 걷고 가기로 했다. 벚나무는 우리 우산에 가려지고, 바닥은 질척여도 싫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내게로 기울어진 우산과 가까이에서 풍겨오는 포근한 향수 향이 너무 좋았다. 남자애들은 웬만해선 시원한 향, 스킨 향, 나무 향을 많이 뿌릴텐데 - 그 애 향기는 조금 달랐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꽃 향기가 났다. 섬유유연제처럼 포근한.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지만, 그 향기 덕에 퍽 꽃놀이 온 기분이 들었다.


"향기 너무 좋아."

"너랑도 어울릴 것 같아."

"따라 사도 돼?"

"그럼, 내 거 줄 수도 있어."

"에이, 그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두 병 있거든."


그러면서 인터넷 검색창에 자기 향수를 검색해 보여줬다. 무슨 향수 하나에 10만 원이 넘어... 스무 살 풋내기인 내가 뿌리기엔 턱없이 비싸게만 느껴졌다.



-



좋아하는 음악, 음식, 또 가족 얘기, 각자 학교 얘기도 좀 하고-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 보니 한 바퀴가 금방이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근처 양식당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왔다. 나는 까르보나라, 그 애는 먹물 리조또를 시키고, 에이드는 한 잔을 시켜 나눠 마시기로 했다.


"까르보나라 원래는 우유나 생크림 안 들어가는 거 알아?"

"진짜? 그럼 어떻게 만들지?"

"계란 노른자랑 치즈로 맛을 낸대. 나중에 만들어 줄게."

"요리 좋아하나보다. 그치?"

"요리 좋아해. 양식은 거의 셰프야 나."


생각보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얘기를 할 때는 신나서 말이 많아진다. 목소리 톤도 높아지고, 말도 조금 빨라지고, 들떠서 막 설명하는 게 눈에 보인다. 남자가 귀여워 보이면 끝이랬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 보인다. 테이블에 가만히 턱을 괴고 '정말? 진짜? 우와, 맛있겠네-.' 새어나오는 웃음과 함께 대답하니 더 신나하는 게 보인다. 생각보다 더 맑고 밝은 사람 같다.


"우리 다음엔 수제비 먹으러 가자."

"와, 나 수제비 진짜 좋아해!"

"삼청동에 수제비 진짜 맛있는 곳 있어."

"수제비는 같이 나오는 김치가 맛있어야 하는데, 알지?"

"거기 김치가 또 일품이거든."


우린 언제부턴가 '다음에 어디 가자.', '나중에 이것도 해줄게.' 같은 다음을 약속하는 말들을 자주 뱉는다. 



*

*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했어. 뭐하고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연락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네 연락처가 안 보이더라고.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문자를 읽는데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이걸 잘 지냈다고 해야 해, 못 지냈다고 해야 해. 너무 반가웠지만 동시에 너무 밉기도 했다. 그 애와 연애할 때, 나는 우리가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그 애를 좋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마음은 갈수록 깊어졌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었고, 정말 내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깊이 사랑했다. 헤어짐은 그 애가 고했고, 나는 그 때서야 비로소 너무 사랑해서 놓아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 사랑하니까- 헤어짐을 통보 받은 나의 입장 보다는 헤어지자고 말하기 위해 오래 고민했을 그 애의 입장을, 무슨 이유에서든 간에 나를 덜 사랑하게 된 그 애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했다. 별 불평 없이 놓아주는 게 그 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애초에 우리 이별에 내 의사는 없었으니 쉽게 잊을 수 없었다. 그 애 성격상 한 번 끝을 맺으면 두 번은 없을 것 같단 확신이 들어서, 악착같이 그 애를 잊으려 노력했다. SNS는 죄다 차단을 했고, 이런 저런 취미 생활에 몰두했다. 그 애가 보고 싶어지면,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휴대폰 메모장을 켜 하고 싶은 말을 우다다 쏟아내듯 적어두는 방법으로 잠시 그리운 마음을 덜어냈다. 너무 보고 싶어도 그 애한테 연락하는 것만큼은 이 악 물고 참았다. 헤어지자고 한 건 그 애지만 그 애도 분명 날 사랑하긴 했으니까, 그 애도 날 잊으려 무던히 노력했을 거다. 이미 다 끝난 마당에, 내 미련 가득한 연락 한 통으로 굳이 그 애에게 나를 다시 상기시킬 필요는 없었다.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연락하는 것만큼 이기적인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멀쩡히 잘 살고 있을 사람 인생에 불쑥 끼어드는 거면, 보고 싶다는 그 단순한 마음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네가 너무 그리우니 우리 한 번 만나서 얘기하자, 내가 널 붙잡을 기회를 한 번만 달라. 다시 네가 날 차버려도 좋다. 그 정도의 용기와 확신을 가졌을 때면 몰라. 나를 떠나버린 그 애에게 아무리 생각해도 너 밖에 없어서 널 붙잡고 싶으니 다시 보자고 할 용기도, 또 다시 거절 당할 자신도 없었던 나는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연락 한 번 할 수 없었다.


[응. 잘 지냈지. 넌?]


잘 지냈지, 답장을 하면서 청승맞게 눈물이 흘렀다. 나 한동안 정말 못 지냈는데, 너무 늦었네.


[나도. 요즘은 어디서 지내?]

[졸업하고 부산 내려온 지 오래지. 넌? 아직 서울이야?]

[응. 서울에서 직장 다니고 있어.]


[입력중...]


[만나는 사람은 있어? 소식을 알 수가 없어서.]


나는 그 애가 나한테 얼만큼의 용기를 가지고 연락 했는지를 다 안다. 그 애도 분명 나 같았을 거다. 헤어지자고 말 한 건 본인이니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고, 그래서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가볍게 연락하는 건 내게 못 할 짓이라는 걸 다 알았을 거다. 적어도 내가 아는 그 애는 그렇다. 잠깐 보고 싶은 마음 하나 못 참아서 연락한 거라면, 메일함을 뒤져 7년이나 지난 내 메일 주소를 찾아 보냈을 리가 없다. 귀찮은 일은 안 한다. 아마 내가 많이 보고 싶을 거다.


[휴대폰 번호랑 다 바꿔서 소식을 못 봤나보다. 무슨 직장 다녀?]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하나도 안 괜찮다. 벌써 7년이나 지났는데, 그 애 연락 하나에 헤어진 그 날로 돌아가버린 것 같다. 너무도 생생하고, 가슴이 아프다. 묻는 말엔 대답하지 못 했다. 지난 7년이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렇게 그 애를 놓쳐 버리면  7년이 지나도, 70년이 지나도 내게 연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드니 덜컥 겁이 났다.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그 애는 더 묻지 않는다.


[그냥, 스튜디오에서 일 해. 너는?]


대답 없는 대답의 의미를 눈치 채지 말아 줬으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밉다. 




•••



실제 연애를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이름, 환경 등 실제 인물을 추측하지 못 할 정도로만 각색해서 쓴 글입니다.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이 얘긴 글로 남겨두고 싶어서 글 쓰기를 시작했어요. 글잡담N 실제 연애 카테고리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글 구성이라 혼란스러운 분들이 계실까 하여 설명을 덧붙입니다.

앞으로의 회차나 글 분량, 또 다음 회차까지의 간격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습니다. 회차별 알맞은 에피소드+글감이 떠오를 때, 글이 지저분하지 않게 잘 적힐 때 수시로 작성해 볼게요.

여러분의 어느 한 시절을 떠올리며, 또 언젠가 찾아올 수도 있는 꿈 같은 일을 소망하며! 잘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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