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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과거 시점




현재 첫사랑이 아닌 다른 이와 연애 중인 분, 또는 현재 연애중인 상대의 첫사랑이 몹시 신경쓰이시는 분, 다 지난 일에 미련 갖는 이들을 미련하게 보는 분에게는 이 글 읽기를 권유드리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첫사랑이 있고, 동시에 우리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기도 했다.



*



정말이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나 재현인데, 연락 줘]


7년 만인가. 평소라면 잘 확인도 하지 않는 메일함이 괜스레 눈에 들어와 꾸욱- 눌렀더니 가장 먼저 보이는 메일이 이렇다. 이럴 리 없는데, 해킹인가? 발신자 아이디 끝자리를 보니 그 애 생일이다. 틀림없이 그 애가 맞다.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나와 그 애 사이를 아는 친구들에게 호들갑을 떨며 연락을 남겨뒀다. '미쳤어. 재현이 연락 왔어.', '미쳤나 봐, 나 심장 너무 뛰는데 어떡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코 끝이 찡할 정도로 울컥하기도, 기쁘기도 했다. 한껏 들뜬 맘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애 연락이 이렇게 반가울 일인가. 나 왜 이렇게나 기뻐하고 있지? 나답지 않다. 그 애는 늘 그랬다. 나를 나답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데, 어쩌면 그게 남들이 보지 못 하는 진짜 내 모습인가 싶기도 했다.



* 2015년 3월



지방에서 상경한 이들 입장에서는 서울, 그것도 같은 동네에서 고향 친구를 우연히 만나는 일이 하늘에 별 따는 것만큼 힘들다. 간만의 홍대 나들이에 신이 나서 SNS에 글을 좀 올렸더니 글쎄- 고향 친구인 민규에게 메시지가 왔다. [너 홍대야? 나도 지금 홍댄데. 시간 되면 볼래?] 민규는 고등학생 때 같은 학원을 다녔던 친구다. 서울로 대학 온 건 알고 있었는데, 그리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게 아니라 따로 볼 생각은 한 적 없었다. 아무튼, 같은 동네에 고향 친구가 있다고 하니 괜히 신기하기도, 반갑기도 해서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얘들아. 나 고향 친구가 근처에 있다고 해서, 너네 카페에 있는 동안 친구 좀 보고 와도 될까?"


편하게 다녀오라는 친구들 말에, 부랴부랴 밖을 나섰다. 내가 이동하기 수월할 것 같아서 혼자 가겠다고 했더니, 민규가 자기 있는 곳을 알려줬다. [나 지금 다른 학교 애들이랑 교외 밴드부 연습 중이라서 합주실 빌려뒀는데 거기로 올래? 불편하면 내가 따로 밖에 나갈게.] 어려울 건 없었다. 사교성은 타고난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이 드글거리는 곳에 가더라도 딱히 어색하거나 민망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5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니 민규가 알려준 합주실이 보였다. 망설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민규!"

- "와, 대박. 진짜 반갑다. 얘들아 인사해. 내 고향 친구야."

-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혹시 다 동갑이신가요?"

- "네네, 저희 민규랑 동갑!"

"아 그럼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 "이야, 오자마자 서열 정리부터 하네. 멋지다 내 친구."


내 성격 자체가 그렇다. 내숭이나 부끄럼이 잘 없고, 털털하고 시원시원하다. 민규가 내 등을 툭툭 치며 '담배 한 대?' 신호를 보냈다. 


연이어 세 대씩 담배를 태우며 그간 있었던 재밌는 일들을 얘기하고 서로의 근황을 조금씩 나누다, 내 친구들이 오래 기다릴 것 같아 이만 자리를 뜨기로 했다. 네 친구들한테도 만나서 반가웠다고 꼭 전해달라고, 대신 인사를 부탁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



"아으, 피곤해-"


아직은 서울 지하철에 익숙지 않은 모양이다. 고작 2-30분 걸리는 홍대에 다녀오는 것도 이렇게 피곤하다. 중간에 한 번 환승해야 하는데, 항상 환승역에서 헤맨단 말이지. 돌아오는 길에도 친구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이 길 맞지?" 하며 헤매는 모습만 잔뜩 보여주다 녀석의 도움으로 올바른 길을 찾아 왔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집으로 들어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얼른 화장도 지우고, 샤워도 해야하는데 - 언제 다 한담. 지금이 몇 시지 -  9시 27... 


[친구 요청 +1]

"응? 이재현..., 재현이가 누구지?"


이런 이름은 들어본 적 없는데, 대체 누구지. 프로필에 들어가 보니 함께 아는 친구에 민규의 이름이 떴다. 아, 오늘 낮에 봤던 남자애들 중 한 명이구나. '근데 나를 왜?' 라는 의문은 있었지만, 친해지는 거라면 얼마든 환영인 나는 썩 불편한 감정 없이 요청을 받았다. 그 애 프로필에 들어가 사진을 구경하는데, 얼굴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다른 친구들이 나한테 반갑게 인사해줄 때- 조용히 고개만 꾸벅, 목례 하던 친구. 내가 마음에 들었나? 근거 없는 자신감에 피식 웃음이 샜다. 그냥 친해지고 싶은 거겠지. 사교성 좋아 보이고, 털털하고 싹싹해 보이니.


[오늘 낮에 민규랑 같이 봤던 친군데, 친해지고 싶어서 친구 걸었어. 괜찮지?]

- 당연하지! 먼저 걸어줘서 고마워. 친하게 지내자!

[응 좋아. 지금은 집이야? 되게 짧게 있다가 가던데.]


어라, 이 놈 봐라. 가볍게 인사만 하고 그칠 줄 알았는데 풍기는 뉘앙스가 심상치 않았다. 역시 내가 마음에 든 건가? 인기녀의 삶은 참 피곤하다고 나 혼자 너스레를 떨었다.(20살 모솔. 썸 타본 적 없음. '멀쩡한 남자가 이렇게 털털한 나를 여자로 볼 리 없지.' 라고 생각하는 편.)


- 응. 지금은 집 도착했지! 너네도 자리 파했어?

[응 나도 이제 집이야. 홍대 근처 살아?]

- 음.. 아니. 그렇게까지 근처는 아니고, 한 2-30분 거리에 살아. 

[그렇구나, 나는 강동구 사는데.]

- 그럼 나 사는 곳이랑은 정반대야.

[그래? 만나서 놀긴 글렀네.]

- 왜? 중간에서 만나면 되지.

[중간까지 와 줄 의향이 있나?]

- 당연하지! 나 타지에서 와서 서울 친구들 생기는 거 너무 좋아해.

[나도야. 내가 민규보다 더 너랑 친해져야겠다.]


소심한 줄 알았는데, 막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대화를 곧잘 이어나가길래 꽤 흥미롭단 생각을 했다. 



-


알게된 지 이틀째 되는 날엔 통화를 했고, 사흘째 되는 날엔 통화를 하다 밤을 샜다. 밤을 꼴딱 새고도 할 말이 남아서 서로 웅얼웅얼, 졸면서 대답하다 먼저 들려오는 쌕쌕대는 숨소리에 나도 눈을 감았다. 처음엔 나를 여자로 보고 접근했을 리는 없을 거라고, 그냥 친구로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일 거라고 확신했는데,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썸 한 번 타본 적 없는 내가, 또 연애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내가- 그런 시그널을 단번에 눈치채긴 너무 어려웠다.


연락한 지 일주일 째 되는 날, 우리는 석촌 호수에 벚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첫만남 이후로 따로 보는 건 처음인데- 답지않게 긴장하는 내가, 옷은 뭘 입고 입술은 뭘 바를지 고민하는 내가 조금은 낯간지럽게 느껴졌다.



*

*



아마 그 애 연락처에는 내가 없는 모양이다. 헤어지고 두 번, 휴대폰 번호를 변경했다. 사귀던 당시에 내 휴대폰 번호 끝자리가 그 애 생일과 내 생일을 합쳐 만든 숫자였어서,  그 애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 지우고 없애고 바꾸고 싶었던 심정에 가차없이 바꿔버렸다. 번호가 없으니 메신저에도 내가 뜨지 않고, 골똘히 생각해 낸 방법이 메일이었겠지. 메일로 답장을 할까 하다가 소통이 너무 더뎌질 것 같아 문자를 남겼다. 내 전화번호부에는 아직 그 애 번호가 남아있다.


[어제 연락 줬던데, 무슨 일 있어?]


문자를 보내고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것 마냥 휴대폰을 저 멀리 냅다 집어 던져버렸다. 아, 그냥 며칠 뒤에 연락할 걸 그랬나? 이러면 무슨 연락 기다린 애 같잖아. 연락 달라고 해서 덥석 준 애 같잖아. 며칠은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볼 걸- 벌써 읽었으려나? 슬그머니 휴대폰을 던져 둔 쇼파로 걸어가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읽음 / 12시 38분]

[입력중...]


미쳤다, 미쳤어. 또 다시 휴대폰을 내동댕이 치고 최대한 멀리로 도망쳤다.(?) 스물 여덟 먹고 남자 연락 하나에 이렇게 들뜰 일이냐고. 애꿎은 머리를 벽에 콩콩 박으며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댔다. '띠링-' 문자음이 울렸다. 이렇게까지 멀리 도망쳐있었으면서, 후다닥 달려가는 나도 참 웃겨.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했어. 뭐하고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연락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네 연락처가 안 보이더라고.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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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6개월 전
글쓴이
왜 혹시 이런 거 쓰면 안 되나? 썰 푸는 느낌 말고 진짜 글처럼 써보고 싶어서 적은 건데 문제 되면 말해줘~
6개월 전
독자2
다른익인데 문제될건 없지!!
6개월 전
글쓴이
아하 그렇구나 ! 그냥 글 쓰는 것도 좋아하기도 하고, 내 첫사랑 얘기가 주변 친구들도 다 불가항력이라고 할 정도로 영화 같아서 글로 남겨보고 싶어서 쓴 글이야 ㅎㅎ
6개월 전
독자3
다음 얘기도 궁금하다 계속 써 줄 거지? 다음 글은 언제 써 줘? ㅠㅠ
6개월 전
글쓴이
방금 올렸어!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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