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에 김선호는 반칙이지
남 밑에서 깨져가며 일하던 나날들이 환멸이 나기 시작했다.
유난히 내성적인 내 청년시절에 어디서 나온 뜬금없는 용기였는지 사직서를 던져버리고 여태껏 벌어둔 돈과 조금의 (많은) 빚으로 내 가게를 차려버렸다.
대학생 때 카페 알바 경험이 꽤 있던 편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엥 첫날부터 눈물 콧물 범벅일 정도로 힘든 거예요.. 그렇다 너무 편한 꿀알바를 했었나보다.
분명 상상 속에서는 엘레강스하고 고급스러운 클래식과 내리쬐는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따스하게 비춰주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근데 이게 웬일일까. 내가 커피인지 커피가 나인지 난 기계처럼 샷을 내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스무디류나 생과일주스류 들어오면 진짜 멘탈 갈리기 일보 직전이에요.
덕분에 첫날부터 정신이 쏙 빠져 영혼이 나가있는 상태다.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피크타임이 지나 조금 한가해져 여유를 되찾았다.
의자에 앉아 톡으로 친구들에게 절대 창업 금지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그래 차라리 앉지 말자. 의자에 앉으면 손님이 더 들어오는 것 같아.
"안녕하세요. 저 옆에 선호도플라워에서 왔는데요. 개업 축하 화분 드리러 왔어요."
화분을 들고 해맑게 웃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느꼈다.
와 여기 터가 좋네. 단군할아버지가 여기서 터 잡으신 것 같은데.
"어.. 아.. 일단 여기에 내려주시겠어요?"
그렇다. 잘생긴 사람 보면 말을 못하는 병이 있다.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마냥 입에서는 가오나시같은 소리로 흑역사를 갱신했다. 곧 마일리지 쌓일 듯.
그래도 바로 정신 차리고 일단 바닥에 내려달라고 황급히 말했다. 동공을 굴리며 어디에 놓아야할지 내 눈치를 보는 그분을 위해서였다.
"어..이걸 어떻게 받죠..? 어떻게 원두라도..? 제가 가진 게 원두밖에 없거든요."
"뭐 바라고 드리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리려고 온 거예요. 여기가 비워진지 꽤 됐거든요. 영영 안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개업하셔서 좋네요."
"좋아요..?"
플로리스트에 김선호는 반칙이지
남 밑에서 깨져가며 일하던 나날들이 환멸이 나기 시작했다.
유난히 내성적인 내 청년시절에 어디서 나온 뜬금없는 용기였는지 사직서를 던져버리고 여태껏 벌어둔 돈과 조금의 (많은) 빚으로 내 가게를 차려버렸다.
대학생 때 카페 알바 경험이 꽤 있던 편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엥 첫날부터 눈물 콧물 범벅일 정도로 힘든 거예요.. 그렇다 너무 편한 꿀알바를 했었나보다.
분명 상상 속에서는 엘레강스하고 고급스러운 클래식과 내리쬐는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따스하게 비춰주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근데 이게 웬일일까. 내가 커피인지 커피가 나인지 난 기계처럼 샷을 내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스무디류나 생과일주스류 들어오면 진짜 멘탈 갈리기 일보 직전이에요.
덕분에 첫날부터 정신이 쏙 빠져 영혼이 나가있는 상태다.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피크타임이 지나 조금 한가해져 여유를 되찾았다.
의자에 앉아 톡으로 친구들에게 절대 창업 금지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그래 차라리 앉지 말자. 의자에 앉으면 손님이 더 들어오는 것 같아.
"안녕하세요. 저 옆에 선호도플라워에서 왔는데요. 개업 축하 화분 드리러 왔어요."
화분을 들고 해맑게 웃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느꼈다.
와 여기 터가 좋네. 단군할아버지가 여기서 터 잡으신 것 같은데.
"어.. 아.. 일단 여기에 내려주시겠어요?"
그렇다. 잘생긴 사람 보면 말을 못하는 병이 있다.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마냥 입에서는 가오나시같은 소리로 흑역사를 갱신했다. 곧 마일리지 쌓일 듯.
그래도 바로 정신 차리고 일단 바닥에 내려달라고 황급히 말했다. 동공을 굴리며 어디에 놓아야할지 내 눈치를 보는 그분을 위해서였다.
"어..이걸 어떻게 받죠..? 어떻게 원두라도..? 제가 가진 게 원두밖에 없거든요."
"뭐 바라고 드리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리려고 온 거예요. 여기가 비워진지 꽤 됐거든요. 영영 안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개업하셔서 좋네요."
"좋아요..?"
플로리스트에 김선호는 반칙이지
남 밑에서 깨져가며 일하던 나날들이 환멸이 나기 시작했다.
유난히 내성적인 내 청년시절에 어디서 나온 뜬금없는 용기였는지 사직서를 던져버리고 여태껏 벌어둔 돈과 조금의 (많은) 빚으로 내 가게를 차려버렸다.
대학생 때 카페 알바 경험이 꽤 있던 편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엥 첫날부터 눈물 콧물 범벅일 정도로 힘든 거예요.. 그렇다 너무 편한 꿀알바를 했었나보다.
분명 상상 속에서는 엘레강스하고 고급스러운 클래식과 내리쬐는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따스하게 비춰주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근데 이게 웬일일까. 내가 커피인지 커피가 나인지 난 기계처럼 샷을 내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스무디류나 생과일주스류 들어오면 진짜 멘탈 갈리기 일보 직전이에요.
덕분에 첫날부터 정신이 쏙 빠져 영혼이 나가있는 상태다.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피크타임이 지나 조금 한가해져 여유를 되찾았다.
의자에 앉아 톡으로 친구들에게 절대 창업 금지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그래 차라리 앉지 말자. 의자에 앉으면 손님이 더 들어오는 것 같아.
"안녕하세요. 저 옆에 선호도플라워에서 왔는데요. 개업 축하 화분 드리러 왔어요."
화분을 들고 해맑게 웃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느꼈다.
와 여기 터가 좋네. 단군할아버지가 여기서 터 잡으신 것 같은데.
"어.. 아.. 일단 여기에 내려주시겠어요?"
그렇다. 잘생긴 사람 보면 말을 못하는 병이 있다. 사고회로가 정지된 것마냥 입에서는 가오나시같은 소리로 흑역사를 갱신했다. 곧 마일리지 쌓일 듯.
그래도 바로 정신 차리고 일단 바닥에 내려달라고 황급히 말했다. 동공을 굴리며 어디에 놓아야할지 내 눈치를 보는 그분을 위해서였다.
"어..이걸 어떻게 받죠..? 어떻게 원두라도..? 제가 가진 게 원두밖에 없거든요."
"뭐 바라고 드리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리려고 온 거예요. 여기가 비워진지 꽤 됐거든요. 영영 안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개업하셔서 좋네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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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아요."
시원한 미소에 쏙 들어간 보조개가 사람을 홀려버리는 것 같다.
분명 이웃 생겨서 좋아하시는 건데 고백받은 것처럼 심장이 뛰는 게 단단히 돌아버린듯싶다.
"어.. 잠시 만요!"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만든 커피일 것이다. 마치 심사평이라도 듣듯이 잔뜩 기대하며 바라보니 사람 좋게 주접까지 떨어주었다. 성격도 내 이상형이야.. 당신 하나만 해.
"와 제가 마셨던 커피 중에 제일 맛있는데요?"
"저도 제가 봤던 분중에 제일 멋있.. 아니, 커피요.. 커피 진짜 맛있죠?"
"네. 자주 와야겠다."
미친. 이거 고백이죠? 이거 고백이잖아요.
"화분은 햇빛 잘 드는 곳에 놓아주시고 물은 주마다 한 번 주시면 돼요. "
"감사합니다! 잘 키울게요!"
"이거 꽤 무거우니까 제가 옮겨드릴게요."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화분을 들어 둘러보다 창가쪽 햇빛이 잘 드는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 나를 보는데 난 황급히 눈을 피해 애꿎은 손톱을 뜯어냈다. 아니 내 주제에 첫눈에 반 한 거야?? 아무리 금사빠라지만 이 정도는 심하지 않냐 나 자신아. 이렇게 또 지독한 짝사랑이 시작되는 걸까.
그때부터였나요.. 내가 그 꽃집 단골이 된 게..
**
그를 좋아한지 오늘로 딱 100일이다. 내가 디데이를 세어본 적이 없는데 절로 세어지네.
어제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00일이란다.. 징글징글하게 시간 빨리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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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단순하다니까. 그 말이 제일 귀에 들어오나 봐요?"
"나를 왜 아낀대? 어느 부분에서 제일 아낀대?"
"제일의 제자도 꺼낸 적이 없는데 그건 어디서 튀어나온 거예요?"
"지금 그게 중요해? 왜 아끼는데!"
졸졸 따라다니며 뭐 다른 말은 안했냐며 시답잖은 질문을 해댔지만 한숨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그럼 내가 가서 들어보는 수밖에.
"오늘은 뭐 때문에 꽃 산다고 할까?"
"어제는 뭐라고 하셨는데요?"
"어제는 친구 딸이 학예회 한다구.."
"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오늘은 친구가 졸작을 한다고 하시지 그래요."
"오?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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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였나 봐, 미치겠다 진짜."
예쁜 꽃다발을 만드는 그의 예쁜 얼굴을 보았다.
꽃을 그렇게 쳐다보면 시든 꽃도 다시 살아나겠어. 당신 덕분에 불사조가 생길 수도 있어.
"친구 무슨 색 좋아해요?"
"오.. 그거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질문인데요?"
"알았어요 여주씨 무슨 색 좋아해요?"
"저, 저요?"
"하늘색 맞죠?"
"...우와..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야 항상 하늘색 꽃만 사가시니까요."
순한 얼굴과 대비대는 힘줄 튀어나온 남자다운 손으로 꽃들을 모아 예쁘게 포장해주는 그는 누가 봐도 반할만 했다.
금손이야.. 손이 빛나는 느낌이야..
"친구 졸작 어디서 해요?"
"...네?"
"이것도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질문인가?"
"종로쪽?"
"지금 가요?"
"아니요 퇴근하고 가려구요."
"몇 시쯤?"
"글쎄요 재욱이한테 꾀병 부리고 곧?"
"항상 짧게 물어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네요 진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수줍게 웃는 것 밖에 없다.
내 수줍은 미소를 보며 같이 웃더니 갑자기 꽃 한 송이를 지극정성으로 포장하는 거다. 아니 누군데. 누구 줄 건데.
"예약이 있나 봐요?"
"네. 중요한 사람꺼라. 너무 많이 주면 부담스럽겠죠?"
"어휴 너무 부담스럽죠.. 받기도 전에 도망갈걸요? 일단 제 꽃다발 계산 좀 해주시겠어요? 선. 호. 씨."
"그 정도예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거의 다 됐어요."
괜히 심술이 나 틱틱댔는데 정말 인자하게 조금만 기다려달란다. 참나, 1년도 더 기다려. 서서 기다릴 수도 있어.
내 꽃다발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만드네. 이리저리 리본 색도 비교해가며 묶었다 풀었다 아주 쌩 난리를 치던 그는 꽃향기를 한 번 맡더니 만족한 듯 웃으며 나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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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욱이가 친절하게 다 말해주던데요? 이 추위에 종로 가서 시간 때우면 입 돌아간다고."
"...알바 필요 없어.. 당장 잘라야겠어.."
아 오늘 자긴 글렀다. 이불 차다가 5시쯤 나도 모르게 잠들 것 같다.
그냥 집으로 뛰어갈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인사하고 내릴까? 두 가지의 방법 중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다 이미 흑역사 펼쳐본 거 아주 난리부르스를 만들어보자 싶어 그를 바라봤다.
"오, 왜 그렇게 봐요..?"
"근데 저 왜 아껴요?"
"네??"
"저 신줏단지처럼 아낀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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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욱이가 말했어요? 이자식이.. 비밀이라니까."
"왜요?"
"그거 이유도 말했어요? 설마 그건 안 말했겠지..?"
"네. 별 말 없던데요?"
"..자주 오시니까 아끼죠. 다짜고짜 아낀다고만 말했구나. 많이 당황했죠?"
"아..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봬요!"
그렇다. 재욱이는 친절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불었는데 내가 아낀다는 말에만 꽂혀서 반응한 거였다. 그래, 상사병에는 답이 없대요..
황급히 뛰어가는 내 뒷모습 많이 우스웠겠지? 우스꽝스럽다 못해 수수깡 같았을 거야 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