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l조회 112l
이 글은 10년 전 (2013/8/13) 게시물이에요

말 그대로 문단임..조각조각조각...ㅠㅠㅠ

그리고... 수위조각글 2,3개 있는데 그건..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볼게

사실 내가 수능 끝나고 연재? 단편? 무튼 쓰려고 모아둔 조각글들인데

내 생각에 수능 끝나고도 안 쓸 것 같아서 걍 지금 풀게 삘 받은 김에 ㅋㅋㅋ


1. 장마라 하기엔 너무 과했다. 천둥. 폭우. 번개. 오지 않을 거란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기다림은 허무맹랑하다 못해 기운 빠지는 일이었다. 유리창 너머, 아스팔트 위로 빠르고 세차게 번지는 물결을 보면서 초조하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민트색 담뱃갑. 멘솔.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너를 보았다. 하얀색 바탕에 민트색 땡땡이가 알알이 박힌 장우산, 깃부분만 민트색인 하얀 반팔 피케 셔츠, 접힌 밑단 부분만 하얀 민트색 반바지, 어울리지 않게 목이 무척 긴 새하얀 양말, 그리고 민트색 로우탑까지. 네 손에 들린 것도 민트색 우유곽. 맞춘 듯하나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그 민트와 화이트의 조화가, 어딘가 기묘하고 경이로운 느낌. 그게 너였다. 


2. 어느 겨울날 새벽 강변이었다. 담배빵이라도 한 듯 군데군데 검은 홈이 파인, 기하학적인 스트라이프 프린팅의 레몬색 바람막이. 너무나도 튀는 그런 옷차림의 너는 한 마리 나비처럼 내 마음에 들어와 자리잡았다. 한겨울 추위가 춥지도 않은지 이불마냥 거대하게, 하지만 포근한 느낌으로 네 얇은 몸을 감싼 바람막이 밑으로 붉은색, 푸른색... 알록달록한 자국들을 울긋불긋 잔뜩 단 맨다리를 드러낸 네가 내 앞에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나비에 푹 빠져 산다. 나야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물론 관심이야 있지만, 집착까지는 아니다.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는 나비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그 나비가 자꾸 내 삶에 끼어든다. 

너는 왠지 한 마리 나비로 변한 작은 요정 같았다. 작은 날개, 조용하지만 꽤나 경쾌한 목소리,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너만의 슬픔. 

나비야, 내 나비야. 어떤 박물학자는 나비가 "고통스런 삶에 위안을 준다"고 했대. 나도 그래. 너에게 집착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느 순간 너만 찾는 날 발견했어. 그 집착은 나한테는 위안이었어. 그래서 그런 거야.

살다 보면 자신이 사랑하고 기억하던 것들을 직시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먹고, 자라고, 멈추고, 도망치고, 계속 이어지는 기억의 굴레. 


3. 피아노 치는 네 뒷모습과 얇은 목을 감싼 빳빳하고 하얀 옷깃. 난 늘 네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녔다. 그런데 네 시선이 닿는 곳엔 학창 시절 너와 협연을 했다던 우리 누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 누나의 옆에는, 우리 누나와 같은 반지를 낀 채 한 때 날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남자가 서 있었다. 우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4. 내가 바라는 건 이 우산이 아니라 그 밑에서 함께 걸어가는 너와 나라는 것을 왜 모르니. 내가 기다리는 건 밖에 비 온다는 네 문자가 아니라 비 오니 커피라도 한 잔 마시자는 네 전화라는 것을 왜 모르니. 


우리의 이별은 한순간이었다. 폭풍우처럼 휘친 이별은 금세 자취를 감춰 버리고,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5. 아주 춥고 시린 겨울날, 난방도 되지 않는 서가 뒤쪽에서 우린 처음 만났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지만 네가 서 있는 곳은 까닭도 알 수 없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네 품도 그러하듯, 네 주변을 감도는 공기 하나하나도 내게는 눈물겹게 따스했다. 그렇게 너는 내 마음에 조그만 씨앗 하나를 심고서는 조용히 자리 잡았다. 


서로의 마음을 모르고 조바심 내던 봄날의 우리는 따스한 봄볕 아래 잔뜩 상기된 두 볼을 부비며 사랑을 기약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그 풋풋함에 우리는 더욱 설렜다. 이제 겨우 조심스레 한 걸음을 내딛은 마음은 점점 따가워지는 햇살 아래서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며 여름을 향해 나아갔다. 


금방이라도 데일 듯이 뜨거운 한여름의 뙤약볕, 연약하고 어린 마음이 견디기엔 가혹하리만치 뜨겁던 그 여름, 서로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감당하기에는 우리의 마음은 너무도 순한 마음이었다. 빈껍데기만 남은 채로 말라 버려 무슨 수를 써서도 되돌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뜨거웠던 사랑은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말라 버렸다.


하지만 기적처럼,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적시는 가을 소나기가 내렸다. 우린 조심스레 서로의 손끝을 내밀어 함께 그 빗줄기에 젖어 들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랑은, 한층 더 단단해져 반짝이는 황금빛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시 겨울이다. 이 겨울은 더 이상 춥지 않다. 그러나 아직 봄이 오기에는 이르다. 이 겨울만 넘기면, 우리에게는 영원의 봄이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우리는 뜨겁지 않다. 서로의 얼굴만 봐도 한껏 달아오르던 여름은 이미 막을 내린 지 오래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마주 잡은 두 손을 절대 놓지 않을 자신이 있다. 우리는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법을 깨우쳤다. 그건 절대 불타오르는 애정이 아니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다스한 어느 접점에서 우리는 평생을 함께 갈 수 있는 균형을 찾아냈다. 사랑의 온도가 얼마나 높은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뜨겁기만 했던 그 때의 우리보다 지금의 우리가 서로를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우리는 늦었지만 깨달았다. 


늘 듣기 좋은 발음으로 나를 부르는 너의 익숙한 목소리. 나는 가만히 손을 뻗고는 눈을 감았다.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네 얼굴에 은은히 떠오르는 미소를 볼 수 있다. 너의 또렷한 눈매, 날렵한 콧날, 매끈한 입술, 그리고 나만을 담고 있는 네 마음까지도. 네 모든 것을 단지 머릿속에 그리기만 해도 나는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네 온기가, 네 따스한 마음이 손끝을 통해 나에게로 전해진다. 너의 하얀 손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날 편안하고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여전히 창밖엔 흰눈이 가득하다. 그러나 내 코를 간질이듯 스쳐가는 것은 분명히 꽃향기였다. 


살랑- 어디선가 꽃향기 가득한 바람이 불어와 내 온몸의 감각을 선연히 일깨우고 있었다. 


사랑해- 네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 가슴 깊숙히 파고 든다.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아니, 사랑해야만 하는 봄이 왔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둘리1
슼..♥ㅅㄹㅎ
10년 전
둘리2
헐...분위기 쩐다...
10년 전
둘리3
슷큿큿ㅋ슼슼 ㅠㅠ
10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날짜조회
        
        
        
        
        
 
할 말있어요 짱짱이다 진짜 08.18 16:29 43 0
랜짤을 향길맡고 색깔 음미하고 와인뷰다 우아하게 잡아먹을테다 08.17 22:36 59 0
[소녀시대] ㄱ 조각글 애들 이름 없으니까 자기 좋아하는 커플링 넣어서 읽어요3 08.13 21:22 112 0
애미야 너무 어둡다 불 좀 켜다오3 08.13 02:43 101 0
난수많은 콘서트와공방을갓지만 그런악개는처음봄어제ㅋㅋㅋㅋㅋ(ㅍㅈㅇ)20 08.11 16:25 346 0
나 아까 막 소리지르는데 자꾸 앞에 있는 여자애 2명이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비웃길래 진짜 기분나쁨....3 08.10 23:33 266 0
[빅스] 무명아이돌 너빚쟁이와 팬페이지 홈마 홍빈이 썰14 08.10 18:40 271 0
[인피니트] ㄱ 나란 집콘뚝. 스포안보려고 싸지른 현성조각3 08.10 01:55 96 0
향기 마꼬!!! 새깔!!!! 음미하궈!!!! 08.06 16:52 49 0
sm팬들이 알아둬야 할것!(아마 타팬덤도)6 08.04 01:21 259 0
콘서트도 불안한데ㅠㅠㅠ 07.30 23:30 60 0
랜짤 휘성 다이어트와 박봄 다이어트 병행중4 07.30 20:28 109 0
와인보다 우아하게 잡아먹을테다4 07.20 18:13 91 0
나 방금 리믹스 보고왔는데2 07.18 01:09 55 0
콘서트와 3기를 둘다 잡았지 헤헤헤헤ㅔ해ㅔ헤5 07.13 17:10 97 0
헤어는 리젠트와 투블럭일부멤버는 스모키시도4 07.10 00:19 104 0
안녕하십니까, 뚜니어스 게임 2회전을 시작하겠습니다49 07.09 19:58 221 0
트와일라잇 분위기야4 07.07 16:24 115 0
이제 콘서트와 컴백1 06.29 01:02 50 0
기사는 11시 넘어가서 뜬걸로 알아1 06.27 17:22 107 0
전체 인기글 l 안내
5/10 20:50 ~ 5/10 20:5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트와이스 인기글 l 안내
필터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