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예능 활용법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방송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수지가 한 시간 내내 얼굴을 비추지만 시청자들은 외면했다. 다른 프로그램에 수지가 게스트로 나오면 화제가 되는데, 그녀가 고정 출연하는 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또 다른 아이돌 멤버들이 함께한 결과니 더욱 실망스럽다. 그렇다면 이 현실을 어떻게 수지타산 해야 할까.
우선, 다들 알다시피 수지와 아이돌들이 가진 매력의 문제는 아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가 다시 탄력을 받는 요소들을 보자면 아이돌의 한계라고 치부하기에도 석연치 않다. 예능감이나 스케줄 난항은 감안해야 할 리스크이지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아이돌 예능의 문제는 맥락과 형식의 부재에서 나온다. 극단적으로 에서 까지 잘되는 프로그램은 그만의 형식이 있다. 그 속에서 캐릭터라든지 왕중왕이라든지 스토리가 피어난다. 의 실패 원인은 아이돌의 한계가 아니라 형식의 부재에 있는 것이다.
신선도가 높은 음식들이 그렇듯 여자 아이돌 올스타즈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나마 노 촌장(노주현)과 남희석 등의 어른들이 마을 어르신들과의 교류를 터내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돌들이 시골마을에 활력은 불어넣으면서 훈훈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어우러지는 과정 속에 여자 아이돌들이 망가지는 볼거리를 제공할 틈을 마련했다.
그런데 농촌생활이란 게 원래 지루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색다를 것 없는 일상을 오랜 기간 방송으로 만드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돌 특유의 활동 스케줄상 멤버들의 이탈과 전입이 잦아지는 문제도 생겼다. 그러나 는 이런 장점이나 단점에 대해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시작했다. 이수근과 지현우가 함께하던 그 시절, 갯벌에서 구르는 등 각종 게임을 했지만 최소한의 당위성도 얻지 못하고 산만하게 흘러갔다. 결국 가학성 논란 이외에 아무런 화제도 낳지 못했다.
이영자가 투입되고 나서 사정은 한결 나아졌다. 엄마와 딸이란 꽁트 설정을 통해 스토리를 담을 그릇을 만들었다. 그들은 펜션 주인이 되어, 남자 아이돌과 같은 연예인은 물론, 대식가 가족, 수능스타 강사, 마산의 여고 핸드볼 선수들 등등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했다. 하지만 정돈되었다는 것 이외의 발전은 없었다.
MT도 한두 번이야 MT다. 그걸 지켜보는 것도 한두 번이야 재밌고 간접체험이다. 엄마와 딸, 펜션을 찾아오는 손님이란 뼈대만 있을 뿐 그 구조를 작동하는 아무런 공식도 형식도 없으니, 스토리가 쌓인다거나 촘촘하게 진행되는 맛이 없었다. 게다가 이영자와 붐을 비롯한 기존 출연자간의 호흡에 문제가 있었다. 이영자는 좋은 MC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코미디언이지만 혼자 정리하면서 추스르는 유재석과가 아니다. 누군가가 받아주고 받쳐줘야 산다. 그녀의 곁에 김숙이나 홍진경, 김영철 등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그래서 크다. 의 신동엽과 컬투는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무대연습만 해도 벅찬 아이돌들에게 이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 무리한 꽁트화는 이영자 이외의 다른 출연진의 캐릭터를 딸과 아들이란 이름으로 희석시켜버렸다. 매번 식사 준비와 소소하고 의미 없는 게임이 반복되고, 일정부분 게스트에 맞게 흘러가다 보니 캐릭터를 만들어 내거나 서로 관계망 형성을 할 겨를이 없어진 것이다. 남은 건 그저 앳된 소녀들의 웃음소리뿐이었다.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워도 해맑은 웃음과 귀여움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시리즈가 남긴 결론이다. 아이돌 밭인 음악가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 나이 때의 발랄한 아이들로 보여주는 건 좋았지만 1시간 내내, 그것도 매주 같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또래 시청자들부터 외면한다.
의 실패는 아이돌 활용 방안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라는 경고등 같다. 아이돌이 인기가 많긴 하지만 대다수의 예능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못 캐치한 것이다. 가 겨누고 있는 건 결국 마이너한 감수성이었다. 쉽게 말하면 삼촌 팬들의 욕망을 무리하게 확장한 것이다.
최근 예능에서 활약하는 연예인들의 나이 대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오히려 세대차 없이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살 수 있었던 건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생생하고 원초적인 캐릭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이 의 능력자 캐릭터 김종국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또한 삼촌뻘에 자신들의 두 배에 가깝게 큰 이광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리즈는 청춘의 치열함도 그 풋풋함도 접어두었다. 그 대신 예쁜 여자 아이(돌)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귀여운 모습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췄다. 출발이 이렇다보니 특별한 형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이미지만 남고 나니 아빠미소의 감수성을 가진 시청자가 아니고는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아이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친근하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던 포부는 오히려 아이돌의 이미지를 고착화시킨 예만 남기고 말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