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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http://www.instiz.net/bbs/list.php?id=writing&no=980124&page=1&k=circus&stype=1

Warning!Midnight Circus03


[20141220, PM 5:00, Goe]

우습게도, 오랜만에 찾아온 고이는 아주 황량했다. 줄리안은 에네스의 어깨에 매달려 뒤꿈치가 내려앉은 구두에 제 발을 구겨넣으면서 형편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진짜 우리가 알고 있는 고이가 맞는거야? 사람 없는 도로에서 쌩쌩 달리고 있는 차들만 에네스의 물음에 대신 답했다. 저번 주에 정찰 왔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사람 많고 말 많은 이 곳이 이토록 조용해져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니 보다 시끄러운 고이가 왜 이 꼴이야?"
"러시안 스윙 진짜 독하다. 어떻게 이 거리를 그냥 싹쓸이 할 수가 있어…?"
"그 자식들 소행이 맞긴 맞아?"

예상컨데, 이건 정말로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에네스는 면도가 덜 된 제 턱을 쓰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텅 비었다. 여덟개의 유통업계가 모인 바로 이 거리가 말이다. 러시안 스윙이 아무리 이 바닥에서 잘 나간다 하는 녀석들이라 해도, 이 정도로 악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마냥 씩씩, 아니 꽥꽥대고 있는 줄리안과 달리 에네스는 고개를 찜찜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야, 쟤 알베르토 아니야?"

심지어 러시안 스윙이 이 거리에 당도한 걸 마주보았는데도 말이다. 줄리안이 아까 전까지 지독하게 관리했던 피부를 형편없이 구겼다. 쟤는 지가 주름을 만들고 케어한다고 지랄이지… 에네스는 그토록 낯이 익은 이탈리안을 보고 낮게 심호흡을 했다. 심증도 물증도 없지만 일단 사고는 쳐보자. 줄리안 왈 : 싸나이가 고이까지 왔음 알베르토 싸다구라도 한 대 치란 말이야! 

"Shit!"

그래서 쳤다. 싸다구는 아니고, 에네스는 발로 알베르토의 명치를 깠다. 나이스! 뒤에서 깐족대던 줄리안이 빠르게 쓰러진 알베르토의 멱살을 잡고 그의 몸을 일으켰다. 알베, 고이가 왜 이 꼴이야? 일부러 친한 척 부르는 목소리가 어찌나도 재수 없던지, 에네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얼굴을 붉히고 있는 알베르토를 내려다 보았다. 방심한 탓에 당한 게 자존심이 상한 듯, 그의 표정은 형편 없었다. 

"잘난 러시안 스윙 보스~ 께서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건지 물어도 될까? 응?" 
"퀸타르트, 일단 이 것부터 놓고 얘기 하자고."
"일단 네 피 좀 보고 얘기하자니까!"

퍽, 줄리안의 무차별적 폭행에 알베르토의 눈빛이 변했다. Damn it, 저글링 자식들은 왜 지금 굴러들어 와서는! 반응을 봐서 저 쪽도 이 사태의 원인은 아닌 듯 했으나 어쩔쏘냐. 맞았으면 때리는 게 상책이지. 순식간에 줄리안의 손목을 꺾고 일어난 알베르토의 입술은 피로 번져있어 부드러운 그의 선을 한층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아, 지금 이 순간, 그는 조직 병원에 있을 린데만만큼 로빈과 위안이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이렇게 안오는건지 보고싶어졌다.

"씨이-발"
"미안, 늦었다."

역시 양반은 못되는 거지. 깔끔하게 줄리안의 등허리를 가격한 로빈이 씩 웃었다. 눈부실 정도로 환하고 순수한 미소였다. 졸지에 쓰러진 줄리안이 욕을 내뱉는 동안 육체전을 그닥 즐기지 않는 -그러나 두뇌전에는 약한- 장위안은 에네스와 대치 중이었다. 아저씨들끼리 치고박고 볼만하네. 쩍 하품이라도 내비칠 것처럼 지루한 표정을 짓던 로빈이 줄리안의 손을 콱 밟고선 에네스의 등 뒤로 다가섰다. 둘밖에 오지 않았는데 이 쪽은 셋이라면, 빠른 싸움이 될지도 몰랐다. 

"저글링 양반들이 여긴 무슨 일이야? 아~"
"개새끼들이 썅으로 덤비고 지랄이야!"
"여기 싹쓸이 된 거 확인하러 온 건가? 우리 돈은 어디로 드셨어?"

싱글싱글 웃음을 지우지 않는 로빈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에네스는 눈 앞의 위안과 로빈, 쓰러져서 이 모습을 관전중인 줄리안과 알베르토를 모두 생각하고는 역시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직감했다. 여기는, 러시안이 지나간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이는 대체 누가 먹었지? 사실, 저글링과 러시안스윙을 제외하고는 이 곳을 관할하는 조직 중 쓸만한 놈들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야! 줄리안!"

에네스가 줄리안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퍽, -보다는 뻑에 가까운- 하고 끔찍한 소리가 그들 사이로 울렸다. 에네스는 자신의 앞으로 무참하게 쓰러지는 까만색 머리칼을 보고, 그 머리칼이 붉게 물들고 있다는 걸 깨달은 뒤 휙 고개를 들었다. 화사한 금발에 피가 잔뜩 튀긴 줄리안의 손에는, 축축해진 각목이 들려있었다. 아, 저 대책없는 새끼. 

"쓰러지니까 더 예쁘네."
"……."
"아, 피 냄새."

정정한다, 개 또라이 싸이코 자식! 에네스는 힘이 빠진 다리를 쭉 뻗어 줄리안을 넘어뜨리곤 제게로 다가오는 위안을 막았다. 이 새끼는 어떻게 도움이 안돼요. 보스의 왼쪽에 앉아있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한치 앞밖에 모르는데, 어떻게 제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어쨌든, 에네스는 지금 바빴다. 맨손싸움이길 다행이지, 줄리안처럼 각목 주워들고 오는 병신새끼가 러시안에 있었다면 에네스는 지금쯤 아마 로빈의 꼴을 면하지 못하고 쓰러졌을 거라고 확신했다.

"에네스! 왜 넘어뜨리고 지랄이야!"
"병신아, 우리 다 번지수 잘못 찾았어!"

오래 지나지 못하고 위안과 에네스의 얼굴에서 피가 동시에 터졌다. 아, 내 이 잘생긴 얼굴에… 줄리안보다도 더 질질 흘러넘치는; 자부심의 대명사인 위안은 조금 침울해져 퉤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었다. 당분간 맵고 뜨거운 음식은 글렀지.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건, 거울을 볼 때마다 슬퍼질 것이라는 거지만 말이다. 이제는 관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편하게 앉아서 줄리안과 스트리트 파이터 대회!를 구경하는 알베르토를 보자 그 증세는 조금 더 심해졌다. 참고로, 그 둘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걸 보았을 때 위안과 에네스가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은 같았다. : 저 새끼들을 먼저 처리하고 튈까? 

"어, 보스다."
"너네 보스 이름이 다니엘이던가?"
"대니 애런즈."

어쭈, 이젠 담배에 불도 붙인다. 에네스는 눈 앞의 남자, 위안이 줄리안이다 줄리안이다 최면을 걸며 바닥난 체력을 끌어올렸다. 주먹을 날리는데 키도 작은 게 어찌나 휙휙 잘피하던지, 얄미워서라도 저 평화로운 만담콤비에 합류하고 싶을 정도였다. 보스에게서 온 전화를 의아하게 보던 알베르토가 무슨 정보를 흘릴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싸울 이유가 없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에네스의 주먹이 뚝 멈췄다. 알베르토가 전화를 받은 것도 바로 그 때였다.

"여보세요?"
-데이아나는 왜 전화를 안받아?

어… 걔 지금 쓰러져 있는데욥… 사실을 말할 수 없던 알베르토가 모르겠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위안 역시 보스의 전화에 바짝 날을 세우고 에네스를 향해서 공격을 가하던 것을 그만뒀다. 어차피 상대방 역시 더 이상 싸울 마음을 가진 것 같지 않았다.

-지금 어디있나?
"정산하는데 수입이 이상해서 잠깐 고이에 왔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담배를 꺼내든 알베르토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위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항상 바보같은 웃음을 달고 다니는 남자가 인상을 구길 때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그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줄리안과 에네스도 무언가 낌새를 느꼈는지 그들은 숨을 죽이고 대니의 말에 집중했다. 

- …설마 사고쳤냐?
"……."
- 데이아나는?
"보쓰…."
- 고이에 있는 모든 업계들이 조직 아래서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정부가 알았어. 
"네????????"
- 애꿎은 싸움하지 말고 돌아와.

그 누구보다도 끝내주는 보스의 목소리가 이 순간 만큼은 어찌나도 잔인하던지, 알베르토는 황망한 얼굴로 전화가 끊긴 휴대폰만을 바라보았다. 먼저 공격한 쪽은 퀸타르트야, 그렇지? 우리는 로빈도 쓰러졌다고! 그런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해산해야 했지만, 머리가 아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머리를 맞은건 제가 아니라 로빈인데 말이다. 위안은 말 없이 머리카락에 굳은 피가 잔뜩 말라붙은 로빈은 질질 끌고 자신들의 차로 향했다. 젠장. 맞은 얼굴이 더 억울해지는 순간이었다. 

"씨발."
"내가 그러길래 적당히 하랬지."

망할 정부새끼들. 담배를 바닥에 내다버린 줄리안이 제 뒷머리카락을 헤집고선 자리에서 일어섰다. 보스 몰래 이 난리를 친건 둘째치고 자신이 갈겨버린 고운 머리통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던 탓이었다. 우리도 가자, 에네스. 결국 싸운 것만 다 헛고생이네. 물론 그것보다 중요한건 보스한테 들어맞을 잔소리 폭탄이지만. 에네스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차키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에네스의 새카만 차가, 

「저글링 병신새끼들ㅋ」

새하얀 락커로 물들은 걸 알기까지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왠지 알베르토만 두고 늦게온다 했지, 그 얍삽이들이…."
"……."

줄리안은 그 날, 다시 러시안스윙을 찾아 달려가는 에네스를 말리느라 곤욕을 치뤄야만 했다.




***


분량조절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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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봄
독자1
작가님ㅠㅠ그냥제심장을가져가세요ㅜㅜㅜㅜㅜ아진짜분위기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언제나오나 기다렸는데!!!!!!드디어!!!!
그니저나..에네스의 자동차...지못미...☆
그리고ㅠㅠㅠㅠㅜ로빈의 소즁한 뒤통수가...ㅠㅠㅠ엉엉ㅠㅠㅜ로빈의 흑말이 붉은피로 엉켰다니엉엉ㅠㅠㅠ이런 나쁜 줄리안.엉엉ㅠㅠㅠㅜ
여기 미드나잇에서는 줄리안과 로빈이 기존의 캐릭터에서 벗어난 뭔가 평범하지않은 분위기로 나와서 너무좋은것같아요ㅠㅠㅠㅠ
아진짜 미드나잇을 정말 취저탕탕ㅠㅠ작까님그냥 쥬땜므♥

9년 전
독자3
기다렷어요♥♥♥♥
9년 전
독자4
오오오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 글진짜 잘쓰세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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