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만의 공식석상 이었다. YG Family Concert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정말 어느 때 보다도 열심히 준비했다. 쉬는동안, 멤버들의 콘서트를 프로듀싱 하는동안 그리고 패밀리 콘서트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니가 있어서 더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니가 지켜보고 있어서 더 열심히 노래했고 더 진심을 담아 노래할 수 있었다. 앵콜곡에 이어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콘서트는 끝났다. 오랜만에 오른 무대는 막혀있던 숨이 탁 트이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그냥 정신없이 무대만 즐겼다. 그동안 얼마나 갑갑하고 몸이 간질간질 했었는지 무대에 서있다는 사실자체로 흥분되고 신이 났다.
콘서트가 다 끝나갈때쯤 니가 있는 좌석을 봤는데 니 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마 대기실로 가서 기다리고 있나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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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 돌아와서도 정신이 없었다. 콘서트 첫날이라 회사 관계자 분들이 오셨고 지인들도 와서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고 바빴다. 콘서트 DVD에 들어갈 인터뷰를 짧게 한다고 해서 인터뷰를 하고 바로 이어서는 콘서트 회의를 했다. 스탭들이 정리를 하고 다른 선배분들이 먼저 가고, 대기실에서 계속 기다렸는데 몇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너는 오지 않았다. 이제 그만가자는 매니저형의 말에 멤버들과 공연장을 나섰다. 아직 너는 문자에도 답이 없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계속 연락이 되지를 않아서 멤버들은 벤을 타고 숙소로 가고 나는 여주네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자꾸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짐정리를 하고 짐을 옮기고 있었다. 짐 정리를 하고 있던 사람들 중 한 아주머니를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저기요,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남의 집 짐을 왜 옮기세요"
"어? 오늘 예약 하셨는데요."
"뭘 예약을 해요. 그럴 리가 없는데"
"집주인 확인하고 진행했는데, 이상하네, 1009호 집주인 한여주씨 아니에요?"
"한여주요?"
"네 한여주씨가 오늘 포장이사 예약 하셨거든요."
".................'
덜컥.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왜 갑자기 연락은 안되고..
그 와중에 숙소로 빨리 들어오라는 매니저형의 전화가 왔다.
"한빈아. 내일 모래까지 콘서트야. 컨디션 관리 해야지 빨리 들어와"
"형... 형도 알고 있었어?"
"......."
"알고 있었구나."
"일단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해"
숙소로 가는 길에 차를 너무 급하게 몰다가 사고가 날뻔했다. 무슨 그따위 운전을 하냐고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욕짓거리를 뱉는 사람에게 그냥 멍하게 미안하다고 사과만 몇번하고 숙소로 왔다.
매니저형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얼마전에 사장님이 여주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여주한테 연락을 해준적이 있는데, 아마 그떄 사장님이 해외로 나가라고 한것 같다고 그이후로도 나 모르게 회사를 몇번 드나들면서 이사님이랑 만났었다고..
"한여주 정말 독하네"
오늘 아침까지 마주보고 이야기를 했던 너인데. 혼자서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단다. 어이없는 웃음만 나왔다. 그리고 그냥 원망스럽고 배신감만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숨길 수 있었는지 왜 숨겼던 건지 내가 그정도의 신뢰도 주지 못했던 건지. 말한마디 없이 떠날 수 있는 딱 그정도의 사이였던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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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마음을 억누르고 남은 이틀간의 콘서트를 별 사고 없이 마쳤다. 그리고 멤버들은 활동기간과 콘서트를 끝낸 보상으로 휴가를 받았다. 윤형이 형, 준회, 동혁이는 각자 집으로 갔고 바비형은 진환이형네 집으로 같이 갔다. 그리고 숙소에는 나만 남았다. 이렇게 정신이 피폐해져 있는데 집에 가봤자 걱정만 시킬것 같아서 그냥 숙소에 남겠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니생각만 하면 왜 그렇게 답답하게 나한테는 말한마디도 안한건지 화부터 나서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딩동 -
문을 열었더니 경비실 아저씨가 박스를 하나 들고 서계셨다.
"그저께 무슨 포장이사 업체에서 맡겨놓고 갔어요. 집 정리 하면서 한빈총각 앞으로 보내라고 했다네"
"네, 감사합니다."
보내는 사람 이름이 없는 박스를 받아들고 아저씨께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내방에 들어와서 박스를 풀어봤다. 그안에는 너와나의 추억이 담겨있었다. 처음 만날 때 매일 주고 받았던 손편지, 몇안되는 같이 찍은 사진, 같이 봤던 영화 그리고 내가 선물했었던 작곡 노트. 같이 작곡을 배우면서 서로 자작곡을 들려주고 노트 밑에 짧게 글을 적어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글은 서로에게 쓰는 연애편지가 되어있었다. 천천히 한장씩 넘기면서 읽어 봤다. 한글자 한글자 풋풋하고 설레는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글씨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썼던 글이 나오고 한장을 더 넘겼다. 가사 없는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밑에는 엉망인 내글씨와는 다른 또박또박 정갈하게 쓰여진 니 글씨체로 된 문장이 있었다.
가끔 너는 나를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서운함, 억울함, 갑갑함을 억누르는 감정이 몰려왔다. 그냥 그자리에서 눈물만 뚝뚝 흘렸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보고싶어서. 그제서야 머릿속에서 니가 했던 말들과 행동들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이제서야 니 행동, 니 말투에서 니 생각과 니 마음이 느껴졌다.
"새드엔딩이네"
"열린결말 아니야?"
"그닌까 열린결말인데 새드엔딩이네."
"아니지. 한빈아 생각을 해봐봐. 저 여자의 마음은 딱 반반이야. 돌아가야겠다는 생각과 그냥 그대로 헤어져야겠다는 생각"
"다시 돌아가서 둘은 이렇게 저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까지 안 보여주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야."
"그들은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지도 모릅니다 는 왜 헤피엔딩이 될 수 없는건데?"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 있는데도 헤어진건 분명히 다시 못만나는 다른 이유가 있는거야. 그래서 아마 둘이 다시 못만날 가능성이 높아"
"꼭 다시 만나야 헤피엔딩은 아니잖아. 무슨 어린이 동화책도 아니고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했어요가 아니라 왕자님과 공주님은 현실에 적응하며 서로를 잊어갔답니다 도 해피엔딩이야."
"그 공주의 마음은 모르겠는데 아마 왕자는 행복하지 않을 걸?"
"왜??"
"남자는 그런걸 잘 못해. 헤어졌는데도 그리고 다시 못만나는데도 행복할수는 없어. 그래서 그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받아들일수가 없는거지"
"뭐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긴 하네. 그래도 그냥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그런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만 해도 서로에게 해피엔딩 아닐까?"
"2편 나오면 그때 다시 확인하자 헤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그래"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너와 영화를 보던 날 우리는 영화의 엔딩을 두고 이야기를 했었다. 꼭 다시 만나야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사니까 해피엔딩이라고 하던 너였다. 그때부터 너는 이런 엔딩을 준비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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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놀러가던 날도 그랬다. 분명히 아침에 아무말도 없었는데 어디냐는 내말에 너는 출판사에 일이있었다며 대충 둘러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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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심각해?"
"아무것도 아니야"
"어제 일 때문이면 그냥 잊어버려"
"다음에 시간나면 한별이 데리고 놀러가"
"그러자 시간나는 대로 한번 더 데리고 가자. 사람들 많이 없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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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려고 하고 숨기려고 해도 니 말투에 니행동에 다 묻어나고 있었다. 너혼자서 준비하고 있던 이별이 ..혼자서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 내 말과 행동이 너를 얼마나 아프게 했을지 병신같이 또 그제서야 후회가 됐다. 복귀시기를 잠시 미뤄두고 너와 시간을 더 보낼 걸. 한번쯤 니 눈치를 살피고 니 생각을 더 읽어보려고 할 걸 그랬다.
그렇게 혼자서 이별을 고민하고 이는 애 앞에서 나는 바보같이 헤실헤실 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첫번째 이별이 있었고 두번째 이별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너는 혼자서 힘들어 하고 혼자서 견디고 혼자서 결정을 한다. 니옆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음악인데 이렇게 너는 나를 다시한번 떠났다. 이번에도 나는 일때문에 빌어먹을 음악때문에 너를 놓쳤다. 한번 이별을 겪어 봤으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가장가까운 사이이지만 서로에게 기대는 법을 몰랐다.
이 상황이 더 답답한건, 나한테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이런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눈에 보여서 쉽게 붙잡을 수가 없다는 거다. 지금 붙잡으면 니가 더 힘들테니까 그냥 보내주는게 너를 위한 일일지도 모르니까
초코송이 :) |
아가야 초코 두동동 정주행 암호닉분들 사랑합니다. 오늘은 한빈이 시점이에요. 여주가 떠나면서 한빈이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한빈이에게 돌려주고 갔고, 한빈이는 그제서야 여주의 말이나 행동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후회를 합니다. ㅠㅠ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한빈이는 또 쉽게 여주를 잡지 못하죠. 여주를 붙잡는게 또 자신을 위한 선택인것 같아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