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요. 제발."
"참아."
"제발. 제발요."
"참으라고."
학연은 밀려올라오는 토기를 이기지 못해
두 주먹이 하얗게 질리도록 철장을 꽉 쥐었다.
학연은 계속된 헛구역질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참아 라고 냉정히 말했다.
식은땀까지 흘리던 학연이
결국 참지못하고 팔에 꽂혀있던 주사바늘을 마구잡이로 뽑았다.
학연의 몸은
떨어지는 꽃잎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학연이 정신을 잃자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눈짓으로 문을 지키고 서있던 검은 남자둘에게
학연을 침대위로 끌어올리라고 지시했다.
철장문을 밀어서 제끼고 앞에 쓰러져있는
학연을 가볍게 들어올려 침대위에 올려놓았다.
흰 가운을 입은남자는 천천히 다가와
학연의 눈꺼풀을 뒤집고 동공반응을 확인했다.
"단순기절이군."
남자는 새로운 바늘을 또다시 학연의 팔로 밀어넣었다.
빼곡한 바늘자국사이로 빈곳을 찾아서.
주사바늘이 밀려들어올때
학연의 감은 눈꼬리사이로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길게 늘어서 흘러내리는 눈물 방울들이
마치 위태로운 학연의 모습과 같다.
*
홍빈은 자신을 보며 잘부탁한다는 남자를
따라 복도를 계속 걸어 끝에 도착했다.
문 하나를 두고 바깥세상과
두번째 조우를 한 홍빈.
손을 들어 허공을 갈라본다.
부서져 흩어내려오는 햇빛을
움켜 잡아보겠다는듯 주먹도 쥐어본다.
어느새 밖으로 나간 남자는 홍빈에게 손짓한다.
"나와요. 홍빈군."
홍빈은 조심스럽게 발을 뗀다.
드디어 나가는건데.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홍빈이 남자의 눈치를 보며 한걸음을 뗀다.
서서히 햇빛속으로 걸어간다.
땀이 베어나오는 손을 바지춤에 문질러 닦으며
엉거주춤 남자에게 걸어가면 남자는 웃으며
홍빈을 차로 데려간다.
생전 처음보는것에 올라탄 홍빈은
한참을 인적이라고는 찾아볼수도 없는 길을
달리고 달려서 번화가에 도착했다.
세상이 이렇게 넓을줄 몰랐던 홍빈은
제 앞에 선 모르는 남자의 옷자락을 꼭 움켜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이지만
의지할 곳이 필요한 홍빈은 앞뒤 거르지않고
남자에게 의지한다.
남자는 그런 홍빈의 손을 괜히 모르는척하며
슬그머니 피하고 떨쳐낸다.
"정택운. 이재환. 보러갈래요?"
처음 마주한 세상에 대해 떨림보다도
더 큰 자신이 몰랐던 거대한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홍빈은 목이 부서져라 끄덕였다.
"대답."
남자는 정말 짧게 홍빈을 날카롭게 쏘아보다
바로 표정을 풀어서 웃어보였다.
"해야죠. 말로 하는거에요. 대답은."
홍빈이 분명 자신을 쏘아본듯한 눈빛에 놀라려던
그 순간 웃어보이는 남자를 보며
제가 잘못 본거라 생각하며 얼른 택운과 재환을 보러가자 말했다.
"갈래요."
남자는 웃으면서 홍빈과 눈을 마주쳐왔다.
"홍빈군."
홍빈은 남자를 말간눈으로 쳐다본다.
아니.
울음기서린 눈으로 쳐다본다.
"세상은. 아름답지 않아요."
남자는 또다시 홍빈과 함께 차를 타고 한참을 간다.
홍빈을 데리고 으슥한 곳으로 들어간다.
아니.
어느샌가 따라붙은 검은옷을 입은 남자들이
양팔을 결박한체로 남자의 뒤를 따라 홍빈을 끌고간다.
*
으슥한 골목의 끝에 자리를 잡고있는.
위태로운 폐공장.
남자들은 폐공장 철문 바로 앞에 위치한 차에 홍빈을 밀어넣는다.
온통 새까맣게 썬팅되어있는 자동차의 내부에는
온갖 통신기기들과 모니터가 설치되어있었다.
그것마저 처음보는터라 홍빈은 어리둥절했다.
남자는 웃으면서 홍빈을 모니터앞으로 끌어다 앉혔다.
헤드폰도 꼭꼭 씌어주었다.
홍빈은 남자를 따라 모니터를 주시했다.
기계부속들이 굴러다니는 지저분하고 음침한
폐공장 내부의 모습이 보이고
서로서로 묶여 바닥에 앉혀져있는 낯선사람들을
바라보는 택운과 재환의 모습이 보인다.
'죄송해요.'
물기를 머금은 재환의 목소리가 헤드폰을 타고 들려온다.
깜짝놀란 홍빈은 남자를 쳐다보지만
남자는 웃으면서 홍빈에게 작은 스틱을 쥐어준다.
"형들. 빨리 만나고 싶어요?"
불안해하는 홍빈에게 남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귓가게 속삭였다.
"내가. 하나둘셋하면. 누르는거야."
홍빈은 싫다말했다.
왠지모를 불안함 때문에.
그 버튼을 눌러버리면 정말로 제가 알고았던
아름다운 세상이 깨어질까봐.
남자는 홍빈이 싫다고 말하자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눌러. 누르란 말이야!"
홍빈과 남자가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때.
모니터속 택운과 재환은.
한곳에 묶어놓은 남자들에게서
천천히 멀어지고 있는중이였다.
고된일을 마치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홍빈은 남자의 힘에 못이겨 버튼을 누른다.
택운과 재환이 거의 문 앞에 다달았을때.
갑작스럽게 들리는 삐- 소리.
짧아지는 소리의 간격에 택운은 불안한듯
주변을 둘러보다 재환을 데리고 문을 향해서 달린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소리의 간격은 더욱 빨라져 연속된 소리로 들린다.
삐이-
택운은 재환을 감싸안고 엎드린다.
폭발로인해 문이 날라가고 밖으로 튕겨져 나온 택운과 재환.
"...환아....ㅈ...환아...."
아득해져가는 정신의 끝에서
재환은 택운의 목소리를 듣는다.
눈을 뜨면 해를 등 지고있는 택운.
택운의 눈물방울들이 재환의 볼에 떨어지면
택운은 몸을 돌려 재환을 등진다.
제가 잘못본거라 믿고싶은 재환은
자신의 볼에 떨어진 택운의 눈물방울들을
손등으로 쓸어내린다.
온통 붉다.
"...형...택운이형...."
"....괜찮아.재환아. 나는 괜찮아."
"어떻게해요....미안해요...형...형...."
택운은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있는채로
아이처럼 울고있는 재환에게 다가가
꼭 안아준다.
택운의 한쪽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세상의 반쪽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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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길잃해서 톡방에 잘못올렸었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