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위로 새하얀 눈들이 떨어져 내렸다. 차가워, 등 밑으로 깔린 눈들은 곧 내 등을 축축히 적셔왔고 곧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와는 반대되게 머리 위에서 흘러내리는 끈적하고 기분나쁜 액체는 그 눈들과 다르게 따뜻해서 기분이 나빴다. 너무 아파, 힘겹게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서 힘겹게 뛰어오는 니가 보였다.
로빈…! 로빈, 로빈!!
나를 감싸오는 따뜻한 니 손이 좋았다. 이제 편안하게 눈 감을 수 있을 것 같아. 여전히 얼굴 위로는 하얀 눈들이 떨어졌다.
* * * *
더 살고 싶지 않아? 아직 같이있고 싶지않아?
……….
내가 널 위해 준비했어, 그러니까….
"로빈!"
눈이 번뜩 뜨였다. 이게 무슨…, 눈을 뜨자마자 내가 본 풍경은 충분히 나를 당황시켰다. 나는 분명 죽었었는데? 내 중얼거림에 인상을 찌푸리며 뭐? 하고 되물어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그렇게 괴로워했던 니가 있었다. 줄, 줄리안? 응, 왜? …혹시 꿈인가. 꿈치고는 너무 생생한 느낌인데, 괜히 볼을 꼬집어보면 너는 내가 아파보였는지 이마에 손을 대보며 어디 아픈건 아닌데? 하고 말해왔다. 내가 널 위해 준비했어, 거짓말같이 귓가에 맴도는 말에 눈 앞에서 손을 휘휘 저어대는 줄리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줄리안, 오늘 몇 일이지?"
"응? 오늘? 어, 오늘이…, 11월 1일!"
"………."
"왜? 무슨 일 있어?"
11월 1일이라니, 말도 안돼. 그럼 나 이거, 지금….
─그러니까, 되돌아간 시간에서는 꼭 살아남아.
시간을 되돌아갔다, 그것도 한달 전으로. 의문의 사람을 통해서 시간을 되돌아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안녕하세요 페퍼민트입니다. 시험이 드디어 끝났네요.
독자분들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