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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 륀느 전체글ll조회 1806l 1
# 04   

   

한바탕 폭풍같았던 패팅 섹스를 끝내고, 성규가 먼저 씻었다. 그리고 지금, 우현이 욕실에 들어가있는 시간, 성규가 아까 처방 받아왔던 약을 꺼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게 이질적이지만, 익숙해질때도 된 하얀 알약, 물과 함께 삼켜도 거북함은 여전했다.   

   

"아직도 머리 아파? 약이 왜 이리 많아? 많이 아파?"   

   

샤워를 마치고 수증기와 함께 나온 우현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물었다. 성규가 우현의 질문에 잠시 흠칫하다 싶더니 자신이 들고 있는 약통을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반투명한 약봉지 대신 어지러울 만큼 하얀 약통. 성규는 우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조곤 조곤 대답했다.   

   

"원래 편두통이 자주 와서요."   

"평소에도 심해?"   

"그냥 뭐... 약 먹으면 나아요."    

   

성규의 말에 쓰게 웃은 우현은 성규의 젖은 머리를 약하게 헝클었다. 머리에 남아있는 물기를 느낀 우현은 성규의 손목을 잡고 이끌어 침대 밑에 앉게 했다. 그리고 욕실에서 헤어 드라이기를 가지고 코드에 연결시키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성규를 다리 가운데에 놓고 앉았다. 중으로 조절해서 튼 다음, 성규의 머리카락을 살살 만지며 말려 주었다. 물기의 차가움과 헤어 드라이기의 따뜻함이 섞인 기분 좋은 감촉이 우현의 손에 차올랐다.   

   

"머리 다 안 말리고 자면 감기 걸려. 가뜩이나 머리 아프다며."   

   

우현의 말에 성규가 우현의 머리에 다리를 기대왔다. 귀여운 성규의 행동에 우현은 웃으며 남은 물기를 계속해서 다 말려냈다. 성규를 그 매춘굴에서 마주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저의 밑에 크게 운영되는 사채업에서 누군가가 8천만원을 도저히 안 갚는 다는 컴플레인이 나와 자신이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제 직원 다섯명을 끌고 매춘굴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머리가 어지러워왔다. 물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기업인척, 조직에 관련 된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한 번도 창촌에 손을 댄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돈을 받으러 간 매음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느정도 마음을 먹고 갔었지만 감당이 되질 않았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갑갑함에 입구에 담배를 피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연기를 깊게 내쉬고 있던 도중,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서 시선을 돌렸고, 그 시선이 닿는 곳엔, 매춘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소년이 있었다. 딱 봐도 학생처럼 보이는 저보다 작은 키의 여린 몸, 그리고 무언가 색다른 분위기. 작은 소년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놀랐는지 자신의 발끝으로 고개를 내렸다. 작은 머리통이 귀여워 살짝 웃음을 짓고 소년을 쳐다보고 있을 때, 아까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분위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목 부근에 보일 듯, 안 보일 듯한 빨간 자욱. 우현은 순간 멘탈 붕괴를 겪어야 했다. 저 어리고 작고, 여린 소년마저 이런 더러운 일을 한다니. 그리고, 소년이 쓰러진 남자에게 '아빠!'라고 하며 달려갔을 때, 겨우 수습했던 멘탈이 다시 붕괴됨을 느껴야만 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인 주제에, 자신이 매춘굴의 포주라는 이유만으로, 아들에게 몹쓸 짓을 시키다니. 우현은 그 자리에서 성규를 끌고 나왔다.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아니, 할 수 없도록.   

   

성규의 머리카락의 물기가 다 날아가고 뽀송뽀송한 감촉이 느껴지자, 헤어 드라이기를 껐다. 그리고 성규를 일으킬려고 할때, 문득 성규가 미동이 없단 걸 알게 되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고개를 내려 성규의 얼굴을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눈을 감고 작은 숨을 색색 내뱉으며 자신의 다리에 기대 자고 있는 성규가 보였다. 뭐야, 자고 있었던거야? 하는 허탈감이 밀려왔지만 자고 있는 성규가 너무 귀여웠다. 오늘 하루가 피곤했는지 입을 살짝 벌리고 자는 것도 사랑스러웠다. 하얀 얼굴, 길게 뻗은 속눈썹, 깨끗하게 고운 콧날, 붉은 입술, 하나하나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현은 조심스럽게 성규의 목과 다리밑에 손을 들어 그대로 성규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성규를 침대 위로 올려 놓았다. 자신의 손길에 깨지 않은 성규를 보며, 안도감을 느끼고 자신도 잘 준비를 하였다. 어둠 속에서도, 하얀 성규의 얼굴이 유난히 더 빛나 괜히 입술에 약한 뽀뽀를 해주었다. 그냥, 기분 좋은 밤이였다.   

   

   

눈을 뜬건, 핸드폰에서 울리는 작은 진동때문이었다. 평소에는 벨소리로 울렸지만 어젯 밤에 진동으로 바꿔놓았다, 혹시 벨소리를 듣고 성규가 놀랄까봐. 협탁 위의 진동을 끄고 성규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언제 깼는지 침대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성규가 있었다. 잠이 깨질 않는지 우웅.. 소리를 내며 눈을 비비적대는 모습이 퍽이나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입술에 얕은 뽀뽀를 해대었다.   

   

"으.. 아저씨.."   

"더 자도 되는데. 왜 깼어."   

"진동 소리 들려서요."   

   

우현은 진동 소리가 들렸다는 성규의 말에 잠시 갸웃했지만 이내 수긍을 하고 성규의 머리를 헝클었다. 오늘은 저가 제일 한가한 일요일이었다. 기본적으로 토요일까지 아랫것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쉴 수 잇는 날은 일요일뿐. 그래서 그런지, 성규랑 함께 있는 일요일은 절대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성규는 아직도 잠에서 못 헤어나오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8시 반, 무얼 하더라도 일요일이라는 날짜에 맞추면 약간 이른 시간이였다. 우현은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워 왼팔을 쭉 뻗었다.   

   

"일로 와, 성규야. 조금 더 자자."   

   

저의 말에 성규는 눈 감은채로 침대를 더듬어 이불을 찾아낸 후, 얼굴 직전까지 덮고 그대로 누웠다.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내내 미소를 짓게 했다. 누운 성규는 뒷목에 닿는 저의 팔을 느끼고는 떼굴떼굴 굴러 저에게 안겼다. 제 가슴위에 올려진 작게 주먹진 손, 귓가로 뱉어지는 옅은 숨소리, 간간히 들리는 잠꼬대. 양치질만 했더라면, 바로 키스하는건데. 안타까움을 느끼며 저도 슬쩍 눈을 감았다   

   

   

두 번째로 자신을 깨운건, 고소한 음식 냄새였다. 몇 시지? 하며 확인한 핸드폰은 10시 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뭔가 개운한 느낌에 성규를 깨우려 옆을 돌아보자, 침대 위는 비어있었다. 허전한 옆자리,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 설마 하면서 부엌을 향해 걸어갔다. 부엌에는, 저의 예상과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요리하고 있는 성규가 보였다. 언제 씻은건지 저와 다르게 맑은 상태로, 어디서 찾았는지 분홍색 앞치마를 리본으로 잘 매고 어제 아침에 사두었던 두부를 부치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마누라였다. 이래서 다들 결혼 결혼 이러는구나. 실실 웃으며 성규의 뒤를 몰래 다가가 그대로 허리를 안았다. 한 품에 들어오는 것이 마른 것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어 한편으로 속상하기도 하면서도 괜시리 기분이 더 좋아지게 만들었다. 기습 백허그에 놀랐는지 성규가 푸드득대며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이, 일어나셨어요?"   

"응. 근데 누가 이렇게 이쁜 짓하래. 앞치마는 또 어디서 찾았어?"   

"저기 마지막 서랍에 있길래 한건데... 이상해요?"   

"아니, 귀여워."   

   

저의 대답에 그게 뭐냐는 듯 입술을 내밀고 삐죽였다. 마음같아선 아침부터 진한 키스를 하고 싶지만, 꾹 참고 손으로 두 입술을 잡았다. 입술을 잡힌 성규는 아까와 같이 푸드득대었고, 이내 밉지 않은 눈으로 저를 째려보았다. 그마저도, 귀여웠다.    

   

"다 됬어요, 먹고 씻어요."   

"그럴까? 안 그래도 귀찮았는데."   

   

우현은 성규의 말에 또 실실 웃으며 식탁으로 가 앉아 성규를 기다렸다. 곧 위로 올려지는 뜨끈한 밥 두 그릇과 두부 부침, 김치, 콩나물 국이 올려졌다. 모두 어제 아침에 사놓은 건 맞기는 하다만, 어떻게 잘 찾았는지, 야무지게도 잘해놓은 게 흐뭇했다.    

   

"요리 배웠어?"   

"그냥 자연스레... 어때요? 괜찮아요?"   

   

자연스레 하게 된 것치고는 어떤 반찬 빠짐없이 모두 맛있었다. 성규의 질문에 우현은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고, 우현의 칭찬에 기분좋은 성규는 눈꼬리를 접어 샐쭉 웃었다. 졸리긴 했어도 다시 자는 잠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차라리 일어나서 우현의 아침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여 냉장고를 열었는데 마침 콩나물, 두부, 김치와 다른 인스턴트 식품들이 있었다. 아침은 가볍게 먹는 것이 낫기에, 인스턴트 식품 말고 콩나물, 두부, 김치를 택했다. 김칫국을 끓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자극적인 것보다 순한 게 더 나을 듯 싶었는데, 우현이 먹는걸 보니 다행히 선택을 잘 한것 같았다.   

   

"오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 싶은 거요?"   

"응. 나 일요일은 일 안가. 그래서,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뭐, 아무거나 괜찮아."   

   

우현의 말에 성규는 밥 먹는 걸 잠시 멈추고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게 뭐가 있더라... 생각하다 문득 뇌리에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매음굴의 창녀들끼리 날카롭게 웃고 떠드는 중, 지나가며 들은 한 여자의 이야기. 2차를 가기전에 다정한 상대가 짧은 길거리 데이트를 해줘서 좋았다는 등 뭘 했다는 등 자랑했었다. 길거리 데이트, 그도 다정하니까 이 쯤은 해주지 않을까. 사실, 길거리 데이트란게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라면 잘 알것 같기도 했다. 에이, 해주겠지. 성규는 입을 오물거리다 이내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길거리.. 데이트요.."   

   

   

성규의 말에 우현은 씨익 웃으며 바로 콜을 외쳤다. 식사 후, 빠르게 준비하여 성규와 함께 차를 타 번화가로 나왔다. 성규가 무얼 말할지 매우 궁금했었는데, 성규의 입에서 나온 길거리 데이트란 말은 정말 의외였다. 생각치도 못했는데. 데이트, 이 세글자가 주는 설렘은 충분히 저를 들뜨게 만들었다. 게다가, 길거리에서라니. 우현은 씻으며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코스를 그려놓았다. 덤으로 무얼 할지도 살짝 계획했다. 몇 시간 후의 성규와 저의 모습이 떠올라서,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우와..."   

   

성규의 입에서 연신 감탄이 흘러나왔다. 정말 티끌 없는 순수한 감탄이었다. 짐작하건데, 아마 성규는 세상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듯 했다. 보통 사람들에겐 그저 평범하디 평벙한 이 거리가 성규에게는 신세계로 다가왔으니.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아무 의미없는, 말 그대로 그냥.'거리'일 뿐인데도. 입안이 씁쓸해졌다. 이건 분명, 아버지때문이었겠지. 저를 좀 더 일찍 만났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저씨, 아저씨! 이것 봐요!"   

   

해맑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잡생각을 지웠다. 지난 시간들이 안타깝더라도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였다. 그저 묻어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뿐. 금방전에 저를 부르던 목소리같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맑게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함께 해줄테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리 할테고.   

우현은 성규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이 이미 많이 모여있던 곳은, 우습게도 사격이었다.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것이 사람들에게는 한낱 어려운 장난감이 되있다는 것이 꽤나 이질적이었다. 상품은 성규의 몸만한 판다 인형이었다. 아, 성규가 훨씬 말랐으니, 성규의 몸보다 더 컸다.   

   

"저거 갖고싶어?"   

   

우현의 질문에 성규는 눈을 한바퀴 굴리더니 베시시 웃었다. 갖고 싶다는 무언의 뜻이였다. 금방 알아챈 우현은 피식 웃고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하고 있었던 사람이 끝나자마자 번쩍 손을 들고 나섰다.   

   

"오! 여기 잘생긴 남자분이 오셨네요! 어때요, 자신 있으세요?"   

"네."    

"자신감 넘치는 대답 좋습니다! 제한시간은 5분, 저기 있는 조그만 과녁판들을 맞추시면 되고요-. 상품은 저어기 보이시는 큰 판다 인형입니다! 혹시, 여친 있으세요?"   

"... 애인 있습니다."   

   

우현의 말에 오-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우현은 사람들 틈에 껴서 저를 보고있는 성규를 슬쩍 보았다. 꽤나 감동한 표정인 듯했다. 여자는 아니지만 애인이니까. 나름 잘 말한것 같은 대답에 혼자 미소 지으며 총을 들었다.   

   

"준비, 시작!"   

   

타이머를 누르는 사회자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우현의 총성이 울렸다. 조준, 발사, 조준, 발사. 너무도 침착하지만 정확하고 빠른 우현의 사격에 그 누구도 말을 꺼낼 엄두를 보이지 못했다. 사회자마저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우현의 사격을 멍하니 바라봤다. 성규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우현을 넋놓고 쳐다보았다. 제게 애인이라는 말로 제 가슴을 이상하게 만들어놓고, 총 쏘는 모습으로 설레이게 하다니. 이대로라면 그 판다 인형이 우현의 것이 되는 건 뻔한 결과였다. 사람들의 충격 속에서 우현이 총을 내려놓았을 땐, 아직 2분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좋아?"   

   

우현의 물음에 성규가 두 손으로 햄버거를 쥔 상태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사격 게임은 명백한 우현의 우승이였고, 판다 인형은 자연스레 성규의 것이 되었다. 하도 돌아다니기도 했고, 늦은 점심시간이였기에 지금 있는 곳은 맥도날드였다. 옆에 인형을 놓고 야무지게 잘 먹는 성규를 보니 절로 미소가 낫다.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단 소리가 이런건가. 예전같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너무 웃겼지만, 뭐, 나쁜 변화는 아니니까.   

   

"나 좀 멋있지 않았어?"   

   

강아지같은 웃음을 지으며 능글맞게 묻는 우현에 성규가 어쩔줄 몰라했다. 확실히 멋있긴 멋있었다, 제가 이때까지 보았던 사람들 중에서 단연 제일 멋있었다. 비싼 호텔로 호출해서 고급스런 음식을 시켜주었던 재벌보다, 화대값이라며 꽤 큰 돈을 지갑에서 서슴없이 꺼내던 사람들보다 훨씬. 하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자니 부끄러웠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었다고, 차마 내지 못한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성규가 부끄러워 할 때, 우현은 웃고 있었다. 자신의 질문에 당황하여 아우 대답 못 하고 있는 성규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안 귀여운데는 도대체 어디인거야.    

   

   

햄버거를 다 먹고 간 곳은 다름 아닌 백화점이었다. 생각해보니, 성규는 모든 짐을 다 예전의 집에 두고 몸만 왔었다. 그래서 나올 때도 윗옷은 우현의 옷 중 제일 작은 것을 입어야 했기에, 성규의 옷을 사는 일이 제일 시급했다. 가격표 보지 말고 마음껏 고르라는 우현의 단호한 말에 성규는 미안해 하며 가격이 낮은 옷들만 사자, 보다 못한 우현이 하나하나 다 골라주었다. 판다 인형에 성규의 옷들까지, 쓸 손이 없게 되자 중간에 애꿎은 호원을 불러 심부름도 시켰다.    

그리고 쇼핑까지 마치자 우현이 성규를 이끈 곳은 영화관. 처음 와봤는지 영화관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우현은 또 다름아닌, 아까와 같은 씁쓸함을 다시 느껴야만 했다.    

   

"뭐 볼래?"   

"음..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   

   

사실 어떤 영화가 어떤 장르이고, 어떤 내용인지 아예 몰랐던 성규이기에 성규의 대답에 우현은 쉽게 수긍했다. 그리고 선택한 영화는 애니메이션. 판다 인형을 좋아하는 걸로 보아서는 딱 어울릴 것 같았다. 요즘 한창 인기있다는 애니메이션을 고를 때도, 팝콘과 콜라를 살 때도, 영화관에 들어갈 때에도, 심지어 영화를 보면서도 성규의 입에서는 신기하다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우현은 그런 성규가 또 귀여웠고.   

   

어른인 저마저도 재밌게 보았던 영화를 다 보고 집에 오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성규와 저의 연결수단이. 집 전화기로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성규가 밖으로 돌아다니는 경우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휴대폰 매장에 들렸다.   

   

"제일 최신으로.., 아, 제것과 똑같은 기종 하나 주세요. 괜찮지?"   

"아, 아저씨..."   

   

예상치 못하게 우현의 말에 성규는 한동안 벙쪄 있었다. 그러고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기다리고 있는 직원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기분은 분명 좋은데, 좀 쎈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랄까. 좋아해야 되는게 맞지...? 우현은 저를 두고 놀리듯이 소리없이 미소 짓고 있었다. 우현은 괜히 뿌듯했다. 제가 그런 말을 한것이 첫째이고, 제 옆에 빨개진 귀를 드러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성규가 둘째 이유였다.   

얼떨결에 커플폰, 커플요금제까지 맞추고 집에 오니 저녁 지난 밤이였다.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에 피곤했는지 성규가 먼저, 그다음 우현이 바로 씻으러 들어갔고, 성규는 금방 전에 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저장되어 있는 번호는 딱 2개, 우현과 호원이였다. 아버지 번호는 저장하지 않았다. 제 머릿속에 암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소록에 등록하지 않았다. 그렇게 애정을 받고 싶어 안달나있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아버지라는 단어에 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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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저 그린티라떼에요ㅎㅎ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달려왔어요ㅋㅋ 오늘도 우현이는 남다정이네요ㅠㅠ저런남자..어디없나요ㅠㅠㅠㅠㅠㅠㅠ잘보고갑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규 륀느
앜ㅋㄲ그린티라떼님! ㅋㅋ 완전 빠르시네요ㅋㅋ 근데 이거 글자수 제한 있나요?? 다 안써져서 2개로 나눳습니다만ㅠㅜㅡ
9년 전
독자2
저는잘모르겠어요ㅠㅠ 그래서 2편가서도 댓글달고왔어요ㅋㅋㅋ

아 그리고 앞부분에 성규이름이 성종이로 바뀐거같아요ㅎㅎ

9년 전
규 륀느
음..? 저는 무슨 생각으로 글쓴걸까요ㅋㅋㅋㅋ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9년 전
독자3
남우현같은남자찾습니다. 급구
9년 전
규 륀느
남우현만 응답가능ㅋㄱㅋ
9년 전
독자4
우혀나 얼릉와서 응답해...
9년 전
규 륀느
그랬으면 좋겟드아ㅋㅋㄱㅋㅋ
9년 전
독자5
솜사탕이에요!!! 아 진짜 달달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역시 작가님은 짱이에요ㅠㅠㅠㅠㅠ
9년 전
규 륀느
ㅋㅋㅋㄱ 에이 짱이라뇨ㅋㅋ 비루한 제 글 읽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죠ㅋㅋㄱㅋ
9년 전
독자6
람이에요!! 아 진짜ㅠㅠㅠ 성규가 안타깝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ㅠㅠㅠ 우현이는 멋있는데 성규가 우현이를 부담스러워 하진 않겠죠?ㅠㅠㅠ 그럼 잘 보고 가요! 빨리 다음편으로 달려가야겠어요!!
9년 전
규 륀느
부담은 전혀 아닐거라고 장담합니다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7
작가님 빵떡입니다ㅋㅋ오늘1편부터 보고있는데 왠지 마지막편을 남겨두고 싶을정도로 너무 재밌게 읽고있습니다ㅠㅠ 저렇게 귀엽고 순수한 성규라니ㅠㅠ 너무사랑스럽네요ㅠㅠ
9년 전
규 륀느
ㅋㅋㅋㅋㅋㅋㅋ 정주행 고마워요ㅋㅋㅋㅋ
9년 전
독자8
작가님멋져요
9년 전
규 륀느
ㅋㅋㅋㅋ 짧고 굵은 칭찬 고마워여~
9년 전
독자9
하니규에요ㅠㅠㅠ 작가님ㅠㅠㅠ 우현이 반전매력 ㅠㅠㅠ 보스라고 불리면서 창촌에 충격먹는 순수함이란ㅠㅠㅠ 그곳에서 성규를 데려온건 너무 멋잇네요ㅠㅠ 성규 일상적인 그런 생활도 못한게 너무 안타깝고 우현이 만나서 다행이에요 길거리 데이뜨 저도 들뜨게 만드네요ㅎㅎ
9년 전
규 륀느
ㅋㅋㅋㅋㅋㅋ생각해보니 진짜 반전 매력이네여ㅋㅋㅋ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규 륀느
ㅋㅋㄱㄱㅋ오타가 많을겁니다ㅋㅋㅋ텍본제작때 한번에고칠려구여ㅋㅋㅋ
9년 전
독자12
헐 성규 어디 아픈건 아니겠죠?ㅠㅠㅠ 너무 행복해보여서 또 걱정이 되는 모순...
9년 전
규 륀느
흐흐흐ㅡ스포 안할거에여ㅋㅋㄱㄱ
9년 전
독자13
허허ㅠㅠㅠ 달달그자체네용 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도 혹시 암호명받으세용?? 만약받으시면저.. 똘똘이 남머프로 가능할까요?
9년 전
규 륀느
네 가능합니다~ 똘똘이 남머프님 기억할게여~^
9년 전
독자14
와 ㅠㅠ 바로 답해주시다니 ㅠㅠ 너무 감사합니당 ㅎㅎ
9년 전
규 륀느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넹!!^^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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