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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는 호원의 대답과 함께 성열이 호원의 방을 나섰고 208호 문을 한참 뚫어져라 보던 성열이 발걸음을 떼 227호로 들어갔다.

 




 
성규가 침대에서 일어나 실제 김성규가 실종되기 직전인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습관인,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운동이라고 치기에는 좀 과할 정도로 오전 5시부터 6시까지 방 안에 있던 운동 기구를 이용하다가 안 하다가 운동을 끝냈다. 성규의 모니터에는 code _ SV 라 적혀있었고 오늘 있을 임무의 내용을 확인했다. '-with 27-' 이건 성열과 임무를 함께 하라는 호원의 메시지라, 성규는 자신의 방 오른쪽에 있던 책상의 뒤편에 있는 작지도 않고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휴대하기 좋은 크기의 권총을 꺼내 들어 총을 장전했다. 항상 성규의 기억 속 성규는 그랬다.
 
 



성규의 임무에는 항상 -with 27-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성열이 무전기로 지시를 내리면 성규는 그 말 그대로 행동했다. 절대로 성열의 지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성열과 성규, 이 둘은 항상 같이 행동하였고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 결과 둘 모두 꽤나 높은 직급까지 오르게 되었다.
 
 


 
'들어가' 성열의 무전을 들은 성규는 큰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계단이 보이는 벽 뒤에 숨었다. 천천히 계단을 보고 있던 성규가 저 멀리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는 최근 성매매 사건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질타를 받던 국회의원의 가슴, 정확히는 그의 심장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이제 쏴, 그 옆에 있는 기자도. 위험인물이니까.' 성열의 지시와 함께, 그 옆에서 그의 비위를 맞추며, 실실 웃고 있으며 어떻게든 하나라도 해보자 하는 기자의 심장을 향해 총을 쏘았다. 성규가 쏜 총알들은 정확히 국회의원과 기자의 심장을 관통했고, 그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렇게 피와 함께 쓰러졌다.
 
 



 
'또 기자들과 공무원들에게 돈으로 모든 걸 막았겠지'
 
 



 
더러운 마음에 성규는 성열의 차에서 조직의 건물로 가는 동안 찜찜한 마음에 창문 밖을 보다가 밖으로 침을 퉤 뱉었다. 그렇게 성규의 24번째 임무는 끝이 났고, 성열과 성규는 조직원들이 문을 열어주고 차에서 나온 후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조직원들의 조심히 들어가십쇼, 하는 우렁찬 소리를 뒤로 한 채 YD 조직의 보스실로 들어섰다. 보스실에서 자신을 향해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성종을 묵묵히 보던 호원은 성규와 성열의 컴백이 반가웠었던 듯 손인사로 그들을 맞았다. 성규와 성열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 호원의 동생, 성종은 입을 꾹 다물 고선 그 둘을 째려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규가 아닌 성열을 째려본 거겠지만.
 


 
 
성규는 호원의 동생이자 YD의 부보스나 다름없는, 성열보다 더 머리 쓰는 일에 한참 강한 성종이가 자신을 적의 있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돌려 무시하고 말았다. 어, 그 사람은 잘 죽었고? 하는 호원의 아무렇지도 않은 물음에 성규와 성열은 고개를 끄덕였고,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이만 가서 쉬라고 호원이 말했다.
 
 



성열과 성규는 그대로 목을 조금 숙여 인사를 하고 호원의 방문을 열었다.





"이성열 씨, 저랑 할 말 있는데 203호 가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보스님과 대화 끝내고 금방 가겠습니다."





성종의 눈빛이 어딘가 이상했으나, 자신 보다 아래 직급의 연구원이나 조직원이라면 때리고 밟고 했을 테지만 성열에게 있어서 성종은 자신보다 더 높은 서열에 있었고, 성열은 그에 맞춰 수긍해야 했다. 여기는 조직이니까 서열에 맞춰 행동해야 했다.





"보스님과 대화 끝내고 천천히 오십시오" 




여기는 YD니까
 



 

***
 
 



 

성열이 어딘가 모르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는 성종을 보고선 께름칙한 마음으로 보스실을 나서 왼쪽으로 나름 한참 가야 있는 203호 앞에 도착했다. 203호 문이 오늘따라 더 성종이 자신을 보던 그 태도 같았고 뭔지 모르게 불길한 마음과 함께 비밀번호, 0903을 누르고 성종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성종의 방은 여러 색깔의 가구로 차있었지만, 각져 있는 가구와 그들의 배치 덕에 오묘하게 딱딱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성열이 성종의 방을 구경한 지 5분 정도가 지나자 띡띡띡띡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성종이 들어왔다. 성종이 성열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어쩐 일로 저를 부보스님 방까지 부르신 건지..." 
"지금 무언갈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성열 씨 연구실 연구원께 들었습니다. 근데 그 연구를 연구원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매일 밤에 연구실에 홀로 남아 진행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불렀습니다. 우리 조직에 매우 필요한 것인가요? 그렇다면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을 했겠죠, 제가 알고 있는 이성열 씨는 자신의 연구원을 매우 신뢰하는 사람이니깐요. 그런 그 연구를 저한테도 당연히 말하지 않겠지요. 그렇죠, 이성열 씨?"
"......." 





"제가 좀 뒷조사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래도 컴퓨터 해킹이라던가 그런 데에 일가견이 있어서. 그리고 제가 본 성열 씨의 실험 내용을 보고서 생각한 결론은요, 이 조직에서 나가주세요. "
"........!!"
"더 이상 우리 조직은 이성열 씨의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조직의 사건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매일같이 연구소에서 이상한 약이나 만들고 있고. 우리는 우리를 위해 헌신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자신의 연구를 더 우선시하는 사람은 필요 없단 말입니다. 그 이상한 연구실에서 현재 거래되고 있는 마약보다 더 강한 마약을 연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ㄱ.."
 
 
 
 
성종의 조직에서 나가라는 날카로운 눈빛과 그의 말에 그 첫 마디에 성열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고 머리는 백지처럼 새하얘졌다. 조직에서 나가 달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성종의 그 입술이 너무나도 미웠다. 닫아버리고 싶었다. 그럼 나의 연구는, 보스가 부탁한 나의 연구는, 그리고 김... 성규는, ... 그리고 성열은 모든 일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걱정되는 것은 호원이었다. 나의 벗, 나의 상사, 나의 보스 호원. 성종의 말을 되뇌었다. 더 강한 
 
 
 
"이봐요, 성열 씨. 지금 듣고 있습니까? 아까 제가 보스실에 있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갈 필요도 없는 보스실을 제가 굳이 왜 갔겠습니까. 호원이 형, 즉 보스도 성열 씨가 이 조직을 나가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여기서 나가 다른 조직으로 가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어디 해외로 나가 성열 씨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부하들이 227호와 연구실의 짐을 정리해주고 있을 겁니다. 아까 살짝 들여다보니, 옷가지와 다른 생활 도구와 연구실 도구 빼고는 딱히 챙길 것이 없더군요, 아마 지금쯤이면 짐 정리가 끝나지 싶습니다. 연구실에 있는 자료들과 자리 위에 있던 약품들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챙겼습니다. 그냥 성열 씨는 여기에 없었던 것처럼 그저 나가주시면 됩니다. 내가 못돼 처먹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이 조직에 필요 없는 건 가차 없이 버리고 필요하다면 죽어서라도 얻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성열은 그저 이 조직에서 일해왔던 그 기억들이, 호원과 웃고 피 터지게 다른 조직과 싸우고 했던 기억이 지나갔고 지내 왔던 시간이 허탈했다. 성열은 그대로 성종의 방에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나와 자신의 연구실로 천천히 터벅터벅 향했고, 성종의 입꼬리는 오묘하게 올라가 있었다.
 
 


 
이성열, 니가 하고 있던 게 모두를 망치는 거야.
 
 
 
 
***
 
 
 
 

"뭐?? 지금 그러니까, 어, 그 부보스가 이성열을 나가라 했다고, 그 말이야? 그리고 성열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연구실 정리하고 있다고?"
 




성규가 직속 부하에게 성열의 소식을 듣고 눈이 0.3 센티가 커진 채로 중학생 아이가 엄마에게 버럭버럭 대드는 듯이 부하에게 물었다. 그에 대해 부하는
 




"네, 그렇습니다. 성열 형님이 꼭 자신이 가기 전에 연구실로 와달라고... 조금 있다 3시간 후에 이 건물에서 나간다고 합니다."
 
 



 
라고 성규에게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어째서, 왜, 이성열이? 보스가 왜 이런 사람을 놓쳐, 성규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갔고, 조직 내 부보스와 함께 최고 엘리트인 이성열을 나가는 것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 호원이 그냥 너무 원망스러웠다. 성규는 부하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 자신의 방을 나섰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야, 보스, 니가 분명히 처음에 이성열 여기로 데려올 때 부보스 버금가는 엘리트이고 이곳 최고 연구원이라 그랬어. 그런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나가? 너 진짜 하는 행동 짓거리 모순적인 거 알아? 데려올 땐 어쩌고 부보스 한 마디에 바로 넘어가서 바로 내쫓아??"
 



 
성규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호원에게 보스라는 말과 존칭 따위 생략한 채 너, 너하며 삿대질과 함께 비난의 말을 퍼부었다. 호원의 책상에 있던 서류를 일부로 호원이 안 맞게끔 호원 주위로 던졌다. 그래도 호원은 저의 보스이고 나와 생사를 같이한 오랜 친구이므로, 호원은 그저 착잡한 표정으로 보이지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성규가 저에게 하는 행동을 그저 보고 날라오는 서류를 피하지 않았다. 그 옆에서 서 있던 성종이 입꼬리를 보일 듯 말 듯 살짝 올린 후 입을 뗐다.
 



 
"제가 나가라 했어요."

"잠시만,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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