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왜 그러냐. 애 놀라겠다. " " 크큭... 이방인따위! 내 알 바 아니지. " " 음... 김콘 미안. 얘가 사춘기가 늦게 왔거든. " " 아... 괜찮아. " 사실 난 전혀 괜찮지 않다. 여긴 이상한 애들 뿐이다. 난 지금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 전학 온 지 1시간만에 이상한 애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하, 시발... 칼국수 먹고 싶어.
" 아! 맞다! 촤누야 일루 와봐. " " 촤누? " " 엉. 정찬우라고 좀 멀리서 온 애 있다. " 김지원이 소개 시켜 준 정찬우란 아이는 이탈리아 밑에 있는 작은 섬나라인 몰타공화국에서 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찬우는 한국말을 잘 못 했다. 찬우는 키가 매우 컸다. 그리고 중동 지역 미남처럼 생겼다. 하지만 소처럼 총명한 눈은 왠지 모를 모성애를 자극했다. " 어... Hi, I' m new student... 음... " " 괜찮아. 얘 말은 못 해도 다 알아 들어. " " my n... 진짜? 반가워. 내 이름은 김콘이야. 촤누, 아니 찬우라고 불러도 돼? " 찬우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알아 듣네. 김지원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나부대면서 잠깐만 있어 보라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김한빈의 분노의 주먹으로 인해 잠에서 깬 윤형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못생겼다면서 뭘 봐.
" 이름이 진짜루 콘이야? " " 응? 으응... " " 이름 이상하다. 윤형이는 이름 예쁜데. " " 응. 네 이름 예뻐. " " 흐흥. 윤형이 부끄러워~ " 윤형이는 부끄럽다는 듯 김진환한테 가서 앵겼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김진환은 씨발, 꺼져. 라며 윤형이를 내팽겨쳤다. 무정한 사람... 동정심이 생긴 나는 윤형이를 일으켜 줬다. 그리고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김지원이 동혁이를 데려왔다. 헐. 가까이서 보니깐 더 잘생겼어! 사랑해! 알 럽 유!
" 야! 김콘! 아까 너가 그렇게 그윽하게 쳐다보면 분 오셨다! " " 뭐래. 안 그랬는데. " " 뻥치지 마. 네 눈에서 하트 떨어지는 거 다 봄. 야! 여기는 김콘! 아까 봤제? 그리고 김콘아, 얘는 우리 반 반장이다. 이름은 김동혁! 서로 인사해! " " 안녕. 반장인데 먼저 인사 못 해서 미안. 너가 너무 바빠 보였거든. 적응 안 되거나 궁금한 거 있을 때 편하게 와. 친하게 지내자. " " 응... 친하게 지내자. " 역시 내 상상대로 동혁이는 다정하고 착하고 공부까지 잘 했다. 우리 반에서 드디어 정상적인 아이를 찾은 것이다. 심지어 나는 그런 동혁이와 악수까지 했다. 기분이 째진다! 훠후! 급 기분이 좋아진 나는 김한빈이 아무리 병신같은 소리를 해도 수용해줄 수 있는 자비를 베풀 수 있었을 것 같았다.
" 킥... 인간들의 사랑놀음이란... 시.시.해. " 제발 존나 닥쳐 시발. * 어떻게 지나갔는진 모르겠으나 오늘은 새학기 첫 날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그 중에 98%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개성파 아이들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애들은 내 이름에 대해 별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거의 다 처음에 들었을 때 놀라는 게 끝이였다.
" 아! 빨리 가서 아웃사이더 보고 싶다... 난 은찬이보다 하루가 뭔가 더 끌려. 원래 난 남주 좋아하거든. 넌 어때 콘아? " 나는 지금 집 방향이 같은 준회와 촤누, 그리고 김진환이랑 같이 가고 있다. 준회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귀여니 소설에 빠져 있었다. " 난 강은찬이 좋던데. " " ㅁ, 뭐?! " " 강하루보다 강은찬이 더 좋다고. " " 너 좀 이상하다. 걔 성격 완전 이상하던데. " 이상한 걸 따지면 강하루가 더 이상한데 무슨 소리야. 나는 구준회와 강하루가 더 낫다, 아니다 강은찬이 더 낫다로 열띤 토론을 했으나 토론 중에 갑자기 구준회는 상처 받은 한 마리의 늑대처럼 아련한 눈빛을 보내더니 너무해! 라고 소리치며 반대편으로 뛰어갔다. 촤누는 그런 구준회를 보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내 머리를 몇 번 두드리며 준회를 따라갔다. 뛰쳐간 준회에겐 미안하지만 난 아직도 은찬이가 좋다. 결국에는 나와 제일 어색하고 나를 싫어하는 김진환과 하교 길을 같이 했다. 김진환을 무엇을 생각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난 얘가 무서웠기 때문에 걍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걸어가고 있을 때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날 부를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없는데... 그것은 바로!
" 콘이누나~ " 옆집 중딩 정국이다. 그 순간에 나는 정국이가 그리도 빛나 보였다. 어서 빨리 날 이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구해 줘! 그런데 옆에 있던 김진환이 심상치 않다. 갑자기 김진환은 주먹을 꽉 쥔 채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 시발 얘 왜 이래.
" 너 뭐야 이 새끼야! " 김진환은 정국이에게 소리치며 주먹을 휘둘렀다. 시발, 저 분노(조절)장(애)새끼. 정국이는 내 옆집에 사는 아이다. 옆집 아주머니는 우리 가족이 이사 왔을 때 환영한다며 바베큐 파티를 여셨다. 그리고 난 바베큐를 혼자서 2인분을 먹었다. 문득 뉴스에서 요즘 고기 값이 올랐다고 한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난 그런 고기를 2인분 씩이나 먹었다. 안 그래도 난 존나 파렴치한 사람인데 정국이가 나 때문에 맞아서 얼굴에 흠집이라도 나다면... 씨발. 안 돼! 정국이 때리지 마! 나는 재빨리 정국이와 김진환 사이로 들어갔다. 경쾌한 마찰음이 나면서 내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흔히 사람들은 엄청난 신체적 충격을 받으면 눈 앞에 별이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오늘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속담에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있다. 시발, 그건 진짜이다. 레알 팩트라구요. 옛 말에는 틀린 말이 없다. 난 아담한 김진환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쟤가 때려봤자 얼마나 아프겠어라는 생각을 했었다. 맞아 보니 난 깨달았다. 그래. 때려 봤자 얼마나 아프겠어. 비유하자면 뜨겁게 달궈진 옥스퍼드 백과사전에 단단한 뼈가 생기고 그것이 손 형태로 바뀌어서 그걸로 처맞는 느낌? 그리고 쟤는 쎈 척하는 게 아니고 진짜 쎈 거다. 개 쎄.
" ㄴ, 누나! " " 욱... 아으... 미치... 괘아버... " " 아, 씨발. 그니깐 왜 끼어 들어서 이 난리야! " 아니 저 새끼가?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어디서 적반하장을! " 느는 득츠르... 즉으브른드... " " 누, 누나... 코피 나!!! " 내 18년 인생을 살면서 코피가 난 적은 어렸을 때 코 파다가 난 적 빼곤 없었거늘... 오늘 주먹에 맞아서 생애 두 번째 코피가 나다니. 오늘 느꼈지만 와지섬으로 오면서 내 인생은 참으로 스펙타클 해졌소다. " 저... 저구가... 우이 가다... " 입 안이 터지고 부어서 발음이 잘 되지 않았다. 이 나이에 옹알이를 다시 하는 것 같았다. " 어? 가자고? 그래. 빨리 가자. " 나는 정국이와 김진환을 내버려 둔 채 집으로 갔다. 김진환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다음 날 내 몰골은 아주 끔찍했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혹부리 영감의 여체화가 바로 이럴 것이다. 내가 비유했지만 참 젖절하군. 엄마는 내 얼굴을 보더니 벌에게 쏘이기라도 했냐며 타박했다. 집에서 나온 나는 최대한 머리카락으로 오른쪽 볼을 가렸다. " 누나... 이제 좀 괜찮... 헉... " 정국이는 나에게 달려와 안부를 물었지만 내 오른쪽 볼을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가 보기에도 내가 혹부리 영감 여체화 같니. " 아이. 아 괘아나. " " 누나... 미안... 괜히 나 땜에... " " 아이야, 벼이나. 바베규 조자나. " 정국이는 저조한 내 기분을 조금 더 좋게 해 주려고 재밌고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해 주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 마을 이장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장님은 미국에서 오셨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마스타 우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마을은 이장님부터 범상치 않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와지고에는 7대 천왕이 있는데 그 아이들의 정체가 바로, 김지원과 그의 친구들 6명(김진환, 김동혁, 김한빈, 송윤형, 정찬우, 구준회)라는 것이다. 씨발, 진짜. 김진환은 이해할 수 있는데 김한빈이 도대체 왜?! 그것보다 더 어이 없는 건 시발 7대 천왕이 뭔데. 개오글거려. " 누나 나 이제 가볼게. 잘 들어가! " " 으으. 저구기 자 가. " * 교실로 들어 온 나는 엄청난 시선과 관심을 받았다. 김지원은 내 볼을 보더니 점점 눈이 커지며 나에게 왜 이러냐며 소리를 질렀다. 촤누도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아마도 몰타어 같았다. 귀찮게 들러 붙는 김지원을 떼어 놓고 난 내 자리로 갔다.
" 너... 그 곳에 간 거군. " " 머? " " 킥...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야. " " 머라는 거아. " 김한빈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혼자 킥킥 거렸다. 씨발, 명치 존나 쎄게 때리고 싶다.
" 킥킥... 마계와 인간계의 연결고리인 그 곳에 갔다니... 푸하하! 웃긴 인간이로군! " " 아나. 다텨. 어가 사사하느 고 아 가어. " " 이 상처는 마계로 가려고 하는 인간에게 악마가 내린 벌? 크큭. " 김한빈은 되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이며 부드럽게 내 볼을 쓰다듬었다. 저기 이러면 곤란... 은 무슨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실 김한빈은 못난 얼굴이 아니다. 잘생겼으면 잘생겼지. 다만 흠이 있다면 이 아이에겐 숨겨진 자아들이 많고 흑염룡이 있다는 것?
" 꺅! 혹부리 영감이다! " " 아으... 즈 스끄... " 윤형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혹부리 영감이라며 소리를 지르며 교실을 뛰어 다녔다. 졸지에 혹부리 영감이 된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혹부리 영감이라니 혹부리 할멈이라면 모를까. 나는 일부러 쿵쾅쿵쾅 걸으며 사물함으로 갔다. 근데 사물함을 여니 온갖 약들이 갑자기 쏟아졌다. " 으어어. " 게보린, 후시딘, 붕대, 타이레놀, 밴드, 진통제, 펜잘큐, 얼음찜팩, 해열제 등등 약국에 있는 약들 한 종류 씩은 다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서프라이즈 선물로 인해 나는 사물함에서 쏟아져 나온 약들을 하나하나 줍는 수고를 했다. 약과 교과서를 가지고 온 나는 누가 과연 나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해 줬는가에 대해 고찰을 했다. 내가 뺨 처맞아서 아팠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정국이랑 김진환 뿐이다. 하지만 정국이는 중딩이므로 내 교실을 모른다. 설령 알더라도 내 번호를 모르니 사물함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한테 약다발을 준 사람은... 김진환? 슬쩍 옆에 있는 김진환을 쳐다보니 아무 생각 없는 표정이였다. 큼큼, 그래도 좀 미안하긴 했나 보네? 넓은 아량으로 내가 용서해 주도록 하지. " 아. 커사 이어? " " 킥... 컴싸를 말하는 건가? " " 아오. 커사 내나 바. " " 푸하하하! 여기 있다! 내 대자대비를 베풀도록 하지. 하찮은 백성이여! " 저 병신새끼가 진짜. 김한빈은 이젠 왕 코스프레를 하면서 주변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수첩에서 종이를 북 찢어 컴싸로 글자를 써내려갔다. ' 약 사 줬으니깐 용서는 해드릴게~ 근데 너 여자는 되도록 때리지 마라(^-^)... ' 난 쪽지를 접어서 김진환한테 던졌다. 혹시 던졌다고 또 때리는 건 아니겠지...? 허허. 김진환은 쪽지를 펴 보더니 구겨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구겼는데 왜 넣어 미친... 취향하고는.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나는 창문 밖을 바라봤다. 여전히 시멘트 벽 밖에 없군. 도대체 내 옆자리 병신은 저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김한빈 생각에 급격히 기분이 나빠져 시선을 돌리려고 한 순간, 창문으로 다시 쪽지를 펴 곱개 접어 주머니에 넣고 활짝 웃고 있는 김진환이 비추어졌다.
반응이 없어도 쓰는 작가의 자급자족물ㅎㅅㅎ... 그리고 동동아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