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매서운 바람. 그야말로 완벽한 겨울이였다. 흰 눈으로 뒤덮혀져 있는 숲의 모습은 평화롭고, 순수했다. 그 숲에서 조금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음침한, 하지만 아름다운 저택이 있다.
" 하기 싫다고!! "
변성기가 막 지난 듯 아직은 어린 듯한 느낌이 드는 소년의 목소리가 저택의 복도에 처절하게 울린다. 소년의 외침을 뒤로 이번에는 두려움에 가득찬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련님, 샤워는 하셔야 돼요. 결국에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하녀로 보이는 차림을 한 여자는 물통을 든 채 허겁지겁 복도로 나왔다. 여자는 정신없이 뛰었다. 미친새끼. 그야말로 '그'는 미친놈이였다.
" 무슨 일이죠? "
누가 봐도 고급진 드레스를 입은 중년의 여자가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절뚝절뚝 걸어오고 있었다. 하녀는 그녀를 마주 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 순간이였다, 하녀가 뛰쳐 나왔던 방에서 아까 그 소년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중년의 여자는 하녀를 흘겨보고 절뚝 거리며 소년의 방으로 향했다. 여자가 소년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 도자기와 유리로 된 장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던 진열대가 넘어졌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그 소리 사이에서도 소년의 비명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여자는 능숙하게 지팡이로 자신의 걸음을 방해하는 유리를 옆으로 치운 다음에 소년에게 다가갔다.
" 싫어!! 나 쳐다보지 마!! "
소년이 커텐을 뜯으려 발악했다.
" 나 씻기 싫어! 싫다고 했잖아! "
소년의 악에 바친 비명은 거의 흐느낌으로 변질되었다. 소년이 발악하며 커텐을 잡아당겨서 커텐이 뜯겨졌다. 뜯겨진 커텐을 뒤집어 쓴 소년은 발작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며 계속 해서 비명을 질렀다.
" 쉬, 쉬. "
여자는 발악하는 소년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아 눈을 마주쳤다. 초첨이 맞지 않는 소년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여자는 그런 소년을 자신의 품에 가두어 계속해서 소년을 쓰다듬었다.
" 다 싫어. 다 싫다고 내가 했잖아! "
소년은 조금 진정이 된 듯 여자에게 말을 했다.
" 그럼 어쩌자는 거야. 김 선생님을 불러야겠니? "
여자는 소년을 쓰다듬는 손길을 멈추지 않고 물었다. 소년은 ' 김 선생님 '이란 단어를 듣고 여자를 밀쳤다. 조금 진정이 된 듯 한 소년은 다시 발악하기 시작했다.
" 나가!!! 의사 부르지 마!! 의사 싫어, 싫다고!! 김동혁 그 새끼 부르지 마!!! "
소년은 공격을 가하려는 짐승처럼 씩씩 거리며 여자에게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여자는 지팡이를 방패로 삼 듯 지팡이를 내세우며 뒤로 물러섰다. 여자의 표정은 당혹감과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 알았어. 나가면 되잖아. 엄마 나갈 거야. "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재빨리 방을 나갔다.여자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소년은 허공을 째려보며 감정을 삭혔다.
소년의 방 안에서는 씩씩 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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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라인드를 모티브로 쓰는 거라 비슷한 부분이 많을 거예요. 킄... 하지만 제 후진 필력으로는 영화의 분위기를 다 담지 못 하겠져...^-^... 슬.프.군.여. 하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