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콘이다. 내 이름은 특이하다. 한국에서 '콘'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 나는 밖을 돌아다닐 땐 명찰은 꼭 떼고 다니고 학교에서도 거의 명찰을 달고 다니지 않는다. 이렇게 이름 없는 자 코스프레를 하고 산 지 어느덧 18년 째. 나 김콘은 지금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한 시골 섬 마을로 이사를 가고 있다. 나는 왜 햄보칼 수가 업써!!!!! ㅎR... 영원ㅎi Go-Tong 받는 ㄷR는 것... 바로 그것e... ㄴr으i IN-Sang...^0^...? 그렇다. 우리 아부지의 사업이 망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증조할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던 시골 집으로 이사를 가고 있다. 나는 내 이름이 가져올 파장을 미리 상상해 보았다. ' 안... 안녕. 서울에서 온 김콘이라고 해. ' ' 뭐? 김콘? 이름이 뭐 그래? ' ' 혼혈임? ' ' 서울 애들은 다 이름이 그렇냐? ' ' 영어로 콘은 옥수수를 뜻한다. 그러므로 쟤 이름을 한국어로 직역해 보자면 김 옥수수. 그게 바로 저 아이의 이름이다. ' 끔찍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자랑스러운 이름이지만... 이름이지만! 2000년대에 김콘이란 이름은 좀 그렇잖아! 아무리 지금이 21세기라도 내 이름은 너무 미래 지향적이다. 한 2200년도 쯤에야 평범한 이름이 될 것 같다. " 엄마... 나 학교 다녀? " " 그럼 안 다니겠냐. 고등학교 졸업은 해야 될 거 아니니. " " 고등학교가 있대? 그 시골에? " " 너 그런 발언 하지 마. 안 그래도 서울에서 와서 애들이 낯설어 할텐데 시골 비하 발언까지 하면 넌 마을에서 왕따 당해. " " 하여간 인생이란... " " 뭐래. " 나는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심란한 마음이 정리 될 것 같았다. * 결국엔 이 날이 왔다. 바로 새학기가 시작되는 날인 3월 2일이! 늘 그렇듯 새학기는 떨리고 설레인다. 심지어 나는 익숙한 전 학교가 아닌 새 학교에서의 새학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오, 이름이라도 좀 괜찮았으면 좋았을텐데. 시발, 모라고 말해야 되지? 안녕, 김콘이다. 안녕하세요, 김콘이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김콘, 서울에서 왔죠. 시발! 멘트가 하나같이 너무 주옥같다. 아주 좆같다고.
" 콘이누나! " 변성기가 온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 옆집에 사는 정국이다. 내가 이사 온 첫 날, 정국이는 이삿짐을 나르는 나를 보고 ' 소 같다. ' 라고 말 했다. 솔직히 내가 뚱뚱한 건 인정하는데 대놓고 저격을 하니 짜증 났지만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이삿짐 나르는 일을 잘 해서 소라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그걸 계기로 나는 옆집 중딩 정국이와 친해졌다. " 누나 오늘 학교 가는 거 처음이지? " " 아니. 처음은 아니고 한 9년동안은 다녔어. " " 아니, 아니. 와지(婐智) 고등학교 가는 거 처음이냐구. " " 어... 처음이야. " 내가 가는 고등학교 이름은 와지(婐智) 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예쁠 와, 슬기 지 자를 써서 예쁘고 슬기로운 학교라는 뜻을 지녔다. 엄마가 말씀해 주셨는데 거기 있던 어느 선생님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을 닮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 최애는 영원한 나의 오빠인 태지오빠이다.
" 거기에 무서운 형아들 대빵 많다? " " 뭐...? 무서운 형아들? " " 응! 그 형아들 완전 유명해. 저번에 이만 마을 날라리 형아들이랑 싸워서 이겼대! " 말로만 들어도 오금이 저렸다. 이 작은 섬은 3개의 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북동쪽에는 이만 마을이 있고 북서쪽에는 박영 마을이 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양석 마을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 엄마께서 말씀하시길, 그렇게 이만 마을 애들이 잘생기고 예쁘더라카더라. " 아... 그 아이들은 지금 몇 살이신대...? " " 누나 이제 고2지? 그럼 그 형아들이랑 동갑이야! " 와, 시발. 망했어요. 전교생이 50명 남짓한 와지 고등학교에서 그 아이들과 같은 반이 될 확률은 100.000000%로 아주 높았다. 정말로 난 왜 햄보칼 수 없는 거야... 왜... why... 쿡... ^-^...
" 누나 잘 가~ 왕따 당하지 말고 파이팅! " 정국이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쌩하게 자신의 학교로 들어갔다. 정국이를 보낸 나는 왕따 같이 땅바닥만 보면서 학교로 갔다. *
" 음... 너가 김콘이냐? " " 아... 네. " " 따라 와라. 난 너희 반 담임 양헌성이라고 한다. " 엄마가 말씀하신 양현석 닮은 선생님이 바로 이 선생님 같았다. 도플갱어라고 의심될 정도로 이 선생님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과 몹시도 똑같이 생겼다. 내 반은 2층에 있었다. 이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한 층에 전 학년의 반이 다 있다. 1층에는 교장실과 급식실 같은 시설이 있고 2층에는 학생들의 반이 있다. 3층은 안 가봐서 모른다.
" 김콘. " " 예? " " 쿡. 멍 때리지 말고 들어 와라. " 미친... 짜증 나게 왜 저렇게 웃어. 아무리 담임이라도 저 웃음은 용서할 수 ㅇ벗어. 아니 없어. 나는 경직된 걸음 걸이로 2학년 1반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로 들어가자 내 가슴은 미친 듯이 뛰었다. 가슴이 아파...! 예쁜 간호사를 불러 조... " 야야. 주목. 여기 이 학생은 김콘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전학 왔다. 적응 잘 되게 챙겨 주고 김콘은 할 말 없나? " " 없... 없는데요. " " 그럼 저기 코 큰 애 옆에 빈 자리 있지? 저기 가서 앉아. " 나는 헌성쌤의 말대로 코 큰 애 옆에 가서 앉았다. 나를(정확하게는 내 명찰을)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왜 자꾸 쳐다보니 왜! 왜! 왜! 내가 그로케 예쁘니! 니! 니! 는 존나 아니고... 내 이름이 그로케 sing-gi-bang-gi 하니...? " 아... 안녕. " " ....... " " 어... 그래. " 나는 내 짝꿍인 코 큰 아이에게 인사를 했지만 코 큰 아이는 내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헤드폰을 썼다. ㄱHㅅHㄱi. 뻘쭘하게 조례를 듣고 있던 나는 내 옆 자리(짝꿍 ㄴㄴ)에 앉아 있는 요정 같이 생긴 남자아이를 보았다. 헐. 나보다 피부 하얘.
" 뭘 꼴아 씨발. " " 네? " " 눈 깔아. " " 네... " 역시 예쁜 것들은 얼굴 값을 한다. 저 색희 JOTTO 싸가지 없어!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나는 잠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조례를 마치는 종이 울렸고 나는 가마니처럼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 짝꿍은 미동도 없이 헤드폰을 쓰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뭘 보고 있나 궁금해져서 나도 창 밖을 보았다. 그곳에는... 시멘트로 된 벽 밖에 안 보이는데 도대체 뭘 보는 거야. 아무래도 내 짝꿍이랑은 말을 섞지 않는 게 내 인생에 좋을 것 같다.
" 와! 너 진짜 이름이 김콘이냐?! " " 어... 응. " " 존나 신기하다!!! 이름이 왜 김콘이냐?!! " " 그러게... 하하. " ' 김지원 ' 이라는 명찰을 단 남자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에게 질문했다. 김지원의 반응은 예상했던 반응 중 하나여서 그런지 그렇게 진이 빠지진 않았다. 김지원은 내 짝꿍을 툭툭 건들며 야. 김한빈. 신기하지 않냐? 라며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 지금 music time이야. 건들지 말아 줘. " " 아! 쏘리! " 시발. 내 짝꿍의 자아 속에는 잠재되어 있는 흑염룡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중2 때 저랬는데... 도대체 생긴 건 멀쩡한데 왜 저러는 거야. 그나마 김지원이라는 애가 정상적인 것 같다.
" 야! 김콘! 내가 내 친구들 소개 시켜 줄게. " 아니. 하지 마. " 여기 이 쪼꼬만 애는 김진환! " 김지원은 아까 나에게 모욕감을 준 남자아이를 툭 치며 얘기했다. 김진환은 날 슬쩍 쳐다보더니 김지원의 정강이를 찼다.
" 악! 아오, 아프잖아! 얘가 생긴 건 순해 보여도 욕쟁이에다가 하는 행동은 동네 건달이랑 똑같아. 조심해, 얜 여자도 때리거든. " " 아... 그... 그러구나. " " 그리고 네 앞에 있는 남자애는 송윤형! 조금 모자라지만 매우 착한 친구야. 그리고 얜 거짓말 못 해. 야! 윤형아! " 김지원은 내 앞에 있는 남자애의 등을 퍽 소리나게 쳤다. 송윤형이란 남자애는 잠에서 깬 듯 김지원에게 찡찡 거렸다.
" 지원, 나빠! 윤형이 아프게 했어. " " 쏴리. 그건 그렇고 뒤에 봐봐. 선물 있어. " 윤형이는 김지원의 말을 듣고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우리 반 전학생이래. 이름은 김콘! 어때? " " ... ㅇ, 안녕. " " 음... " 윤형이는 이리저리로 고개를 돌리며 내 얼굴을 관찰했다. 유심히 관찰하더니 윤형이는 한 마디를 툭 던지고 다시 엎드려 잠을 청했다.
" 몬생깄네. " 시발. * 김지원이 구준회라는 나보다 더 소녀 감성을 지닌 아이를 소개 시켜 줄 때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쳤다. 준회는 나에게 귀여니의 신작 아웃사이더를 봤냐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생긴 건 쿨워터향 날 것처럼 생겨선 왜 그러는 걸까. 이 학교에는 참 개성이 넘치는 개성파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가 더 이상 내 이름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짓는 애들이 없었다. 1교시는 국어였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공부하기 싫고 졸린 것은 똑같다.
" 이 시는 동혁이가 읽어 봐라. " " 네. 선생님 " 듣기 좋은 미성이 들렸다.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내 마음이 후눈해지는 훈남이 서있었다. 짜릿해! 새로워! 잘생긴 게 최고야!
" 간밤에 비가 내렸나 봅니다... " 18년 인생 중에 남자 때문에 이렇게 두근 거린 적은 처음이였다. 듣기 좋은 미성이 첫 행을 읽었을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 나는 동혁이가 마지막 행을 읽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도 그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혁이라고 했니? 넌 내 거다^-^. 흐뭇한 표정으로 동혁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내 옆 자리 요정님인 진환쨩과 눈이 마주쳤다. 김진환은 뭐가 그렇게 불만스러운지 날 힘껏 째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쟤 뭐야? 완전 열빡치네. 그렇게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 큭... 시간이 빨리 가는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이.방.인? " " 응? 나? " " 킥... 순진한 척 하지 말라구... 너 말고 여기서 누가 이방인이란 말이냐!!! " 김한빈은 책상에 주먹을 쾅 내리치며 나에게 소리쳤다. 아, 씨발. 전학 가고 싶다. * 와일드 차일드는 평화로운 와지섬에서 김콘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소소하지만 스펙타클한 사건들과 그 안에서 생겨나는 사랑과 우정... 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만 과연 제가 그것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여ㅎㅅㅎ...? 이작품은 짝꿍과는 다르게 중장편? 예상 중이에요. (블라인드도 써야되는데ㅎㅎ...) 아무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Goodbye,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