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개구락지 전체글ll조회 833l 1




"나 결혼해"

오랜만에 외식이나 하자며 춥고 귀찮아서 싫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나를 어르고 달래서 데리고 온 
평소라면 상상도 못 했을 레스토랑에 못 이기는 척 가주는 표정을 온 얼굴에 가득 담고 들어와 
대강 내 옷을 개어 제 옆에 두고는 나에게는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척척 주문을 하고는
한참을 아무 말없이 내가 놓아 준 포크만 만지작거리다 다짜고짜 꺼낸 말이 저거였다.

평상시에 나에게 줄줄 늘어놓던 하루 일과와 다를 바가 없는 담담한 어조와 무채색의 표정에
아 진짜? 하고 의미 없는 반응을 보였다가 이내 되새김질 하듯 곱씹은 말에 
마시던 물을 그대로 남우현의 얼굴에 부어버릴 뻔했지만 
다시 이성을 되찾고 쓸모없는 헛기침만 몇 번 허한 허공에 늘어놓고 물잔을 내려놓았다.
지나가던 사람이 듣는다면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데 왜 저런 과민반응을 보이냐고 생각할 법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나와 남우현의 상황은 달랐다.

"누가 너랑 결혼해 준대? 난 다 늙을 때까지 결혼 같은 건 관심 없대도?"

내 반응에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눈만 꾸뻑이며 나를 보는 우현에 
나도 지지 않는다는 듯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우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주문했던 음식이 김을 활활 내뿜으며 차디 찬 신경전을 
식히기라도 할 기세로 우리 사이에 놓였고 나는 
'네가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나도 아무것도 안 먹을 거야'
라고 쭉 째진 눈에 가득 담고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다를 바 없이 
김을 내뿜으며 나를 먹어주세요 하듯이 고기 본연의 향내를 풍기며 내 앞에 놓인 고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정확히 3초 후 내 귓잔등에 놓인 말에 다시 한번 물 잔으로 손이 갔다.

"너 말고"

나 말고?
나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작은 눈을 최대한 키우며 상체를 앞으로 빼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나를 향한 이 청천벽력 같은 대답을 되물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말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 내재된 의미들을 제발 알아채 주길 바라며 우리 사이를 빙글빙글 돌던 정적을 깨부순 나는 마음을 졸였다.

1번. 천하의 남우현이 나를 두고?
2번. 상식적으로 어떤 사람이 자기가 짝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결혼을 해?
3번. 그것도 아주 여유가 넘치다 못해 줄줄 흐르는 표정으로?

내 불안한 마음이 저의 자리를 견디지 못하듯 밖으로 나와 앞에 놓인 죄 없는 냅킨만 구겨댔다.
남우현은 여전히 아무 표정도 없었고 어떠한 문제도 없어 보였다.
나 좋다고 매일 낑낑대고 치덕대던 사람은 정작 어떠한 말도 없고 
태평하게 고기만 썰어대는데 어째서 안된다고 튕겨대던 내가 더 똥줄을 태우는 것이 
퍽 안쓰러웠다. 내가 봐도.

"어. 너 말고."

단호하게 뭐가 문제냐는 듯 나를 올려다보던 남우현은 다시 칼 질만 해댔다.
그 덕에 내 속은 열불이 나다 못해 지옥문이 열린 마냥 활활 끓어올랐다.
아니 생각을 해봐라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너밖에 없다,
내 마음 좀 알아달라 끙끙 앓아대던 녀석이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너무나도 태연하게 결혼을 한단다. 그것도 이렇게 입장이 꼭 바뀌어 버린 것 처럼.

"ㄴ..누군데"

침착해야 한다. 3년을 튕기고 튕겨온 내가 이렇게 무너질 수만은 없었다.
억지로 전혀 괜찮지 않은 표정을 구겨버리고 괜찮은 척 내 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는 처음 뱉은 말은 내 메소드 표정연기를 무시하듯 덜덜 떨리고 더듬댔다.
속으로는 수백, 수천 번 나를 욕하며 작게 한숨을 뱉고 다시 표정을 옮기며 남우현을 바라보았다.

"유치원 교산데 나이는 25살 얼굴은 예뻐"

차라리 그 뻔뻔한 얼굴로 알아서 뭐하게 라던지 알 거 없다 이렇게 얘기해줬더라면
이렇게 비참한 기분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남우현이 생각 없이 툭 내뱉은 이 말에 내가 이토록 비참함을 느끼는 바는 이러하다.

1번. 유치원 교사라는 나보다 훨씬 번듯한 직업을 가졌다.
2번. 연상인 나와는 다르게 저보다 '2살 어린' '여자'다.
3번. 한평생 나 외에는 다른 그 어떤 생명체에게도 예쁘다는 말은 해본 적도 없는 남우현이 
다른 생명체, 그것도 내 앞에서 당당하게 내뱉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침착해야만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괴고 목이 턱 막힐 것 같이 차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을 고기  대신 우적우적 삼키며 나도 그에 응수하듯 슬쩍 웃었다.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더 이상 나에게 뱉을 욕도 없어서 그냥 뒀다.

"지금 고기 썰어달라고 단식투쟁해?"

언제 들렸는지 모를, 아마 내 본능적으로 남우현을 후벼파고 싶다는 생각에 들었을 나이프를 
휙 뺏어 내 고기를 써는 손과 퍽이나 다정했던 말투에 당황해 평소라면 됐다며 치워버렸을 호의를
그저 멍하니 쳐다만 봤다.
평소 같았으면 꺼져 라던지 닥쳐 같은 폭언을 내뱉으며 저의 호의를 귀 끝이 빨개진 채로 
밀어낼 내가 가만히 앉아 저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게 웃겨서인지 아니면 넋이 빠진 내 표정이 웃겨서 인지 
한바탕 웃은 녀석은 고기를 한 입 크기로 잘라 나에게 건넸다.

"다 식어서 맛없겠다. 얼른 먹어"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온갖 골병은 다 얹어주고 고기만 썰어주면 다인가 하는 생각보다도 일단은 
남우현이 친절히 썰어둔 고기로 더 이상의 분노도 억울함도 내게서 흘러 나갈 수 없게끔 내 입안을 가득 메웠다.
여전히 쭉 째진 눈은 나는 신경도 안 쓰고 잘만 먹고 있는 남우현을 노려보며
일단은 먹고 보자 남우현
속으로 미친 듯이 저주를 퍼부으며 다시금 쭉 째진 눈으로 남우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이 팽팽한 줄다리기 속 줄을 끊어버리듯 눈치 없는 남우현의 전화기는 웽웽 울려댔다.
나를 알고 지낸 10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변함이 없는 전화벨 소리 였다.
받고 온다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중요한 전화인 듯 겉옷도 입지 않고 헐레벌떡 나가는 녀석의 너른 등판을 보자
그제야 띵하고 울리던 관자놀이를 박박 문질러댔다.
아무리 고기를 꾸역꾸역 삼켜도 내 속에 팔팔 끓는 열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아직도 내 기도 한가운데 턱하고 내려앉은 말이 쓸려내려 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결혼 그것도 남우현이 나말고 다른 여자와.

철 지난 유행 드라마에서 언젠가 한번 쯤 들어 봤음 직한 대사를 인용해보자면 

나는 그 결혼 반댈세.









(쓸데 없는)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개구락지 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여러 가지 필명으로 여기 이곳에 픽을 남기곤 했는데요.


단 한 번 도 


연재하던 픽을 완결 내 본 적이 없는 제가 무려 완결 픽을,


그것도 장편을 써보려고 합니다....


많이 부족할지라도...너그럽게 봐주십사....허허


짬 날 때마다 자주자주 올릴 테니 자주자주 와주세요!


신알신,추천,암호닉 모두 대 환영 입니다.(넙죽)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독자1
이름부터 뭐가 규의 반항이 느껴지는데요.... 잘 읽고 가요~~
9년 전
독자2
허허우현아무슨계획이있는거냐?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화가와 카페 .63 봉다리 01.11 23:18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야성] 청춘 다이어리 - 시즌 봄. 3화12 제리 01.11 19:47
인피니트 [다각] 강 너머로 #3 수향낭 01.10 00:54
인피니트 [현성/다각] Tea_ICE = prologue 카리 01.09 01:46
인피니트 [다각] 강 너머로 #2 수향낭 01.09 00:50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야성] 청춘 다이어리 - 시즌 봄. 2화12 제리 01.08 22:40
인피니트 [다각] 강 너머로#1 수향낭 01.08 01:28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나무집 안에 여우2 구슬나무 01.07 17:41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야성] 청춘 다이어리 - 시즌 봄. 1화17 제리 01.06 23:35
인피니트 [EXO/빅뱅/위너/너징] GD여동생이 SM솔로가수인 썰_033 뉸뉴~ 01.06 21:03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인생그래프꼭짓점 [1편~29편] - 완결아님74 남우이앤 01.06 10:19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잘자라 우리 아가 0745 규 륀느 01.05 02:22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나는 그 결혼 반댈세2 개구락지 01.04 23:18
인피니트 [인피니트/공커다각] 야동이네태양이 -1- 요몽 01.04 01:47
인피니트 [인피니트/공커다각] 야동이네태양이 요몽 01.03 01:05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E.O.F 2화 요몽 01.01 20:43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E.O.F 1화 요몽 01.01 20:41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잘자라 우리 아가 0659 규 륀느 12.30 02:07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화가와 카페 .51 봉다리 12.28 19:12
인피니트 [인피니트/호야동우] 작년 그 아저씨와 길거리의 소년을 기억하시나요 요몽 12.25 23:55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4 규 륀느 12.25 19:33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잘자라 우리 아가 05-128 규 륀느 12.25 19:29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잘자라 우리 아가 04 - 241 규 륀느 12.19 23:32
인피니트 [인피니트/현성] 잘자라 우리 아가 04 - 127 규 륀느 12.19 23:28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0 규 륀느 12.13 23:58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4 규 륀느 12.11 12:37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2 규 륀느 12.10 11:27
전체 인기글 l 안내
6/21 21:24 ~ 6/21 21:2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