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돌아가.
내가 없이도, 빙글,
빙글
그의 세상은 괜찮나요, 하늘아,
내가 없이도, 여전히 괜찮나요.
나는 그럼 마음놓고 웁니다.
마음놓고,
웁니다.
지하감옥, 이라는 곳에 갖힌지 며칠이 흐른 것 같다. 사실 정확한 시간의 흐름을 놓친지 오래다. 햇빛과 어둠이 몇번 교차하긴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몇번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고. 옆 칸의 종인이의 신음소리는 이제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간수라고 보는 두 사내의 조잘거리는 대화는 이제 점차 화제를 잃어갔다. 나의 하루는 이제, 종인이의 선명한, 딱딱하게 말라 굳어버린 핏자국같은 비명소리와 함께 시작되어, 다양한 방법으로 고문하는 사내들의 말소리에 귀를 막고 움츠러들다가, 다시 종인이의 비명소리가 시작되면, 그 소리를 듣다가, 내 자신을 잃어버릴 것처럼 견딜 수 없어지면, 크게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꺽꺽, 하나도 예쁘지 않은 소리로. 세상의 모든 수분이 날아간 것 같은 건조한 목청으로 울음을 터트린다. 귀를 막고 바닥에 누워, 먼지를 온 몸에 뒤엎으며, 세상에 바닥에, 내가 대신 떨어지게 해달라고 빈다. 하늘에 빈다. 나만의 목소리로, 빈다.
그렇게 울다가 지치면, 쉬어버린 목소리로 몇 가닥 숨을 내쉬면, 잠이 든다. 밤이어서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지쳐서 잠이 든다. 어떨 때는, 깨어나지 않기를 빌면서 잠에 든다. 하지만 꿈처럼, 나의 소원은 일어나면 잊혀지고, 다시 빌어지기를 반복한다.
"이제 더 이상 할 짓거리도 없어."
종대는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상부는 며칠 째 얘들을 가둬두기만 하고, 뭐라 말씀 한마디 없으시니..."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위쪽에서도 조심스러운 거겠지."
"아, 몰라 몰라! 저 새끼 이제 깨워. 나도 지친다.."
그 말과 동시에 종대는 바닥에 나뒹굴던 면도칼을 집어든다. 타오는 종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동이를 낚아채 수돗가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상부에서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도 알만해, 그치?"
"이게 공을 들이는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 아무리 센티넬이더라도 진작에 죽었어야 될텐데."
"난 아직도 안믿어. '정식 각인'을 아직 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이렇게 버티는 게 가능하냐는 말이지. 저 위에 박찬열도 그렇게 대단하다고 했지만, 자기 가디언 병들어 누워있으니까 실전에는 투입 잘 안시키잖아."
"글쎄...그건 본인들만 알겠지만, 정식 각인은 안 한게 맞는 거 같아. 몸 어디에도 저 가디언 이름이 없는걸."
"저 가디언 이름이 뭔데."
"도경수."
아,
"도경수?"
듣는 것은, 참 괴롭구나.
종인은 생각했다.
그의 이름을 듣는 것은, 살갗을 벗겨내고 깊은 상처를 남기는 온갖 고문을 견디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심장을 열기가 여실한 숯으로 바싹바싹 그을리는 기분, 종인은 매캐한 연기가 콧속으로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눈을 감았다. 그들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박찬열. 그만 물러가."
"싫습니다."
"...이러면 너도 명령대로 처리할 수 밖에 없어. 올라가. 네가 이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
"저대로 두면 저들도, 우리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럼 지금 뾰족한 방도가 있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김종인을 신체적으로 굴복시키는 거야. 그가 이 곳에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만
이야기가 가능할걸세."
"저러다가는 김종인이 죽습니다."
"설마."
"그가 아직 정식 각인을 하지 않은 센티넬이라는 걸 잊으신 건 아니겠죠."
"...흠."
" 제 아무리 김종인이라도, 천 년에 한 번 나온다는 우성 센티넬이라도, 정식 각인 없이 한달 동안 정식 센티넬 요원처럼 훈련하고 임무를 수행하다가, 이곳에 붙잡혀와서
일주일 내내 고문을 받았습니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지, 언제 죽지 않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일주일 내내 고문을 받았습니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지, 언제 죽지 않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
"그리고 만약에 그가 고문 과정에서 어느 한 곳 불구라도 된다면, 그를 붙잡아온 저희의 목적과 그의 효용가치가 급락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가!!!!"
"육체적으로 그를 굴복시키는 건, 충분히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입도 열지 않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쪽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로?"
"감정적인 부분으로, 우회적으로 돌아가는 법을 알아야죠."
"그러니까, 어떻.."
"그의 가디언을 이용하는 겁니다."
"가디언을...?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정식 각인'이 필수적이겠죠."
"...."
"아직 그들은 서로에게 완전히 각인되지 않았으니까. 완전한 각인 상태의 감정적인 교류라던지, 그런 것은 모르겠죠. "
"....."
"한 쪽이 고통스러워 할때, 머릿속으로 그것을 느끼는 그 느낌을, 그들은 모를 겁니다."
"서로의 아픔을 아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고, 그 댓가는,"
"......"
"죽고 싶다, 딱 그 정도 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는, 최적의 감정이죠."
BGM-이소라, 시시콜콜한 이야기 (여기서부터 귀찮지만 들어주시면 참 좋겠네요..ㅎㅎ 그에 맞춰서, 천천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종인아.
몸은 어때.
밤늦게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던 그날 밤보다 상처가 심해?
여긴 연고도 없고 붕대도 없어.
여긴 나뿐이야.
너에게, 가치없는, 나뿐이야.
그마저도 너에게 닿을 수 없는 나야.
혹시, 알고 있을지 모르겠어...
아주 어릴 때부터,
네가 작은 상처를 달고 병동에 찾아와서,
경계서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 순간부터,
나는 너를 알고 있었어.
그 때부터, 죽,
지켜보고 있었어.
그때부터, 죽,
보고싶었어.
보고싶어.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
더 잘해달라면,
더 잘해줄거야.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
그냥, 내가
너의 아픔을 알 수 있게 해줘.
그것만, 알고 싶어.
너의 아픔, 너의 안으로 갉아들어가는 그 아픔만을 알고 싶어.
나는 지금 충분히,
너의 옆에서 빛나고 있어.
눈썹달의 희미한 빛만큼, 나는 빛나.
너는 그 옆에서, 찬란하게 빛나면 돼.
나는 그럼 눈을 감고,
그래도 새어들어오는 너의 빛을 감은 눈 안에 담고,
그제서야
나는 울게.
너는 빛나.
나는 울어.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바라보던 눈이, 너의 눈이
첫눈보다 좋았어.
으아아아아아ㅏ아ㅏㅏ아아ㅏ끝났네요 이번편이...
이번편은 음 같은 시간동안 여러 인물들의 상황과 관점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전체적인 이해가 필요하실 것도 ㅇ 같고...
사실 내용을 더 전개하기가 힘들었던게요, 사실...사실..
ㅜ머 이미 눈치채신분도 잇겟찌마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에 카디가 그..그거 있자나여 그거...그거 해야되는데
저진챠처음써보거든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며칠동안 그생각만-므흣-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뜨케써야되지 여러분들은
막 와....내가 쓴거 너무 하찮아서 막 와 이게 무슨 수위씬이야 그러실수도있을것같아서....
하....고민이 많습니다^^
마지막 비지엠은 들으셨나요? 모바일이신분들은 듣기 불편하셨겠어요퓨ㅠㅠ죄송합니다 담번에는 링크 첨부하거나 그럴게요
이소라,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쓰면서 기초가 된 노래에요 제가 평소에도 진짜 좋아하는 노래인데 이렇게 한번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추천합니다!^^
마지막 부분은 경수가 종인이에게 보내는 혼잣말?편지?형식으로 해봤어요
짤막짤막한 문장으로 구성하려고 음, 했는데...원래 깊은 의미가 있는 말은 길게 풀어서 말할수록 잘 안 다가오지 않나요?
그냥 경수 진심 그대로, 그 감정을 덕지덕지 묻힌 투박한 문장으로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잘 되었는지는^^..모르겠네요
그 부분은 특히, 슥슥 읽지마시고...제가ㅣ 처음 부탁드리는 거니까ㅋㅋ큐ㅠㅋㅋㅋㅋ한 줄 한줄 경수가 왜 이런 말을 이렇게 했는지 생각하시면서
비지엠이랑 함꼐하시면 더욱더욱 좋구요 그렇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사족이 길었네요, 곧 다음편으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