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가 떠난 후, 한참동안 눈을 껌뻑거리며 현실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지금 어딘지 모르는 지하감옥에 갖혀 있고, 그 감옥은 삼변은 벽이며 내 발끝이 향한 벽은 굵고 긴 창살로 되어 있다. 겨우 팔 한 쪽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굵기이고, 내 머리가 향하고 있는 쪽의 벽의 아주 높은 곳에는 내 얼굴을 두세개 만한 창이 하나 있다. 창은 내가 까치발을 들어도 잘 닿지 않는 높이이다. 내가 키가 아주 작은 것이 아니라, 그정도로 높이 나있다는 것이다.
창살 벽 앞에는 아주 좁은 복도가 있고, 지하여서 그런지 소리가 잘 울린다. 아직 아무 소리도 웅웅거리며 저들끼리 진동하는 공기에 담기지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기뿐나쁜 울림이었다. 나는 오른팔을 뻗었다. 거친 벽이 만져졌다. 이 벽 너머에는, 종인이가 있었다. 벽이 얼마나 두꺼울까. 나는 생각했다.
아직, 닿을 수 있나.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밤은 지나갈 것 같았지만, 잠은 아슬아슬한 불안함으로 긴장된 나의 육체를 가볍게 문지르며 다가왔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언제나 평화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잠이 들기 직전, 짓던 그 조용한 미소는 모든 사람들이 같으리라.
하지만 아침은 늘 그랬듯, 불쾌함과 상쾌함이 공존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실감하며, 나는 벌떡 일어났다.
좁은 복도에는 종인이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빼곡했다. 그의 고함에 공기는 조각조각 부서지고, 그 파편들은 나에게로 날아와 유리조각처럼 나를 할퀴어댔다.
아무도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여기서도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이제까지 충분히 쓸모없었어.
하지만 결국, 비집고 흘러나오는 눈물 한 줄기.
나는 어쩔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김종인에 대해서는.
-여기서부터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환할게요-
"야, 이 새끼 거의 한달은 굶었다며?"
"따지면 평생을 굶은거지. 센티넬로 살면서 한번도 가디언이랑 정식 각인을 한 적이 없다는데."
"미친 새끼. 그런데 이렇게 버틴단 말이야? 진작 죽고도 남을...역시 대단한 놈이긴 한가봐?"
"그러니까 위에서 이렇게 끌어들이려고 난리지. 내 생각엔 머리통에 총을 들이대도 꿈쩍도 안 할 놈인데, 어떡하냐 이거."
"글쎄....이 새끼 옆방에 지 가디언 와 있는 건 아냐?"
상처와 불긋한 멍으로 뒤덮인 눈두덩이가 꿈틀거렸다. 짙은 주름이 지더니, 번뜩이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종인은 깊게 숨을 쉬었다. 핏빛 쇳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흘렀다.
"일어났네?"
"...옆 방에,"
"하여튼 대단해."
"도경수가, 있다고."
"그래, 소문이 자자한 그 가디언 말이야. 버림받은, 너의 가디언."
"...왜 데려왔지?"
"글쎄, 왜 신경써? 하나 도움도 안돼는 쓸모없는 가디언이라며?"
"....."
"정신 차렸으니까.."
"....."
"다시 시작하자. 뭐부터 할까, 이젠 대답부터 할 수 있지 않아?"
"....."
"어때, 반군에 합류할 의사가 있나?'
"...."
"아니면, SAG의 최종 보안 시스템 변경 보고서는 어디있고, 보고서의 총 책임자는 누구지?"
"....."
"좋아, 대답 안 할 줄 알았어. 그럼 전기부터 다시 시작할게. 타오, 물 한동이만 떠다주겠어?"
타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종인은 제 앞에서 전깃줄을 제 상처에 갖다대어 연결하는 사내를 응시했다.
"그렇게 쳐다보지마. 나도 이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아."
"...내 가디언은 어쩔 생각이지?"
"모른다니까. 나는 그저 윗분들이 시키는대로 할 뿐이야. 찬열님이 어젯밤에 대려오셨으니 오늘 안에 어떤 조치가 취해지겠지."
"...쓸모 없다고 했잖아. 돌려보내."
"그건 네 생각일 수도 있지. 김종인씨."
"....."
싱긋 웃는 짙은 쌍커풀에 얄쌍한 눈매와 진짜 피부색이 무엇인지도 잘 모를 만큼 얼룩덜룩한 눈두덩이 아래로 짙게 깔린 쌍커풀 밑으로 나른하지만 맹렬한 눈매가 마주쳤다. 고요한 전쟁같았다.
"종대, 시작해."
물동이를 내려놓으며 타오가 말했다. 종대는 방긋 웃으며 종인의 몸에 전깃줄을 붙이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시작이었다.
어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늦게왔써여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뗴동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크리스마스에 올거라고 구라나 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에 온것치고 너무 빈약해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엉엉엉엉엉 재미잇게 읽어주셔서 늘 사랑하는거 아시죠??핱라핱핱ㅎ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