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형
내게 지독한 상처를 내고, 쓰라린 고통을 주는
나의 연인
*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간에서야 도어락이 풀리고 무거운 발걸음이 울려 집 안에 메아리쳤다. 송윤형의 머리칼 끝이 축축했고, 셔츠의 단추는 엇나가 끼워져있었다. 깊은 배신감과 증오가 속에서부터 끓어올랐다. 오늘이 처음인 것도 아니었지만, 이 상황은 마주칠 때마다 손 끝이 떨렸고 입 안이 메말라왔다. 나는 혀로 건조하게 갈라진 입술을 축이고 송윤형에게 쏘아붙였다. 무덤덤한 척 하면서.
"오늘도 큰거 하나 물었나봐?"
송윤형은 그런 내게 무심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어, 너랑은 다르게 앵기지도 않고, 몸매도 죽여주더라."
"존나게 죄송하네, 앵겨대는 주제에 몸매도 나빠서."
송윤형은 가증스럽게 웃었다. 가는 웃음소리가 산산히 부서져 흩날렸다. 그 웃음소리가 나한테 닿기 전에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나를 보던 송윤형의 눈동자는 메말랐고, 일말의 사랑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종일 먹은 것도 없었는데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얼굴을 박고 속을 게워냈지만 헛구역질 뿐이었다.
좆같은 놈. 인간도 아닌 놈. 벌레만도 못한 놈. 항상 그런 식이지.
송윤형은 그 어떤 칼날보다 차갑게 내 살을 가르고 상처를 냈다. 시간이 흘러도 쓰라린 통증은 채 가시지 않고 잔류했다. 그 지독한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건
*
"짠, 선물이야."
송윤형은 내게 큰 곰인형을 내어보였다. 머리에 묶인 분홍색 리본이 귀여웠다. 하얀 곰인형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롯이 나를. 저 곰인형처럼 송윤형도 나만을 바라봐준다면 미치도록 행복할텐데. 세상의 모든 걸 가진 기분일텐데.
"뭐 잘못 먹었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여자친구한테 이런것도 못해주냐."
코 끝이 간지러웠다. 송윤형에게 받아든 인형을 꼬옥 껴안았다. 잔잔한 봄비보다 부드러웠고, 가을날 하늘의 구름보다 포근했다. 송윤형은 인형이 나만하다며, 나보다 크다며 내 머리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고, 짖궂은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은 잔잔히 흘러 우아하게 나를 감쌌고, 나는 그 부드러움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 송윤형을 마주보고 웃었다.
환히 웃던 송윤형의 얼굴은 그 어떤 손짓보다 아름다웠고, 날 향한 송윤형의 손길은 한낱 햇살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송윤형은 짙은 따스함으로 내 상처를 보듬었다.
우리가 항상 이렇게 행복할 수는 없을까
*
하지만 그 상처는 너무 깊어서, 아무리 보듬어도 새카만 흉터가 남아있었다. 그 흉터는 평생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송윤형은 내게 보듬어지지 않을, 끝없이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갔다.
사랑하는 나의 연인 000
어, 너한테 할 말이 참 많아서 먼저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이 안잡힌다.
먼저 너한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해야겠지
내가 했던 행동들이 너한테 어떤 상처를 줬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아
그 상처는 지금 아물었을까
너한테 쓰는 편지는 다른 연인들처럼 쓰고 싶었는데, 이런 내용이라 미안해
넌 내가 밉겠지. 네게 전부를 주지 않은 날 증오하겠지
그냥 너한테 미안한게 참 많다. 너한테 잘해주지 못한게 너무 많아서
사랑한다고 말해준 적이 없어서
다음 생에 만나면, 우리도 다른 연인들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해
편지의 가장자리는 다 헤져서 너덜너덜했다. 노트에서 뜯어낸 종이였다. 나는 송윤형의 방에 들어가 책장을 뒤졌다. 짙은 흐느낌이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눈 앞이 흐렸다. 눈물이 떨어졌다. 꽂혀있는 책들을 우악스럽게 비집고 노트를 찾았다. 이게 마지막이란 걸 믿을수가 없어서. 노트를 찾아 몇 장 넘기면 속았지, 거짓말이야. 라고 써있을 것 같아서.
맨 끝에 꽂혀있던 검은색 노트를 집어들었다.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한장 한장 넘겼다. 비어있었다. 내 작은 소망의 불씨가 꺼졌다. 꺼진 불씨에서 타오르는 연기에 숨이 막혀왔다. 타들어갈듯한 목이 따끔거렸다.
노트에서 종이 하나가 톡 떨어졌다. 몇번이나 접혀저 있는 종이였다. 연기가 가시고 불씨가 다시 타올랐다. 제발, 제발. 날 버리고 가도 좋으니 거짓말이라고만 말해줬으면, 날 보기 싫어 거짓말한거라고. 그런거라고.
조심스럽게 접혀져 있는 종이를 폈다. 절반 접힌 종이를 펴는 손이 달달 떨려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잔뜩 접혀져서 꾸깃한 종이에는, 해맑게 웃고있던 우리 둘의, 송윤형과 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종이 구석에 써져있던 글씨에 뜨거운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의 전부
*
"송윤형, 뭐하냐?"
"니가 알필요 없잖아?'
"미친놈. 편지쓰냐?'
"어, 새로 낚인 년이 로맨틱한 걸 좋아한대서."
"씨발, 왜? 존나 그림이라도 그려주지"
"그것도 좋겠네, 고맙다."
"넌 진짜 씨발새끼야. 알아?'
"어, 알고있어."
힝. 저 일주일동안 못와요..
어디 간단말이야....보고싶을거에요ㅜ.ㅜ
암호닉
준회님 구닝님 뿌요를 개로피자님 두둠칫님 팬님 엘사님 무룩이님 콘초님 팬님!!!!
전부 사랑해요
그리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 전부!
윤형아 죽여서 미안해ㅜ.ㅜ
윤형이는 아파서 죽은거에요! 처음에 윤형이 머리칼이 축축했다 그게 아파서 땀이....;-;
말도 안되는 전개...ㅎㅎ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