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게 눈이 내리는 날, 눈을 맞아도 기분나쁘지않을 정도로 내리는 그런 날.
대학생인 너탄은 종강파티를 한다고 밖으로 나섰어. 긴 목도리를 칭칭 둘러매고 손을 호호 불면서 약속장소로 갔어.
동아리 친구들끼리 가는거라서 열댓명정도 오기로 했는데 아무도 안 와 있는거야.
속으로 추워죽겠는데에- 하고 투덜거리고 있는데 멀리서 누가 쭈뼛거리면서 와. 가만보니까 짝남인 윤기선배.
"일찍왔네."
서로 대충 인사를 나누고 기다리는데 그 누구도 입을 안 열음. 단둘이 있던적이 없어서 어색해.
춥기도하고 할말도 없어서 멀뚱히 서 있는데 선배가 카페에서 기다리자고 해서 카페로 갔어.
너탄이 시려운 양손을 꼭 쥐면서 주문을 하는데 갑자기 선배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머리위에 쌓인 눈을 살짝 털어줘.
놀라서 선배얼굴을 빤히 보는데 네 시선을 요리조리 피하는게 느껴짐. 새삼 다정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본인도 어색했나봐.
저도 같은걸로 주세요- 하고 주문하는 뒷통수에도 눈이 쌓여있는게 귀여워서 슬쩍 웃고 창가쪽으로 자리를 잡았어.
둘이 마주 앉아있는데 서로 어색한 웃음만 흘리고 아무도 안오네- 그러게요- 이런얘기만 하고 있다가
선배가 음료를 받으러 간 사이에 친구한테 톡을 보냈어. 어디야. 윤기선배랑 둘만 있어. 왜 안와. 빨리와. 나 어떡해ㅠㅠ. 하는데 답이 없어. 읽지도 않음.
그래서 전화를 했음. 친구가 전화를 받았는데 주변이 소란스러움. 수화기너머로 동아리부원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길래
뭐야 너어디야? 다같이 있어?- 하는데 선배가 옴. 바꿔달라는 제스춰를 취하길래 줬더니
" 왜이렇게 안와 이거~ 취소됐다고? 뭔소리야 지금- "
특유의 말투로 짜증을 내는데 들리는 말이 충격적임. 아니 취소된걸 왜 이제 얘기해. 이미 준비 다하고 나왔는데.
너탄은 선배랑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취소됐대요?- 하니까 어.둘이 놀으래- 하고 대답이 옴.
단둘이 놀게 됨. 갑자기 심장이 막 뛰는 것 같고 표정관리가 안돼서 고개숙이고 폰만 만지작 거리는데 톡이 막 옴.
[얔ㅋㅋㅋㅋㅋ]
[윤기선배 지금 거짓말하는거야ㅋㅋㅋ]
[우리보고 오지말라고 함ㅋㅋㅋㅋㅋ]
[파티는 우리끼리할겡! 데이트나해랔ㅋㅋㅋㅋ]
[너 멍때리지지금ㅋㅋㅋ]
[윤기선배도 너 좋아한다곸ㅋㅋ]
목도리로 얼굴 감추고 눈만 또륵 굴려서 선배보는데 선배 눈에서 너무 꿀이 떨어짐.
입꼬리를 올리고 너탄을 보고 있음. 근데 하는 말은 표정이랑 전혀 반대로
" 아이- 어떡하냐 아무도 안와서 "
광대승천하는거 참고 있는데 저렇게 말하니까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는소리를 내버림.
또 민망해서 목도리를 더 올렸는데 선배가 정색을 하면서 야, 너 왜웃어- 그럼. 아니에요- 하는데
아이씨, 티났어?- 그러고 물어봄. 네?- 하니까
" 거짓말 너무 티났어? "
너탄이 결국 터져서 목도리로 얼굴 다 가리고 웃음. 너무 설레면서 귀엽고 웃김. 선배가 그걸보더니
야 얼굴소멸하겠다- 하고 팔을 뻗어서 너탄 목도리를 살짝 잡고 내리더니 테이블에 뭘 올려놓길래 보니까,
" 티났으면 그냥 티낼게. 보러가자. "
영화표 2장.
끄엉. 누가 이런선배좀 만나게 해주세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