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싸이트 토끼 - 비오는 날
데이트를 할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버스를 탔어.
그리고 토독- 버스 창문에부딪히는 빗방울 소리에 괜시리 웃음이 나와서 들고있는 우산을 더 꼭 잡았어.
'데리러올거야?'
집에서 오전내내 폰만 잡고 있던 너탄이, 오늘은 데이트안하나- 하고 호석이한테 톡을 보낼지말지 고민을 하고있을 때 전화가 왔어. 기다리던 전화라서 얼른 받았지.
/탄소야, 나 학원끝나고 나오니까 갑자기 비가 와
/우산 안챙겼어?
/응. 데리러올거야?
들뜬 목소리에 너탄도 같이 들떠서 응!갈게- 하고 집을 나섰지. 너탄은 호석이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이미 다 꾸민 상태였어.
밖으로 나오니까 비가 딱 기분좋게 내려. 그리고 버스를 탔는데 문득 호석이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이 났어.
*
"응. 걱정마 엄마- 어차피 마트 코앞이라 비 별로 안맞아요."
버스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길이었어. 집앞에도 작은 마트가 있었지만 할인쿠폰이 생겨서 멀리까지 심부름을 나왔던거야.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걱정이 되셨는지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
비 계속 내리면 마트에서 우산사고 갈테니까 걱정마시라고 다시한번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애랑 눈이 마주쳤어.
서로 놀라서 고개를 휙 돌렸지. 그리고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면서 가고 있는데 남자애가 버스벨을 누르고 일어섰어.
자동문이 열리고 그 애가 빗속으로 막뛰어가는데 옆자리를 보니까 우산이 놓여있는거야.
헐.. 쟤 바본가? 너탄은 얼른 우산을 들고 쫓아내렸어. 저기요!! 이거 두고내렸는데- 하고 정류장에서 소리쳐 불렀더니
"으어! 왜 내렸어요? 아직마트아닌데!!"
하면서 엄청 놀라더니 막 뛰어와. 조금 젖은 머리카락을 털더니 일부러 우산을 두고 내렸다는거야.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네?왜요?- 하고 빤히 보니까 얼굴이 빨개짐. 그러더니
그, 마트가요. 버스정류장에서 별로 코앞이 아니라서요- 하고 멋쩍은듯이 웃더니
다음정류장이 마트 앞이니까 그거 쓰고 가세요- 하고 뛸 준비를 하는거야. 그러다 다시 뒤돌아보더니
아, 저는 학원이 진짜 코앞이라 괜찮아요!-
하고 빗속으로 뛰어갔어. 그자리에 서서 뛰어들어가는 건물을 보니
학원이 하나 있는데 웬 댄스학원이었어.
"좋은 애네."
하고 우산을 펴는데기분이 좋은거야. 그래서혼자 살짝 웃고우산을 쓰고서 정류장을 벗어났지.
가면서 보니까 손잡이에 이름이 적혀있었어. 네임펜으로 반듯하게 적혀있던 이름은, 정호석.
그게 첫만남이었어.
*
삐이이-
옛날생각을 하다보니까 다 도착해서 버스벨을 누르고 내릴준비를 하는데 정류장으로 나와있는 호석이가 보여.
자동문이 열리고 내려서, 왜 여기서 기다려. 학원앞에서 기다리지- 하니까
" 잉- 코앞인데 뭘- "
하고 허허, 웃길래 같이 웃어줬어. 호석이가 너탄손에 있던 우산을 펼치고 둘이 우산을 쓰고 걸었어.
그리고 학원건물 앞을 지나가는데 또 옛날 생각이 나는거야. 너탄은 그 날 심부름거리를 다 사고 학원을 찾아갔었어. 이미 비도 그친 상태고 꼭우산을 돌려주고 싶었거든.
여기 정호석이라는 학생있나요- 하고 우산을 직원한테 전해주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주변 학생들이 수근거리더니 호석이를 끌고 왔었지.
주변애들이 여친이세요오!?- 하면서 너탄을 바라보는데 호석이가 미안하다면서 안갖다줘도 괜찮았는데 고맙다고 했었어.
그 일을 시작으로 둘이 친해지고 결국 사귀게 되는데까지 꽤 시간이 걸렸었지...
너탄이 이렇게 생각에 잠겨 걷고있는데 호석이가 문득 물어보는거야.
" 응? 근데 왜이렇게 예쁘게 하고 왔어? "
차마 아침부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은 못하고
히히, 하고 웃으니까 호석이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너탄을 보고 웃어.
"뭐야아- 오늘 기분좋은가보네."
그래서 너탄은, 아니 그냥. 오늘은 계속 비내렸으면 좋겠다- 하고 대답을 하니까
너탄을 멀뚱히 바라보던 호석이가 씨익 웃으면서 우산을 고쳐잡고 한쪽어깨를 꼬옥 안아오는거야. 그리고 오는 대답은.
" ...나도. "
♡
하나 둘 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발걸음이 들 떠.
오늘은 온종일 이렇게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