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각을 한 구준회는 방과 후 청소 당번으로 지목되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챙겨둔 가방을 어깨에 메고 구준회를 향해 다가갔다.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있던 구준회는 날 발견하곤 손에 든 빗자루를 살짝 흔들어보였다.
" 오래 걸려? "
" 아마도. "
" 그러게 지각은 왜 했어. "
" 알람을 못 들었어. "
" 혼자 가기 싫은데…. "
내 말에 구준회는 아무 것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런 구준회의 손길을 잠깐 받고 있던 내 시선이 우연히도 김동혁의 자리에 닿았다. 혹시나 싶어서 바라본 김동혁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이미 집으로 돌아간 김동혁의 자리를 잠깐 바라보다가 금방 고개를 돌렸다. 나 뭘 기대한 거야. 생각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었다.
교문 밖으로 나오며 휴대폰에 연결한 이어폰을 양쪽 귀에 끼웠다. 이어폰을 끼자 주위의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가 묻히고 대신 은은한 노랫소리가 귓가에 울려왔다.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익숙한 길을 걸었다. 그렇게 놀이터를 지나 걷다가 눈에 들어온 '서점'이라는 글자에 순간 걸음을 멈췄다. 아, 영어 문제집. 이제는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다음 시간까지 사오라고 말하던 영어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잠깐 서점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점 입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 근처 서점은 꽤나 큰 대형 서점이었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서 입구와 가까운 참고서 코너를 향했다. 책장을 쭉 훑어보다가 아까 수업시간에 봤었던, 낯익은 표지의 문제집을 꺼내 품에 안았다. 그리고 잠깐 서점 안을 둘러보던 내 시선이 계산대가 아닌 서점의 더 안쪽으로 향했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이 또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소설이 가득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작가의 이름이 적힌 책을 발견하자 절로 미소가 걸렸다. 참고서를 옆에 살짝 내려두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펼치자 작가 특유의 문체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폰의 한쪽을 귀에서 빼낸 채로, 책 안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렸다.
한참 책 속의 내용에 빠져들 때 즈음, 누군가가 내 한 쪽 귀에 끼워진 이어폰을 마저 빼내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음악소리에 어?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자 준회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 어, 구준회. "
책을 덮으며 끝났어? 하고 묻는 내 질문에 준회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말 없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준회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뭐가 이상하다고 콕 찝어서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표정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웠다. 날 내려다보던 준회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 근데 너 나 여기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
준회와 눈을 맞추고 묻는데 날 바라보던 준회의 초점이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보였다. 불분명한 눈으로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준회는 갑작스럽게 큰 손으로 내 목을 눌러왔다.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에 준회의 팔을 잡았다. 떼어내기 위하여 아래로 당겨보았지만 구준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원래 준회가 이렇게 힘이 셌던가. 숨이 점점 막혀오고,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날 눌러오는 구준회에 의하여 걸음이 점점 뒤로 밀렸고 이내 등이 책장에 닿았다.
내 등이 책장에 닿자 구준회는 더욱 세게 날 눌러오기 시작했다. 구준회의 초점은 이미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눈에 서서히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앞이 흐려지고, 구준회의 팔을 미친 듯이 때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구준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 구준회를 때리던 내 손길이 서서히 멈췄고, 나는 김동혁의 집에서 그랬던 것 처럼 또 정신을 잃었다.
* * *
눈을 뜨자 앞이 흐릿했다. 의자에 끈으로 묶여있는 건지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다. 내 앞에 보이는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 눈을 몇 번 깜빡였지만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살짝 인상을 쓴 채로 내 앞을 막고있는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 안녕. "
나를 향해 안녕, 하고 인사를 한 그 아이는 씨익 웃으며 내 볼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내 볼을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옥상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진 뒤로 처음 만나는 그 아이의 볼에는 뭔가에 베인 듯한 커다란 흉터가 생겨있었다. 그 흉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예지…? 하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끌어내 말을 하자 예지가 킥킥대며 웃었다. 그리곤 볼을 쓸던 손을 옮겨 예전에 김동혁이 물었던 그 자리 위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정신을 겨우 다잡으며 살짝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아무도 쓰지 않은 창고인 건지 이 곳에는 먼지로 가득 덮힌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우리와 조금 떨어진 곳의 벽에 몸을 기대선 구준회의 모습이 보였다. 구준회는 여전히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벽에 기대어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구준회….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내 말에 예지가 구준회를 힐끔 바라보았다가 금방 다시 날 바라보며 웃었다.
" 구준회는 잠들어있어. "
" …뭐? "
" 저건 구준회의 몸을 빌린 내 일부일 뿐야. "
알 수 없는 예지의 말에 준회에게 닿아있던 시선을 예지에게로 옮겼다. 떨리는 눈으로 마주한 예지의 눈은 예전 김동혁의 눈과 같은 붉은색이었다. 그제야 김동혁의 경고가 머리 속에서 울렸다. 몸 조심해. 그리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옥상에서 보았던 예지의 모습과 김동혁에게 목을 물리던 그 날의 장면들이 눈 앞을 스쳤다. 머리를 누르듯 느껴지는 통증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풀었다.
" 너…. "
" 나? "
" …뱀파이어야? "
내 물음에 예지가 잠깐 날 바라보다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웃겨서 눈물이라도 흘렸다는 듯 눈가를 손가락으로 한 번 쓸어낸 예지가 날 바라보았다.
" 알고 있던 거 아녔어? "
" ……. "
" 무슨 질문이 그렇게 멍청해? "
얼마 없는 질문의 기회를 그렇게 바보처럼 날릴 줄은 몰랐는데. 그 말과 함께 예지는 내 앞에서 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굽혔던 몸을 일으켰다. 그런 예지를 올려다보는 내 몸이 또 작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말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것 뿐이었다. 예지는 나를 물 것이고, 나는 이 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것.
웃으며 날 잠깐 내려다보던 예지는 내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구준회에게로 다가갔다. 구준회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그런 준회의 앞으로 다가간 예지는 내게 했던 것처럼 준회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었다. 그리곤 준회의 팔을 들어 와이셔츠 소매부분의 단추를 풀어 소매를 걷었다. 제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예지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그리곤 입가에 인위적인 미소를 걸었다.
" 이쪽 먼저. "
짧은 말과 함께 예지는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하얀 구준회의 팔을 망설임 없이 물었다. 정신이 온전히 들지 않은 준회는 아무런 저항도 없었다. 안 돼, 하는 내 목소리가 목끝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안 돼. 준회는 안 돼. 겨우 목소리를 짜내 잠깐만! 하고 외친 뒤 말을 이었다.
" 네가 원한 건 내 피 아냐? "
내 물음에 피를 마시던 예지가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준회에게서 입을 뗐다.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는 예지의 입가에는 붉은 피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고있으니 순간 구토가 나올 것만 같이 속이 울렁거렸다. 팔부터 시작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예지가 날 바라보며 씩 웃곤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 "
" 그럼 날 물어. "
" 뭐? "
" 구준회 말고 날… 물라고. "
내 말에 우습다는 듯 웃음을 흘린 예지가 제 입가에 잔뜩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았다. 그리곤 손에 잡고 있던 준회의 팔을 놓았다. 예지의 손이 준회의 몸에서 떨어지자마자 준회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런 준회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로 예지가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조금 전처럼 내 앞에서 몸을 굽힌 예지와 눈을 마주했다.
" 그 말은 너도 동의한다는 뜻이야? "
" …뭘? "
" 내가 네 피를 먹는다는 것에. "
" ……. "
" 이거 영광인걸! 이렇게 달콤한 피의 인간이 내게 피를 선뜻 준다는 게. "
마치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예지가 웃음을 흘렸다. 조금 전의 인위적인 웃음과는 다른, 정말 기분이 좋아져서 나온 웃음인 것 같았다. 그렇게 웃으며 내 목으로 손을 뻗어 다시 그 언저리를 쓸던 예지가 갑작스럽게 웃음을 멈췄다. 그리곤 굽힌 몸을 일으켜 뒤를 바라본 뒤, 허공을 향해 말했다.
" 어떻게 또 알고 온 거야. "
" ……. "
"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
" ……. "
" 백마 탄 왕자님 또 오셨네. "
그 말에 갑작스럽게 김동혁이 나타났다. 순간 김동혁의 모습을 바라보자 울컥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울지 않기 위해 애써 눈물을 삼키며 김동혁을 바라보자 김동혁 또한 날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내 시선에 비해 마주한 김동혁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눈으로 무슨 말을 전하는 건지 날 빤히 바라보던 김동혁이 예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잠깐동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예지의 손가락이 닿아있는 내 목덜미가 갑자기 따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 내 목을 꾹 누른 예지는 김동혁을 보며 미소를 걸곤 말했다.
" 움직이지 마. "
" ……. "
" 움직이면 네 pretty는 다쳐. "
조금 더 세게 내 목을 꾹 누른 예지의 손톱에 목이 조금 더 아파왔다. 숨쉬는 것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고, 덕분에 숨이 조금씩 가빠오기 시작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느낌은 꽤나 불쾌했다. 금방이라도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나올 것만 같은 느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리고 그 때, 김동혁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울렸다.
' 괜찮아? '
날 바라보진 않았지만 내게 들려오는 김동혁의 목소리에 순간 가빠오던 호흡이 조금 진정되었다. 불안함에 두근거리던 심장도 김동혁의 목소리 하나에 조금 잠잠해졌다. 날 보고 있지 않은 김동혁을 향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서로에게서 무엇을 탐색하고 있는 건지 김동혁과 예지는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김동혁의 표정은 심각했고, 예지의 표정은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가락을 조금 더 움직인 예지의 손톱이 내 목을 조금 더 파고들었고,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짧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단순히 누르는 걸로 느껴지는 통증이 아니었다. 찢어진 듯 따끔거리는 목의 통증이 느껴지고 보이진 않았지만 그럴 거라는 직감이 머리를 스쳤다. 피가 난 것 같은데….
그리고, 내 신음이 나오기 무섭게 김동혁의 시선과 예지의 시선이 내 목으로 닿아왔다. 김동혁은 몸을 움찔거렸고, 한 번 감았다 뜬 김동혁의 눈동자는 전처럼 옅은 갈색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선 예지의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지의 목소리는 조금 더 높아져 있었다.
" 미쳤어! "
" ……. "
" 이 향기는, 정말, 너, 너 진짜 대박이구나! "
내 목을 누르고 있던 예지의 손이 떨어지자, 목은 꽤나 깊게 파인 건지 피가 목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쓰린 통증에 살짝 인상을 쓰며 김동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찰나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뜬 김동혁의 눈동자가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때, 예지가 내 고개를 제가 있던 곳의 반대쪽으로 돌렸다. 그리곤 김동혁이 그랬던 것처럼 망설임 없이 내 목덜미에 제 얼굴을 푹 파묻었다. 예지의 움직임과 동시에 김동혁이 몸을 재빨리 움직여 이쪽으로 다가왔다.
예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내 목을 뚫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 나쁜 통증에 살짝 인상을 썼다. 눈이 저절로 질끈 감겼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 * *
눈을 떴다. 잠깐 눈을 뜬 채로 멍하니 있다가 엎드린 몸을 벌떡 일으켜 습관처럼 옆을 바라보았다. 만화책을 읽고 있던 구준회는 한 장을 넘기려다 말고 날 바라보았다. 사탕을 물고 있는 건지 구준회의 한쪽 볼이 볼록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구준회가 살짝 인상을 쓰곤 말했다.
" 뭐냐. 왜 그렇게 봐. "
멍한 표정으로 준회를 잠깐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뭐야? 내 물음에 구준회가 어? 하고 되물었다가, 잠깐의 정적 뒤에 이내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웃으며 검지로 내 이마를 쭉 밀었다. 뭐 그런 걸 물어?
" 구준회다. 임마. "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잠깐 바라보던 구준회는 다시 만화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다 깨선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잠 덜 깼어? 구준회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익숙한 교실의 모습, 익숙한 친구들의 모습, 그리고 옆에 앉은 익숙한 구준회의 모습. 그제야 막힌 숨이 탁 터져나오듯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 곳은 학교였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자리는 창가쪽 맨 뒷자리가 아니었고, 내 짝 또한 김동혁이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안도감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 …꿈이었나봐. "
" 꿈? 꿈 꿨어? "
" 그런 거 같아. "
" 무슨 꿈을 꿨길래 애가 이렇게 멍하냐. "
그 말에 구준회를 향해 고개를 돌리곤 말했다. 진짜 이상한 꿈이었어. 진짜. 진짜로….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망설이다가 고개를 젓곤 그대로 책상 위로 쭉 몸을 늘어트렸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다시 엎드린 날 힐끔 바라본 구준회가 피식 웃곤 만화책을 읽었다. 잠깐동안 만화책을 읽던 구준회는 들고 있던 책을 다 읽은 건지 탁, 소리가 나게 책을 책상 위로 내려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 어디가? "
" 매점. 같이 갈래? "
구준회의 말에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이. 늘어지게 답하는 내 목소리에 구준회가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혼자 뒷문을 향해 걸었다. 뒷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팔을 베고 누웠다. 꿈이었구나. 꿈. 꿈…. 그게 다 꿈이었어.
" 진짜… 기분 나쁜 꿈이야. "
혼잣말로 웅얼거리며 팔에 얼굴을 조금 더 파묻었다. 그렇게 자고 일어났는데도 또 졸음이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나른한 햇빛을 받으며 한숨을 내쉬는데, 때마침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구준회 따라서 나도 매점 간다고 할걸.
얼마 못 갔을 구준회를 따라가기 위해 엎드린 몸을 일으켰다. 옆에 걸린 가방을 올려 가방 속의 지갑을 꺼내는데, 순간 내 손목에 난 푸른 멍으로 시선이 닿았다. 이건….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기억 속, 내 팔과 몸을 묶고 있던 끈이 떠올랐다. 입을 꾹 다물곤 멍을 바라보다가, 지갑을 든 손으로 멍 위를 살짝 스쳤다. 생긴지 얼마 안 된 멍인 건지 꽤나 아려오는 느낌에 살짝 인상을 썼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겨우 고개를 저으며 입고 있던 가디건의 소매를 조금 더 당겨 내렸다. 멍을 가리곤 지갑을 들고 뒷문으로 향하는데,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가 뒷문을 열었다. 머리 속을 괴롭히는 생각을 애써 지우며 내 앞을 막아선 사람을 피해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 사람도 왼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번엔 그 사람을 피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이자, 그 사람 또한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뭐야…. 자꾸만 내 앞을 막아서는 누군가에 살짝 인상을 쓰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숨이 턱 멎었다.
" Hi, pretty. "
" ……. "
" 어디 가? 매점? "
꿈인 줄로만 알았던 김동혁이 날 내려다보며 웃고있었다.
♡
안녕! uriel 입니다!
어쩌면 7화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던 BBB는 이렇게 6화로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제 BBB가 끝나게 되니까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ㅠ_ㅠ 쓰고있던 글들 중에서 취향 제대로 탕탕탕 한 소재였는데, 나의 BBB.. Blood, Boy, Bad.. 엉엉엉 ㅠ_ㅠ 홀가분한 마음이 반, 슬픈 마음이 반, 뭐 그래요..
결말에 대해서 드릴 수 있는 말은 한 마디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과연 정말 꿈이었을까?' 그 외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생각을 하시든 그게 다 정답! 아, 한마디 더 드릴 수 있는 건! 어제도, 오늘도 라는 예지의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날 밤 창문에서 여주를 노린 건 예지에요! 아셨으려나!
사실 BBB는 동혁이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 버전으로도 한 번 써볼까 생각했던 글이에요 그런데 어떤 멤버로 할지 아직 생각도 못 했고, 진행중인 아가씨도 있고, 새로 시작할 글도 있고, 많은 것이 걸려서 BBB2는 아마 조금 있다 나오거나 안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ㅎ_ㅎ 흐흐
BBB에 대한 별다른 후기는 없습니다! 늘 그렇듯 다음 편은 진행 중인 아가씨로 올 거 같아요! ♡
1편~6편까지 짧았던 BBB를 함께 해주신 제 독자님들께 무한대로 하트를 보내요! 하트!!!! 사랑해요 여러분 *_*♡
아, 그리고 BBB는 아니지만 이 글에 이어서 아마 글이 하나 더 올라올 거에요! 빠트리지 않고 그것도 읽어주기! 정말로 안녕!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