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너무 늦은 독스입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는지 (찰싹찰싹)
대신에 뚠뚠한 용량을 들고 돌아왔어요
근래에 좀 진행해야 할 일이 있어서 못왔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랄게요(찡긋)
p.s. 이번 편 쓰는데 왜이렇게 저 스스로 재미있는 걸까요
역시 내글은 나만 재미있다더니, 정말 그런 건가봐요
-늦어서 면목이 없는 독스 올림
브금과 함께 읽으시면 훨씬 몰입도가 좋아질걸요
살다보면 가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법이라고,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그러니 평소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매사에 떳떳할 수 있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그 일이 가끔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도 하셨다. 나는 여태껏 엄마가 해준 그 말들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나 일어나는 꿈만 같은 일 일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오랜만에 혼자 하는 하굣길이었다. 새로운 느낌 반, 섭섭한 느낌 반으로 교문을 나섰다. 내 손엔 점심시간 이후로 보이지 않던 정호석이 남겨놓은 쪽지가 들려있었다.
“아프면 아픈 거지. 박지민이랑 같이 아프다는 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핑계야.”
쪽지가 들려있던 손에 힘을 주니 힘이 없는 종이는 볼품없이 구겨졌다. 주먹 안에서 구겨진 종이를 돌리다 가방 옆에 달린 주머니로 아무렇게나 집어넣었다.
혼자 하는 하굣길은 나쁘지 않았다. 귀가 따갑도록 떠들던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으니 서운한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모처럼 조용히 길을 걸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꽤 가벼웠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만두를 쪄주겠다던 엄마의 말이 생각나 제법 즐거운 길이기도 했다. 학교를 마친 학생들로 바글바글해야할 정류장은 내가 늦게 나온 탓인지 아무도 없었다. 의자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버스가 어디만큼 와있는지 확인하니 운행 대기 중이라는 표시만 떴다. 전처럼 걸어갈까 생각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날이 더운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어차피 자주 있는 버스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올 거란 생각에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이것저것들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이어폰 한쪽을 잡아 당겼다. 귀에서 빠져나가는 이어폰에 놀라 고개를 들었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서있었다. ‘윤기야.’ 놀란 얼굴로 이름을 불렀더니 민윤기는 살짝 웃고는 ‘뭘 그렇게 놀라.’ 하며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가 꽂고 있던 이어폰을 제 귀에 꽂았다.
“아직 버스 안지나갔지?”
“어?”
“너 나랑 같은 버스 타잖아.”
“아, 응. 아직 안 지나갔어.”
얼굴 가까이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렸다. 내가 듣던 음악을 함께 듣고 있다 생각하니 심장이 또 미친 듯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나를 힐끗 보던 민윤기는 ‘이거 무슨 노래야?’ 하고 물어왔다.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고 노래 제목을 알려주니 민윤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노래 좋네.’ 라고 했다.
그리고 한동안 우리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괜히 손톱만 잡아 뜯고 있을 때 옆에서 민윤기가 크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윤기에게서는 은은하게 시원한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향수라도 뿌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좋은 향기였다. 괜히 변태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자세를 고쳤다. 내가 움직이자 본능적으로 나를 돌아본 민윤기는 살짝 웃으며 내 가방에 달린 인형을 잡아 당겼다. ‘이거 아직도 하고 있네.’ 제가 달아준 인형을 아직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민윤기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너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나?”
“응. 늦게 나가던데.”
“아, 친구들 기다리고 있었는데, 걔네가 먼저 가버렸더라고. 그래서 늦었어.”
“친구들? 박지민이랑 정호석?”
“응.”
민윤기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들이 어딘지 모르게 낯선 기분이었다. 그보다 걔네가 내 친구들인 건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해하다가도 금방 같은 중학교 출신이었음이 떠올라 아무렇지도 않게 수긍했다. 내가 늦게 나온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해서 얼굴을 빤히 보고 있으니 나를 마주보면서 ‘왜?’ 하고 묻는다. 나를 보고 있었던 건가― 싶다가도 금방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기도 늦게 나왔는데 내가 아직 안가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알았던 거겠지.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고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처음보다는 민윤기와 함께 있는 이 공기가 어색하진 않았다. 근래 들어 이상하리만큼 마주칠 일이 많아서인지 벌벌 떠는 것도 덜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얼마 전 강당에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가장 큰 몫을 했다. 민윤기도 나와 멀어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자신감 같은 걸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헛된 상상이긴 해도, 일방적인 짝사랑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설레발도 쳐볼 수 있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지 민윤기는 모를 터였지만, 이왕이면 사이가 가까워지는 편이 훨씬 좋았다. 박지민이나 정호석만큼 친해지진 못해도, 적어도 같이 있을 때 서먹하지만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민윤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는 내게 이어폰을 건네더니 앞을 가리키며 ‘버스 왔어.’ 라고 말했다.
헐레벌떡 일어나 카드를 찾아 꺼냈다. 버스가 우리 앞에 멈춰서고 문이 열리자 민윤기는 먼저 앞으로 나가다가도 나 먼저 올라가라며 자리를 비켜줬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버스 안으로 올라탔다. 사람이 몇 없는 버스 안은 앉을 자리가 넉넉했다. 뒤쪽으로 들어가 2인용 좌석에 앉았다. 설마 민윤기가 내 옆에 앉을까싶어 편하게 앉은 자리였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카드를 찍고 버스로 올라온 민윤기는 그대로 뒤쪽으로 걸어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당황한 나는 더 안쪽으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혹시 내가 여기 앉는 거 싫으면 말해줘.”
“어, 아니야. 괜찮아.”
가방을 벗어 무릎에 놓고 의자에 앉은 민윤기는 핸드폰을 꺼내 밀린 메시지들에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괜히 화면이 궁금해 자꾸 눈이 가는 걸 억지로 창밖으로 돌렸다. 아무리 민윤기를 좋아한다지만 이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동이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의미 없이 흘러가는 창밖의 거리들을 무감동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 안가 민윤기가 내 앞으로 팔을 뻗으며 벨을 눌렀다. 벌써 내리는 건가 싶은 마음이 아쉽게 번지고 있었다.
“요새 자주 마주쳐서 좋다.”
“……….”
“넌?”
“어? 나도 좋아.”
갑작스럽게 묻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또 숨이 멎게 미소를 지었다. 떨리는 가슴을 숨기려 입술을 잘근 깨물고는 따라 웃었지만, 파르르 경련하는 볼까지는 숨길 수가 없었다. 민윤기는 곧 내리려는 듯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또 보자.’ 흔들리는 버스에서 중심을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잘 가.”
“너도 조심히 가.”
버스에서 내려 가방을 등에 매는 민윤기를 창문으로 바라보는 건 또 다른 기분이었다.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뒤돌아 나를 바라보는 민윤기와 눈이 마주치고는 민망해져서 손을 들어 흔들었다. 버스는 점점 출발하기 시작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흔들고 있던 손을 내리자 민윤기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마주 흔들어주는 민윤기 때문에,
“아…….”
나는 정말이지 그 자리에서 까무러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Love Like Sugar
W. 독스
03
“그래서 삐졌냐고.”
“안 삐졌다고.”
“삐졌잖아.”
“안 삐졌다고.”
아픈 기색 하나 없이 멀쩡한 얼굴로 등교한 정호석은 아까부터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자기가 왔는데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중이었다. 사실 완전히 삐지지 않은 건 아니라서 정호석의 물음에 건성으로 답을 하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사람을 들들 볶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정호석은 내 팔에 들러붙어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야, 김탄소. 솔직히 말해봐. 삐졌지?”
“안 삐졌다니까?”
“무슨 다 큰애가 말 안하고 간 거 가지고 이렇게까지 삐지냐? 얼굴도 안 쳐다볼 정도로 서운했음?”
“아, 진짜. 안 삐졌다니까?”
“에이, 진짜 삐졌네. 삐진 거 맞네.”
성질머리를 들들 볶는 것도 아니고, 이제 급기야 정호석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까지 놀리기 시작했다. 참 타이밍 거지같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박지민은 들어오자마자 내 이름을 부르며 ‘야! 김탄소 너 삐졌다며!’ 라고 목청 좋게 소리를 질렀다. 아침부터 이 무슨 난리인가 싶어 손에 얼굴을 파묻으니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박지민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야, 오빠들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딱 하루 집에 안 데려다 줬다고 그렇게 울고 그러면, 이 오빠 마음이 아프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놀림은 선생님의 등장으로 인해 일단락이 되었다. 나를 놀리는 듯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자리로 돌아간 박지민은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 순간까지 나를 돌아봤다.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나를 힐끔대는 정호석 때문에도 미칠 지경이었다. 쳐다보지 말라는 말에 엉뚱하게 삐지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꾸해주기가 지쳐서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모든 말을 무시하면 또 옆구리를 쿡쿡 찔러온다. 한숨을 내쉬며 하지 말라고 저지했더니, 정호석은 알 수 없는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내 옆구리를 찌르던 손을 거뒀다. 왜 그러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호석은 마치 어제 집에 가있는 동안 나를 어떻게 골릴 것인지 연구를 해온 사람처럼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나를 피곤하게 했다. 교실 앞에 선 선생님은 출석부로 교탁을 몇 번 두드리며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정리했다.
“요새 더위가 극성이지. 다들 공부하기 힘들 거야.”
“맞아요.”
“공부도 공부지만, 꾸준히 운동도 하고 체력관리를 해야 건강을 해치지 않아. 오늘은 너무 교실에만 있지 말고 하교 후에 운동장에 나가 놀기도 하고 해봐. 알았지? 이상.”
조례를 하신 선생님은 인사는 필요 없다며 쿨 한 뒷모습으로 반을 나가셨다. 다시 시끄러워진 교실은 유난히도 붕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남자애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1반과 농구 시합이 있다고도 하는 것 같았다. ‘야, 정호석. 연습은 많이 해 왔냐?’ 지나가던 김태형이 정호석의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그에 정호석은 화들짝 놀란 눈으로 김태형의 팔을 붙잡으며 내 얼굴을 살폈다.
“야, 뭔 연습은 연습이야! 어제 아파서 뒤지는 줄 알았는데!”
“아, 너 아팠냐? 나는 너랑 박지민이랑 같이 조퇴하기에 당연히 농구 연습하러 가는 줄 알았지.”
“농구는 무슨.”
극구 부인하는 정호석의 반응에 민망해진 건지 김태형은 멋쩍은 듯이 자리를 비켰다. 김태형이 자리를 비키고 난 후에도 여전히 저를 바라보고 있는 내 눈을 피하지 못하던 정호석은 어색하게 입 꼬리를 끌어 올렸다. ‘저 새끼가 착각했나봐. 어제 나랑 박지민 설사병 나서 죽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변명을 늘어놓는데 하나도 자연스럽지가 않아서 사탕 물고 지나가던 여섯 살짜리 꼬마가 봐도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어제 농구 연습하려고 먼저 간 거였어?”
“아니라니까?”
“아닌 게 아닌데?”
어느새 역전된 상황에 정호석은 어색하게 웃었다. 상황파악을 못한 박지민은 여전히 껄렁대며 다가와 ‘야, 김탄소. 왜 삐졌냐고.’ 라며 내 볼을 쿡쿡 찔렀다. 내 눈치를 살피던 정호석은 박지민의 손을 말없이 잡아 내렸다. ‘왜?’ 하고 묻는 박지민에게 건들지 말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인위적인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나와 정호석을 번갈아 쳐다보던 박지민은 무슨 상황이냐는 듯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제 농구 연습하려고 조퇴한 거라며.’ 내 말에 박지민은 꿀 먹은 벙어리 같은 얼굴을 했다. 그리고 곧 네가 말했냐는 식의 눈빛을 정호석에게 보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지내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내 거짓말을 잘 알아채듯 나도 박지민과 정호석의 눈빛만 봐도 대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있었다. 의심스러운 눈을 거두지 않자 박지민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곧 수업이 시작하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그놈의 농구 시합이 뭐기에 조퇴까지 해 가면서 연습을 했어야 했나. 고개를 갸웃거리자 정호석은 여전히 이상하게 웃는 얼굴로 서랍에서 책을 꺼내 책상위로 펼쳤다. ‘1교시 수학이야.’ 그리고는 친절하게 내 책까지 펴주는 성의도 보였다.
“오늘 농구시합 몇 시에 해?”
“어? 왜?”
“응원하러 가게.”
“누구 응원.”
“누구 응원이긴 누구 응원이야. 당연히 너랑 박지민이지.”
“……그래?”
응원을 갈 거란 내 말에 꽤 날카롭게 반응하던 정호석은 오후 5시에 학교 농구코트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말해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샤프펜슬로 책상에 ‘5시 농구시합’ 이라 적는 나를 빤히 보더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들어 다시 정호석을 바라봤지만, 정호석은 이미 내게서 시선을 거둔 후였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런 정호석에게 아무런 말도 걸 수가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깊은 시름에 빠진 정호석이 낯설어 말없이 손가락 위에서 펜을 굴렸다.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정호석의 웃지 않는 모습은 역시나 견디기가 힘들었다.
*
수업이 끝나고 한 시간여를 기다렸다. 강당 근처에 앉아 정호석과 박지민이 연습 삼아 공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런 내게 다가와 기다리지 말고 집에 가도 된다던 정호석에게 경기는 보고 갈 거라고 말하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오늘 1반이랑 시합해.’ 그 말에 알고 있다며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생각했던 반응과 영 다른 반응이었는지, 정호석은 나를 바라보고 한참을 서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냐는 박지민의 부름에 살짝 웃어주고 되돌아간 정호석의 눈빛이 왜 그렇게 불안해 보였는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경기를 보지 말았으면 하나, 혹시 자기들이 질 까봐서 쪽팔려 그러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경기에서 지는 것보다 더한 창피함까지 봐왔던 사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경기를 기다렸다. 어느덧 시간은 5시가 되었고 기승이던 오후의 해가 한풀 꺾였을 때 즈음, 1반인 것처럼 보이는 남자 무리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는 얼굴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박지민과 정호석을 보며 앉아있던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슬슬 코트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야 가까이서 정호석과 박지민을 응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순간 계단에서 올라오는 한사람의 인형을 보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민윤기였다. 그제야 ‘오늘 1반이랑 시합해.’ 라며 내게 말하던 정호석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여태 내가 잊고 있던 뭔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민윤기를 흘끔 보던 박지민은 아직 벤치 앞에 서있는 나를 바라봤다. 그런 박지민의 눈빛이 독기를 품은 듯 검게 일렁이고 있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경기는 전후반 20분씩, 하프타임은 10분. 점수를 더 많이 내는 팀이 이기는 걸로 할게.”
민윤기가 가장 늦게 도착했는지, 그가 코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심판을 맡기로 한 체육부장이 말했다. 경기는 곧 시작 되려는 듯, 선수로 참가한 10명의 학생들이 코트 안으로 몰려들었다. 나 이외에도 경기를 구경하러 온 학생들은 몇몇 있었다. 멍하니 서있던 벤치에서 벗어나 코트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내 머릿속은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돈되고, 점프볼이 경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마주보고선 박지민과 민윤기의 모습이 퍽 긴장감 넘쳐보였다. 서로 눈을 맞추다 심판이 높이 들어 올린 공을 노려보는 눈빛이 무서울 만큼 날카로워져 있었다. 곧 심판이 들고 있던 공을 높이 던져 올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제자리에서 뛰어 오른 두 사람은 서로 공을 먼저 캐치하기 위해 손을 높이 뻗었다. 공은 1반에게 선 득점의 기회를 주었다. 민윤기가 쳐낸 공을 받은 남자애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 쪽 골대를 향해 전진했다. 멈칫하던 정호석이 그 앞길을 막으며 수비했다. 패스를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상대편의 얼굴을 보다 공을 인터셉트한 정호석은 앞에 나가있는 박지민을 향해 공을 던졌다. 살짝 뛰어 올라 공을 받은 박지민은 상대편 코트의 수비수들을 뚫고 드리블했다. 골대 밑까지 달려가 레이업 슛을 하는 박지민을 저지한 민윤기는 박지민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코트 밖으로 굴러간 공을 다른 학생이 주우러 가는 동안,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 되었다.
경기가 시작한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에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환호 속에서 서로를 말없이 응시하던 박지민과 민윤기는 코트 밖에서 던져주는 공을 받으며 서로 등을 돌렸다. ‘얼굴만 알고 이름만 알았지.’ ‘그냥 아는 사이였어.’ 차례로 정호석과 박지민이 했던 말이 귓가를 울리고 지나갔다. 정말 이름만 알던 사이였을까. 정말 그냥 아는 사이였을까. 자기의 코트 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박지민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경기는 다시 재개되었다. 짧게 박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박지민은 나를 보며 살짝 웃어줬는데, 그 모습이 전혀 장난스럽지 않고 어떤 때보다 진지해서 마주 웃어줄 수가 없었다. 박지민의 손에서 농구공이 바닥을 닿고 올라오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통통통― 그 소리를 따라 내 심장도 쿵쿵쿵 뛰고 있었다.
용호상박으로 진행되던 경기의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공을 두고 대치하고 있던 민윤기와 박지민은 굽히고 있던 허리를 폈다. 들고 있던 공을 바닥으로 던지듯 내려놓는 박지민은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경기를 기다리면서 사왔던 이온음료를 꺼내 주었다. 머리카락 끝에 매달린 땀방울들이 박지민이 얼마나 격렬하게 경기에 임했는지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박지민의 뒤에서 다가오던 정호석도 헥헥대는 숨을 몰아쉬며 걸어왔다. 그리고는 땀이 눈 안으로 들어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경기 어때?”
“뭐가?”
“보기에 어떻냐고.”
“재미있어.”
‘다행이네.’ 이온음료를 들이키며 묻던 박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리고 입고 있던 티셔츠를 끌어 올려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솔직히 지금의 박지민은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경기에 열을 올리는지. 다분히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 외의 어떤 것도 있는지. 멍하니 박지민을 바라보다 등 뒤로 보이는 민윤기에게도 시선이 머물렀다. 물을 마시던 민윤기도 나를 돌아봤다. 잠깐 마주친 시선에 웃어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있는 내 얼굴을 보며 민윤기는 미소를 지어줬다.
“이겼으면 좋겠지?”
“어?”
“나랑 정호석 응원하고 있지?”
“응.”
사실 그 누구도 응원할 수가 없었다.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기대하고 있는 답이 있는 것 같은 박지민에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러자 굳어있던 표정을 푼 박지민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그럼 이겨야지.’ 라며 웃었다.
마시던 이온음료를 나에게 넘겨주고 작전을 위해 모여 있는 무리로 가버린 박지민의 등을 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경기 다시 시작할게.”
그런 박지민을 보며 나는 왜 가슴 한편이 찡하게 아려오는 느낌을 받았던가.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전반전과 다를 것이 없이 여전히 거친 경기가 진행되었다. 체력들이 국보급인지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이 없어보였다. 공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고, 몸을 부딪치고. 바닥에 굴러도 오뚝이처럼 벌떡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뭔가에 몰두하고 매진할 수 있는 용기와 패기는 박수 받아 마땅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는 더욱 과열되었다. 한 점이라도 더 내려는 사람들과 한 점이라도 더 막아내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은 정신없이 옮겨 다녔다. 경기의 진행은 우리 반 쪽이 5점정도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팀원이 패스해준 공을 받고 상대편 진영으로 드리블해 가는 박지민을 보면서 뒤에 있던 민윤기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리고 슈팅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박지민의 앞을 막아서며 블로킹을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부딪쳤다. 슛을 위해 뛰어오른 박지민과 그를 막기 위해 뛰어오른 민윤기의 몸이 부딪치면서 두 사람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발을 헛디딘 박지민은 넘어지면서 통증을 호소했고, 뒤로 넘어지면서 손을 짚은 민윤기도 통증이 있는 듯 미간을 구겼다. 순간적으로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경기 중이던 팀원들도 두 사람의 사고에 놀란 듯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결국 심판은 타임을 외쳤다.
막상 코트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나니 어디로 가야하는지 헷갈렸다. 발목을 끌어안은 채 바닥을 구르고 있는 박지민인지, 손목을 감싸 쥐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윤기인지. 웅성이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멍멍하게 들려왔다. 눈앞의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본능이 이끌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박지민!”
많이 아픈 듯 몸을 일으키지 못하던 박지민은 눈을 살짝 떠 나를 보고는 괜찮다고 했다. 조금 있으면 통증이 가실 거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호석은 그런 박지민을 받쳐 안고는 연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심판은 그럼 다음으로 경기를 미루자고 했다. 박지민과 정호석이 빠진 상태로 경기를 진행할 수가 없는 우리 반은 점수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흔쾌히 그러자고 했고, 왠지 1반은 영 시답잖은 얼굴이었지만 그러자며 수긍했다. 누워있던 박지민을 일으켰다. 나와 정호석의 어깨에 팔을 두른 박지민은 절뚝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손목을 감싸 쥐고 있는 민윤기의 곁에는 많은 친구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윤기야, 괜찮아?’ 간간히 들리는 여학생들의 목소리에 나는 애써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 주저앉아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던 민윤기는 혼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오늘 경기는 여기에서 끝난 거지?’ 여전히 시선은 내게 고정시킨 채 심판에게 묻고는 먼저 농구 코트를 벗어났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란 듯 뒤를 쫓아가는 1반 남자애들을 보며 나는 시선을 돌렸다. 민윤기의 그런 차가운 눈빛은 전에 없던 일이라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민윤기도 다쳤던데.”
정호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나는 침묵했고, 박지민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알아.”
조용히 내뱉은 말 뒤로 목 끝이 턱 하고 막혀왔다. 그런 내 어깨를 힘주어 잡는 박지민의 손끝에 조금의 위로를 얻으며, 나는 지금의 내 선택이 옳은 것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
박지민은 결국 깁스를 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자주 아프다던 오른쪽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고 했다. 덕분에 하교 길에 버스로 통학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고, 정호석은 그런 박지민을 위해 자전거를 구해왔다. ‘당분간은 내가 박지민 데려다 줘야 할 거 같아.’ 이러다 다리 근육이 불어 터지겠다며 정호석은 투덜거렸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박지민이 깁스를 풀 때까지 혼자서 등하교를 해야 했다. 방학 중 보충학습 기간이라 다행이지, 만약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날이었으면 야간 자율학습 후에 컴컴한 길을 혼자 갈 뻔 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조심히 다니라는 말에 손을 흔들어준 박지민은 정호석의 허리를 잡으며 뒷좌석에 올라탔다. 입술이 댓 발 튀어나와 ‘박지민, 깁스 풀면 한 달 동안 나 자전거에 태우고 다녀라.’ 하고 말하던 정호석은 힘차게 페달을 굴리며 앞으로 나갔다. 그런 둘의 뒤를 지켜보다 나도 교문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릴까 했지만 사람이 바글바글한 버스에 타고 싶지가 않아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다행이 햇볕이 그리 쨍쨍하진 않았다.
“탄소야.”
버스 정류장 앞을 지나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민윤기는 이제 막 끝난 학생들로 북새통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일도 있고 해서 어색하게 웃었다. ‘안녕.’ 내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민윤기는 ‘버스 안 타?’ 라며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어 대답했다.
“오늘은 걸어가려고. 버스에 사람 너무 많을 거 같아서.”
“혼자? 친구들은.”
“아, 박지민 깁스해서 호석이랑 자전거로 같이 통학하거든.”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민윤기의 손목에도 붕대가 감겨있었다. 손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자 민윤기는 그 손을 뒤로 숨겼다. ‘집도 같은 방향인데 나도 걸어갈까?’ 그리고 묻는데 나는 그 말뜻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해 잠깐 멍하니 민윤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 너는 버스 타도 돼!”
“사실 나도 사람들 틈에 끼어서 버스 타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머리 아프던 중이었거든.”
자연스럽게 버스정류장에서 벗어나 내 옆으로 걸어오는 민윤기 때문에 놀란 얼굴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 옆에 와 아직 멀뚱히 멈춰있는 내 등을 살짝 밀며 ‘가자.’ 라고 말하는 민윤기의 목소리가 꽤나 가까이에 있었다. 처음 걸음마를 떼는 아기처럼 어색하게 발을 옮겼다. 십 몇 년간 잘만 걷던 걸음걸이가 장난감 로봇이 된 듯 어색하고 이상했다.
나란히 서서 걷는데 아무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다. 정말 집에 가는 게 목적인 듯, 말없이 길만 걷는 민윤기를 힐끔 보고 다시 땅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내 옆에서 걷던 민윤기는 간간히 차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보호했다. 그런 사소한 행동들에 사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건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감흥도 없어 보이는 표정이 정말 속을 끓게 했다.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내 옆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붕대 감은 손을 보고 머리를 걸치지 않은 말이 입으로 흘러나왔다.
“손 괜찮아?”
“어?”
“아, 아니야. 아무것도.”
“이거?”
흘린 말을 주워 담으려던 내 말을 정확히 들은 건지, 민윤기는 다친 손을 들어 올렸다. 괜히 물었나 싶어 입을 일자로 다물었더니 괜찮다며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다.’ 흘리듯 한 말에 뭐가 다행이냐 묻는 민윤기에게 그냥이라 대답했더니 소리를 내면서 웃기 시작했다. ‘너는 연기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보고 있으면 진짜 순진한 거 같아.’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민윤기의 손이 왔다간 부분이 불에 덴 듯 화끈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것 같아서 두 눈을 부릅뜨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민윤기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저기가 자신의 집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정말 몇 정거장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을 법한 거리임에도 자기는 걷는 게 싫어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덧붙인 민윤기는 조금 의외였다. 늘 농구나 축구를 하는 모습을 봐서 인지, 민윤기는 운동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있잖아.”
혼자 이런저런 생각중인 내 의식의 흐름을 깨우는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틀어 얼굴을 올려다보니 여전히 시선은 앞에 둔 채 민윤기는 말문을 열었다.
“너 박지민 좋아해?”
“어?”
내 앞으로 떨어진 말이 전혀 상상 의외의 것이라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더니, 민윤기는 그제야 나를 내려다봤다. 어떻게 하면 그런 착각을 할 수가 있는 거지― 라는 생각으로 눈을 크게 뜬 나를 보며 민윤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박지민한테 꽤 살가워 보여서.’ 그리고 말하는데, 나는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이 눈치도 없는 놈아!’ 라고 민윤기의 멱살을 잡을 뻔 했다.
“정말 그렇게 보여?”
“아니, 뭐. 저번에 농구경기 때도 그렇고. 물론 정호석도 있지만, 매일 붙어 다니기도 하고.”
“그냥 친하게 지내는 건데.”
“그래? 뭐, 아니면 말고.”
궁금해서 한번 물어 봤어― 라는 식의 민윤기의 말에 속이 문드러지는 기분이었다. 어쩜 저를 좋아하는 내 앞에서 박지민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정말 하나도 모르나. 아무런 티도 안 나는 건가. 속이 상해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를 보며 민윤기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새삼 너 작다.’ 그리고 말하는데, 이렇게까지 밀고 당기기를 본능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나 여기서 길 건너야해.”
“아, 응. 잘 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은데, 그럼 실례겠지.”
“아냐,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그래. 그럼 조심히 가고.”
미련 없이 손을 흔들고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는 민윤기를 보고 크게 미소를 지어줬다. 그러자 민윤기도 입 꼬리를 끌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를 지나치고서 크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갑갑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초록불로 바뀌어 길을 건너는 민윤기를 바라보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데려다 주고 싶으면 그냥 데려다 주지.”
좋아하는 티를 칠칠맞게 흘리고 다니는 데도 모르는 민윤기는, 정말이지 똥멍청이가 아닐까 싶었다.
글을 쓰는 제게 원동력이 되어 주신
♥ 석진센빠이 / 공감 / 정희망 / 민살랑 / 김치찌개 / 환타 / 두부
단미 / 계피 / 충전기 / 메로나 / 버들 / 노리 / 청춘
망고 / 김태형부인 / 전막내 / 나도농구 / 몽백 / 봄 ♥
사랑한단 말로 표현이 불가능해
널 사랑하는 내 마음이 바다면 좀 심해 그 자체
* 어쩐지 제목에 민윤기 옆으로 박지민 이름까지 박아 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죠
*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은데,민윤기 박지민 정호석 같은 남자는 왜 둘은 없나 몰라요(푸념)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쪽) 오타나 탈자는 애교로(찡긋) 댓글로 알려주시면 더욱 좋아요
* 암호닉 신청 방법은 따로 없어요. 그냥 던지고 도망가시면 쫓아가서 뽀뽀해드립니다. 지구 끝까지(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