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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쉘 전체글ll조회 134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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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우리나라도 이런 데도 있구나."

"대박."

 

 

 

어느 여름. 그곳은 여느 경치 좋은 나라의 모습이었다. 친구의 말마따나 정말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는 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푸른 빛의 나무가 우거진, 숲의 모습에 가까운 곳에 오두막집이 있었다. 경치가 좋은 만큼, 번화가와는 떨어져 있어서 교통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그다지 감성적이지는 않은 나이지만, 그때만큼은 정말 순수해질만큼. 건강하게 자란 나무들은 열을 맞춰 길 옆을 수놓았고, 귀를 기울이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날씨까지 뒷받쳐주어, 해가 너무 뜨겁지도, 너무 그늘지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같이 놀러온 친구들의 모습은 변함없이 시끌벅적 했지만, 그날따라 그 모습도 화기애애하게만 보였다. 난 잠시 그 무리 속을 빠져나와서 오두막집 앞 작은 울타리에 손을 얹고 기대서 경치를 구경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풀을 비추는 모습이 반짝이고 있었다. 곧 저 멀리서 사슴 한 마리가 뛰쳐나올 것만 같다. 그건 너무 갔나.

 

 

"인티! 너 혼자 정리 안 하고 놀 거야?"

"아, 어. 간다!"

 

 

앗차, 잠시 경치를 보느라 혼자 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떻게 이런 데를 빌렸어?"

"나도 몰라~ 그냥 어쩌다가."

"(웃으며) 그게 뭐야."

 

 

잠시 내 복잡했던 머리를 도시에 똑- 하고 떼어놓고 온 것 같다. 머릿 속이 산뜻했다. 밖에서 무언갈 사오기가 힘이 드니, 서로 물건들을 잔뜩 들고 왔다. 어디보자... 술병부터, 고기, 그리고 가재도구랑 주재료에 풍미를 더할 조미료 등등.... 정말 한짐이었다. 게다가 분위기가 분위기이니 바베큐 파티를 위한 그릴까지. 정리만 하다 몇 시간 다 보내겠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큰 비닐봉투에서 모두들 부시럭 거리며 하나는 이쪽, 하나는 저쪽으로 분주한 모습. 그럴 때마다 오두막의 마룻바닥이 끼익거리며 향토적인 느낌을 더해주었다. 이것도 꽤 괜찮은 풍경이네.

 

 

"일단 오늘의 귀하신 몸, 고기님부터 잘 모셔!"

"하이!"

 

 

중간중간 친구들의 꽁트에 켈켈 거리며 웃었다. 어라, 그냥 개인 짐들도 많네. 다들 먹을 거랑 놀 것부터 챙기느라 본인들의 짐은 생각도 않고 있었다. 이러니까 한 가운데가 정신이 없지. 나는 묵묵히 캐리어를 2개씩 들어 2층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민하러 온 놈도 있는 것 같다. 어우, 무거워. 계단에 오르자마자 캐리어를 두고 숨을 골랐다. 하나씩만 들고 와야지, 우습게 봤다. 손잡이를 활용해서 달달 끌고 침실로 옮겨갔다. 2층에도 큰 창이 나 있었다. 볕도 잘 들어왔다. 겨우 2개를 옮기고, 나는 또 다시 바깥 풍경에 빠져서 침대 위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멀리 내다 보니, 큰 집이 보였다. 사방이 하얗게 되어 있네. 부잣집 별장인가? 게다가 약간 중세풍? 아무튼 옛날 궁궐같은 모습인 것 같다. 저런 곳도 나중에 한 번 가봤으면.

 

 

"저거 또 노나보다, 야! 인티!"

 

 

 

 

 

 

 

 

 

 

 

 

 

 

 

 

 

 

 

 

 

 

 

 

 

 

 

 

 

 

 

 

 

 

 

 

 

 

 

 

 

 

짐 한 무더기들을 정리하고, 다들 지쳐서 거실 앞 소파에 다 퍼질러졌다. 그러고 보니, 여기 TV도 없다. 하긴, 그러니까 대여료가 싸지. 게다가 이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완벽한 도시로의 일탈....엇, 잠깐만.

 

 

"야, 설마 여기 전화 안 터져?"

"글쎄?"

"...1칸 뜬다."

"그래도 전화 돼?"

"몰라."

"야, 괜찮아. 여기 전화 있는데?"

"아, 다행이다."

 

 

순간 놀랐네. 그래도 일반 전화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가만히 앉아있던 한 녀석이 일어나 전화기 쪽으로 간다. 그리곤 번호를 누르더니 급한 일이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을 하라고 말했다. 참, 나도 가족한테는 연락해 둬야겠네. 다들 그제서야 붙이고 있던 엉덩이를 떼어냈다. 여길 대여한 녀석이 요란하게 기지개를 켜며 입을 뗐다.

 

 

"아우... 이제 슬슬 놀아볼까?"

"뭘 놀아?"

"기다려봐."

 

 

녀석이 어딘가에서 부스럭 거리며 무언갈 꺼내왔다.

 

 

"짠! 내 이럴 줄 알고 놀만한 걸 가져왔단 말씀!"

"어! 젠가다!"

"할리갈리!"

"나 저거 몰라."

"야, 부루마블 없냐?"

 

 

다들 어린애처럼 모여들었다. 아직 술이 들어가기 전임에도 다들 흥이 올라오고 있었다. 장소의 효과일까. 서로 짜놓기라도 한 듯이, 우린 동그랗게 앉아서 긴장감있게 게임을 진행했다. 준비가 철저한 녀석이 패자가 나오자, 뿅망치를 꺼낸다. 때리기 전부터 요란을 떨던 녀석은 정수리가 얼얼한지 마룻바닥을 떼굴거렸다.

......

게임을 몇 판이나 했는지 모를 정도가 되자 한 녀석이,

 

 

"아, 배고파."

"나도."

"자, 그럼 슬슬 파티를 해 보실까~?"

 

 

우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역시 사람은 먹기 전이 제일 부지런한가보다. 집 앞의 넓은 터에서 그릴을 올리고, 나무 테이블 위에 사이드 메뉴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물건을 다 챙겨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었다.

 

 

"....야."

"...?"

"...수저가 없어."

"...뭐?! 젓가락은?"

"수저 둘 다...."

 

 

다들 탄식을 냈다. 책임은 가재도구를 챙기는 담당에게 넘어갔다. 서로 살짝 아옹다옹했지만 결국 잘못을 시인했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야, 그럼 손으로 먹냐?"

"...야, 니가 두고 왔으니까 니가 차 타고 나갔다 와."

"......하."

"..저기."

"?"

"저기 아까 집이 하나 있던데?"

"어, 진짜."

"가서 빌려달라고 해."

"....뭐? 나?"

"네가 말꺼냈잖아."

 

 

순식간에 나에게로 화살이 돌아갔다. 그때는 괜한 말을 했다며 후회했지만, 내가 만약 2층 창문을 내다보지 않았다면, 그 생각을 못했더라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몰랐을 거다. 오히려 나에게 가보라고 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터벅터벅 그 으리으리한 집으로 걸어갔다. 여기가 야영장에서 텐트팅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서 수저 달라고 하는 건 어쩐지 좀 쪽팔리는 일이었다. 약간 경사길이라 조금 숨이 찼다. 수저를 얻기 위해서 이런 대장정을 겪어야 한다니. 그래도 고기님이 기다리고 계시니까.

우와. 가까히서 보니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집이었다. 온통 하얀벽으로 칠해진 집은 정말 궁궐같은 모양이었다. 나는 어쩐지 좀 창피함이 가중되어 조심조심 현관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아, 만약에 털옷 입은 사모님이 달랑거리는 귀걸이를 하고 나오시면 어떡하지. 조금 무서웠지만 그래도 힘겹게 걸어온 것을 생각해서 용기를 내보려던 찰나 살짝 멈칫했다. 엇, 이거 유럽 영화에서 보던 거다. 초인종 대신 손잡이로 노크하는 그거. 이거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쾅.쿵.

 

너무 세게 해버렸다. 기분 나쁘게 듣는 건 아니겠지?

난 더 소심해져 있었다. 초조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문 앞을 서성였다. 왜 나오지 않지. 혹시 집이 너무 커서 못 들었나? 다시 손잡이를 잡으려는 찰나,

 

벌컥-

 

아, 깜짝이야.

 

 

"아.. 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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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햐얀 집에서, 새하얀 사람이 나왔다. 적어도 털옷의 달랑달랑 귀걸이를 한 사모님은 아니었다. 정말 하얘서 없어질 수도 있겠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저... 죄송한데요.. 혹시... 그.. 저.. 아....."

"...(웃으며) 일단 들어오세요."

"네? 아니, 저기 그게 아니라..."

 

 

그렇게 몸을 살짝 비켜준 그 사람의 뒤는, 더 장관이었다. 그때 나는 엄청 바보같은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넓은 집 한 가운데에 계단이 나 있었다. 정말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그림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줍짢은 자세로 꽤나 들여다보고 나서야, 나는 이성을 되찾았다.

 

"아, 그럼 실례 좀..."

 

이런 집을 그냥 외관만 지나치기엔 조금 아깝다. 엇, 그런데 어쩌면 조금 위험한 상황이 펼쳐진 걸지도...? 상대는 남자다. 다행히(?) 엄청 건장해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남자인 걸. 내가 너무 집에만 빠져 있었나.

그런 잡생각을 하던 나를 뒤로 하고, 그 사람은 거실에서 꽤나 떨어진 부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시처럼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앉으세요."

"아... 저...!"

"......"

 

그 사람은 나의 쭈뼛거리는 말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곤 또 새하얀 집 찬장을 열어 주전자를 꺼내었다. 난 가만히 서 있다가, 주변을 힐끔 거리며 구경하기를 반복했다.

 

 

"차로 드릴까요? 아니면 커피..."

"..네? 아...."

 

또 잠깐 구경하느라 똑부러지게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치만 이 집, 정말 완벽하게 내 취향인 것 같다. 분명 정말 화려하게 넓은 공간이지만, 인테리어가 뭐랄까.. 절제되어 있다. 부를 과시하는 듯한 특별한 소품들은 없어보인다. 샹들리에는 조금 화려하긴 하지만, 오히려 탁자에 놓인 꽃병은 깔끔하다. 꽃도 예쁘네.

아, 맞다. 지금 말하고 있었지.

 

 

"그건.. 괜찮고요! 저... 그게..."

 

 

남의 집 부엌까지 들어온 마당에, 갑자기 텐트팅 멘트를 하려니 꽤나 창피해져 왔다. 그치만 할 말은 해야겠지.

 

 

"혹시 수저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수저요?"

"..네..."

"......"

 

 

그 사람은 짧게 머뭇거리더니, 부엌 서랍을 열었다. 옆 모습이라 제대로 본 건 아니지만, 웃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말을 걸어왔다.

 

 

"이사 오셨어요?"

"에? 아, 아뇨. 놀러왔는데..."

"..? 여기 놀러올만한 데였나요?"

"네?"

"여긴 볼 거리도 없잖아요. (웃음)"

"아녜요! 여기 풍경 좋던데요?"

"그치만 놀기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아요, 저희는 돌멩이만 쥐어줘도 잘 놀..."

"...풋."

 

 

뭔가 방정을 떤 것 같아 다시 움츠러 들었다. 그는 어쩐지 비싸보이는 수저를 들고 나와 내밀었다.

 

 

"이걸로 괜찮아요?"

"네?! 그냥 나무 젓가락이면 되는데..."

"음... 다음엔 나무 젓가락을 준비해 둘게요. (웃음)"

 

 

아, 정말 상냥하다. 말투에서, 눈짓에서 다정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까 낮에 봤던 스며들던 햇살같은 사람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다, 내밀고 있던 그 사람의 손을 다시금 확인하고 손사래를 쳤다.

 

 

"그치만 비싸보여요."

"...그럼 갖다주면 돼죠."

"....아..."

 

뭔가 작업에 걸린 기분이 들었다. 웃기기는. 지가 쳐들어와 놓고선.

 

 

"그런데... 사람이 좀... 많은데..."

"아... 어떡하죠, 저희 집엔 이게 전부인데..."

"아..."

 

 

수저 4개라니, 어쩐지 좀 집에 비해 적은 느낌이다. 혹시 이 넓은 집에 혼자 사는 걸까. 그러고 보니, 아까 전부터 조용하다. 아직 젊은 분이신데. 이 곳에 사는 걸까?

나도 참. 수저 빌리러 와서 이게 무슨 궁상이람. 나는 조심스레 그걸 받았다.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이것 밖에 없어서..."

"아니에요, 빌리러 온 주제에...! 감사합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람도 나를 배웅하려는지 따라 나왔다. 난 문 앞에 서서, 최대한 둘러보기를 자제하며 천천히 입을 뗐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갖다드릴게요."

"......"

 

그는 말 없이 웃었다. 그땐 그저 상냥한 웃음인 줄 알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니 대답이 아닌 웃음으로 답한 것은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뭐였을까. 이웃이 생긴 것 같은 정(情) 이었을까, 아님....

 

 

"늦게 실례했습니다."

"(웃으며)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 사람도 나를 따라 허리를 굽혔다. 나는 또 머뭇머뭇 걸음을 옮기면서 현관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다시금 집을 올려다봤다. 2층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시선을 다시 내리자, 그가 아직 문을 열고 바라보고 있었다. 난 엉거주춤하게 목으로 인사를 했다. 아, 왠지 촌뜨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다시 털레털레. 이번엔 내리막길이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나는 자꾸 그 집을 올려다보곤 했다. 여운이 있는 집이다. 이번엔 제법 수월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친구들이 모두 나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보이자, 큰 목소리를 냈다.

 

"야! 배고파, 빨리와!"

 

 

 

 

 

 

 

 

 

 

 

 

 

 

 

 

 

 

 

 

 

 

 

 

 

 

 

 

 

 

 

 

 

 

 

 

 

 

 

 

 

 

 

 

 

 

 

 

 

 

 

 

 

 

 

 

 

 

 

 

 

재밌었던 바베큐 파티가 끝나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다른 애들보다 훨씬 일찍 눈을 떴다. 어쩐지 설레서 잠이 안 왔다. 난 세수도 하기 전에 어젯 밤 몰래 미리 씻어놓은 수저의 상태부터 살폈다. 음, 역시 미리 씻어두길 잘했어. 수저의 물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난 기분 좋게 세수를 하러 들어갔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는 나를 보며, 두 볼을 감쌌다. 이거 어쩐지 데이트 하러 나가며 들뜨는 사람 같잖아.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글쎄, 그렇게 좋았을까. 그렇다면 어느 쪽의 기쁨이 더 컸을까. 그 화려한 집의 2층을 볼 수도 있겠다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그 새하얀 남자를 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이었을까. 예전에 나는 전자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난 분명 후자도 무의식에 크게 자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챙겨온 옷 중에 그래도 꽤나 여성스러운 옷으로 챙겨입고 길을 나섰다. 아, 맞다. 오르막길 이었지. 힘들어서 등에 땀 나면 창피할 거야. 난 천천히 길을 올랐다. 헉.. 헉. 나는 언덕 중간 이상을 올라오던 도중 생각 났다. 수저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멍청한 내 자신에 열 받아하며 터덜터덜 내려왔다. 도대체 뭘 하러 가는 거야. 넌 수저 주러 가는 거라고.

다시 오두막집으로 와서 수저를 들고 가려는데, 이거 어쩐지 여성스럽게 입고 손에 딸랑딸랑 수저 들고 가는 모습이 좀 별로일 것 같다. 난 뭐 적당한 것이 없나 생각했지만, 그럴 만한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던 중, 어젯 밤 먹던 누네띠네의 포장지가 눈에 들어왔다. 위에 리본도 달려있겠다. 이거라면 괜찮을 것 같다. 난 다시 신나서 밖을 나섰다.

 

...

 

헉헉. 이제 오늘의 근력은 이 언덕 때문에 다 쓴 것 같다. 난 정상에 올라서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또 다시 그 화려한 집으로 들어섰다. 이른 시간에 보니 더더욱 화사한 하얀 집이었다. 그때,

 

"...아...!"

 

그가 2층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었다. 가뜩이나 빛을 받아 하얀집에 빛나고 있는 찰나에, 그 사람은 얼마나 눈이 부셨는지 모른다. 그는 일찍 눈을 떴는지, 테이블 위에 찻잔을 올려두고 있었다. 정말 완벽한 왕자님의 모습이었다. 나도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곤 조신한 척,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서 1분여를 기다리자, 그가 문을 열어주었다.

 

 

 

"일찍 오셨네요."

"아, 네."

"들어오세요."

"네, 그럼..."

 

 

환대 받는 느낌이었다.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그 넓은 거실 계단 앞에 서서 기다리니, 그가 문을 닫고 걸어온다. 난 정중하게 수저를 건넸다. 아니, 정확히는 과자 봉지부터. 그가 상냥한 표정을 했다.

 

 

 

"예쁘게 주셨네요."

"그냥 드리기가 뭐해서..."

"잠깐, 차라도 드실래요?"

"아, 죄송해서..."

"음..."

 

 

그는 살짝 나의 뒤쪽으로 와서 말했다.

 

"그치만 등이 땀으로 젖었네요. 더운데 잠깐 쉬었다 가세요."

"아...!"

 

 

아차. 역시 멍청했다. 수저를 예쁘게 담아갖고 가니, 등이 젖을 거란 생각없이 무작정 언덕을 올랐다. 땀을 빼버린 것이다. 민망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다정하게 나를 인도했다.

 

 

"마침 차 마시고 있던 중이에요. 얼른 오세요."

"아..."

 

 

난 민망함을 티내지 않으려, 애써 웃으며 계단을 올랐다. 이 집의 분위기에 맞는 차림을 하고 싶었는데.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도니 방이 여러개가 있었다. 그 중 가운데 방의 문을 열었다. 역시 방 안은 하얗게 되어 있었지만, 절제된 아름다움 속 화려함이 있었다. 고급스러운 침대와 가구들이었다.난 발은 느리게, 눈은 빠르게 하며 그것을 지나쳐 발코니로 갔다. 발코니 역시 풍경이 좋았다. 한 눈에 그 언덕길과 오두막집, 그리고 숲이 보였다. 내가 넋을 잃고 바라보는 사이, 그는 차 주전자를 들어 확인하고 있었다.

 

 

"차가 다 식어버렸네요. 금방 다시 가져올게요."

"전 괜찮아요."

"찻잔도 필요하니까요."

 

 

그는 또 화사하게 웃었다. 아아, 이 집은 천국이 따로 없어. 난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발코니에 기대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상쾌한 아침 바람이 불어왔다. 문득, 언덕길을 바라보다가 그가 나의 거친 걸음걸이를 보았을까, 문득 걱정됐다. 봤더라도 이 매너남은 분명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다. 그 생각에 더 쪽팔렸다.

내가 또 궁상을 떨고 있는 사이, 그는 찻잔과 새 차를 준비해 왔다.

 

 

"케익이 없네요. 대신 과자로 준비했어요, 괜찮아요?"

"아, 그럼요."

 

난 그제서야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나의 찻잔에 따라주고, 그의 것을 따랐다. 난 멍하니 그가 하는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는 향을 먼저 맡고, 천천히 잔을 기울였다. 나도 그를 따라 했다. 엇, 뒷맛이 깔끔했다. 차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님에도, 깔끔한 맛이었다.

 

 

"(맛이) 괜찮나요?"

"네!"

"(웃으며) 다행이네요."

 

 

그리곤 다시 조용히 한 모금을 넘겼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새소리만이 들려왔다. 평화로웠다.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기분 좋은 적막함도 잠시, 나는 그새를 못 참고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 혼자 사세요?"

"네."

"가족..은...."

"계세요. 그런데 제가 편해서 혼자 살고 있어요."

 

 

편하다? 편하게라면 그냥 강남에 오피스텔 같은 곳이 훨씬 편할텐데.

 

 

"사실은 몸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그래서..."

"..아...."

 

 

병약한 공주, 가 아니라 왕자였다. 그래서 이렇게 외진 곳에 이런 화려한 집이 있었구나.

 

 

"제 얘기는 재미없으니, 제가 물어볼게요."

"아, 네."

"친구분들이랑 놀러오신 거예요?"

"네, 6명이랑..."

"와, 친구가 많네요. 부럽다."

"왜요? 친구 많으실 것 같은데..."

"(웃으며) 그런데 안타깝게도 없네요."

"..제가 친구해드리면 돼죠!"

"...친구라..."

"...?"

"사귀기 힘들죠. 이렇게 멀리 살고 있으면."

"음... 확실히..."

"..언제 가세요?"

"아, 저는... 내일이요."

"일찍 가시네요."

"......"

 

 

그리고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또 다시 조용해진 분위기 속, 내가 어쩐지 그 사람을 더 외로운 분위기로 몬 것만 같아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봤다.

 

 

"집이 되게 예쁘네요."

"아, 감사합니다."

"혹시 이사오신 거예요, 아님..."

"지었어요."

"그렇죠? 역시..!"

"...?"

"..아.. 그게... (웃으며) 요즘에는 모던한 건물이 많잖아요.

모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옛날식 주택형도 아니고, 한옥도 아니고... 센스가 어쩐지 연령대가 있는 분의 센스는 아닌 것 같아서요."

"(웃으며) 예리하시네요."

"사실은 이 집이 너무 예뻐서 어제부터 감탄했거든요. 게다가 오늘 여기까지 오니까 더 마음에 들어요."

"..그럼 자주 오세요."

"..네...?"

"......"

 

 

그는 말없이 또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EXO수호/빙의글] I'll be there | 인스티즈

 

 

"방을 하나 만들자니 조금 그렇고, 일단 여러개를 만들어 놓긴 했는데 딱히 올 사람은 없어서..."

 

그는 다른 방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 중 처음에 본 방을 빼놓고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깨끗했다. 이 넓은 집을 혼자서 청소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그때,

 

 

"이건... 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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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말쉘님 뀨뀨에요
아..이게 얼마만에 보는 말쉘님 글이죠...ㅠㅠㅠ
너..너무좋아요ㅜㅜㅜㅠ 분위기도 너무 좋구요...
못 뵌 사이에 글이 훨씬 더 무ㅓ랄까... 훨씬 더..음... 멋있어졌요!!!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ㅎㅎ
아! 물론 그렇다고 이전 글들이 안 멋졌다 이런건 아닙니다 오해마세요ㅠㅠ
그나저나 글 분위기랑 수호랑 너무 조화가 잘돼서 저도모르게 빙의를...핳..ㅎㅎ
이거 장편인거죠??
앞으로 말쉘님 글,말쉘님 기다리면서 예전처럼 말쉘님 옆에 꼬옥- 붙어있을게요! 싸랑해요♡

그런데... 여기 깔린 브금 제목이 어떤건가요..?ㅠㅠㅠ 브금마저 너무 좋ㅇㅏ요..ㅠㅠ으앙 뀨뀨 쥬금 ㅇ-<-<

9년 전
마르쉘
사실 이번 글에 별로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로 쓰긴 했는데, 완장과는 딴판인지라 취향에 안 맞으실까봐...
흘림말이라도 좋다고 말씀해주시니 안심이네요, 휴..
수호 찡이 좀 화사하고 귀공자 같은 느낌이라 이런 이미지에 딱 부합이 됐어요!
아아, 제 이상형처럼 그려버리고 말았네요, 끄앙... ㅠㅠ
브금은 Various Kind of Love - Yuhki Kuramoto 라고 합니다!
늘 그렇지만 적절한 짤&브금 찾기란 힘드네요, 헉헉...

9년 전
독자2
흘림말 아니고 진심입니다ㅜㅜㅜ
정말로 좋아요ㅜㅜㅜ
수호..준며니 이렇게 다정다정 자상자상 매너매너하게 글 속에서 그려주셔서...ㅜㅜ 너무 좋아요ㅠㅜ
그런데...
글속의 준면이랑 마르쉘님이랑 많이 닮았어요! 나긋나긋한 말투도 그렇고 자상한 성격도 그렇고...
헤...
그냥 둘다 내사랑들...♡

9년 전
독자3
헐....짱재미있어요......
9년 전
마르쉘
헐 감동입니다...
2편도 열심히 써야겠네요!

9년 전
독자4
몇편에 완결 예상하시나요?? ㅠㅠ글 완전취향저격 하셨어요ㅠㅠㅜ
9년 전
마르쉘
모르겠네요 ㅇㅅㅇ...
이번 꺼는 딱히 예상치 않고 쓴 글인데 음....
왠지 5편 이상은 될 듯도 하고.. (무책임)

9년 전
독자5
500편이어도 좋아요!!!그럼 전 작가님편(무책임한드립)
9년 전
마르쉘
5에게
감사합니다..!
느긋하게 쓸 예정이라 아마 길게 연재할 수도 있어요 ㅋㅋ

9년 전
비회원197.17
헐.. 짱이에요 글이 성스럽네요ㅠㅠㅜ병약해서 혼자사는 준멘이라니!!!!!!!!!!!!!!!
9년 전
마르쉘
감사합니다~
사실 비회원이시면 귀찮아서 댓글 잘 안 남기실 수도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캐릭터 설정을 잘 잡은 모양이네요 후후

9년 전
비회원255.103
세상에..........글 분위기에 반했어요........비회원이지만 앞으로 자주 찾아오겠습니다!!!!!1
9년 전
마르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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