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계속 울리는데."
"네? 아, 네."
멍하니 도련님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자니 도련님이 턱짓으로 휴대폰이 들어있는 메이드복 주머니를 가르킨다. 너무 도련님만 보고 있었던 것 같아 민망함에 얼른 인사를 하고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으려고 방을 나오려는데 그런 내 손목을 도련님이 붙들었다.
"언제 또 볼지도 모르니까, 이건 작별인사."
날 돌려세우더니 하는 말에 손이라도 흔들어주려나 생각했는데 내 손목을 확 끌어당긴 도련님은 당겨진 내 허리를 감싸고 입을 맞춰왔다. 밀어낼 틈도 없이 끝난 키스는 짧지만 깊었다. 놀란 얼굴로 여전히 능글맞게 웃고 있는 도련님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으며 방에서 나왔다.
"여보세ㅇ,"
"어디야."
"저 지금 1층으로 내려가고 있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딱딱한 목소리로 묻는 도련님때문에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빠르게 밟는데 언제부터인지 거실 쇼파에 앉아있던 도련님이 보였다. 내 인기척이 들린 건지 전화를 끊어버리고 나를 도련님 방에 화난 손길로 들여보낸다.
"전화 왜 안 받았어."
"청소하느라 못 들었는데 혹시 화나셨... 도련님?"
"네가 나 피하는 줄 알았잖아."
나를 추궁하듯 묻는 도련님의 눈치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나온 거짓말을 내뱉는데 물기 어린 눈으로 나를 안아버린다. 내가 도련님을 왜 피하냐며 달랬지만 도련님은 안은 날 놔주지 않았다. 한참이나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날 끌어안고 있던 도련님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듯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애기야."
"왜요?"
"이제 나 일 때문에 외국나가야되는데 그러면 애기는 나 보고싶겠지?"
"어... 음..."
"그렇겠지?"
"그렇겠네요..."
"그럼 같이 갈까?"
"네?"
"같이 가자. 응? 같이 가는 거다?"
답정너처럼 자꾸 내게 대답을 강요하는 도련님에게 거절을 하긴 했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것 같다. 도련님에게 들은 바로는 브랜드 런칭과 신제품 홍보을 위해 도련님 모두가 중국과 미국 두 나라를 간다는데 나를 왜 데려가려는 건지 1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시중드는 메이드가 필요해서라곤 하지만 그런 메이드는 선진그룹이라면 그 나라에서도 바로 구할 수 있는 거였다. 내가 안 가겠다고 하면 하루종일 내 곁에서 징징댈 어느 누군가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은 민석 도련님을 생각해보겠다고 겨우 달래고 방을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하는데 주저앉은 수정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ㅇㅇ아... 나 어떡하지."
망연자실한 얼굴로 제 앞에 놓인 깨져버린 그릇들을 바라보며 파티에 쓰인 그릇들을 닦고 정리하다 놓쳐서 이렇게 된 거라고 설명하는 수정이는 금방이라도 울 기세였다. 보상은 둘째치고 도련님들에게 무슨 말을 들을지부터 걱정하는 수정이를 이해되지 않는 얼굴로 쳐다보자 주위를 둘러보던 수정이는 이내 낮춘 목소리로 말한다.
"도련님들이 네 빠순이라서 너는 잘 모를텐데 저 사람들 너한테 하는 것처럼 그렇게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야."
"응. 알아. 네가 전단지에도 그렇게 써놨었잖아."
"백날 말하면 뭐하니. 체험해볼 수가 없는데."
"그렇게 성격이 별로야?"
"당연하지. 너한테 하는 건 진짜 기적이라니까?"
여전히 믿지 못하는 내게 일화들을 하나씩 들려주며 도련님들을 열심히 뒷담하던 수정이는 곧 깨진 그릇들을 보며 다시 좌절했다. 수정이가 그릇을 깼다고 했을 때 도련님들의 반응이 궁금하긴 했지만 비싼 그릇이니만큼 수정이는 보상은 둘째치고 해고도 각오해야했다.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했다고 했을 때 덜 혼날 것 같아서 아직도 좌절모드인 수정이를 일으켜 세우고 깨진 그릇조각들을 치우려하자 수정이가 놀란 얼굴로 묻는다.
"이걸 왜 네가 치워. 내가 할게."
"됐어. 이건 내가 깬 거라고 말씀드릴게. 너는 그냥 기숙사 가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한 일을 어떻게 네가 했다고 해."
"네 말대로 도련님들이 설마 나 자르기야 하겠냐. 너보단 내가 낫겠지, 뭐."
"...ㅇㅇ아. 내가 이 말 했었나?"
"무슨 말?"
"내가 너 사랑한다고."
"얼른 가있기나 해."
조각들을 하나둘씩 모으는 나를 감격한 얼굴로 바라보던 수정이는 제 말에 웃으며 등을 떠미는 내게 고맙다며 기숙사로 향했다. 사실 도련님들이 날 아무리 좋아한다곤 하지만 집 안 물건을 깨뜨렸는데도 그냥 넘어가줄까 걱정을 하다 그릇조각에 손가락을 베어버렸다. 그리 깊게 베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뚝뚝 떨어지는 피에 당황하고 있는데 어느 새 민석도련님이 내 앞에 서있었다.
"하여간 우리 애기는 사람 신경쓰이게 하는데 뭐 있지."
"...죄송해요. 저거 제가 다시 사올게요."
"괜찮아. 저런 그릇 널리고 널렸어. 근데 정 미안하면 같이 외국 가줘."
"... ..."
"아니면 저거 엄청 비싼 건데 다시 사오든가."
내 손가락을 치료해주면서 얄밉게 말하는 민석도련님과 딱 봐도 내 월급보다 훨씬 비쌀 것 같은 그릇의 위엄에 결국 나는 같이 가겠다고 해버렸다. 민석도련님이 저렇게 얄미웠었는지 괜히 민석도련님을 노려봤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릇사건은 내가 같이 가겠다고 하자마자 콧노래까지 부르고 다니는 민석도련님덕에 아무도 모른 채로 잘 마무리돼서 수정이도 한시름 놨고 그동안의 한 달 월급도 전단지에 잘못 나와서 무려 2배인 300으로 받았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원래 월급은 250인데 사랑과 돈은 비례하는 거냐며 짐을 싸고 있는 나에게 자꾸 깐족거리는 정수정때문이 그 첫번째 이유고, 일을 빙자한 여행을 가기로 한 날 과연 선진그룹 아니랄까봐 전용기를 타고 가는데 도대체 왜. 나와 네 명의 도련님이 다인 줄 알았던 탑승객 중에 저 남자가 섞여있냐가 그 두번째 이유였다.
"우리, 또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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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신 분 꼭 말해주세요!
쓰차와 설연휴로 인해 이제야 왔네요...☆★ 이제 여주와 도련님들의 일을 빙자한 해외여행에서는 본격 돈지랄이 시작될겁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