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C
어... 무슨 말로 시작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는데, 나... 너 정말 많이 좋아해. 넌 몰랐지. 괜찮아, 몰랐어도. 난 가끔 생각하는 게 있는데
만약에... 너와 내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면 난 너에게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 있었을까. 만약에 친구의 친구였다면 난 너에게
거리낌 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난 그런 게 마음에 걸려. '사이' 말이야. 흔히 ㅡ 쟤랑 나랑은 친구 '사이' 야. ㅡ 할때 쓰는 그 '사이'
니가 나한테 그랬지. 우린 편한 '사이' 라고. 그래, 난 그 사이, 가 마음에 걸려. 그래서 여태 미루고 미뤘어. 입이 안 떨어졌거든.
그 '사이' 가 자꾸만 날 더디게 만들었어. 오늘은 꼭 말해야지, 하면서도 또 내일로 미루고. 내일이 되면 내일 모레해야지, 미루고.
그렇게 겁쟁이처럼 미루다가 결국 3년 걸렸다. 받아달라는 거 아냐. 물론 니가 받아줬으면 좋겠지만... 억지로 받아달라는 거 아냐.
그렇다고 너랑 연락안하고 친구 그만할 것도 아니고. 니가 날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잖아. 내 제일 친한친구는 너 하나뿐인 거.
...아, 갑자기 눈물이 다 나오려고 하네. 이걸로 내 3년 짝사랑은 끝이야. 나... 너무 지쳤거든. 나 혼자 삽질하는 것도, 한심하게 고백 못했던 것도.
전부. 이젠 나 좋다는 남자 만날래. 수정이도 그랬고. 수정이는 알고 있었거든. 걔가 눈치가 좀 빠르냐. 단박에 알더라. 찬열아. 나 밀어내지마.
좋아해달라고 안 매달릴게. 사겨달라고 징징안댈거야. 넌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줘. 7년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후... 나 이것도 엄청 고민한거다?
음성메시지로 하는 것도 내가 용기가 없어서 그래. 얼굴 맞대면 고백하다 울 것 같아서. ...주말 잘 지내고, 월요일날... 꼭 웃는 얼굴로 보자.
찬열아, 내가 많이 좋아했어. 혼자 잘 정리할테니까 너무 걱정은 마. ......박차녀리, 잘 자.
나른한 너의 목소리가 끝나고, 귓가엔 좋아해가 윙윙 울렸다. 아닌 척해도 분명 울고 있을게 뻔했다. 이 멍청이. 누가 지 안 받아준대?
지레 겁먹고는 음성 메시지가 뭐냐 음성메시지가. 하긴, 문자로 고백안한 게 어디냐. 한숨쉬면서 단축번호 1번을 누르자 고민하는 기색을 보여주듯 긴 신호음 끝에 받는다.
"왜. 쪽팔리니까 전화 하지말지?"
"...너 내가 안 받아주면 어쩔래."
"어쩌긴 뭘 어째. 다시 친구로 보도록 노력... 아, 왜 전화했어!"
ㅡ 진짜, 쪽팔리다니까. ㅡ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살풋 웃음이 났다.
"그럼, 받아주면 어쩔래."
"알콩달콩 행쇼하는거지."
"하자 나랑."
"뭘?"
"알콩달콩 행쇼."
"...어?"
"어? 가 아니고 어. 겠지."
"야, 박찬열."
"해봐. 알겠어 찬열아."
"...ㅇ..알겠어... 으, 오글거려."
"오글거린다는 애가 음성메시지로 고백했냐? 빨리."
"......알겠어, 찬열아."
"누가보면 내가 고백하고 재촉하는 줄 알겠네. 아무튼, 내 여자친구 됐으니까,"
"됐으니까?"
"나와. 춥다."
"어? 너 어딘데?"
"니네 집 앞."
"헐."
"빨리 나와 사랑하는 자기야."
"응... 사랑하는 차녀라!"
부끄러운 듯 재빨리 전화를 끊더니 곧이어 내려온다는 표시라도 하듯 계단을 소리나게 내려온다.
"찬열아."
수줍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내게 한발자국 더 다가온 너는, 내 맘 속에도 한발자국 더 다가왔다.
"고마워, 나 받아줘서. 그리고, 진짜 진짜 좋아해."
"나도. 사랑해."
말이 끝나자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활짝 웃었다. 내가 팔을 벌리면 니가 내게 안기고, 내가 니 볼을 감싸면, 너는 내게 뽀뽀한다. 친구사이였던 우린, 연인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 더 춥게 보내시라고 커플썰 좀 써봤어요...ㅎ는 거짓말이고 짝사랑 성공하셨으면 좋겠어서 써봤어요.
첫글이니까 구독료는 없어요! 다음글은 종대글인데 그건 분량 늘려서 써올게요♥ 저 글을 좀 못쓰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