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나랑 김태형씨랑 같이 살 때보다 오히려 훨~씬 친해졌어.
매일 같이 다니고, 공식적으로 사귀지 않았을 뿐, 늘 함께 했어.
그리고, 다들 기분 좋은 오해들을 했지.
한 명 빼고.
"둘이 언제 다시 친해졌어요?"
"..어?"
"진짜 짜증나 김태형. 지가 분명히 다시는 안 좋아하겠다고 했으면서."
내 옆에 김태형씨가 있었거든.
"안 좋아하겠다고 한 적 없다. 너한테 한 달만 참으라고 했지."
"그래서 한 달 참았잖아.씨발"
"가자"
김태형씨가 내 손을 잡고 빠르게 걸어서 전정국에게서 벗어났어.
"김태형씨...괜찮아요? 정국이랑 친했다고 했잖아요. 괜히 나 때문에..."
"어차피 부모님이 만들어준 관계니까, 상관없어."
"사업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잖아요..."
"중요한 파트너는 맞지만, 어차피 사업적 관계에선 내가 갑이니까, 상관 없어요"
저 당당함....재수 없어야 되는데 멋지다.
우린 가던 길을 재촉했지.
다음 주에 시험이거든.
김태형씨랑 전공이 달라서 뭘 물어보지는 않지만, 옆에서 같이 공부하면 왠지 집중이 잘되더라고.
가끔은 공부하는 모습이 떨려서 집중이 안 될 때도 있고...ㅋㅋㅋㅋ
그동안에 우여곡절이 워낙 많았던지라, 지금 너무 평온한게 왠지 좀 불안해졌어.
그리고, 그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왔지.
밤이었어.
김태형씨랑 저녁먹고, 술 좀 마시고 헤어져서 집에 오는데,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현관 엘리베이터 앞에
"이렇게 밤 늦게 다니면 어떡해"
"정국아..여긴 어쩐 일로..."
"미모의 21살 여대생. 납치하려고. 김태형한테 두 번 빼앗기지 않아"
전정국이 나를 현관에서 밖으로 끌어냈어. 그리고 차에 태웠어.
물론 나도 소리지르고, 밀쳐냈지만, 소용없었지.
"어디가는거야...."
"무서워하지마요. 선배."
"지금 안 무섭게 생겼어???"
"자꾸 그렇게 소리지르다간, 혼쭐나요"
"정국아..."
"나도, 선배랑 김태형처럼 살아보자 한번."
그게 무슨 뜻이지?
같이 산다는 이야긴가?
아님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