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아직 시즌 1을 안보셨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시즌 1을 먼저 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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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mello(마시멜로), Anne-Marie(앤 마리)-FRIENDS
아. 주먹을 너무 꽉 쥐고 있었나보다. 후... 참아야 돼. 괜히 소동 일으키지 말자. 간신히 화를 다스리니 어느새 아가와 눈을 맞춘 채 말을 하고 있는 전원우가 보였다.
"찍찍이랑 먼저 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던 아가가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그런 아가에게 웃으며 인사를 해주었다. 지금 화가 난다고 해서 아가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 해주면 또 후회할 거니까. 나의 인사에 아가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다 고개를 들더니 나와 똑같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그거에 또 마음이 풀린다. 그 작은 아가의 행동에 마음이 풀린다. 나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아가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은 채 최승철과 나가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더 크게 와 닿았다. 아... 진짜, 갔네... 근데 전원우 얘는 여기서 뭐해.
"너는 왜 안 가니?"
"할 말 있다고 했잖아."
"그래, 말하고 가렴."
"딜 하자. 나랑 거래해."
"나 돈 무지 좋아하는데, 돈은 있니? 최승철에게 빌붙어서 먹고 사는 백수잖아."
"여우구슬."
호오, 세게 나오네. 천 개의 간을 먹어야 나온다는 그 여우구슬을 가지고 나랑 거래를 하자는 거지? 되게 솔깃한데.
"일단, 좋아. 난 무엇을 걸까?"
"최승철이랑 인간 사이에 끼지 마."
"오... 흠... 너 혹시 최승철에게 뭐 들은 거 없니?"
"뭘 들어야 하나?"
"그 이기적인 놈은 끝까지 그런 식이구나."
"함부로 말하지 말지? 네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냐."
"웃기지, 악역을 자처한 마당에 해명을 하고 싶은 거 보면. 거래는 없던 걸로 하자. 난 너희의 끝을 볼 생각이야."
"......"
"발버둥 쳐봐. 400년간 이어온 우리의 운명이 달라질 리 없으니까."
전원우의 눈이 푸르게 변했다. 저 모습도 오랜만이네. 그의 뒤로 펼쳐진 꼬리가 살랑대는 와중에 순영이가 내 앞에 섰다.
"염치도 버릇도 없이 건방진 새끼가 누군지 그 새끼 입으로 직접 들어."
"뭔 헛소리지?"
"정확한 사실도 모른 채 항간에서 떠도는 헛소리를 믿고 여기다 화풀이 하는 여우새끼가 가여워서 해주는 말이야."
"......"
"가여운 여우새끼야, 넌 야옹이한테 잘 보이는 게 좋을 거야. 야옹이 한 마디에 네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 것 같더니만 처음 아가가 우리 집에 온 날 전원우가 나한테 했던 말과 비슷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전원우가 화를 참는 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 곧 눈 색이 돌아오고 꼬리가 사라졌다. 꽤 쉽게 물러나네. 그러나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디 한 번 해 봐. 이번엔 나도 최승철도 죽기 살기로 덤빌 거니까."
너희도 이번엔 목숨을 걸었다. 결국 마지막엔 누구 하나 죽고 끝나겠구나. 정말, 마지막이겠어.
#67 걱정이 거친 편
내 방에서 아가가 문을 열며 나올 것 같고, 소파엔 아가가 하품을 하며 늘어져 있을 것 같다. 부엌에선 찬이와 설거지를 하며 깔깔 거릴 것 같고, 재료선반 앞에선 눈을 빛내며 요정가루를 보고 있을 것만 같다. 집안 곳곳에 아가가 스며있는데 어찌 이리도 공허할 수 있을까. 다, 허상 같다. 내 방으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지난 날 머핀을 맛있게 먹다가 소매에 잔뜩 묻혀 놨던 옷이 걸려있다. 손빨래를 해도 채 다 지워지지 않은 얼룩이 남아있었다. 실직적인 아가의 흔적은 이 옷 한 벌이 다였다. 그래서, 버리지 못하겠다. 아... 찌르르 심장이 저민다. 아이들이 있는 집 안에선 울 수 없었다. 걱정시키기 싫으니까.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잡았다. 놀라서 돌아보니 준휘가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서 있었다.
"어, 미안. 또 못 들었나보다. 왜?"
"쇼핑할래?"
"어? 웬일이야~ 준휘가 쇼핑 얘기를 다 하고~"
"거슬려. 텅 빈 눈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거슬려. 그니까 차라리 나갔다오라고."
"그래! 나를 애정 하는 준휘가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순 없지!"
"어, 될대로 생각해."
잔뜩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 준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곤 거실장에 있는 차키를 챙기며 말했다.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고. 순영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췄고 명호가 한 마디 하려 했지만 준휘가 막았다.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고 집을 나섰다. 여전히도 예쁜 붕붕이에 올라타 뒷좌석을 확인해보니 가방이 아주 잘 있었다. 돈을 탕진해도 이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진 않을 것 같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니까 시동 먼저 걸고 운전대를 잡았다. 다소 거칠게 핸들을 꺾으며 집을 빠져나왔다. 어디를 갈까... 딱히 목적이 없었다. 그저 집에서 먼 곳. 아, 자주 가던 공원이나 가야겠다.
#68 몰랐으면 해
집에선 멀고 주차할 공간도 있고 사람도 없는 이 공원은 내가 울고 싶을 때 자주 왔던 곳이었다. 때문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자마자 무슨 훈련된 것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핸들에 머리를 대고 눈물만 흘렸다. 듣는 사람도 없으면서 습관처럼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그게 지금의 나였다. 그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하찮은 인간 나부랭이. 복수는 하고 싶은데 미움을 받기 싫은 이기적인 애. 꼴이 같잖기 그지없다. 이렇게 내 욕을 하다보면 어느새 눈물은 쏙 들어가고 모든 얽매임에서 벗어난다. 흔히들 해탈했다고 말하지. 결국은 내 잘못이기에 끝조차 딱하다.
차에서 내렸다. 바람이라도 맞으면 처연한 내 삶의 일부가 날아갈까 조금의 기대가 됐으니까. 시원한 바람을 얼굴로 맞고 있는데 나무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사람이 잘 안 오는 공원인데, 인기척이 들리는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커다란 나무 뒤에서 나온 것은 뜻밖에도 민규였다.
"민규야...? 너, 여기서 뭐하니?"
"......"
맛이... 간 거 같은데...? 눈은 또 왜 이렇게 부었어? 운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나...? 설마,
"아가, 우리 아가 무사해? 그 새끼가, 기어이 사단을 낸 거야?"
"마녀님, 제 반려... 찾아주신다면서요..."
"......"
"그렇게, 가까운 곳에 숨겨두고, 찾는 척, 재밌으셨어요?"
"......."
"저는, 그리움을 넘어서 간절했는데... 걔한테,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왜, 왜 저를 보고..."
"...일단 민규야, 진정해."
"제가 진정을 하게 생겼냐고요!!!!"
민규의 주먹 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일단 다칠까봐 그 손부터 잡았다. 그러나 민규는 내 손을 세게 쳐냈다. 아... 이건, 예상에 없었는데. 이곳은 나에게 감수성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다. 민규는 개중 나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승철의 집에서 살고 있는 아이였다. 하여 난 절대 눈물을 보여선 안 됐다.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민규는 그런 나에게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변명이라도 해보라며 으르렁거렸다. 변명... 난 잔뜩 흥분해 나에게 윽박지르는 이 아이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했다.
"우선, 내가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았어. 순전히 그 아이의 선택이었단다."
"...그럴 리가, 없어요. 걔도 같을 거예요. 얼마나, 행복했는데... 깨어나자마자 날 찾아왔을 거라고요!"
"우리는 망각이 없기에 환생이 없어, 민규야. 죽었다 깨어나면 이미 벌어진 일이 없던 일이 되지 않아."
"......"
"100년 전, 그 아수라장 속에서 너도 상처 받았던 만큼, 그 아이도 상처를 많이 받았어."
"...많이... 아팠겠죠...? 내가, 지켜줬어야 하는데... 내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아예 기억을 못하는 구나. 네가 죽인 건데...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넌 무너져 내리겠지. 그러니까 계속 이렇게 몰랐으면 해. 네가 감당해야 할 게 늘어날수록 내 죄책감이 나를 짓누를 테니까.
#69 내 생각만 해.
집에 돌아왔다. 차키 또 두고 내렸냐며 잔소리를 하던 준휘가 멈춰 섰다. 곧 나를 뚫어지게 본다. 나도 그를 보았다. 어느 하나 입을 열지 않으니 그 무거운 공기를 견디지 못한 찬이가 슬쩍 사이에 끼며 말했다.
"뭐 사오셨어요? 트렁크에 있어요?? 가져올까요???"
"아니. 없어. 괜찮아. 쉬어."
"쇼핑하라 보냈더니 혹 달고 왔네. 뭐하다 왔는데?"
"민규가, 알더라. 반려가 정한이네 집에 있단 거."
오는 내내 생각을 해보았다. 민규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누가 싼 입을 놀렸거나, 정한이가 각별히 조심하지 않았거나. 걱정이 되는 건 오히려 아기늑대 쪽이었다. 민규는 그럼에도 잘 버텼던 아이였고 아기늑대는 버티지 못해 약을 먹는 아이였으니까. 하... 버틸 수 있을까, 아기늑대가... 그 여린 아이가 버티지 못하면... 어떡하지...?
"야옹아, 야옹아."
"어?"
"넌 너 생각만 해. 너 지금 남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
"세월은 흘렀고 그만큼 그 새끼늑대들은 자랐어. 더 이상 애도 아니고 사리분별 못하지 않아. 각자 식구가 있고 알아서 잘 달래줄 거야."
"......"
"그러니까 야옹이는, 야옹이 생각만 해.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너일 거야."
"그래, 고마워. 좋은 위로였어."
순영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아, 이러지 말라고 했는데. 급하게 손을 치우니 순영이가 그냥 웃는다.
"미안, 하지 말라고 했는데..."
"괜찮아. 오늘은 심란할 테니까 봐주는 거야. 다음엔 국물도 없어."
금방 또 얄궂게 째려본다. 됐다, 그래. 그래도 덕분에 웃음이 좀 난다.
#70 성장기
꼭두새벽. 염치없는 종족이 현관문이 부서져라 두들긴다. 안 그래도 어제 최승철이 발로 차서 달랑달랑 거리던데... 하... 계속 두들기는 통에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었다. 순영이도 막 잠에서 깨 화가 났는지 머리를 털며 걸어가 문을 열어주었다. 욕이라도 뱉을 줄 알았던 순영이가 무색하게도 들어온 아이는 지훈이였다. 볼일은 나한테 있는지 나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왔다. 물론 그 전에 순영이에게 막혔다.
"거기까지야. 너라고 봐주진 않아."
"제가, 제가 그 아이에게 김민규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
"저번에 죽고 싶으면 오해를 하라고 하셨잖습니까.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아니, 지훈아. 하나씩 말해봐. 나 이해력이 그렇게 좋지 못해."
"이왕 붙을 거면 남자답게 붙고 싶어서... 김민규에 대한 오해를 풀 생각으로 말했는데..."
지훈이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부끄러운 지난날이 떠올랐는지 얼굴까지 붉혔다. 으이구. 사랑에 관해 무지한 우리의 저승사자 덕에 피곤한 건 우리 아기늑대겠어. 아참, 민규를 보았다고 했지? 애는 무사한가..?
"그래서, 아기늑대 반응은? 너 설마 애 힘든데 기름 부었어?!"
"생각보다 의연합니다. 그게 불안해서... 또 참고 있는 걸까봐..."
"아냐. 그러면 괜찮은 거야. 순영이 말이 맞았네. 더 이상 그 아이도 어린 아이가 아닌가보다. 많이 성장했네."
"괜찮은 겁니까...?"
"응. 괜찮아. 늙은이의 노파심이었나 봐. 우리 아기 늑대는 성장하고 있었는데 약에 의존하게 만들었네. 이참에 약도 끊어버려. 솔직히 정한이 벌어서 나한테 다 쓰는 거 같더라."
의사 월급이라 봤자 내 약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데... 그 돈으로 애들 맛있는 거나 더 사 먹여라 그래야겠다. 그러고 보면 난 정한이를 이렇게나 아끼는데 걘 나에 대해 너무 소홀해. 이건 좀 섭섭하다. 하기야 이 섭섭함도 나중엔 다 풀리겠지. 어차피 영생을 사는 우리고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살짝 심란해지는 마음에 정신이라도 차릴 겸 앞을 보니 지훈이가 다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얘도 정한이의 생계를 걱정하나..? 그러나 우리 지훈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정한이 형이 보통 싸고도는 게 아닙니다. 어제도 저 붙잡고 그런 말은 왜 하냐는 둥 3시간을 떠들어댔습니다."
"그렇겠지~ 나 같아도 그러겠다~ 내 새끼가 아프다면 콩팥이고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거야."
"야옹아!"
"아 뭐! 이건 양보 못해!"
"씨이, 너어..!"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뭐야, 진짜 그거 물으러 여기까지 온 거야?"
"네."
"그, 그래... 그... 아기 늑대 인간들 음식 안 먹은 지 꽤 됐지? 뭐라도 사 가. 좋아하는 걸로 사가서 점수 따."
"네."
뭐야, 지훈이가 저런 웃음도 지을 줄 알아? 우리 지훈이도 많이 컸네. 맨날 죽고 싶다며 우울하던 아이였는데... 나 빼고 모두가 성장하는 구나.
***
[시즌1 15 #74 오빠왔다], [시즌2 14 #68 오지마]를 보시면 이해가 잘 되실 거예요!
시간이 참 빠르게 가네요...
이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세월이 야속해...
뭔 헛소리냐고 물으신다면... 방금 잠에서 깼다고 대답해 드릴 수 있습니다8ㅁ8
건전지의 무시무시한 화질을 뚫고도 미모로 열일해준 세봉이들 상 받은 거 너무 축하해!!
*암호닉입니다*
(가장 최근 편에 신청해주시면 추가해드리겠습니다^0^/)
성장통, 유한성, 유레이드, 호시탐탐, 0917, 후아유, 봄유, 루미너스, 아몬드봉봉, 뿌랑둥이,
쿠조, 도도, 뿜뿜이, 11230, 전주댁, 하늘빛, 나나, 오링, 한콩, 씨씨,
사미, 016326, 쿠마, 츄러스, 냐옹(찬이), 바람개비, 오솔, 이슬, 앨리스, 호접지몽,
로블링, 호굼, 버밀리온, 소보루, 아움, 호빵, 모찌모찌, 웬디, 치킨팝,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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