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PISTOLS w. 날개 ep1. 개와 늑대의 시간 02 | ||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시간 - 금방 지나갈 태풍이라지만 쏟아지는 비의 양은 엄청났다. 명수는 창문을 때리는 요란한 빗줄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있었다. 고민끝에 전화를 했지만 끝내 받지않았다. 한 번 더 해볼까, 키패드 위에서 방황하던 손가락이 이내 곱게 접힌다. 괜히 주제넘는 짓을 하는 것 같았다. 휴대폰을 미련없이 침대위로 던져놓고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솟구쳤던 찝찝함과 불쾌지수가 한결 가라앉는 듯했다. 개운한 기분으로 머리를 털며 거실로 나오니 기다렸다는듯이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명수의 귀가 움찔한다. 빗소리에 하마터면 못들을 뻔했다. 그만큼 현관문을 두드리는 힘은 지친듯 희미했다. "누구세요-" 현관문을 열자마자 제 품에 기대어 쓰러지는 모습에 명수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성열. "차라리 날 부르지 왜 이 비를 다 맞고 오고 그래" "......." "아주 샤워를 했네 샤워를" "......." 명수는 젖은 성열의 옷을 벗기고는 물기를 닦아줬다. 성열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33도. 무척이나 차가운 성열의 체온을 올려주기 위해 명수는 난방을 틀었다. 자신의 상의를 벗고선 성열의 뒤에서 감싸안은 채 두꺼운 이불을 둘렀다. 더워, 명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좀 처럼 체온이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명수는 손을 뻗어 전화기를 들었다. 동우야, 나 명수-. 얼마 지나지 않아 동우가 온 듯 인기척이 느껴진다. 동우는 흠뻑 젖은 우비를 현관 앞에 벗어놓고는 명수의 방문을 열었다. 훅 끼치는 더운 열기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곧 익숙하게 축축한 반팔을 벗고는 침대위로 올라가 명수와 함께 성열을 끌어안는다. "미안, 매번 이렇게 불러서" "느하핳, 미안할 게 뭐있어-" 개는 상대적으로 체온이 높았다. 덕분에 이따금씩 성열이 이렇게 쓰러질 때면 달려와 성열의 체온을 높여주곤 했다. 그래서 항상 동우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가끔은 질투가 난다. 그만큼 터울 없이 지내는 건 맞는데, 이런식으로 성열의 몸을... 명수는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냈다. 착한 동우가 그럴리가 없으니까. "장마 때 마다 이렇게 고생해서 어떡하냐-" "이성열도 문제긴 한데," 동우의 얼굴이며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눈에 띈다. 너 또 약 안발랐지. 애정 섞인 잔소리에 동우는 멋쩍게 웃는다. 그냥. 귀찮아서- . 성열은 명수의 품에 기댄 채 여전히 미동도 않는다. 명수가 팔을 뻐어 체온계를 짚는다. 35.7 도. 약시 개는 체온이 높다. 밖에서 생각치 못한 인기척이 들린다, 김명수-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동우의 얼굴이 굳는다. 설마. "여기 있ㄴ..." 등 뒤로 느껴지는 시선에 동우가 불안한 눈동자로 명수를 바라본다. 호원은 미간을 찌푸린다. 씨발. 어디서 개 냄새가 난다했더니. 동우는 고개를 떨군다. 아까 맞은 곳이 갑자기 욱씬거리며 아프다. 왠일이야. 요새 통 안들어오더니. 블랙 재규어와 백호. 고양이과 중종인 명수와 호원은 머나 먼 친척 관계였다. 부산에서 호원이 올라오면서 명수가 홀로 자취하던 집에 같이 살게 되었었고, 동우는 그 사실을 알고있었지만 오늘은 없을거라는 명수의 말에 흔쾌히 온 거였다. 호원은 명수를 무시한채 동우를 보며 이를 세웠다. "저 개새끼가 왜 여기있어" "개새끼 아니라니까-" 윽, 동우의 머리채가 잡힌다. 고개가 뒤로 젖혀 시선이 천장을 향해있었다. 아직도 정신 못차렸나 보네, 호원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에 동우가 움찔한다. 상대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만해. 이성열 때문에 온거야" 작게 한숨을 쉰 명수가 호원을 저지했다. 호원은 동우의 머리채를 놓고 동우와 명수의 사이에 축 늘어져있는 성열을 바라보았다. 개새끼 주제에. 더러운 것이라도 만졌다는 듯이 물티슈로 손을 닦는 호원이 문득 여기저기 멍이 들어있는 마른 동우의 등으로 시선을 옮겼다. 피식- 하고 비릿하게 웃던 호원은 미련없이 제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한 번 성열의 체온을 쟀다. 36.5도. 다행이다. 잠이 들어버린 성열을 눕히고선 동우의 어깨를 토닥이는 명수다. 고마워. - 씨발. 침대 위에 몸을 뉘인 호원이 낮게 읊조렸다. 장동우. 겁도 없이 호랑이 굴을 제 발로 기어오다니. 여전히 마음에 안든다. 게다가 옷까지 벗고 있는 꼴이라니. "호원아, 뭐 좀 먹을.." "안 먹어" ".. 뭐했냐, 새끼. 귀까지 나왔네" 뭐라고?! 호원은 벌떡 일어나 제 머리를 더듬어 보았다. 씨발 이게 뭐야?! 명수는 강력한 백호랑이의 페로몬에 인상을 쓰며 방문을 닫았다. 성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서 다행이다. 동우는 그 새 옷을 입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도 오는데, "그냥 집에 가고 싶어-" 피곤해. 라며 곧 죽어도 호원을 피하고 싶다는 말은 안하는 동우였다. 호원보다 약한 중간종이긴 해도, 자존심 하나는 호원만큼이나 셀 것이다. 명수는 그런 동우를 굳이 말리진 않았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호원은 그제서야 방문을 열고 나왔다.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혼현을 내비칠 만한 상황이 없었는데, 팔이며 다리에 드러난 무늬를 보며 골똘히 생각하던 호원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호원의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명수는 그런 호원을 보며 킬킬거렸다. "뭘 쪼개 개새끼야" "uh- oh. 난 고양이과인데?" 으쓱이는 명수를 뒤로 한 채 호원은 화장실로 들어가 냅다 찬물을 틀었다. 그제야 호원의 몸을 휘감던 줄무늬도 옅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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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도 제 비루한 글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세계관은 BL 만화 섹스 피스톨즈에서 따온 거랍니다!
세계관 자체가 독특하다 보니 이해가 안되시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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