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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혁동글 전체글ll조회 1813l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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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뭐 했다고 벌써 크리스마스야. 나무 무늬의 테이블에 볼살이 꾹 눌리게 엎드려서는 한탄하듯이 혼잣말했다. 차가운 소주잔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면 뽀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동혁은 듣기 싫으니 그만 하라며 내 검지손가락을 밉게 툭 쳤다. 야 너는 허무하지도 않냐. 

"뭐가."
"우리 스무살이 다 져버리고 있다는거."
"이 형님은 스물 한 살에도 창창하게 해가 뜨고있을거라 딱히?"
"지랄하네."

에휴. 이동혁이 잘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고쳐 엎드렸다. 집에 붙어 있기 싫어서 굳이 화장을 하고 밖을 나왔어도 부를 사람이 얘 하나라는 내 인생이 서글펐다. 생각해보니까 또 이상하네. 넌 또 왜 나오라고 한다고 나오냐. 중얼중얼 투정하자 이동혁이 기가 찬 듯이 허, 참, 내가, 허. 하고 이상한 소리만 냈다. 

"네가 뭐."
"난 놀 사람 찾으면 신호등 건너까지 친구들이 줄을 서요~."
"그럼 가던가."
"나 가면 친구없는 넌 어쩌라고."
"야 내가 친구가 없긴,"

왜.. 없지? 야 나 왜 친구 없냐. 이제는 어이를 다 잃어버린듯이 이동혁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를 쳐다봤다. 

"친구만 없는게 아니라 양심도 없네 우리 친구~?"
"뭐?"
"연락은 필요할 때만 해, 눈치는 더럽게 없지, 재미라고는 없지, 집에 있고 싶을 땐 하루 종일 가만히 누워만 있어, 외출하고 싶을 땐 다짜고짜 나한테 전화만 해. 나라도 친구해주는 걸 다행으로 여겨."
"야."
"왜, 뭐."
"뼈 때리지 마. 아파."

이동혁이 줄줄 늘어놓은 험담이 다 사실이라는 듯 무의미하게 두드리는 핸드폰에는 다른 연락 하나 없었다. 아니 하다 못해 앱 알림도 없냐. 너 일하는 거 맞니 내 아이폰아. 

"야 이동혁."
"또 왜."
"나 머리가 무겁다 야."
"가지가지 하셔서 소인이 참 즐겁습니다 마님."

흐흐. 무의미한 웃음이 줄줄 새어 나왔다. 잔을 주고 받는 건 진작에 관뒀는데 왜 이제야 술기운이 오르는 지 모를 일이었다. 이동혁은 한숨을 지으며 내 물잔을 가져다가 채워서 도로 내게 내밀었다. 냉수라도 먹고 정신차리라는 뜻이겠지. 한껏 굽어져있던 허리를 펴서는 물컵을 받아 마셨다. 

"물도 이제 술맛 난다."
"님 겨우 반병 드셨어요."
"병은 왜 두개냐."
"내가 한 병 반. 네가 반병."
"뭐야 불공평하게."

뭐 이딴. 이동혁은 이제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대화를 포기했다는 듯이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진짜. 

"동혁아."
"아 쫌! 왜! 뭐!"
"난 이맘때쯤이면 우리가 사귀고 있을 줄 알았다?"
"..뭐?"
"아니 그렇잖아. 네가 그렇게 티나게 이 누나를 좋아하는데."

안그래? 턱을 괴며 안뜨이는 눈을 떠서 이동혁을 바라보니 내눈을 마주치지 지 술잔이나 채운다. 대답을 피하려고 하는건지. 숨이 답답한지 후드티 앞섶을 잡아 앞으로 끌러내리기도 한다. 하도 오래 끓여 다 졸아붙은 안주를 뒤적거리다가 결국 빈 젓가락을 내려놓은 이동혁이 자작으로 채운 술잔을 원샷으로 비운다. 야.

"너 알면서 그랬냐?"
"뭐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그럼 모르겠냐."

대학 들어와서 내가 사귄 친구가 너밖에 없어요. 술자리만 가면 선배들이랑 얘기 못하게 해, 2차 못가게 해. 동아리방에서도 내 옆을 비우지를 않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존나 싫어하면서 내가 수강신청 잘못한 강의까지 따라듣느라 1교시 들어. 그리고 너 그 머리색. 손가락을 들어 이동혁의 머리를 가리키자 이동혁이 어색하게 앞머리를 정리한다. 

"내가 이동욱 흑발이 잘생겼댔지 네 흑발이 잘생겼댔냐."
"..이상해?"
"어. 고딩 같아. 너랑 같이 술마시는 거 눈치 보일 정도로."

아이씨. 돈 날렸네. 바쁘게 머리를 매만지는 손이 웃기다. 곱게 정리하면 뭐, 머리색이 도로 바뀌나. 빤히 바라보니 이동혁 귀가 새빨게 물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 조명이 워낙 노랗고 어두워서 그런거 별로 티 안날 줄 알았는데, 아주 타오르기 직전이다. 술에 취한 뇌가 붕 떠서 이 상황이 마냥 즐겁게 느껴진다. 내가 싱글 웃으니 이동혁이 고개를 푹 숙인다. 

"그래서, 거절인거지?"
"뭘?"
"너도 나 좋으면 그렇게 말 안했을거 아냐."

넌 너무 멀쩡해 보이기도 하고. 아니 내 말은 너 이미 술에 꼴아보이기는 하는데. 그러니까. 원하는 대로 말이 안나오는 지 마구 헝클인 동혁의 뒷통수가 부시시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장난기가 피어 올랐다. 자세를 살짝 바꿔 두 팔꿈치를 모두 테이블 위에 올린 채로 의자를 당겨앉았다. 

"싫었으면 오늘 너 안 불렀지."
"야 김여주. 나 너 가볍게 좋아하는 거 아냐."
"응 그런거 같아."
"너 진짜."

이동혁은 조금 화가 나기도 한듯 한숨을 지었다. 나 속 좁아. 너랑 다른 애들이랑 얘기하는 거 못 보겠어. 잘 있는 거 알면서 집에서 쉬느라 연락 안되면 괜히 핸드폰만 붙잡고 있어. 혼자 별별 상상도 다 했어. 너 꾸미고 나오는 날이면 설레서 죽고, 편하게 나오면 우리가 이만큼 가깝구나 마음대로 뿌듯해해. 근데 아직 버틸만 하거든? 그냥 친구로 남아도 괜찮아. 괜히 너 불편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 난 너 그냥 친구로 생각한다는 뭐 그런 좆같은 어장관리 멘트도 네가 하면 나 받아들일 수 있어. 그니까 그냥, 별 마음 없으면 오늘은 아무일 없던거로 넘기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잘한다 너."
"사람 쫄리게 하지 말고,"
"내가 그랬잖아. 우리 사귀고 있을 줄 알았다고. 그거 농담 아니야. 난 너랑 연애하는 거까지 생각해봤다고."
"..나랑 연애 할 수 있어 너?"
"응."

하고 싶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자 이동혁이 마른 세수를 하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럼 14분만 기다려 크리스마스에 고백하게. 나한테 선물 줘야돼 너. 그렇게 말하는 이동혁의 목소리가 달달 떨렸다. 



----

너무 짧고 가벼운 글이고, 또 너무 오랜만에 와서 뭐라고 말을 덧붙여야 할 지 모르겠네요 ㅎㅎ...

좀 더 퀄리티 있는 글을 들고 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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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정말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정말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네요ㅠㅠㅠ이ㅠ동ㅠ혁ㅠ넘ㅠ무ㅠ설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2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3
짧고 가볍다뇨ㅠㅠㅠㅠ그럼 지금 이렇게 제 맘을 묵직하게 치고 흔든 건 무엇이죠?????ㅠㅠㅠㅠㅠ저는 진짜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다 받았어요....ㅠㅠㅠㅠ행복해서 눈물 흐른다구요ㅠㅠㅠ
4년 전
독자4
오마이갓.....작가님 덕에 이번 크리스마스 따숩게 보내요🥺🥺
4년 전
비회원85.12
와..크리스마스에 고백한다고 기다리라고 하는 것 까지 갓-벽
4년 전
독자5
작까님 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인데 이렇게 엄청난 글을 가지고 오시다니 ㅠㅠㅠㅠㅠㅠ 설레 주거요
4년 전
독자6
아 정말 심장 제대로 맞았습니다,, 이걸 노린 거면 성공이세요 선생님,, 크리스마스 한참 지났지만 뭐 똑같은 연말이고 똑같은 겨울이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동혁이니까 괜찮아요😭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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