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은 평소보다 배는 더 고통스럽다. 신경성이라는 이름아래 위, 장 남아 날 것 없이 게워내기 때문이다. 으.. 힘들어... 내 자신도 공부 욕심이 없지는 않겠지만 엄마가 워낙 교육열이 불타는지라 새벽까지 학원에서 뺑뺑이돌리고, 축 쳐져서 들어오면 또 자습시키고, 엄마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데 아마 그 이유 때문일 거다. 이렇게 내가 열심히 하는 이유가. 가끔씩 내 인생은 완전 엄마의 보상심리안에 다 척척 이루어지는 것 같다- 생각하다가도 그래, 다 잘되라고 그러는 것이겠지 하고 말았다.
그래서 연애고 뭐고 잘 몰랐다. 요새 애들은 참 쉽게 사랑에 빠지고 깨지고 어른들 하는 사랑놀이 흉내같다.
"야,, 진짜 이렇게 힘들면 집에가."
"괜찮아.."
"아파서 앉아있지도 못하는 애가 무슨 공부야."
"아 괜찮다니까! 어짜피 집에 가지도 못해."
"엄마때문에?"
"...."
"내가 선생님한테 전화좀 해달라고 해줄까?"
"싫어, 하지마."
휴- 하고 한숨을 쉬더니 너를 누가 말려- 하곤 그냥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이태연. 태연이의 걱정이 정말 순수하게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 걸 알아도 아프고 짜증나니까 자꾸 말이 퉁명스럽게 나간다.
"아... 지금 이태일 잠깐 나갔는데 소화제 사오라고 그래야 겠다."
태연이가 자기 쌍둥이 오빠에게 전화를 건다. 그 동안에도 속이 뒤집히고 목에 토기가 치미는 데 토하기는 정말 싫다. 토을 하면 웩 웩 하면서 숨도 못쉴 것 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싫다.
"OO아 좀 있으면 남고랑 합반 수업이니까, 이태일이 약 가지고 올꺼야. 그럼 그냥 선생님 휴게실에 누워있어. 응? 공부 많이 했으니까 몸 좀 챙겨. 시험보다가 쓰러지겠어, 너.."
열나는 머리와 발갛게 상기된 볼을 안타깝게 쳐다보는 태연이의 얼굴은 그냥 순수하고, 정말 착한 데 질투난다. 태연이는 시험 못보면 엄마한테 혼난다구, 오빠랑 나랑 살얼음판이라구. 내게 위로 차 말하지만 내가 시험을 못보면 엄마는 날 안혼낸다. 그래서 태연이가 정말,정말.
열이 나니까 생각만 많아지고 계속 엎드려 있는데도 눈앞에 억지로 단어장을 가져왔다.
"이태연! 약 여기. OOO 또 아파?"
"까스활명수는?"
"으...어 깜빡했다"
"아 진짜! 멍청아!"
"고마워 이태일."
태연이만큼 쪼코만한 이태일이 들어와 태연이에게 약을 건넨다. 학원이랑 약국은 먼데 약국까지 가서 사왔다고 완전 뿌듯해서 왔을텐데. 하여간 이태연 극성은.. 하면서 푸스 웃었다.
이태일이 뿌듯뿌듯해져서 다시 자기 반으로 가려는데 이태일 친구 중에 한명이 말했다..
"아프면 집에가지 왜 여기있어."
하고. 비웃음섞인 혼잣말로. 왠지 경멸도 섞여있는거 같고. 아 왜그래- 하는 이태일 말도 그냥 씹고 간다. 약국갔다와서 귀찮았을 건 미안한데 그런 말은 못듣겠다. 나두 집에 가고싶어.
눈물이 핑 돌지만 꾹 참고 그냥 일어나서 묵묵히 책을 챙겼다.
책을 챙겨서 합반 하는 큰 강의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 태연아 가방좀."
그리곤 화장실까지 달려가다시피 해서 토를 했다. 이틀동안 먹은 건 컵라면 하난데. 오늘은 소화제가 전분데도 소화제 까지 토해냈다. 숨쉴틈도 없이 토를 해서 눈 앞이 뱅뱅 돈다. 휘청휘청 거리다 이내 정신을 차리니 걱정부터 앞선다.
"토 냄새 날텐데.."
대충 입을 행구고 아직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은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까의 그 남자애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애들은 나처럼 독종같은 애 싫어하지 참. 니가 그렇게 째려봐도 난 집에 못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단어장을 억지로 펴고 눈에 담고 있는 데 국어 선생님이 들어왔다.
"어, 안녕. 어. 이게 무슨 냄새야"
"..."
아.. 토냄새가 나나보다. 완전 민폐, 학원에서 토하는 것도 민폐인데 그냥 슬쩍 나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다시 목소리.
"아무 냄새 안나요. 수업하세요."
하고 고개를 돌리니 다시 눈이 마주친다.
-
그 남자애는 내가 싫은데, 내가 불쌍하고. 그런걸까?
-
그 뒤 시험기간이 모두 끝나는 시험 마지막 날, 일찍 끝나도 학원에 특강을 받아야 해서 왔다. 특강은 심화반인데 소수정예라 엄마가 특히 자랑스러워했다. 시험 끝난 뒷풀이는 대충 친구들이랑 급식 대신 밖에서 분식을 먹는 걸로 대신 하고 학원에 와 강의실 문을 여는 데 또 그 남자애다.
나를 보고. 보고. 본다.
완전 뚫어지게, 아님 사람들은 원래 다 이런가?
자리에 앉을 때 까지도 꽃히는 시선이 의식되서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내 등을 톡톡 건드린다.
"우지호."
뭐? 뒤를 돌아보니 비대칭 앞머리를 한 그 애가 이름 같은 걸 말한다. 그리곤 내게 검정 비닐봉지를 툭 건넸다.
"약."
그리곤 나갔다.
어?
그 후로 한참 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특강이 취소됬다고 했다. 내가 토하는 동안 변경사항은 시험전에 전달됬었고.
그리고 아마 이름이 우지호라는 날 비웃었던 그 남자애는
날 기다렸던 것 같다.
-
는 양애취랑 범생이랑 썸타는 이야기.
제얘기라서 그런가
참 잔잔하고 별거 없네영.
우죠 번외를 써볼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