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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에, 엘이다. 엘!!"
성규가 들뜬 음성을 감추지 못하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내 앞에 엘이 있다고!! 성규가 시선은 앞으로 고정시킨 채로 크로스백에 손만 쑥 집어넣어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엘의 데뷔부터 바라봐왔던 골수팬으로써 이런 기회는 흔치않다! 라는 심정으로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꺼내 홀드를 풀고 카메라앱을 실행시켰다. 아, 느려! 발을 동동 구르며 핸드폰 한번, 엘 한번 바라보던 성규가 드디어 켜진 카메라앱에 화색을 띄며 핸드폰을 눈높이로 맞춰들었다. 액정에 알맞게 잡힌 엘의 모습에 촬영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사진 안되세요."
…아, 젠장. 성규가 애처로운 눈으로 핸드폰을 막아든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생활이에요. 카메라, 끄세요. 냉정한 남자의 말에 더욱 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꽤 서글서글하게 생긴 남자였다. 설득하면, 먹히겠다.
"아, 저기, 진짜 한장만요. 저 데뷔때부터 팬이어서ㅡ." "안됩니다." "딱 한장만요, 잘생긴 형. 네? 네?" "안됩니다. 카메라 넣으세요."
쳇.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를 넣지 못하고 다시한번 남자를 바라보자 한숨을 푹 내쉰 남자가 성규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들었다. 그리고 한번의 터치 후 갑자기 팔을 앞으로 쭉 내뻗더니 씩, 웃으며 한번 더 터치. 뭐, 하세요? 성규의 눈이 어리둥절함으로 바뀌자 다시 성규의 손에 핸드폰을 쥐어준 남자가 헤죽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엘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한거지. 성규가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바라보았지만 아직까지 카메라앱이 실행된 상태였다. 달라진건 옆에 추가된 사진. 성규는 의아함을 듬뿍 담은 손가락으로 사진을 꾹 눌렀다. 잠시의 로딩이 끝나고 나온 사진은, 그 경호원이 씩 웃고있는 사진. 뭐야, 이거….
"그 사진 삭제하면 죽어요! 다음에 검사할거야, 내가!"
남자가 저 멀리서 성규의 표정을 봤는지 샐샐 웃는 표정으로 크게 소리질렀다. 진짜 뭐야, 저사람…!! * 성규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엘도 못찍고, 그 엘보다 못생긴 놈이. 그래도 잘생기긴 했… 이게 아니라!! 싱글침대 위를 이리저리 구르다가 정신이 든 듯 번쩍 몸을 일으킨 성규가 머리맡으로 치워두었던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마우스를 흔들어 화면에 띄워져있던 검은 보호기를 없애고 인터넷을 켜 '엘 경호원' 이란 키워드를 입력했다. 엔터를 치자마자 주르륵, 뜨는 검색 정보들. 성규는 제일 상위에 노출된 포스팅을 클릭했다. 빠른 속도로 켜진 창에 한번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엘느님 실물영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아 나 그리고 오늘 우현님 봄.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심 잘생기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요녜인 안하지? 라는 생각이 듬 글서 막 뭐라도 쥐어줄라고 가방 뒤지는데 비타오백 하나 나오더라 이거 쥐어줌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그냥 고개 까딱하고 받고 가더라. 진짜 싴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나쁜남자. 언젠가 목소리 영접도 해야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익인1 : 나도 전에 우횬시 실물 본적있는데 대박이더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익인2 : 우현님 목소리는 어떨까ㅠㅠㅠㅠㅠㅠㅠ들어보고시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뭐지. 성규는 썩은 표정으로 다른 포스팅을 클릭해보았다. 역시 비슷비슷한 글들 사이에 간간히 사진들도 눈에 들어왔다. 왜 지가 엘보다 더 주목받고있어? 괜히 짜증이 난 성규가 툴툴대며 인터넷 창을 모두 꺼버렸다. 아, 기분 잡쳤어. 노트북을 닫고 이불 사이에 파묻힌 핸드폰을 바라보자니 한번 더 울컥, 한 성규가 거칠게 핸드폰을 집어들고 갤러리를 실행시켰다. 뭐, 사진 삭제하면 죽어? 어디 죽여봐라. 거침없이 삭제. 그제서야 조금은 후련해진 기분에 크게 숨을 들이킨 성규가 다시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을 켜 평소 자주 들어가던 팬사이트를 클릭했다. 익숙한 까만색이 눈을 장식하고, 흘러나오는 엘의 이번 영화 테마곡이 굉장히 명랑했다. 자게에 한번 들어갔다가, 공지방에 들어간 성규의 눈에 딱 들어와 박힌 한 문장. '엘 출판기념 팬싸인회' 오 예, 이거 대박이다. 성규는 눈을 빛내며 그 게시글을 클릭했다. 얼마 후에 출판되는 엘의 포토북을 사는 사람 중 100명을 추첨하여 비공개 팬싸인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에 기분이 하늘로 날아오른 성규가 핸드폰을 낚아채고 모바일 은행 앱을 클릭했다. 내 잔고를 가져가소서, 엘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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