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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plus - Fiesta Ep 5. 무제 "자, 그러면 오늘 분량을 깔끔하게 끝내보자." "오늘 분량이 얼만데요?" "문제집 하나." 동우가 당연한거 아니냐는 듯한 눈빛을 날리며 호원이 메고있던 가방을 뺏어들었다. 분명 공부하러 오는데 아무것도 안넣어왔을리가… 있었다. 동우는 핸드폰과 지갑, 아이패드만 덜렁 담겨져있는 백팩의 안을 보고서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호원은 그런 동우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씩 웃어보이고서는 오늘은 수학 말고 다른거해요, 라며 동우를 살살 꼬드겼고 동우는 수학을 하고싶어도 절대 수학을 할수없는ㅡ문제집이 없으니ㅡ 상황에 어이없는 듯 허, 하고 짧은 숨을 내뱉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보다 몇 살이 어린 호원이지만 몇대 쥐어박기에는 자신보다 살짝 키가 크기도 했고, 무엇보다 호느님이 아니던가. 때렸다간 무슨 일이 있을라고. 동우는 호원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밝게 웃어보였다. 오늘은 가벼운 상식퀴즈로 때워보자, 호원아. * 병신이세요, 호원아? 동우의 입 밖으로 차마 흘러나오지 못한 말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도저히 낼 상식 문제가 떠오르지 않아 대충 넌센스라고 둘러댄 일곱형제 넌센스에 당당하게 보랑이, 라 대답한 호원의 뒷통수가 동우의 눈에 그렇게 이뻐보일수가 없더라. 아주 손을 끌어당겨. 저걸 확 때려버려? 근질거리는 손을 꾹 눌러잡고 하하하, 웃어보인 동우의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날린 성열이 호원을 향해 해맑은 목소리로 외쳤다. "답은 이호원씨죠." "어? 나?" "보라색 좋아하시지않아요?" 너도 멍청이였구나. 성열의 이상한 대답에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동우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질렀다. 야, 이 멍청이들아!!!!! "엘네 집에 일곱명형제가 있다고! 그럼 남는건 엘아니야!! 이 멍청이들이 쌍으로 놀고있네!!" 그제서야 아아, 하고 알아차렸다는 듯한 소리가 두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울림남고 최대 엘리트라고 손꼽히는 성열도 멍청이였고, 외국어 잘하는 호느님도 멍청이였다. 아하하, 그렇구나! 그렇네 진짜! 라는 남의 속도 모르는 추임새를 넣으며 즐거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동우가 아까 쥐어뜯었던 머리를 정리하며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그럼 다음문제, "현 미국 대통령 이름은?" "에이, 그걸 모를리가. 그건 진짜 안다. 오바마아니에요, 오바마!" "그럼 미국 초대 대통령 이름은?" "…아, 그것도 아는데. 뭐더라…." 호원이 생각이 나지 않는지 머리를 싸매고 끙끙댔다. 역시 하나를 알면 둘을 몰라! 정말 똑똑해! 동우는 호원의 지식수준에 감탄하며 관자놀이부근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엄마, 나 얘 만나고 편두통와요. 호원이 하도 낑낑대자 옆에서 듣고있던 성열이 못하겠는지 힌트랍시고 도시이름이라며 호원에게 속삭였고, 호원은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맞부딛혀 딱, 하는 소리를 내며 동우에게 당당하게 소리쳤다. "뉴욕!" "……어디서 배워온 개드립일까, 그건?" 동우가 호원을 보며 늘어지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아, 아닌가? 호원의 둥그런 눈을 바라보던 성열도 이건 아니라는 듯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는 고개를 저어댔다. 답은 워싱턴이죠, 조지 워싱턴. 성열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인 호원이 의욕없이 축 쳐져있는 동우를 바라보고는 축 처진 강아지같은 표정을 짓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동우의 옆에 털썩 쪼그려앉았다.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동우가 움찔하고 몸을 굳혔다. 아, 얘는 어디서 이런 표정 배워왔어, 진짜. "아까 저기 저사람이 쌤 기분 안좋을때 이런표정 지으면 풀린다던데." "아, 남위엔 개새끼. 그딴거 왜 알려주고 난리야." "아, 그사람 중국사람이에요? 중국인이 한국어도 잘하시고 영어도 잘하시네. 근데 그럼 저분한테 니하오 해야돼요?" 호원의 엉뚱한 말에 웃음이 터져버린 동우가 해명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중국인이래, 으핰핰핰핰!! 하고 웃어제꼈다. 끊임없이 나오는 동우의 웃음소리에 의아해진 호원이 성열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성열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숨을 참으며 끅끅대다가 호원의 눈길에 도저히 못참겠는지 으하하하, 하고 커다랗게 웃어버렸다. 호원의 눈초리가 더 의아함에 빠져들 무렵, 눈꼬리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낸 동우가 그제서야 저 애는 한국인이라며 정정해주었다. 그제서야 동우와 성열이 왜 웃는지 알게돼 민망함에 얼굴을 붉힌 호원이 동우 옆에 다소곳이 놓여져있던 백팩을 집어들며 오늘은 그만해요, 라 말하곤 빠르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야, 이제부터 남우현은 중국인이다. 그러믄요, 남쌤이 언제부터 한국인이셨다고. "아, 맞다, 쌤!" "뭐 놓고갔어?" "놓고갈게 뭐있다고." 호원이 강의실을 나간지 일분도 되지 않아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며 동우에게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나 쌤한테 부탁할거있는데. 뭔데? "나 공백기 끝나면 찍을 영화 대본 들어왔거든요. 나중에 대본 맞춰줘요." "어? 그게 뭐 대수라고." "해주는거에요?" "어. 단, 중간테스트 통과하면." 헐, 씨발, 좆망. 호원의 표정에 세 단어가 확연히 드러났다. 동우는 그런 호원의 표정에 슬쩍슬쩍 흘러나오는 웃음을 꾹꾹 눌러담았고 호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세게 끄덕이고는 다시 안녕하계세요, 라며 강의실 문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쟤 왜저럴까, 성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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