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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살랑이는 커튼과

눈부신 아침 햇살에 잠이 깼다.

 

허리를 감싼 민석씨의 팔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공기 중 보일 듯 말듯한 먼지만 세고 있었는데

침대의 나무 부분에 새겨진 작은 글씨가 보였다.

 

 

'성이름..'

 

 

환영 속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상상속에서만 나를 보며 울던 그 여자가

이제는 거울 안에 앉아 나를 보고 울고 있었다.

 

 

 

 

눈 앞이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에서 쉴새 없이 흐르는 눈물방울들 때문에 앞이 흐렸다.

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따라잡을 기세로 눈에는 계속 눈물이 나왔다.

 

 

'잊지마.. 제발 나를 잊지말자'

 

 

"이름씨 깼어요?"

 

 

민석씨가 아침인사를 건네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눈물을 닦는 내 모습에 얼른 내 얼굴을 돌려 자신의 시선과 맞췄다.

 

 

 

"왜 울어요?"

 

 

"너무..너무..행복해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어서요"

 

 

 

나의 새빨간 거짓말에

민석씨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세게 껴안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며칠, 몇달이 걸린데도 ..아직은 아니다.

 

나는 이 날 이후로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척하며

약들을 변기통에 버렸다.

 

그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입안을 깨물어가며 교태를 부렸다.

'완벽한 그의 여자'인 척 연기를 했다.

 

 

그럼에도 그와의 관계 때 마다 그의 가슴 아래에서

그의 행동에 취해 그의 입맞춤에 젖어가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나에 대한 혐오감도 커져갔다.

 

 

 

 

 

 

 

그가 없는 시간 동안 일부로 사슬을 이리저리 움직여

발목의 살이 까지도록 했다.

티가 나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상처는 그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 날을 위해...

 

 

 

 

 

 

 

 

 

 

"아..."

 

 

고의로 그가 보이는 앞에서 넘어지며 상처를 보였다.

눈에 맺힌 눈물연기는 이제 손 쉬웠다.

 

 

 

"어?.. 이름씨 발목에 상처는 뭐예요?"

 

 

"민석씨.... 사슬이 상처를 만들었나봐요..쓰려요"

 

 

"왜 말안했어요?"

 

 

"그야,말하면 민석씨가 사슬을 끊을 것 같아서요..

난...난 이 사슬이 마치 저와 민석씨를 이어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끊기 싫어서.."

 

 

때마침 흘려준 눈물 한방울

나이스 타이밍이였다.

 

오히려 끊기 싫다는 내  태도에

그는 강압적으로 내 두 발목을 자유롭게 해줬다.

 

 

 

 

 

 

"자, 앞으로는 어디 아프면 바로 저한테

말해야되요. 알겠죠 이름씨?"

 

 

"네"

 

 

 

"아참, 오늘 약먹었어요?"

 

 

"네?"

 

 

 

 

"약 챙겨먹었나구요. 가지고 오세요"

 

 

 

 

이건 계산 착오였다.

하필 오늘 그가 내 약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의 직감이 알아챈 것일까.

 

 

정신 똑바로 챙겨야 한다.

이미 한달 가까이 약을 끊었으니

오늘 한 알 정도는 괜찮을 것 이다. 아니, 제발 그러길 바랬다.

 

 

내가 그 끔찍한 알약을 넘기는 것 까지 매서운 눈빛으로

지켜본 민석씨는 내 머리를 쓰다듬은 후 출근 했다.

 

 

 

 

 

 

 

'김민석'

 

 

이 세글자...이 남자의 이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이 남자는 나의......'

 

 

 

 

 

 

생각에 빠져 있을때가 아니다.

 

생각을 멈추고 얼른 베란다로 달려가 그가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가 차를 타고 사라지자 마자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복도를 미친사람처럼 달렸다.

 

아직 약기운 때문에 머리가 어지롭고 휘청거렸지만

잠시라도 멈추면 그에게 잡힐 것 같아

앞만 보고 달렸다.

 

 

 

아파트를 나와서 달리는 나의 눈에 지나가던 행인이 보였다.

나는 그 사람에게로 달려가 그 사람을 잡고 숨을 돌렸다.

 

 

 

"누,누구세요??"

 

 

"하..하아...저기요...

제발..절..경찰서에..."

 

 

 

 

이제서야 안심으로 하고 숨을 고르며

행인에게 부탁을 하려는데....

 

힘겹게 버티던 내 몸이 아스팔트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게 느껴졌다.

 

 

 

 

 

 

"저기요?? 저기요?? 여기 사람이 쓰러..."

 

 

 

행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점점 작게 들렸다.

 

 

 

"제발...경찰...경찰..서"

 

 

 

나는 계속 이 말만 중얼 거렸다.

 

 

 

 

 

 

 

 

악몽을 꿨다.

괴물에게 쫒기는 아주 무서운 꿈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내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어이구 아가씨 이제 일어났네 괜찮어요?

어때 아직도 어지러워요?"

 

 

 

항상 티비에서만 보던 경찰복을 입은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가

내게 안부를 물었다.

 

 

"여,여긴 어디...?"

 

 

 

"아가씨 기억 않나? 아가씨 쓰러졌잖아요.

그래도 착한 행인이 여기까지 데리고 와줬어

쓰러져서도 계속 경찰서를 가야한다고 했담서"

 

 

 

 

"제가요?"

 

 

 

"그래요.그래서 아가씨 신원조회를 해본께

아가씨 실종신고 되었더구만."

 

 

 

 

"....."

 

 

 

 

"그래서 우선...그.. 약혼자? 인가 하시는 분하고

가족분들께 연락드렸어"

 

 

 

약혼자..?

 

 

 

 

"약혼자 분이 다행이도 이 근처여서

금방 도착한다 했을께 걱정마요"

 

 

 

"네..."

 

 

 

내 두손을 잡고 안심시켜주는 경찰아저씨의 다정한 말에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

 

'여긴 어디야 ...무서워..'

 

 

그렇게 내가 불안감에 떨고 있는 데

경찰서 문을 큰소리가 나도록 급하게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름아!!!"

 

 

 

그 남자는 다짜고짜 내게 달려와 날 안고 눈물을 흘렸다.

 

 

 

"누구세요?? 저기요??"

 

 

 

날 안고 눈물을 흘리던 남자가

갑자기 내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다.

 

 

 

"이름아...무슨 소리야..

나 찬열...박찬열이잖아...너 갑자기 무섭게 왜 이래"

 

 

"저 알아요?"

 

 

 

"..이름아.... 너..너, 왜그래!!!

응?? 왜...왜!! 날 기억못해??"

 

 

그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고개를 숙여 울었다.

그의 두눈에서 떨어진 눈물에 내 치마끝이 조금씩 적셔져 갔다.

 

'왜 이렇게 슬프게 울까?

정말 날 아는 사람 같았지만...난 정말 처음 보는 남자였다'

 

 

민석씨는 어디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모르는 사람인데 민석씨의 이름을 말했다간

민석씨가 위험해 질 수 있으니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가 보지 않을 때 얼른 달아나야겠어....

민석씨가 날 찾을꺼야..아.. 또 혼나겠지??

 

 

벌써 그가 보고싶다.

 

 

 

"저...배고파요"

 

 

"배?..그래 내가 앞에서 먹을 것 좀 사올께...

어디가지 말고 여기있어

알았지? 여기에..꼭 가만히 있어"

 

 

 

민석씨도 집에 가만히 있으라 했는 데...

얼른 그가 걱정하기 전에 집으로 가야돼.

 

 

 

나는 그, 박찬열이라는 사람이 나가고

경찰 아저씨들의 눈을 피해 경찰서 밖을 나왔다.

 

'근데..난 민석씨 집이 어딘지 모르잖아'

 

 

머리는 그렇게 말하는 데

몸이 알아서 그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함참을 걸었을까... 맨발로 걸은 덕에 발이 상처투성이였지만

나는 또 걷고 또 걸었다.

 

많은 거리의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그들의 시끄러운 대화소리도 웃음소리도

저기 달리는 차들의 경적소리도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로 가야한다는 생각만이 온전히 나를 지배했다.

 

 

 

해가 질 때가 되서야 그의 집앞에 도착했다.

 

 

-띵동

 

 

현관 벨을 울렸다.

 

 

 

-찰칵

 

 

그가 문을 열고 나왔다. 벌써 민석씨가 퇴근을 했나보다.

그에게 혼날 무서움에 가슴이 쿵쿵댔다.

 

 

 

 

"민석씨...다녀왔어요"

 

 

 

"어디 갔어요?"

 

 

 

"나도 모르겠어요..그냥 이상한 사람들이..

날 안다고해서 도망쳤어요.

민석씨가 걱정 할 것 같아서 열심히 걸어왔어요."

 

 

 

 

웃는 것도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닌

애매한 표정을 짓던 민석씨가 나를 내려다 봤다.

 

 

"왜 다시 왔어요?"

 

 

 

 

"왜냐니...여기가 제 집인걸요.

민석씨와 제가 사는 집."

 

 

 

계속 문을 열어주지 않고 서 있던 그가 

내 대답을 듣고서야 문을 열어 

내가 집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해줬다.

 

 

"다녀왔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입 안에서 튀어나온 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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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상에.... 민솤쿠ㅜㅜ
8년 전
독자2
다시 들어가다니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바보ㅠㅠㅠ!!!
8년 전
독자3
으아ㅠㅠㅠㅠ왜못알아봐ㅠㅠㅠ왜찬열이를 못알아보냐구ㅠㅠㅠㅠ여주야안돼ㅠㅠㅠ다시들어가면 안돼ㅠㅠㅠ
8년 전
독자4
아 안돼ㅠㅠㅠㅠㅠㅠㅠ왜 다시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 거의다 성공했는데 그놈의 약 하나때문에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5
어흐ㅜㅜㅜㅜㅜㅜㅜ그놈의약ㅠㅠㅠㅠㅠㅠ으어ㅠㅠㅠ
8년 전
독자6
헐 역시 약이 무섭네요ㅠ ㅠㅠㅠ 신기하다.. 글 잘보고갑니당ㅎㅎㅎ
8년 전
독자7
와 소름돋는당ㅠㅠㅠ
8년 전
독자8
와 대박 소름 약 때문에 다시 찾아와서 인사하는 장면이 뭔가 소름돋는느낌 ㅠㅠㅠㅜㅜㅠ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정말 궁금하네요ㅠㅠ
8년 전
독자9
와 소름 저약 뭘까....체면약인가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약혼자가 찬열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야ㅠㅠㅠㅠㅠㅠㅠㅠ찬열이랑 약혼했군여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1
하ㅠㅠㅠ진짜...대박이다...와...내가 다 답답하고 안타깝고 아쉽고...
8년 전
독자12
아...왜다시왔니...아이고야..찬열이는왜기억모태....
8년 전
독자13
헐 대박 그 약이 진짜 뭐죠 찬열이 불쨩해ㅠㅠㅠ
8년 전
독자14
여주야 거의 다 성공햌ㅅ는게 왜 그랰ㅅ어.... 민석이 보고싶은 맘은 알다마다...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5
헐? 드디어 여주가 성공했나 싶었는데 헐 와 중간부터 소름돋을 듯 하다가 마지막에 와....
8년 전
독자17
헐...아..여주..아..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맴찢..
8년 전
독자18
헐ㅜㅜㅜㅜㅠㅜㅠ여주랑찬열이둘다안타까워요ㅜㅜㅜ
8년 전
독자20
애를 어뜨케 만들어논고야ㅠㅜㅠ 아니근데 민석이 화낼지알았는데 의외네요잉
8년 전
독자21
헐 ㅜㅜㅜㅜㅜ질봣ㅂ니다!!
8년 전
독자22
ㅠㅠㅠㅠㅠ하필 딱 약이...
8년 전
독자23
ㅜㅠㅠㅜㅠㅠㅜ완전 잡혓어 ㅠㅠㅠㅠㅠㅠㅜㅜ오또케 ㅠㅠㅠ
8년 전
독자24
다시 제 발로 들어가다니 아앜 ㄷㄷㄷㄷㄷㄷㄷ
8년 전
독자25
어뜩해ㅜㅜㅜ여주다시들어갓어ㅜㅜ
8년 전
독자26
오ㅑㅠㅠ다시 들어가니ㅠㅠㅠ찬열이는ㅜㅠ이젠 무섭다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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