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포장마차안에 박찬열이 술 한잔을 기울이며 앉아 있었다.
하루 사이에 그를 매몰아치고 간 일들이 그의 머리 속을 어지럽게 했다.
쓰디 쓴소주 한잔을 삼켰다.
벌써 찬열이 마신 소주 몇벙이 덩그라니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이름아,...."
그가 사랑한..사랑하고 있는 여인의 이름을 허공에 대고 불렀지만
이미 여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찬열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연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가여운 이름을 두고
어딜 다녀온 것 부터가 잘못이였다.
그가 다시 경찰서로 돌아갔을 때
그녀가 자리에 남기고 간 온기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찬열은 서둘러 경찰서 cctv를 돌려봤지만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사라졌단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어딨는거야....이름아..
제발...".
신발도 신지 못한 발로 도로위를 걸어다니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며
오늘 하루종일 길거리를 헤맸다.
미친놈처럼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이 사람 저사람을 잡고 물어봤지만
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찬열은 이젠 다 말라버린 눈물을 대신해 술을 따랐다.
포장마차 안으로 한사람이 들어왔다.
*
"여기야"
이때까지 이름이가 사라지고 힘들어 하던 나를 버티게 해준 친구였다.
오늘도 내 연락을 듣자마자 달려와준 고마운 친구 녀석이였다.
"박찬열.. 술은 그만 마셔라"
"하하..왜?"
"네 몸도 걱정해야지"
"내 몸? 이름을 허무하게 다시 잃어버린
나같은 자식이 걱정을 챙겨? 됐어...나같은 새낀.."
"네가 얼마나 열심히 이름씨 찾았는지는 널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알아
그러닌까 죄책감 가지지 말아"
친구 녀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내가 이렇게 열심히 찾았는데
이름이는 왜...왜 날 잊었을까?"
".......이름씨가..?"
친구 녀석에게 뺏겼 던 술잔을 다시 뺏어
다시 한잔을 마셨다. 불안감에 뜯은 입술의 상처가 시큰거렸다.
"그래..날 못 알아 보더라고...날..."
"너 많이 취했다"
"알아...취하지 않고는...버틸수가 없겠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한걸까?"
"너 착한 놈인 건 내가 알아"
"그런데..왜.."
"취했다, 내가 차가져왔으니
집에 바래다 줄께 "
"흐...그래야지..딱, 딱한잔만."
"그래.."
"넌 좋은 친구다. 민석아"
한잔의 술을 더 삼킨 나는 술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테이블로 쓰러졌다.
간신히 눈을 부릅뜨고 친구녀석을 봤는 데...
친구녀석의 입이 웃고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래..술 때문이야....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