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초고속으로 드시더니 쓰레기통에 툭, 하고 빈 컵을 던지시는 차장님
차장님과 둘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감
아무리 엘레베이터가 빨라도 뻘쭘할 수 밖에 없는 시간
"먼저 들어가요"
내리시지 않고 꼭대기층 버튼을 띡 하고 누르심
사무실 들어갔더니 이번엔 박대리님이 다급하게 나를 부르심
"ㅇㅇ씨 , 차장님 어디계셔"
"옥상 가신 것 같아요"
"전화도 안받으시고, ㅇㅇ씨가 차장님께 좀 가봐"
들어보니 내가 들어오기 오래전부터 해오던 큰 거래인 듯 싶었음
할말만 하시고 이대리님이랑 사무실을 나가심
급한 일 인것 같아 덩달아 나도 후다닥 옥상으로 올라감
난간에 기대서 스모킹 중이신 하차장님이 슬쩍 보임
"차장님!!"
두리번두리번하시다 날 발견하시곤
어버버버 하며 급하게 비벼 끄시는
가서 말씀드리려니까 오지말라는 손짓을 하심
"박대리님이!! ㅇㅇ정밀!!! 급하시다고 !!! 일!!!!"
뒤죽박죽 언어를 선사
두번 끄덕하시더니 내려가라는 손짓
"받으시래요!!전화!!"
끄덕끄덕 ( 마른세수 )
내려왔는데 대리님들이 안계셨음 양치하려 치약칫솔을 꺼냈는데 차장님도 곧 뒷짐지고 성큼성큼 들어오시더니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서랍에서 칫솔을 꺼내심
나도 칫솔에 치약을 조금 묻히고 화장실로 가려했는데
갑자기 자기 칫솔을 내미시는.. ^^
아무말 없이 짜드렸음. 그것도 많이.
눈으로 고맙다는 신호를 보내시곤 양치하러 가심
양치를 마치시고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동문을 뚫고 들어오시더니 ○_○! 이표정으로 황급히 자켓챙겨서 다시 나가심
아마도 아까 그 거래처일인 듯 싶었음 (소외감)
혼자 다른 업무 보고있었는데 얼마 뒤에 차장님을 선두로 위풍당당하게 세분 다 귀환하심
자리에 짐내려놓고 의자끌고 졸졸졸 모여 넥타이풀고 싱글벙글 회의를 시작함
"오늘은 막창이에요"
"아니지 삼겹살이야"
막창을 먹자는 박대리님, 삼겹살이라는 이대리님
"둘다 하는데로 가면 되지"
둘다 먹자는 차장님 ㅋㅋㅋㅋㅋ
그리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열심히 일만 하는 나
허구한날 회식이지만 끼지 못함
같이가자고 해 줄 줄 알았는데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다른부서 눈치만 보며 급한일 있는 척하며 차례대로 사무실을 빠져나감
시무룩반 삐짐반으로 나도 퇴근하려 회사를 나옴
"?-?"
차에 기대 전화중이시던 차장님이 손짓으로 타라고 하시고 다시 운전석으로 가심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쪼르르 달려감
앞자리탈까 뒷자리탈까
고민고민하다가 차장님이 안쪽에서 앞자리 문 열어주시길래 앞자리에 탐
내가 벨트를 못하고 낑낑데니까
전화기를 어깨랑 귀로 잡고(어휘력부족)
돌아서 벨트해주시곤
전화끊고 부르릉부르릉 출발
"어디가요?"
알면서 괜히 한 번 물어봄
"회식이요"
막창집은 골목에 있어서 골목을 들어가려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랑 맞닥드림
급하게 멈추고 토끼눈으로 날 쳐다보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후진해서 기다리다
주차하고 식당으로 들어감
"ㅇㅇ씨 여기 ~~"
대리님들이 날 반겨주심
"나도 왔는데"
하고 내 옆자리에 앉으심
메인은 벌써 나와있었음
아차 , 고기는 거들뿐 음주를 즐기기 위해 식사 하시는 분들이었지
"소주 세병 주세요"
"아, 사이다도 한 병"
차장님이 성수를 주문하시고
이대리님은 열심히 고기를 구우심
쇠주가 나오고 세 분이서 차례대로 원샷하시길래 나도 따라 한잔 원샷
차장님이 나를 슬쩍 보시더니 사이다 따서 내 빈잔에 따르심
나는 사이다 한모금 홀짝이고 다시 소주로 채움
도리도리하고 차장님은 마이웨이가심
농담도 하고, 옆부서 뒷담화도 하고 하면서 즐거운 회식을 했음
살면서 처음 과음이라는 걸 해봄
대학다닐때에도 술에는 흥미가 없었는데
그날따라 술이 너무 술술술 ^^
나 빼고 다 남자라지만 직장동룐데 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려다가 휘청휘청하고 행위예술하며 뒤로 넘어질뻔함
차장님이 안 잡아 주셨으면 아마 발라당.. 했을 듯
대리님들은 웃기에 정신 없으시고 차장님도 입꼬리 씰룩씰룩
신기한게 똑같은 양을 마셨는데 나만 빼고 다 멀쩡했음
화장실갔다 나오는데 화장실 통로에 차장님이 서계심
"많이 마신 것 아니신가"
"갠쟎슴미다"
"여자직원이 있기엔 우리 회식이 너무 하드하지? 미안해요"
"아뇨 아뇨 ~~"
"그래요 앞으로 수고 해"
잘 기억은 안나지만 화장실에서 돌아와서부터 난 앉아서 잔 듯
"일어나요, 집에 가야지"
취기로 더 낮아진 차장님 목소리 듣고 부스스 일어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