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치고 일주일정도 뒤에 부서별 행사가 있었음
영업관리부서 직원들은 모두 참석해야 하는 야유회.
물론 부서보다는 팀원들끼리의 단합&친목이 목적인 듯 싶었음
게다가 프로그램에는 등산이 절반이었고 따로 숙소없이 캠핑장내에서 텐트치고 자야 하는^^
밥먹고 등산하고 술마시고 자고 ..
평소에도 바닥을 치는 체력인데 무거운 팔을 이끌고 의무적으로 산을 오를 생각하니까 절망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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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회 하루전날에 장 보기 담당인 우리 팀은 퇴근 후에 장을 보러 갔음
고기를 사고, 간식거리(간식을 위장한 안주)도 사고, 밥 해 먹을 것들 간단히 사고, 술을 사고, 술을 사고, 술을 사고, 술을 사고.
장바구니를 술탱크로 만들고 장 본 건 차장님 집에 두고 내일 모여서 같이 들고가기로 함
차장님 차를 타고 아파트로 갔음
술 같은 건 차에다 두고 고기나 상하는 것들은 차장님 집 냉장고에 모셔둠
열심히 장보느라 지친 우리는 차장님 집에서 라면을 먹고 가기로 함
힘 쓰는 일을 하나도 못했으니 내가 라면을 끓이겠다고 함
나는 처음 왔는데 다들 자주 드나드셨는지 편하게 모여앉아 티비를 보고 계셨음
붕대 사이로 튀어나온 손가락 일부와 건강한 오른손으로 무사히 라면끓이기를 마침
요리나 조리에는 소질이 하나도 없는데 오늘 라면끓이기는 성공함 ^_^
라면 먹는데 마실게 없어서 뭔가 허전했음
소고기 먹을 때랑 똑같은 눈빛으로 차장님을 쳐다 봤는데
이해하시고는 냉장고에서 캔 콜라 하나를 꺼내서 따 주심
라면까지 먹고나니 완전한 밤이 되었음
배웅하러 나오신 차장님까지 넷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옴
차장님이 나보고는 저번에 차에 두고내린 외투갖고 내려오신다고 하고 대리님들을 보내심
사실 외투는 전에 이미 받았고 한명만 데려다주기엔 미안해서 ㅋㅋㅋㅋㅋㅋ
"팔 나으면 벨트도 혼자 하고 혼자 다녀요"
벨트해주시고 나서 저렇게 말 하심
나는 아무말도 안 했는데.. 마상...
잠깐 잠 들었다 깨보니 집에 다 와 있었음
내려서 인사했는데
"예쁜거아니고 편한거"
강조의 의미로 미간 한번 찌푸릿하시고는 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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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회 당일,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시간 맞춰 차장님 댁으로 감
근데 벌써 대리님들이랑 차장님이 짐을 다 옮겨놓고 기다리고 계셨음
팔다쳐서 힘들까봐 약속시간 조금 늦게 알려준 거 ..
평소에도 막내라서 오구오구 해주시긴 했는데 오늘은 정말 진심으로 감동함 .. 젠틀맨 ㅇㅇ
집합장소에 모여보니 저번에 부딪혔던 무서운 분도 짐 옮기고 계셨음
큰 관광버스 빌려서 가는데 대리님들이 여직원이랑 앉으면 여자친구가 슬퍼한다고 둘이 앉으신다고 함ㅋㅋㅋㅋㅋ
입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는 친한 여직원이 있을리가 없었고
결국 차장님께 떠밀려짐 ㅋㅋㅋㅋㅋㅋ
버스벨트는 내가 처리하고 버스가 출발 함
반바지에 티를 입고 갔는데 에어컨 밑에서 가다보니 좀 추웠음
자리에 앉은채 짧은 팔로 에어컨을 꺼보려 쩔쩔매니까 차장님이 팔 뻗어서 에어컨 끄심
"그 옷이 편한가"
못 들은 척 능청을 피움
"그거 입고 등산 할 거에요"
"네"
내 눈을 보고 말하시다가 인상한번 찡그리시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눈을 감으심
휴대폰 조금 만지다 나도 잠이 듦
일어나보니 내가 코알라처럼 차장님 오른팔을 끌어안고 기대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볼까 식겁해서 얼른 떨어짐
얼굴 감상 조금하다가 캠핑장에 도착 했음
도착하자마자 차장님 지시로 화장실가서 바지를 갈아입고 우리팀이 텐트 칠 공간으로 대리님들, 차장님 가방을 옮김
차장님이 박스들고 걸어오시는데 워..
직원들 다 같이 모여서 일정안내를 받음
텐트치고 등산을 한다고 함
차장님이랑 대리님들은 능숙하게 텐트를 치기 시작하셨고
나는 옆에서 가져오라는거 나르고 대표들 나눠주는 일정표같은거랑 연락처 적힌 이름표목걸이 받으러 다녀옴
어김없이 미간을 찌푸리시고 집중해서 텐트치시는 차장님한테 목걸이 가져가서 내밀었더니
내 목에 걸고는 다시 텐트를 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