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02
w. 일공공사
[내가 오늘 조금 바쁠 것 같아서 미리 연락하는거야.
가족끼리 여행가서 연락 자주 못해줄 거 같아.
아침에 날씨 추우니까 가디건 꼭 챙겨 입고.
학교 가서도 생활 잘 하고. 친구랑 잘 붙어다니고.
이따 밤에 시간 되면 전화 할 테니까 걱정 말고.
오늘도 야자 할꺼지? 그럼 열시 조금 넘어서 전화할테니까 받아.
넌 뭘 하든 잘 할 수 있을 거야. 좋은 하루 보내고 화이팅!]
아침 다섯시에 보낸 카톡을 확인하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머리를 감고 교복을 입었다.
밥을 먹으면서 카톡 내용을 곱씹어보았다.
장문의 글을 쓰는 정한을 생각하니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야자가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제일 마지막으로 학교를 빠져나간 나는 학교 정문에서 서성였다.
위이잉- 하고 떨리는 핸드폰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윤티쳐-
목을 큼,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오
말끝을 늘리며 나를 따라하는 그에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소리에 그도 웃었다.
-잘 지냈어여?
"잘 지냈어여
-어유, 힘들었겠네
"여행은 어때요?"
-내일 집가는데 진짜 너무 힘들다아.. 누나들 집 들어주는거 밖에 안해..
힝, 하고 귀엽게 애교를 부리는 그에 내가 푸흐흐, 하고 웃자 그가 말한다.
너 나 비웃냐아.. 나 힘들어...
낑낑거리는 그에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졌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보고싶다.
갑자기 진지해진 그의 말투에 볼이 달아오르는것이 느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다시 그가 입을 열었다.
-너 보고싶어.
어, 어.. 나두요.. 작게 말하자 그가 짐짓 못 들은척 다시 물어본다.
뭐라고?
"나도 보고싶다구요."
응, 알아. 라며 장난치는 그에 나도 따라 웃었다.
집 앞에는 다달았지만 그와 전화를 끊고 싶지 않아 부러 그 앞을 빙빙 돌았다.
-내일 아침까지는 바쁠 거 같아서 연락 못 할 거 같아.
서울 돌아가면 연락 할게. 나 없다고 울지 말고, 학교 잘 다녀오고, 감기 조심하고.
밤 늦었는데 얼른 집 들어가고. 보고싶고, 잘자고, 내 꿈 꿔.
졸린 목소리로 조근조근 속삭이는 정한의 말에 마음이 간질간질거렸다.
알았어요,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기 아쉬워 기다리자 그가 말한다.
먼저 끊어.
"윤티도 잘자요."
-내 꿈 꿔는 안해줘?
애교가 없다는걸 알면서도 짖궃게 물어오는 그에 작게 기어들어가듯이 내 꿈 꿔요.. 라고 말하고 전화를 꺼버렸다.
뜨거워지는 귀에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고마워] 라고 뜨는 액정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다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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