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줌마 다녀올게요!!!" "잘 갔다와." 진짜 그 날은 여느 때랑 다름없이 아주 평범한 날이었는데 그랬는데. "야. 왔다." "안녕~" 교실문을 열고 애들한테 인사했는데 애들이 이상하리만치 차가운거야. 날 본체만체하더니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다가 키득키득 웃고 사람 기분나쁘게 슬쩍슬쩍 날 쳐다보기도 하고. 뭔가 이상한 걸 느끼고 자리에 가방을 놓고 의자를 빼서 앉았는데 반에서 나랑 제일 친한 류수정이 나한테 다가오는가 싶더니 다짜고짜 얼음물을 쏟길래 놀라서 자리 박차고 일어났는데 진짜 너무 놀라서 얼굴에 흘러내리는 물을 대충 손으로 쓸고 옷도 탈탈 터는데 류수정이 나한테 말하더라고. "헐 미안... 손이 갑자기 미끄러져서... 어떡해. 괜찮아?" "...뭐?" 근데 류수정 표정은 진심 모순적인 표정으로 나를 비웃듯이 쳐다보는데 다른 애들이 막 하나둘씩 웃는거야. 뭐지 싶어서 반 애들 쓱 쳐다봤는데 나랑 류수정이랑 같이 다니던 애들 몇몇은 눈 마주치니까 고개 돌리고 또 다른 몇몇 애들은 웃고 있고. 너무 당황스럽고 순간 무섭고 두려워지고 그러니까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하는거야. 울면 안될 것 같아서 참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또르르 떨어져서 고개를 떨구니까 류수정이 팔짱 낀 채로 밑에서 내 얼굴 보려고 막 그러는 거야. "뭐야? 설마 물 쏟았다고 우는거야?ㅋㅋㅋㅋ" "..." "ㅋㅋㅋㅋㅋ대박. 얘 울어 어떡해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너무 시원해서 감동했나보지 뭐. 얼음 더 줘." 왜 이러는거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했는데.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대체 왜. 이런일이 왜 나한테 일어나는 거지? "야. 야. 야 부르잖아." "..." "아 존나 빡치네. 시발 그만 찔찔짜라고. 애미도 없는 새끼가." 다 괜찮았는데. 마지막 류수정 말 듣고 진짜 못참겠어서 그대로 가방 들고 학교 도망치듯 뛰쳐나오는데 아침까지만해도 좋았던 날씨가 갑자기 비가오고 천둥치고 그러는거야. 난 우산 없는데... 그렇게 비맞으면서 집까지 걸어가는데 눈물은 계속 나오고 앞은 비랑 눈물때문에 잘 안보여서 계속 눈물 닦으면서 가고 그랬음. 근데 걸으면 걸을수록 비는 멈출 생각을 안하고 답없이 굵어지기만 하는거야. 근데 그 때 갑자기 비가 훅 그치고 내 위로 그림자가 생기길래 위를 봤는데 우산이 있고 옆을 봤는데 왠 남자가 서있는거야. "괜찮아?" 순간 그 남자의 괜찮냐는 그 한마디가 그 남자한테 안겨서 울고싶을만큼 너무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거야. 그때 갑자기 막 눈물이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하길래 눈을 벅벅 비비니까 그 남자가 내 팔 잡더니 표정 찡그리면서 뭐하는거야 이러더니 자기 뒷주머니에서 뭘 주섬주섬 하더니 손수건을 꺼내고 나한테 건네는거야. 그래서 그 손수건 받으려고 하는데 아주 잠깐 그 남자 손이 내 손이랑 닿았어. 정말 잠깐이었지만 너무너무 따뜻했어. 꼭 그 사람의 말처럼. "자." "..." "울지말고. 비 맞지 말고. 손으로 눈 비비지 말고 손수건으로 닦아." "..." "아프지마." "..." "이거 우산 너 써. 안녕." 그 남자는 내 손에 우산을 꼭 쥐어주고 빗속을 뛰어가는데 진짜 무슨 영화처럼 너무 멋있는거야. 마음 같아선 쫓아가서 우산 다시 돌려주고 싶은데 그 사이 언제 저기까지 갔는지 지하철역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금세 사라졌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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