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들어오면 어쩌나, 누구에게 들키면 어쩌나 생각도 들었지만 평소엔 회사에서 이러신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많이 힘든가? 걱정이 됐음
나도 조심스래 팔을 들어 차장님 등에 손을 얹었음
밖에서 소리가 들려서 여긴 회사다. 라는 것을 깨달음
"차장님"
조용히 속삭였는데 반응이 없었음
"차장니임"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셨음
결국에 내가 힘으로 밀어내려고 했는데 순간 팔을 턱, 하고 잡으시곤 한 손으로 나를 완전하게 안으심
안절부절하는 내 마음이 느껴진건지 몇 초 있다가 다시 나를 놓아주시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나가심
일하다가 힐끔 눈이라도 마주치면 피곤에 잠긴 눈에 한 쪽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는 듯 아닌 듯한 표정을 지으시는데 괜히 그 표정에 일도 제대로 안됐음
병원은 다녀오셨냐며 묻는 박대리님의 말에 감기는 술로 다스려야 한다나 얼토당토않은 대답을 하시는 차장님을 살짝 째려보며 고개를 살짝 저음
아랑곳 않으시고 대리님과 만족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으심
잔뜩 화난 척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건 오구오구, 하는 표정밖에 없었음
"ㅇㅇ씨 눈에서 레이저 나온다"
"네? 아닌데"
"우리도 가죠 뭐"
이대리님과 박대리님은 먼저 가 계시고 차장님과 둘이 걸어가고 있었음
아까보니 몸에서 열도 많이 나던데 이 몸으로 무슨 술을 마신다는 건지 머리론 이해가 되지 않았음
"화났어요"
"아니요"
"왜 화가 났어요"
"아니라니까요"
멈춰서선 뚫어져라 나를 내려다 봄
"아니, 이 세상에 그렇게 아픈데 술 마시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약도 안챙기잖아요"
"술병까지 나면"
눈은 못 쳐다보고 대충 내 눈높이 (차장님 넥타이쯤)에서 따박따박 잔소리를 했음
피식 웃으시는 차장님에 어이가 없어 눈을 맞춤
"웃음이 나와요?"
끄덕끄덕
"허, 진짜"
"계속 해봐요"
아니 정말 뭐지. 속이 좋은 건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음
"지금 보니까 화내는 게 예쁘네"
특유의 무표정으로 계속 이상한 말들만 늘어놓는게 어이가 없어 씩씩대며 혼자 걸음
"화난건가 부끄러운건가"
콜록콜록 하며 나를 따라오심
"아~~ 맘대로 하세요 내가 아픈가"
자리에 앉아서도 정말 평소와 다름없이 술을 참 잘 넘기심
다행히 평소보단 '집에가자' 라는 말이 일찍 나왔음
어김없이 우리 집 쪽으로 발을 돌리심
"오늘은 진짜 혼자 갈 거에요. 아니다, 빨리 집에 가요"
혼자 집에가다 아까처럼 픽, 주저앉을까봐 같이 가드리려 함
"난 여자가 이러는 걸 선호하진 않는 편이라서"
서른 다섯이 아니라 35개월인가 오늘따라 산만한 덩치에 차가운 표정으로 땡깡을 부리심
팔목을 잡아 이끌어도 꿈쩍도 안하심. 힘으로는 못 당함
갑자기 덜컥 내 손을 잡으시곤 우리 집쪽으로 걸으시는 차장님에 나는 끌려감
지금까지 손을 잡은 적이 없음 분명히 내가 기억 못하는 것이 아님
움찔 하며 그대로 차장님 손에 이끌려 집까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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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니 차장님께서는 자리에 앉아 넥타이를 고쳐매고 계셨음
아침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세배정도는 잠기신 것 같았음
서류를 전해드리다가 살짝 닿은 손이 평소보다 찼음
아무도 없을 때 아주살짝 이마에 손을 대 보니 이마는 어제보다 더 뜨거웠음
같이 마주보고 밥을 먹는데 밥도 잘 못 넘기시는 걸 보니 안절부절 ..
밥을 먹고 후다닥 약국에 들러 그동안 봐온 증상들을 얘기하고 약을 사서 차장님 책상에 올려둠
같이 차타고 퇴근하는데 계속 기침을 하심
"병원은요"
"감기가지고 무슨"
"미련한거에요 그건.."
"갈게요, 갈게"
말로만이라는 걸 알기에 몇 번이고 약속까지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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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차장님이 일찍 퇴근하신 날 뭘 놓고 가셔서 가져다 드리러 집에 갔는데 아파트 앞에 주차를 하더니 도련님같이 생기신 분이 내리심
"어 안녕 커피"
"아 안녕하세요"
"여기 살아?"
"아니요 잠깐 어디 좀 들르려고"
"그래 잘가~"
라고 말은 했지만 같은 라인으로 들어감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오는 거였구나"
"네"
버튼을 누르고 올라가는데 잠깐 생각하시더니
"혹시 1902호?"
"네"
"거기 걔네 집인데?"
걔 = 차장님
"아 뭐 좀 전해드려야 해서.."
많이 친하셨구나
"남자애들은 뭐하고"
계속 말을 주고받다가 엘레베이터가 도착해서 내림
엘레베이터에 기대서 손을 흔들고는 올라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