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여자, 연애.
그게 참 어려운 말인 거다. 표현이라는 것도, 대화라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향하게 되는 두 눈도.
문득 그녀의 어떤 모습에 반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물론 생각해보지 않아도 될 문제였지만, 머릿속에선 벌써 두 눈 가득히 담았던 그녀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긴 생머리에 가끔씩 묶고 오던 머리인가, 창가로 얼핏 보이던 뜀박질하는 모습인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모습인가, 아니면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마냥 웃던 모습인가. 물론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그녀의 자체를 사랑하고 좋아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집에 있는 자전거를 내팽개치고 그녀의 주위에서 걸어가며 가까이 혹은 멀찍이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다 다치지 않을까 항상 조바심을 느끼며 그녀의 자전거를 주시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은 상당히 예술적이었고, 격동의 사춘기를 겪던 17세, 갓 고등학생이 된 남학생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당신은 참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가끔 하늘을 보고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손가락을 들어 하늘이 종이고 손가락이 연필이라도 되는 듯 무언가를 적거나 그렸다. 가끔은 한숨도 쉬었다. 그런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몰래 훔쳐보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지만 꽤나 보람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그녀의 무언가를, 사랑스러운 행동을 알았으니 말이다.
“전정국 이 병신 새끼가 그거 고백 하나 못 해서 이러고 있냐…….”
“아, 형들이 제 입장이 좀 돼보시면 이해가 된다니까요.”
“사나이 전정국이 어디로 갔나~”
“지민 형, 닥쳐요.”
“맨날 나만 뭐라고 그래…….”
툴툴거리면서 풀이 죽은 척하는 지민 형을 무시하고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계기는 단순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던 소문들이 내 귀에 들어온 것뿐이었다. 다른 학교의 남학생에게서 고백을 받았다는 소문.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목을 조이는 와이셔츠가 갑갑했다. 아니, 와이셔츠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저 그 소문이 나를 죄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말도 잠시, 곧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다며 고백을 거절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아까보다 상태는 꽤나 괜찮아졌다. 하지만 내려앉은 가슴은 되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사랑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교를 하고 있던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내 부름에 뒤를 돌아보며 자전거를 멈췄다.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 손에 쥐고 있던 꼬깃꼬깃한 종이를 쥐여주고 다시 달려갔다. 학교에서 체력장을 할 때보다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녀의 부름에도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가파른 호흡 때문인지, 아니면 드디어 마음을 전했다는 흥분감 때문인지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좋아합니다. 1학년 7반 전정국.」
그리고 집에 가서 머리를 부여잡고 방 안을 굴러다니듯했다. 좀 더 깨끗이 쓸걸, 왜 존댓말로 썼지, 다른 종이로 쓸걸, 구기지 말고 고이 접어서 가져갈걸, 차라리 형들한테 물어봐서 연애편지라도 쓸걸,이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말이다.
다음 날, 그녀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나란히 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론 온갖 생각들을 하며 한껏 긴장해 몸이 굳은 채로 힐끗힐끗 그녀를 쳐다보았다. 예상외로 그녀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렇게 교문을 통과하고 계단을 오르려는 때, 그녀는 내 손에 작은 꽃송이 하나를 쥐여주고 내 눈을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정국아, 좋아해.”
그리고 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며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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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첫사랑이 안 이뤄진다는 말은 순 거짓말 같기도 하고.”
“역시 그렇지?”
“응.”
그녀는 내 대답에 웃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틀어 빠르게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외모도, 성격도, 행동도.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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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여주가 정국이에게 준 꽃은 팬지꽃! 꽃말은 '나를 생각해주세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