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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사x?? 쓰다 말았음 

 

미친 놈. 암만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패턴이었다. 성인용품이 뒤에 잔뜩 꽂혀진 시신들을 부검할수록 나오는 사인 정보는 엑스터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심장 쇼크 딱 하나 뿐이었다. 그 외의 직장 파열이라던지 하다못해 멍이라던지 하는 외상 하나 보이지 않는 기이한 살인 수법이었다. 동성간의 성폭행은 안타깝게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화상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시신들을 눈 하나 꿈쩍 안 하고 보던 지훈도 이번 일 만은 도저히 깊이 파고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말 말그대로, 역겨웠다. 

사건은 명칭은 마포구 일대 연쇄 성폭행 및 살인사건이었다. 정확히 보름동안에 일어난 일로, 피해자는 총 4명이었는데 서로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부터 회사 계약을 3일 앞두고 있던 연기자 지망생, 학원 강사, 잘 나가는 프로듀서 밑에서 일하던 아마추어 작곡가까지. 네 사람의 공통 분모는 단 한 구석도 없었다. 혹시 보복살인인가 싶은 마음에 피해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해 물어도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난 데 없이 무난하고 착한 성격이라는 메아리 같은 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란 말인가. 시신이 발견된 장소도 각자 달랐다. 피해자의 자취 오피스텔, 사거리 끝 골목, 강변북로 근처 주택가, 대학 내 운동장. 끽해야 건질 것은 전부 마포구라는 점. 지도 위에 위치를 표시해서 연결하면 Z 모양이 완성되는 걸 보고 팀 사람들은 기함했다. 하필이면 그 근처 cctv도 작동도 안 시키고 그냥 배치해놓은 것들이거나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싸구려였기 때문에 범인의 신상을 알아내기도 힘들었다. 어지간히 치밀하고, 무서운 미친 놈이라고 여겨졌던 범인에 대한 수사는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범인이 자수를 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서 내로 들어오길래 경찰들도 뭘 잃어버려서 찾으러 온 일반인이겠거니, 했었는데, 눈 하나 꿈쩍이지 않고 대뜸 제가 그랬어요, 하더라는 거다. 뭘 그랬다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킥킥 웃으면서 손가락을 고리 모양으로 만들더니 반대쪽 손가락을 그 틈으로 집어넣는 제스쳐를 취했다고 한다. 순식간에 서 내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그 저질스러운 손짓을 하던 팔목에 수갑이 채워졌는데, 지훈은 하필 그 당시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가서 그 상황을 못 본 것에 진심으로 탄식했다. 뭐, 범인 심문은 자기의 몫이라는 점만으로 충분히 일종의 통쾌함을 맛보고 있던 지라 그 감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우지호. 24세. 무직. 길쭉한 눈에 큰 키와 깔끔한 인상. 특이사항, 청계천 똥파리, 적호파 우두머리의 양아들. 적호파라고. 지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저씨. 

뭐. 

형. 

...... 

형아. 내 말 좀 들어 봐. 

......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데. 

음... 

 

우지호는 짐짓 새침한 여고생같은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턱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는 게 보통 끼부리는 솜씨가 아니구나 싶었다. 범인은 생각보다 꽤 얄쌍한 선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잘 몰라. 

이 새끼가 지금... 

그래서 문제라니까. 나도 모른다는 게 문제라구. 

약 니가 먹인거지. 

아니. 

아니라고? 

나도 몰라. 

 

썅! 지훈이 욕지꺼리를 내지르며 일어났다. 테이블을 큰 소리가 나게 내려치곤 골반 언저리에 손을 올려 한숨을 뱉어냈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덩달아 흔들렸다. 빛이 범인의 얼굴 위로 이리저리 그림자를 만들었다. 징그러웠다. 범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또라이였다. 차라리 저번 주에 만났던 자기 딸을 성추행한 할배가 나았다. 답답함을 넘어 화로 치닫는 마음에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냈다. 오오, 섹시한데.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우지호가 빙글거렸다. 마음만 같으면 주먹으로 저 얼굴에 생채기 하나라도 내고 싶었다. 하지만 허투루 잘못 대했다간 녀석의 배후 세력까지 움직일 수 있는 귀하신 몸이었기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성질을 죽여야 했다. 한숨을 내쉰 지훈이 우지호를 내려다 봤다. 

 

잘 들어. 너 지금 여기서 말만 제대로 하면 처벌 금방 가벼워질 수도 있어. 근데도 이딴 식으로 모른단 말만 하면, 

형아, 남자랑 섹스해봤어요? 

무슨- 

와, 조온나 죽여줘. 물론 나도 처음엔 더러워서 못 한다 그랬거든? 형도 알잖아, 남자들은 동성간의 섹스를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거. 

...... 

막, 이렇게, 일단 여기로 막 헤집고 들어오거든? 어떻게 하냐면... 

 

 

 

2 랜덤재생 시리즈 1 

 

 

기리보이 - 계획적인 여자 

 

이별만큼이나 만남은 간단했다. 연예 기사에나 나올 법한 클리셰처럼,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 알아가는 단계를 거쳐 관계를 발전시켰었다.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조금 치켜올라간 눈으로 습관인지 뭔지 모를 야릇함을 담아 굳이 고개를 들지 않고 눈꺼풀을 들어 올려다 보는 게 인상적이었다. 만나는 중에 이따금씩 그저 멋있어보이고 싶다는 유치한 이유로 알이 없는 안경을 낄 때마다 굳이 손가락을 그 테두리 안에 집어넣는 끼도 부릴 줄 아는 사람.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이해심 많은, 사람.  

은 무슨. 이야기를 듣던 송민호가 빈 잔에 소주를 채웠다. 입 안에 피자를 잔뜩 우겨 넣고 기껏 한다는 짓이 친구 말에 찬 물 끼얹기였다. 그래, 내가 봐도 이건 좀 청승이었다. 넌 임마, 그 꼴을 보고도... 친구의 잔소리는 아무리 친구라도 너무나 지루했다. 둘만의 고백은 내가 했지만 둘만의 첫키스는 우지호가 먼저 했다. 그 때 알아봤어야 했다. 처음이라면서 하는 키스치곤 혀를 움직이는 스킬이 보통이 아니었기에 너 처음 아니지, 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었다. 하지만 그 땐 그런 의심도 죄라고 생각했다. 이따금씩 엇나간 말들이 튀어나오면 짓던 그 불퉁한 표정을 보는 게 제일 괴로웠다. 그럴 때마다 헤어지자는 말을 그렇게 쉽게, 습관처럼 내뱉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핀트 나간 이야기를 할 때 지적을 하면 또 그 표정이 나온다. 그럼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와중에 그런 것'도' 이뻐보였던 게 원인이었으리라. 어지간히 빠져있었던 모양이다. 야, 나 갈래. 의자가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혼자 갈 수 있냐? 어떻게든 가겠지. 외투를 챙겨 송민호의 자취방에서 빠져나왔다. 현관문을 닫으려던 순간에 송민호가, 너 또 술 먹었다고 그 새끼 찾아간다던가...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가뿐히 무시했다. 너 같음 갈 리가 있겠냐. 나도 걔 조-온나 싫거든. 지훈이 크게 소리를 지르곤 엘리베이터로 올라탔다. 

우지호는 어느 시점부터 행동이 사소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할 때 눈을 보지 않는다거나, 분명 바로 옆에 있는데도 손을 잡는 시간보다 빼고 있는 시간이 더 많다거나. 괘씸했다.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참았다. 우지호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갖고 싶다던 옷부터 향수에, 핸드폰까지 무리를 해가면서 갖다 바치다시피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왠걸, 오히려 우지호는 점점 뻔뻔해졌다. 자기 것 사주느라 점점 간소해지는 옷차림과 거칠해진 피부는 아예 무시를 하는건지, 이번에 친구가 애인이랑 해외 어디로 놀러갔다더라, 뭘 사줬다더라, 그게 한정판인데...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같은 소리를 했다. 꼭 무슨 사소하다 못해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듯이. 가난한 대학생은 꿈도 못 꿀 브랜드의 이름이 우지호의 입에 오르내릴 때마다 지훈은 긴장해야만 했다. 맞장구를 치지 않으면, 겨우 물건으로 환심샀던 일들이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관계였으니까.  

사건은 생각보다 일찍 터졌다. 우지호가 갖고 싶다던 지갑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정확히 3주가 되던 때였다. 그 날 따라 일하는 시간 중에 청소에 물품 정리까지 허투루 쓰는 시간이 없었다. 밤 늦게 마감이 끝나는대로 우지호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너, 블랙이, 좋아, 아니면, 브라운이, 좋... 퍽. 핸드폰에 코를 박느라 시야 확보가 되지 않던 탓에 지나가던 사람이랑 부딪혔다. 사과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괜찮다고 사람 좋게 웃어보이는 남자, 그 어깨 뒤로, 팔짱을 낀, 노란 머리. 분명히 눈이 마주쳤다. 모자를 쓰고 있어서 지훈임을 몰라봤는지 아무렇지 않게, 가자, 하는 목소리는 우지호가 분명했다. 그제서야 눈 앞이 핑 돌았다. 눈물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였다는 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세상이 핑 돌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 박제된 듯 서 있어야 했다. 

그 다음 날엔 감기에 걸렸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독감으로. 학교도 가지 못 하고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다. 열이 잔뜩 올랐다. 와중에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선명해지는 것은 우지호였다. 뽀얗게 웃는 얼굴과 모르는 남자의 팔짱을 낀 새침한 얼굴. 같은 사람임에도 그렇게 다른 느낌이 나는 건 처음 봤다. 소름이 끼쳤다. 아직도 이 소름이 단순히 감기 때문에 몸이 추워서였는지, 아니면 우지호의 모순때문인지 모른다. 자취를 하는 바람에 주변에 마땅히 간호를 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번엔 내가 뻔뻔해지고 싶었다. 난 널 죽이고 싶지만 내가 착해서 참는거야, 같은 뭐 그런 여자애들이나 하는 심리전이 아니라, 정말 그냥 말 그대로, 사람이 보고싶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화면 잠금을 풀고 데이터를 키자마자 메시지가 왔다. 미안. 헤어지자. 뭐야. 지훈은 웃음이 나왔다. 한참을, 미친 사람처럼 이불 속에 파고들면서 웃었다. 아... 계획적인 년. 끝까지 하고싶은대로 걱정 없이 착실히 행동으로 옮기는 꼴에 감탄했다. 그제서야 화가 울컥 올라오기 시작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코 끝이 찡해졌다. 지훈은 억지로 그 느낌을 억누르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게 그저께 일이었다. 

눈을 뜨는대로 송민호를 찾았고, 약을 먹고, 학교에도 갔다. 수업도 잘 들었다. 오히려 하는 일마다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이유가 어찌 됐던 시작한 아르바이트의 첫 월급이 들어오기까지 고작 3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몸 상태는 아직 저조했지만 정신은 가뿐했다. 자판기에서 유자차를 뽑아 먹고 송민호에게 연락을 남겼다. 야, 내일 먹고 싶은 거 다 얘기해, 내가 산다. 그리고 월급이 들어오고, 유쾌할 정도로 들떠서 말하던 목소리가 술로 침울해진 게 2시간 전. 그간 있던 일을 들으면서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민호의 얼굴이 웃겼다. 흐흐, 소리내며 집에 도착하는대로 화장실을 찾았다. 구토감이 밀려왔다. 아쉽게도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만 해댔다. 

 

"아." 

 

'술 좀 고만 먹어. 건강 좀 챙기라니까...' 

 

"아이, 씨이발..." 

 

그게 잘 될 리가 없었다. 그게 제일 엿같았다. 그래서 지금도, 지금도. 이렇게. 쉽사리 원래대로 돌려질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결국 세면대를 붙잡고 주저앉아버렸다. 

 

 

3 랜덤재생 시리즈 2 

 

현아 - 내 집에서 나가 

 

어, 이제 집 들어가. 나? 오빠 많이 안 마셨어. 으응... 그럼. 나도 보고싶지. 응, 응... 문을 여는대로 보이는 얼굴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스탠드를 제외하곤 사방이 깜깜했다. 그림자가 검게 드리워진 얼굴선이 매끄러웠다. 소파에 앉아 담요를 끌어안고 있는 손에 핏줄이 파랬다. 그런데 입술은 여전히 빨간 게, 꼭 그냥 존재 자체가 붉음과 푸름의 중간에서 태어난 사람 같았다. 으음, 그렇다고 보라색은 아닌데... 어, 응, 알았어, 또 연락할게. 핸드폰을 주머니로 찔러 넣고 느리게 실루엣을 훑었다. 그 얄쌍한 등도, 입맞춤을 부르던 목선도, 못 참게 만드는 직선과 곡선을 넘나드는 다리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런데, 왜, 왜. 언제부터. 술이 들어간 몸이 집에 도착함을 인지하고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몽롱하게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눈이 따가웠다. 비척비척 양말로 바닥을 끄는 소리가 얕게 울렸다. 피곤했다. 좀, 여러 의미로.  

 

"얘기 좀 해." 

"할 말 없는데." 

"할 말이 없다고?" 

"......" 

"넌 진짜, 너는..." 

 

눈치 없는 목소리가 침묵 틈을 끼어들었다. 손목이 파들거렸다. 날이 선 목소리가 짐짓 뭔가를 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여러모로 둘 다 힘이 없는 것은 분명했다. 물론 의미는 좀 달랐다. 한 쪽은 무기력, 한 쪽은, 한 쪽은... 굳이 따지자면, 탈진 정도려나.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돌아 보지 않았다. 다만 머리를 뒤로 젖히고 한 바퀴 돌렸다. 뒷목이 뻐근했다. 불쾌했다. 결국 화를 못 이기고 몸을 돌렸다. 성큼 다가서자 따라 뒤로 물러선다. 거봐, 제대로 화도 못 내면서. 

 

"뭐." 

"......너, 몇 시야, 지금." 

"시계 못 봐? 한 시 이십 이 분." 

"말 그딴 식으로 할래?" 

"아, 진짜." 

 

미간 위로 잔선을 만들었다. 신경질을 절로 부르는 대화 방식에 치를 떨었다. 질렸다.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드는 건지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모습이 짜증났다. 그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불쾌하다는 티를 숨김없이 드러내면, 그 드센 꼬리를 내리는 게 아니라 상처 받은 표정을 하는 게 제일 짜증났다. 지금처럼. 마주한 눈 밑 여린 살이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바보같이 그걸 기다리고 앉아 있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어지간히 피곤하게 하는 타입이다. 처음은 이렇지 않았었는데.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를 찾는 일은 진작에 손을 떼어 놨기에 굳이 피곤한 머리를 다시 쓰고 싶지 않았다. 쓸 데 없이 얼음장 같은 분위기에 닿아 있던 팔 위로 소름이 끼쳤다.  

 

"졸려." 

"...넌 이 와중에-" 

"뭐가 이 와중이냐고, 그러니까." 

"......" 

"좀, 자고 일어나서 얘기 해." 

 

여린 손목을 잡아 억지로 떼어냈다. 힘없이 내려가는 팔은 진짜로 살이 빠진건지, 아니면 그림자 때문에 그냥 그렇게 보이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우습게도 너무나 쉽게 사라지는 촉감에 입꼬리가 올라갈 뻔 했다. 이럴 거면 그냥 말을 안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문을 열고 모자를 벗었다. 시선이 진득하게 뒷통수로 붙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뭘 또 바보같이 저렇게 서 있어, 들어가 잠이나 잘 것이지... 가라앉을 기미를 안 보이는 짜증이 잠과 섞여 머리 속을 맴돌았다. 

 

"너..." 

"......" 

"...나가." 

"......" 

"......지금, 당장." 

 

얼씨구. 이젠 신파극도 찍네. 혼자만 상처받았다는 듯한 표정이 이제는 굳이 보지 않아도 저절로 상상됐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이유고 뭐고 모르겠는데, 그런 거 필요 없고 그냥 너 생각이 다- 맞으니까, 내가 다- 잘못한 거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수 밖에. 몸을 다시 돌려 되감기를 하듯 신발을 신었다. 현관에 마음대로 던져놨던 가방을 챙겼다. 문이 또 다시 열리고, 무게감 있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찰칵. 잠깐의 푸른 불이 하얀 연기를 만들어냈다.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오빠, 지금, 너네 집, 가도, 돼?, 보고싶어. 전송. 연기를 날리듯이 뱉어냈다. 누구네 집 아니랄까봐, 야경이 꼭 집주인마냥 울긋불긋했다. 얼핏 닫히는 문 틈으로 보였던 우지호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음을 삼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불편도 느껴지지 않았다. 

 

4 랜덤재생 시리즈 3 

 

 

40 - 듣는 편지 

 

집으로 데려다 준다는 일은 언제나 간지럽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 대로 보이는 골목길이 깜깜했다.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는 가로등 밑으로 긴 그림자 두 개가 나타나고 사라졌다. 쉴 새 없이 도란도란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 갔던 어디는 뭐가 맛있었고, 이래서 맘에 들었고, 다음에 또 가고 싶고, 어디 동네에 이 카페가 어떻다더라, 나중에 거기도 꼭 가자고 하는 얼굴은 말랑해보였다. 중간중간 추운지 인상을 찌푸리는 게 귀여웠다. 그럴수록 지훈은 주머니 속의 손을 꼭 누르다시피 잡았다. 문득 목도리 속으로 감춰진 입술이 궁금했다.  

 

"듣고 있어?" 

 

땅바닥을 보던 지훈의 시야에 하얀 얼굴이 나타난다. 걸음이 우뚝 멈췄다. 상냥한 눈빛을 마주하니 마음이 더 동해졌다. 구미가 당기는 단계를 지나치고 이젠 안달이 나려 했다. 하지만 굳이 티를 내지 않았다. 멀뚱히 얼굴을 보는 시선에 우지호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혹시 어디 불편해, 라고 묻는 입술이 빨갰다. 고개를 저어 부정을 표했다. 답지않은 수줍음을 담아 입맛을 다셨다. 

 

나, 너랑. 

 

"응." 

 

키스하고싶어. 

 

부끄러운 말을 하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가로등 불 바로 아래에 있던 탓에 그림자가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더 잘 보였다. 나에게 목소리가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이 더 로맨틱했을까. 급하게 울적함이 밀려왔다. 고개를 더 숙였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동작이 끝나는대로 우지호가 목도리를 매만졌다. 헛기침을 가리는 주먹이 작았다.  

 

"진작 알려주지..." 

 

아아. 하지만 그 잠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는 감사했다. 베시시 웃는 눈꼬리가 곡선을 예쁘게도 그려냈다. 뺨 위로 우지호의 손이 올라왔다. 분홍빛 볼이 점점 가까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촉촉한 감각에 눈을 감았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밤은 춥지 않았다. 서로를 어루만지는 혀가 녹아내릴 듯 따뜻했다. 

 

 

"표지훈. 일어나 봐." 

 

어깨를 잡고 흔드는 손에 눈을 떴다. 피곤이 풀리지 않는 눈꺼풀을 매만지고 마른 세수를 했다. 옆자리에 마주 보고 누워있던 우지호는 들뜬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보여줄 거 있어.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자 저기, 하고 자신의 뒤에 있는 창문을 가리킨다.  

 

"첫 눈." 

 

창 밖으로 싸래기같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남색 밤하늘에 하얀 설탕이 뿌려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몽사몽한 정신이 조금 트이기 시작했다. 우지호가 얇은 팔을 들어 지훈의 등을 끌어 안았다. 품 안에 안긴 몸이 여전히 따뜻했다. 어깨뼈가 달빛을 받아 꼭 피부 속에서 빛이 나듯 반짝였다. 느리게 꿈뻑이는 눈에 박자를 맞추듯 우지호가 다시 소곤거렸다.  

 

"크리스마스까지 얼마나 남았지?" 

3, 주. 

"벌써 그렇게 됐나." 

 

우지호가 품 안으로 더 파고들었다. 자세를 고치기 위해 이불 속을 내려다 보는 속눈썹이 정갈하게 내려 앉아 있었다. 손을 올려 속눈썹 위를 살짝 쓰다듬었다. 굳이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손길을 느끼는 게 고마웠다. 

 

"지훈아." 

"......" 

"내년 겨울에도, 첫 눈 같이 봤으면 좋겠다." 

 

눈동자가 꼭 스르륵 소리를 낼 것처럼 올라갔다. 마주한 눈이 일렁였고, 그 안에 온전히 지훈의 두 눈이 담겼다. 대답은 필요치 않은 대화였다. 답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질 수 있다. 대답 대신 조용히 지훈도 팔을 들어 지호를 품에 꼭 안았다. 

 

 

5 제목없음 

 

지호가 나른하게 눈을 떴다.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몽롱한 눈꺼풀을 꿈뻑였다. 잔잔한 영화 배경음악이 방 안에 낮게 깔렸다. 벽으로 쏘아진 빛으로 영화 배우의 이름따위가 움직이고 있었다. 문득 어깨가 따뜻한 걸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다. 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당겨 웃었다. 일어났어요. 잠긴 목소리에 소름이 살짝 돋았다. 굳이 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뒷통수로 지훈의 손이 닿아왔다. 쓰다듬는 손길에 지호가 머리를 지훈 쪽으로 더 붙였다. 슬며시 눈을 뜨니 이불과 엉킨 지훈의 다리가 보였다. 창 밖에서 다 사라져 가는 노을빛이 블라인드를 타고 주욱 늘어져 있었다. 다리 위로 어두운 선이 하나, 둘... 의미 없는 셈을 하던 지호의 손가락을 지훈이 다른 쪽 손으로 매만졌다. 시선이 제법 끈적했다. 

 

형은 손도 이렇게... 

..아, 하지마. 졸려... 

 

지훈이 지호의 검지 손가락을 제 입술에 갖다 댔다. 간지러운 느낌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피곤한데. 하지만 몸으로 행동을 저지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리자 지훈이 머릴 쓰다듬던 손을 지호의 얼굴 쪽으로 옮겼다. 펴, 라고 말하듯 미간을 톡 친다. 앙. 그제야 풀어진 표정에 지훈이 눈빛을 더 진하게 하곤 지호의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어울리지 않은 소리를 낸 입술 속에서 혀가 움직였다. 지호가 야릇한 느낌에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하얗고, 매끄럽고. 

으- 

예뻐, 그치? 

 

쪽, 소리가 나도록 지호의 손톱 끝에 입을 맞췄다. 지훈이 지호의 위로 큰 그림자를 만들며 올라 왔다. 손가락을 놓치 않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지호의 눈동자가 아래로 내려간 속눈썹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두 볼이 자다 일어난 것 치곤 제법 빨갛다고, 생각했다. 해열제 사다 먹여야 하나. 짐짓 걱정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표정을 바꾼다. 잠이 깰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애가 탔다. 

 

깨물어도 돼? 

 

지호가 이번에도 굳이 답하지 않고 눈을 아래로 깔았다. 하지만 지훈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입술이 서로 맞물리고 깨무는 것을 반복했다. 지호가 지훈의 턱선 위로 손을 올렸다. 촉촉해. 나쁘지 않다. 노을은 좀처럼 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6 과외선생잔혹사 

 

 

 

왔냐? 야, 나 오늘 그린 거 볼래? 또 시작이다. 방 바닥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는 폼이 제법 날라리 느낌을 냈다. 징하게도 말을 안 듣는 고딩인 것은 첫 수업 때 부터 티가 났던 거지만, 그 후의 수업은 더 가관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숙제는 꼬박꼬박 해오지만 바로 직전 수업 때 설명했던 것들을 물어보면 말 없이 째려보는 표정이 특히 일품이었다. 제발 이번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올라야 하는데. 지훈이 한숨을 푹 내쉬자 우지호의 눈썹이 꿈틀 거린다. 너 지금 한숨 쉬었냐? 지훈은 마음만 같으면 이 고딩 새끼가! 하고 머리를 딱 소리 나게 쥐어 박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훈에게는 그걸 행동으로 옮길 만한 폭발성은 갖고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지훈은 아랫사람에게 더 잘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또 한 번 새기며 가방에서 교재를 꺼냈다.  

이 고딩 ㅅ.. 아니, 우지호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 주최 실기대회는 물론 교내 대회까지 휩쓰는 상당한 실력을 가진 미대 입시생이었다. -첫 상담 시 이 친구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학원에서 하는 타학원과 함께 진행하는 연합평가부터 교수평가까지 단 한 번도 에이 플러스를 놓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다가 연합평가에서 에이 플을 받기는 했지만 1등을 하진 못했을 경우, 그 날은 곧 지옥이 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1등이 된 친구가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웃는 얼굴을 보이는 순간 그 친구의 머리채가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일 정도라니 정말 잔인하게도 피가 아니라 눈물이 날 때까지 말 그대로 갈구는 못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만큼 본인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많았지만 성깔 한 번 오지게 꼬장꼬장한, 무서울 것 없는 좆고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한폭탄 같은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영어였다. 유학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어 성적은 최소 6등급 최대 5등급이었다. 미대 입시인 만큼 수학을 제외하곤 전부 1등급인데, 하필이면 제일 중요한 영어만 그랬다. 그러던 중 그런 아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던 부모님께 한 줄기 빛이 내려졌는데, 그것이 바로 표지훈이었다. 지훈은 그냥 명문대 영어영문과에 다니는 평범한 복학생이었다. 복학 후 용돈 벌이를 위해 마땅한 알바를 찾던 중 부모님과 친한 분의 아들에게 영어 과외 부탁을 받았고, 그렇게 맡게 된 첫 과외 학생이 우지호였다. 그 덕에 지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부모님을 붙잡고 울고 싶었다. 아, 엄마, 아버지, 왜, 그 많고 많은 엄친아 중에 왜 하필이면... 지훈은 그냥 평범한 학생이래, 라고 설명해주시던 부모님을 회상하며 치를 떨었다. 

 

"야." 

"씁, 선생님이라 부르라 했지." 

"아 오늘 내가 그린 거 보라고. 개쩔어." 

"아..." 

 

지훈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지호는 수업 시작 때마다 지훈에게 자신이 학원에서 그린 그림들을 보여줬다. 우지호는 정말 요즘 말로 딱 넌씨눈이었다. 자신이 그림에 문외한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이건 어떻게 잘 했네, 뭐가 멋있네, 하며 억지로 칭찬을 쥐어 짜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괴로운 일이었다. 솔직히 잘 그리기는 한다. 근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러나 그 때마다 지훈은 목구멍을 간질이는 말들을 억지로 삼켜야 했다.  

 

"어... 이번엔 핑크 많이 썼네. 과감하게." 

"정확히 말하면 오페라. 그리고 크림슨에 오페라 섞으면 졸라 기묘한 색깔 나는데, 나 이 색 개좋아해. " 

"으응. 그렇구나..." 

"이거 주제가 뭐일 것 같애?" 

 

음... 그냥 우지호 니가 뭐 같은데... 지훈은 끓어 오르는 화에 씰룩이는 입꼬리를 억지로 진정시키며 고민하는 척을 했다. 지호는 왠지 오늘따라 더 한껏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눈동자가 번뜩이는 것을 본 지훈은 창피하게도 먼저 눈을 깔았다. 빨리 수업이나 시작하고 싶은 지훈은 대충 아무거나 얼버무리기로 결심했다. 

 

"어어... 핑크... 사랑?" 

"오, 거의 맞췄어." 

"정확하게 뭔데?" 

 

지훈은 답변을 기다리며 안경 너머로 지호를 쳐다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지호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게 빨개진 귀와 일그러진 눈썹이라니. 드디어 우지호가 미/쳤나 싶었다. 평소 같으면 도시의 외로움이라느니, 현대인의 추억이라느니 이런 이해 못 할 소릴 장황하게 했겠지만, 왠일인지 지호는 쉽게 말을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였다. 지훈은 그런 지호가 그저 답답했다. 

 

"뭐냐니까?" 

"아..." 

"......" 

"아, 아. 몰라. 아니, 아, 그냥 수업이나 해." 

 

싱거운 놈. 오늘은 독해 들어가자. 지호가 몸을 당겨 앉았다. 

 

 

뭐가 많져? ㅎㅎ내 인생 수능 시바라ㅏ 몸살 난 기념으로 남는 게 시간이라 그간 독방에 있던 거 옮겼읍니다 큽 여러분 피코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네요 내 생애 첫 호모질 타겟 피코ㅜㅜ올 겨울에도 영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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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4.93
세상에 형사물........형사물...거기다가지호가 범인이라니이런거진짜와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
ㅠㅠㅠㅜㅜ넘나발리는것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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