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공기가 차가웠다.
여기가 어디일까..
내가 왜 이곳에 누워있는 걸까.
쇠를 긁는듯한 소리가 내 귓가를 쓸며 지나가고 있었으며,
밖에선 무엇인지도 모를 생명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이곳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도 저런 울음소리를 내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일어나야 했다.
살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 되는 죽음을 원하진 않았다.
하지만 온몸이 굳은 듯, 움직일 수도 소리조차 낼 수도 없었다.
탕-
..!총성이다.
누군가 괴물에게 총을 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굳은 몸을 풀어내야 했다.
저 사람을 잡아야 한다.
어쩌면 저 총을 쏘는 사람이 나를 일으킬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일 수도 있다.
눈을 떠야만 했다.
몇발의 총소리와 소름돋는 쇠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열리지 않을 듯 소름 돋는 쇠소리만 내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별안간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형 여기도 한 명 있는데?"
"좀비일 수도 있어 조심해. 일단 바코드부터 스캐닝 해"
옆으로 누워있던 몸이 한 번에 돌려져 목덜미에 무언가를 대는 느낌이 들었다.
"... 사람이네 풀어줘"
아 움직일 수 없던 이유가 무언가로 내가 묶여있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발끝부터 점점 자유로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은발의 남자였다
"괜찮아? 안 무서웠어?"
씩 웃는 그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기에
".. 교복? 고등학생이야?"
그리고 옆에 있는 어딘지 모르게 경계하는 눈빛의 금발의 남자 때문에.
은발의 남자는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손을 뻗으며 어서 잡고 일어나라는 듯 눈짓을 주었다.
그 손을 잡고 일어나려는데 오랫동안 다리를 묶여있어서인지 약간 휘청이자 은발의 남자가 허리를 휘어잡아 단단히 고정시켜주었다.
"조심해야지- 가자"
너무도 자연스레 날 데리고 가려는 그들을 믿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그들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 이름이 뭐냐"
금발의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새하얗고 약간 강아지를 닮은듯한 인상이지만 여간 차가워보이는 인상이 아니었기에 말하기를 주저하자, 은발의 남자가 웃으며
"형 무섭나 보다 고딩이. 난 김남준이야"
라며 자기소개를 해왔고,
별안간 금발의 남자는 조용하게 웃으며
"까분다. 민윤기다"
라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 김탄소에요.."
나까지 이름을 밝히고 나니 은발은 아니, 김남준은 이름이 예쁘다며 근데 어쩌다 여기 온 것이냐고 내게 물어왔고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자살사이트에서 약을 샀어요. 먹으면 죽는.
일종의 독약이라고 하길래 속는 셈 치고 먹고 누웠는데.. 정신을 차리니까 괴물들의 울음소리밖에 안 들렸어요.
그리고 얼마 안 지나서 총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자 조용히 앞을 주시하던 민윤기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리볼버를 꺼내 보여주며
"네 거."라고 짧게 말하고 건네주었고,
내가 리볼버를 받아들어 이리저리 살피자 조용하고 느릿한 목소리로
"총은 쏠 줄 아냐.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하는데."라고 말을 꺼냈다.
총을 이리저리 살피다 말고 민윤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남자치고 하얗고 말라서 본인이 총은 더 못 쏠 거 같아 보이는데 나에게 총은 쓸 줄 아느냐고 묻는 것이 어이없을 지경이었다.
"저 사격했어요 원래 그쪽보다 제가 잘 쏠걸요"
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뱉은 말 치곤 꽤나 당돌했는지 민윤기는 나를 만난 이후로 가장 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김남준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얘 옆에는 총만 여러 개였나 봐요 그렇죠 형?"
나는 이해하지 못할 질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었으나,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곧 우리가 가는 곳에 도착하면 알게 될 것이라며 앞을 보며 말했다.
끄어어어 하는 소리들이 앞에서 들렸다.
줄곧 민윤기와 김남준을 보며 걸어 몰랐었는데 계단 쪽에 괴물이 있었고 실제로 괴물을 처음 본 나는 놀랄 틈도 없이 김남준은 총을 꺼내 그것들을 쏴댔다.
허나 사격실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건지 아니면 나를 지탱하고 있는 오른손을 쓰지 못해서인지 정확히 쏘질 못했고 그것을 보고만 있다 답답함을 느껴 김남준의 손에서 잘빠진 리볼버를 빼앗아 정확히 사격했다.
..그것들의 피는 초록색이었다.
"오 제법이다 너? 다시 봤어?"
김남준은 쓰러져가는 그것들과 나를 번갈아가며 호들갑을 떨어댔고,
민윤기는 반대편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괴물들을 쏴 죽이며 앞장섰다.
"빨리 가자 해지겠어."
그것들이 아마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계단에만 머물렀던 이유가 빛 때문이었음을 민윤기의 말로 인해 알게 되었다.
빛이 들지 않는 계단을 빠른 속도로 올라가며 민윤기는 앞에 있는 괴물들을 다 죽이고 우리는 뒤를 경계하며 단숨에 2층에서 5층까지 올라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내 허리를 잡고 거의 끌고 가다시피하는 김남준에게 차마 천천히 가자고 말할 수가 없어 그저 질질 끌려가다 우리의 뒤로 괴물이 달려온다싶으면 쏘기만을 반복했다.
5층 복도 끝에는 전기가 들어오는 듯 빛이 나고 있었고,
해는 점점 지고 있었다.
///
으아 글잡은 처음인데 떨려요... 두근두근
마지막은 금발윤기로!